홍길동전 펭귄클래식 13
허균 지음, 정하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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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홍길동전' 하면 생각나는 그 유명한 문구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나니.. 이 어찌 통탄하지 않으리오.. " 그렇다. 누구나 알고 있고 홍길동이 서자 출신으로 가열차게 내질렀던 통탄의 한마디가 사실은 홍길동전의 주제이자 작가 허균의 소명 의식이자 당시 시대상을 가늠케 하는 발호의 표현이다. 하지만 홍길동전의 내용을 전체 다 아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이에 '펭귄클래식(이하 펭클)'에서 제대로 번역해 내놓았는데.. 우선은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조선 세종때 재상인 홍씨 가문에 아들이 둘이 태어나니 하나는 본부인이 낳은 인형(완판에서 길현)이고, 시비(侍婢, 시중드는 계집종)가 낳은 길동이 있었다. 길동은 어려서부터 똑똑하고 재주가 비범했음은 다 아는 사실. 하지만 천한 여자 몸에서 태어난 죄로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며 통탄해 하는데.. 이에 아비는 받아들이지 않고 그의 첩이 자객을 들여 죽이려 하다가 실패하고 결국 길동은 그들을 죽이고 아비와 어머니에 죄를 말하고 집을 떠나게 된다.

그러면서 집을 떠난 길동은 바로 산적의 우두머리가 되어 탐관오리를 벌하고 가난한 백성을 구제하는 활빈당의 당수로 두목으로서 이른바 의적 활동을 본격적으로 벌인다. 하지만 조정에서는 나라를 뒤숭숭하게 만든 그를 가만두지 않고 잡아들이려 하고 그의 아비와 형까지 불러들여 그를 끌여들이지만 그는 손오공처럼 똑같은 길동을 만들어 여러 사람들을 농락한다. 그냥 쉽게 잡히지 않는다거.. 

이렇게 그를 잡기가 싶지 않은 상황에서 길동은 병조판서 제수 받기를 원하고 이에 조정에서는 그에게 병조판서 교지를 내리고 그는 본격적으로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군대를 이끄는 한 무리의 수장이 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의적 활동을 그만두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잘못을 인정하고 조선을 떠나 심기일전하더니 이웃나라 율도국을 점령하면서 이상 국가를 건설하고 늙어 죽을때까지 자자손손 태평성대를 구가하며 살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맺은 홍길동전.. 누구나 대충 알아도 한번쯤 읽어보면 그가 서에 번쩍 동에 번쩍 활약속에 양반 나리들과 탐관오리를 벌하는 모습은 통쾌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홍길동은 그렇게 의적으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때로는 나라 조정에 수긍하고 또 아비와 형에게 효와 우애를 다하는 모습은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의적으로만 그친 모습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

이런 내용적 평가뒤에 홍길동전은 사실 여러 이본(異本)들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작품성이 뛰어나면서 각 판본의 특징을 비교하며 읽기 적합한 경판 24장본과 완판 36장본을 이번 '펭클'에서 소개했다. 그런데, 홍길동전을 허균이 안 지었다는 학계의 또 다른 설을 제기하는데.. 예를 들면 허균 저작설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택당집>의 기록이 저자의 사후에 편집된 것이어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견해와, 허균이 역모죄로 처형될때 <홍길동전>의 저작 사실이 죄목에 포함되었어야 하는데 그런 언급이 없었다는 점, 또 허균의 인품이 간사하고 음흉하여 <홍길동전> 을 지을 위인이 못 된다는 주장까지..

하지만 택당(澤堂) 이식(李植, 1584~1467)의 문집에서 <홍길동전>이 처음 언급된다는 점을 든다. 이 근거로 초창기 국문학자들은 허균을 <홍길동전>의 작자로 확인하였고 이를 토대로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평가하였다. 하지만 택당의 기록과 허균의 문학 활동을 통해 볼때 <홍길동전>은 연산군 때의 역사적 실존인물 홍길동(洪吉同,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그의 강도행각으로 처형 기록이 있다.)을 주인공으로 한 한문 전(傳)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결국, 허균이 역모에 연루되어 불행한 죽음을 당한 까닭에 그의 저작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국가의 정체성을 비판한 <홍길동전>은 금서가 되어 더 이상 세상에 전해질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읽고 있는 지금 작품은 수백년이 지나서 1890년경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떤 변이가 이루어졌는지 허균의 원작이 과연 국문으로 된 것인지, 아니면 한문으로 지은 것을 후대의 누군가가 국문으로 번역해서 전한 것인지등에 대한 추론이 난무하다고 언급한다.

