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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61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받고나서 읽기전 저 엣지있고 패션화보 같은 모습의 청년이 누굴까 싶었다. 바로 이 책의 남자 주인공 '크리스티안'이 아닐까 싶다. 그는 자신의 영어 선생님 '슈텔라'를 뼈속까지 사랑했으며 그 사랑의 아픔에 눈물을 멈추지 않았던 순수남이었다. 하지만 그런 순수함에는 그녀의 육체까지 탐하며 에로틱마저 갖춘 이중적인 면모의 저돌적 사랑의 주체자였다.

이것은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분명 금지된 사랑 혹은 위험한 사랑으로 치부될 수도 있으니 이런 문제작이 바로 80대 노장이자 독일 현대 문학의 거장 '지크프리트 렌츠'<침묵의 시간>이다. 사실 작품의 내용은 심플하지만 소개해 보면 이렇다.

발트해 연안의 작은 도시.. 그곳은 꽤 평화롭고 사람들이 옹말종말 모여살며 음악과 문화가 흐르는 그런 해안가 도시다. 여기 독일 김나지움 13학년 19살의 '크리스티안'이 주인공이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바다에서 돌을 낚아 방파제를 만드는 이른바 채석꾼이다. 첫 시작은 그의 영어선생님 '슈텔라'의 추모식을 거행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눈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하면서 말이다.

즉, 그 학교의 영어 선생님이 죽었고 그녀를 추모하는 모습으로 그리는 장면이다. 그래서 주인공 '크리스티안'은 그 추모식 공간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이자 선생님인 '슈텔라'를 회고하며 써내려간 내용들이다. 그 속에는 마을의 축제속에서 선생님과 함께 춤을 추고, 바다에서 수영대회도 펼치고, 어느 외딴 섬에 선생님과 같이 갇혀서 첫 키스를 한 기억과 바다 풍경 호텔에서 둘만의 육체적 탐닉까지.. 이후 선생님이 자신을 외면하는 모습에 괴로워하며 선생님 집을 직접 찾아가서 나눈 이야기들..

그속에서 선생님과 크리스티안의 지위적 대화속에서 나눈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에 관한 리포트 분석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눈다. 하지만 수텔라는 제자와 나누었던 애틋하고 격한 사랑속에 결국, 멀리 여행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던날 풍랑을 만나 배가 난파당하며 사고를 당한다. 이때 크리스티안이 선생님을 극적으로 구출하고 그녀는 병원으로 후송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살아나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두고 만다.

크리스티안 사랑의 정염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토록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만이 전부였으며 심지어 그녀의 육체까지 탐하며 그녀를 갖고자 했던 19살 청년 '크리스티안'.. 하지만 그녀 또한 그런 그를 허용하면서도 끝내 사랑의 정점을 찍지 못했다. 스스로 그를 피하기도 하면서도 그를 그리워한 이중적인 잣대로 그녀는 자신의 사랑에 아파하고 고민해온 것이다. 그러는 순간 그는 한줌의 재가 되어 바다속에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렇게 본 작품은 스승과 제자 사이 즉, 교사와 학생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흔치않은 구도이지만 인간이 이야기해온 여러가지 사랑의 유형중에서도 나름의 임팩트를 갖고 있는 그림들이다. 바로 금기시되고 위험한 사랑의 터부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래서 이런 그림들은 잘못 그리면 유치하고 삼류로 빠져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삼류는 절대 아니다. 

보통 '사랑'에 대해서 우리는 덧없고 부질없는 것이며 사랑에 빠져 있을때는 그 사람 켵에 머물며 영원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허무할 정도로 금방 식어서 잊고 마는것도 사랑이라 할 수 있으니.. 이것이 우리가 사랑에 대해서 해석하는 보편적인 그림들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에 대한 해석도 사실 여러가지 있을 수 있고, 여기 <침묵의 시간>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즉, 선생님과 제자간의 사랑의 이야기가 한낱 금기시된 사랑의 장난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탐닉한 어찌보면 '순정한 에로틱'이라는 관점에서 그들의 사랑은 절정의 순간에 다다랐으며.. 그 순간이 죽음으로 끝냄으로써 끝난것이 아니라 그 절정을 간직한채 유지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은 남아있는 자에게는 자신의 정염을 불태웠던 순간이자 영원인 것이다. 

즉, 이루지는 못하고 손에 넣지 못했지만 그런 애틋함과 애절함이 만들어낸 사랑의 영원성.. 그속에 영원성으로 영원히 간직된 사랑의 편린들.. 그래서 그 사랑은 영원히 갈 것이며 그것은 바로 절정의 순간 만나게되는 사랑의 정점인 것이다. 그것이 여기 이 작품 <침묵의 시간>이 말하는 사랑의 메세지이자 그 절정의 순간이 '침묵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녀가 그에게 남긴 메세지처럼 말이다. "크리스티안, 사랑은 따스함을 머금은 물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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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중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위화'의 대표작 <허삼관 매혈기>와 <인생>을 읽고나서 그의 작품에 매료돼 선택하게 된 <형제>.. 이미 접한 분들의 얘기로는 <형제> 또한 대단한 작품이라는 평이다. 즉, 이 <형제>를 읽지 않고서는 위화를 말하지 말것이며 중국 사회를 알 수 없다는 대작.. 사실 이 책은 2007년 세 권의 책으로 나온 대하 장편소설이다.

그런데, 내가 고른것은 세 권의 가격이 할인해도 2만원을 넘는 관계로.. 페이퍼북 형태로 작게 나와 한 권에 모두 담은 보급판으로 샀다. 정가 18,000원인데, 인터파크가 30% 할인해서 제일 싸서 12,600원에 인터파크 만원 상품권으로 질렀다.

그런데, 책을 받고나니 페이퍼 형태라 작고 좋은데.. 세권을 담다보니 두께가 그림처럼 장난이 아니다. 페이지수도 거의 900 페이지에 가깝다. 또한 글씨도 일반 글씨체보다 작다. 이것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ㅎ 뭐.. 못 볼 정도는 아니니.. 느긋한 마음으로 거대한 대륙을 관통한 <형제>를 만나볼 생각이다.

또 하나의 소설은 바로 중국을 대표하는 중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쉰'의 작품들이다. 사실, 오랜전부터 루쉰의 '아Q정전'의 위명을 알고서 언제가는 읽어봐야지 하면서 못 읽었는데.. 이번에 위화의 <형제>를 사면서 같이 사게됐다. '아Q정전'은 중편정도에 해당되고 그외 그의 유명한 '광인일기'등 단편집이 수록돼 총 10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루쉰 소설선'이다.

특히 이 책은 뒷면에 소개대로 50종이 넘는 '아Q정전'의 번역 가운데 루쉰 문학 전문가들이 신뢰를 하는 번역서로 '교수신문'이 선정한 최고의 번역본이라 한다. 그리고 출판사도 유명한 '창비'니 믿을만 하겠지.. 정가 9,000원에 할인가 6,000원으로 위화의 '형제'와 함께 만원 상품권과 포인트를 사용해서 총 5,000원에 업어온 퀄리티 좋은 중국 소설들이다.

암튼,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인생>을 읽지 않았다