또한 <홍길동전>의 초기 이본들은 목판본으로 간행되었는데 간행 지역에 따라 하나는 서울 지역에서 간행된 경판계이고, 다른 하나는 전주 지역에서 간행된 완판계이다. 물론 두 계열의 기본 줄거리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세부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는데, 완판 36자본이 좀더 상황 묘사가 디테일 하고 사투리가 많이 사용돼 다소 번다한 편이다. 꿈속의 내용이라든지 전개 과정속에 홍길동이 율도국을 치는 상황 묘사등이 말이다.  

이렇게 여러 모로 봤듯이 홍길동전은 당시 조선 중기 사회의 아니 조선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사회적 병폐였던 적서 차별에서 재기된 신분 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가열차게 설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허균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가 비록 양반집 자제였지만 스승 이달 선생 또한 서자 출신으로 뛰어난 학식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빛을 못봤듯이 그가 스승을 위해 지은 <손곡산인전>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또 자신 스스로 민중의 삶과 유교적 터울에 얽매힌 규제에 대한 타파등 그는 단순히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적서 차별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물론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 만인 평등의 미래 사회를 갈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선소설사(朝鮮小說史)>의 저자 김태준은 <홍길동전>이 허균의 사상과 삶이 강하게 투영되며 허균의 자서전이자 주인공 길동은 허균의 자화상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결국, <홍길동전>을 통해서 허균이 설파한 이상사회에 대한 갈구는 김시습의 <금오신화>에서 제시된 사회 비판 의식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그것을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전개하여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이것은 문학사적으로 사회의 메세지적 최초의 한글 소설임과 동시에 한국 소설사상 중요한 가치와 함께 기념비적 작품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의적 홍길동이라는 기본 개념에서 탈피해 그 이면에 숨겨진 가치를 진중하게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그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말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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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본즈 - The Lovely Bon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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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무슨 로맨스물인지 알았다. 러블리 본즈라.. '본즈'라 하면 난 야구선수 배리 본즈가 생각나는데 그게 아니어도 사랑스런 본즈란 말인가.. 그럼 극중 여자 이름이 본즈? 하지만 좀 찾아보면 하나의 용어다. 즉, '사람의 죽음을 계기로 형성되어 가는 사람들 간의 유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2002년 원작 소설의 작가 앨리스 셰볼드가 창조한 단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제목이 확실히 이해가 간다. 더군다나 '반지의 제왕' 피터잭슨이 연출하고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했다며 또 브랜드 네임으로 홍보를 한 <러블리 본즈(Lovely Bones)>..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삶의 끝에서 만난 새로운 세상 (러블리 본즈).. 14살, 나는 살해당했다

첫 키스를 상상해보는 두근거림. 가족과 함께한 따뜻한 주말 오후의 추억. 그리고, 기다려왔던 첫 데이트. 하지만 14살의 어느 겨울. 나는, 살해당했다. 14살 소녀의 예기치 못한 죽음.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가는 가족과 잡히지 않은 살인자. 죽음, 그 이후의 만남 사랑은 아픔으로 더 단단해진다!

이렇게 한 소녀가 살해당했다는 다소 파격적인 언사로 포문을 연 영화다. 그래서 영화내내 주인공 소녀 샐몬 수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진행된다. 그런데, 그녀는 이미 살해된 상태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하고 있다. 자신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한 청년을 좋아하는 그냥 평범하고 풋풋한 소녀라는 것을.. 하지만 14살 되던해 1973년 12월 6일에 자신은 이웃집 남자로부터 살해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이웃집 남자의 모습이 마치 예전에 브루스 윌리스가 어느 영화에서 나온 분장처럼 비슷해 보이는게 2:8 가리마에 콧수염에 안경까지 말이다. ㅎ

암튼, 그녀는 이미 저 세상 사람.. 하지만 억울하게 어린 나이에 죽게된 그녀의 영혼은 구천을 떠돌며 정작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한다. 바로 지상과 천상의 경계에서 계속 머무르며 남은 가족에게 무언가 언질을 주려하고, 가족을 불러보지만 공허할 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머무른 그 경계점 세계의 그림은 가히 환상적이다. 그래서 바로 판타지 장르라 말한 것 같은데 그런 그림들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보는 듯 하다.

이렇게 영화는 계속 소녀의 눈으로 가족을 보고 또 그런 가족이 사랑하는 딸을 잃고서 지쳐가는 모습과 범인은 잡지 못한채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기운을 찾으며 화합하는 모습까지 담아냈다. 그들에게 이렇게 고통의 시간은 치유가 되는듯 싶지만 그녀가 바라보는 시선이나 관점은 바로 분노, 절망, 증오, 원망등 모든 감정선들이 가족에게 투영시켰다는 점이다.

결국, 이렇게 한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주인공 소녀 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도 죽인 전적이 있는 괴물같은 사나이 아니 평범하게 생겼지만 이웃집 살인마 그는 잡혔을까.. 수지의 이끌림대로 말이다. 혹은 잡히지 않았다면 그 살인마는 어떻게 죄값을 치렀을까.. 이러 놈이라면 바로 덱스터가 달려가 주사 한방 먹이고 랩에 돌돌 말아 눕혀놓고 칼로 심장 한번 찍으면 끝인데 참 아쉽다. >.<

암튼, 이 영화는 독특하다. 기존의 범죄 스릴러가 주는 어둡고 긴장된 그림의 분위기에다 판타지적 요소를 집어넣은 설정이 돋보인다. 한마디로 범죄 스릴러와 판타지의 만남이다. 그리고 그것을 판타지적인 모습으로 한 소녀의 메세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다. 그 경계점에 서서 몽환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몽환이 의미하듯이 잠시 눈을 떼면 지루하고 졸릴 수도 있는게 사실이다. 마치 꿈을 꾸듯이 말이다. 그리고 영화도 2시간 넘게 긴편이다. 

그래서 어떤 장면에서는 범죄 스릴러가 맞는 영화인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장면때문에 따로 논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기존 범죄 스릴러물의 식상한 연출에서 벗어난 판타지적 요소는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것이 연출과 제작의 힘이라 보는데.. 하지만 범죄 스릴러물 백프로 본연에 임무에 충실한 영화는 아니라 본다.

즉, 판타지가 들어가며 스릴러와 상충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여러 장르적 요소들이 잘 융화되지 못한채 섞여있거나 따로 흐르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런 색다른 시도의 영화였기에 충분히 볼만했고 긴 호흡이 아쉽긴 하지만서도 호흡이 다는 아닐지다. 마지막으로 이웃집 살인마 그놈 그렇게 가면 안되는데.. 언제 한번 덱스터에 출연하길 바란다. 한방에 덱스터가 보내줄 것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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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감독판 (3Disc)
김용화 감독, 하정우 외 출연 / 팬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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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동안에 '국가대표'가 공중파를 탄후 이 영화를 안 본이가 있을까.. 물론 그전에 유료 케이블이나 IPTV를 통해서 많이 알려진 중박 이상의 아니 천만 가까이 대박을 친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스포츠의 다른 이면인 웃음이라는 요소를 잘 버무린 코메디적 드라마다. 그런데, 그 코메디가 진부하지도 작위적이지 않은 그런 자연스러움에 마지막에는 감동까지 나름 담고 있다.

더군다나 '국가대표'는 지금같은 동계올림픽 분위기 때문인지 연속 케이블에서 방영해주는 대작. 처음 영화 나올때 스포츠 영화들이 다 그렇지.. '우생시'처럼 우려먹는다는 반응이 다르게 입소문을 타더니 천만 가까이 끈 영화.. 스키점프라는 겨울 스포츠의 불모지를 대략 인기덤에 올리며 그들의 선수 생활과 출전까지 애환을 코믹과 감동으로 잘 버무리며 보는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보여준 영화다.

나오는 인물들 하정우, 김지석, 성동일, 나한일등의 자연스런 연기와 특히 성동일 코치의 애드립과 하정우를 위시한 네명의 스키 점프 선수들이 좌충우돌하며 선수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는 결국 멋진 그림과 함께 감동을 나름 선사했다. 그런 모습이 클리셰라 하더라도 스포츠는 바로 감동이기에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앞으로 스포츠 대중 영화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 같은 생각이다.
또한 실제로 스키점프 선수들 그들의 비상이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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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펭귄클래식 14
김시습 지음, 김경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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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만 멋스럽고 고풍스럽고 환상적이고 엘레강스하며 패러독스한 고전만 있는게 아니다. 우리 고전에도 이런 작품이 있었으니 학창시절 김시습하면 금오신화, 금오신화하면 김시습만 외웠지 사실 정작 '금오신화'를 읽어보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자 한문소설인 금오신화 그의 생애와 이력도 정리했지만 생애 중반이후 1470년 즈음에 금와산에 들어가 도 닦으며 세상을 향해 외친 그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 어떤 내용이고 어떻게 전해졌을까?

우선은 <금오신화>의 이본(異本)은 현재 8종(조선 목판본 1종, 일본 목판본 4종, 필사본 3종)이 남아 있다. 그종 조선 목판본이 1종이 중국 대련 도서관에서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조선 명종때 문인이었던 윤춘년(尹春年, 1514~1567)이 편집한 것으로 김시습이 죽은지 오십 년쯤 지나 출간된 것이다. 특히 8종의 이본들 가운데서 윤춘년이 편집한 이 조선 목판본은 가장 먼저 출간되었고, 가장 좋은 이본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펭클'에서 나온판은 바로 이 조선 목판본을 완역한 작품으로 그 소개를 하면 이렇다. 먼저, 금오신화는 하나의 이야기로 되어 있지 않고 총 5개의 옴니버스식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의 세가지는 남녀간의 운우지정을 다루었고, 뒤의 두편은 염라왕, 용왕님과 세상사 돌아가는 토킹 어바웃 이야기다. ㅎ 주인공들도 다 생(生)자 돌림으로 순서대로 양생, 이생, 홍생, 박생, 한생이다. 간단히 줄거리는 이렇다.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소제는 '저포놀이가 맺어준 사랑'이다. 저포가 무엇이냐면 주사위 같은 것으로 나무로 만들어 던져서 그 끗수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로, 지금의 윷놀이와 비슷하다. 여기 주인공 고독한 남성 문사 '양생'이 부처님 앞에서 저포놀이로 해서 얻은 여인네와 운우지정을 다룬 이야기로 양생의 절대 고독과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이계를 넘나드는 모습이 마치 불후의 러브 영화 '사랑과 영혼'같은 스타일로 비극적 결말의 사랑의 아픔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소제는 '이생이 엿본 사랑'이다. 제목처럼 또다른 고독한 남성 문사인 '이생'이 아름다운 최씨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행복한 결혼생활은 고려말 전쟁으로 무참히 깨지며 아내와 가족을 잃고 혼자 남게된 이생이 귀신으로 다시 나타난 최씨와 못다 이룬 운우지정을 나누며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대신 여기서 이생은 앞에 양생과는 다르게 소극적인 반면에 여주인공 최씨는 사랑에 적극적이지만 홍건적의 위협앞에서 저항하는 정절 의식도 보인다.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소제는 '부벽정에서의 짧은 만남'이다. 여기서도 고독한 남성 주인공 '홍생'이 부벽루에서 기씨녀를 만나 함께 엄청난 시문을 주고받으며 정서적 공감을 얻는 이야기다. 그 공감은 바로 기씨녀는 위만에게 나라를 잃은 기자(箕子)의 딸로 나라가 망한뒤 자살하려다 선계로 인도되어 항아의 시녀가 된 인물이고 홍생도 고려말 개성 상인으로 둘다 망국의 비애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쉽게 정서적으로 교우하며 고국의 흥망에 대한 회고의 정을 진하게 담은 이야기다.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소제는 '염마왕과의 대화'다. 유학을 공부하는 '박생'이라는 문사가 꿈에 남염부주를 다녀오는 이야기다. 즉, 꿈속에서 이계를 다녀오는 몽유록적 양식을 띄며 문답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염라왕과 귀신, 천당과 지옥, 윤회, 정치까지 철학적인 문제부터 현실 정치까지 서로 토킹 어바웃한 이야기다. 그래서 여기서는 시문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김시습의 현실 인식 태도를 보이며 그의 사상이 집약적으로 잘 표현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소제는 '물거품처럼 사라진 용궁 잔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역시 남성 문사 '한생'이 꿈속에서 용왕님 초대로 용궁에 가서 용왕님과 한바탕 즐겁게 노닐다 왔다는 이야기다. 즉, 문사답게 시문도 써주고 또 주고받고 유쾌하게 노래와 춤추고 잔치도 하며 즐겼다는 이야기로 앞에 <남염부주지>와 비슷하지만 대신 여기서는 유일하게 웃음이 배어있다. 하지만, 한생이 꿈에서 깬 뒤에는 세상의 명리를 구하지 않고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되어 있어 웃음 뒤의 비애를 남겼다.

이렇게 김시습의 한문 습작인 <금오신화>는 총 다섯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모두 다 그의 세상에 대한 부조리와 비타협적인 성정답게 현식 인식이 짙게 배어 있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고독한 남성 문사들을 중심으로 그리며 그들이 처한 결핍과 부재의 상황이 부각됐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모두 고독하고 부정적인 현실의 도피를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 김시습의 정치적 좌절에서 비롯된 또 현실 인식의 발호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앞의 세편은 애정 전기소설(傳奇小說)의 형식을 띄며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남녀간의 사랑을 환상적으로 초현실적으로 그리며 때로는 판타지스럽고 형이상학적인 몽환적 분위기를 전달해 주었다. 그런 분위기는 바로 각 편마다 넘쳐나는 시문과 산문의 조화속에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미학적 기반을 둔 메세지적 작품이라는 점이다. 물론 남성 문사의 의리를 중시하고,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도 모두 김시습의 현실 인식과 깊이 관련되어 있음이다. 

그리고, 뒤의 두편인 <남염부주지>와 <용궁부연록>은 두 주인공 박생과 한생을 통해서 소외와 고독의 감정은 더욱더 문학적으로 형상화되며 염라왕과 용왕님과의 대화속에서 세상에 대한 외침이 바로 투영된 것이라 할 수 있으니 바로 그의 비극적 현실 의식의 발호로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막연히 비극적이라 할 수 없는게 시문과 산문이 적절히 조합된 미학적 분위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때로는 고리타분함을 안겨줄 수 있지만 멋스럽고 고풍스런 맛은 분명히 주고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오백여 년전 그가 쓴 작품을 이렇게라도 대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지 않은가..
수험식으로 무슨 작품이 있다 외우지 말고.. 그의 작품을 진중하게 함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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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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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이다. 이런 추리소설을 읽은지가 스릴감으로 무장한 추리소설을 나름 좋아하는지라 한창때는 셜록홈즈와 뤼팽, 국내 김성종 작품에 빠진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나니 그런 기분이 되살아는 나는 느낌이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국내에는 <용의자 X의 헌신>과 <백야행>으로 더욱더 알려진 인기 작가이다. 본 작품은 그가 10년전에 이미 발표한 것으로 일본에서 중판되고 국내에는 지금에서야 소개된 책.. 

주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자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를 통해서 겪게되는 교통사고에 얽힌 여섯편의 옴니버스식 추리소설이다. 그래서 작금의 시대에 자동차가 인간에 주는 편리함과 때로는 무서움을 안겨주는 흉기로 돌변하며.. 어느 순간 자신이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우리네 교통 현실을 사실감있게 그렸으니 간단히 소개해 보면 이렇다.

첫번째 포문은 「천사의 귀」로 한밤중에 교차점에서 경차와 외제차의 충돌사고로 경차 운전자가 죽고 동승한 여동생이 증인에 나선다. 그런데, 이 여동생은 앞을 볼 수 없는 맹인. 즉, 귀로써 모든것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고, 반대의 외제차 운전자는 자신은 초록불일때 지나갔다며 주장하는데.. 분명 어느 한쪽이 신호위반으로 거짓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둘다 거짓이었을까.. 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눈보다 정확한 귀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 하지만 여기에도 숨은 반전이 있었다.

「분리대」는 트럭 운전자는 과속하고 난폭 운전한다는 통념이 아닌 평범이 운전을 하던중 트럭 운전자는 핸들조작의 실수로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고 차가 쓰러지며 마주온 차에 치여 숨진다. 목격자의 증언을 찾아야 하는 상황속에서 트럭 운전자 부인은 당시 남편이 핸들을 갑자기 꺽게된 도로에 불법주차를 한 중년 부인을 알고 그녀에게 복수?를 하는데.. 과연 교통법규는 완벽한 것일까..

「위험한 초보운전」
은 제목 그대로 앞서가는 초보 운전자를 위협한 능숙한 운전자.. 자신은 장난일지 몰라도 초보에게는 진땀이 나는 상황에 운전 미숙으로 당하게 되는 사고다. 그 사고가 작든 크든 초보자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면 그 초보자는 능숙한 운전자에게 운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본때를 보일지도 모른다. 조심해야 한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하며 살자. ㅎ

「불법주차」어찌보면 가장 많이 와 닿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작금의 도로 상황을 감안해 본다면 말이다. 즉, 누구나 불법주차를 어떠한 상황때문에 도로변에 아니면 갓길이든 주택 골목길에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불법주차로 막혀버려 다른 차가 못지나갈때 어느 한 사람이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 당신은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라.. 피해자가 선의로 다가와 복수 할 수도 있다.

「버리지 마세요」
도 와닿는 이야기중에 하나다. 내 경우는 아니지만 가끔 보면 운전중에 차창 밖으로 담배 꽁초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런데 그 쓰레기중 묵직한 캔을 버려서 후미차량의 사람에게 맞아 그 사람 눈이 실명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캔이 당신을 찾아 나서 곤경에 빠트려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 게이고만의 응징이 돋보이는 내용이다. 암튼, 차창밖으로 절대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거울 속에서」는 어느 밤에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부딪쳐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진다. 그런데, 이 자동차 남자 운전자는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모두 시인하는데 무언가 미씸쩍고 사건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에 교통 경찰관이 수사를 해보니 자동차 운전자와 동승한 한 여자가 있었으니 그녀는 운전 미숙자로 더군다나 외국에서 온지라 일본의 운전 상황과 반대로 된 거울을 보고 운전한 꼴이다. 두 사람의 관계속에 죄값을 치르려는 코치와 운동선수의 이야기다.

이렇게 여섯 편의 교통사고를 다루고 있는 본 이야기들은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많다. 작금의 우리네 교통 현실에서도 많이 바온 그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등 교통사고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또한 어느 한쪽이 큰 사고로 죽었을시 목격자의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등 답답한 사건의 연속이며 그런 사고를 동분서주하며 수사하는 교통 경찰관들의 노고도 있음이다.

이런 교통사고들은 사소하게 자기 안일주의에 빠진 운전이나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크나큰 위협이나 죽음까지도 몰고 갈수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라면 그 순간 자동차는 친구이자 적으로도 돌변할 수 있으니 아무리 운전에 익숙하다고 자만하지 말자. 이렇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기 여섯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렇게 메세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누구라도 ’사람을 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라며.. 항상 방어운전을 생활화 하자. 
물론, 초보 운전자를 괜히 위협하지 말고 말이다. 그러다 한방에 훅가는 수가 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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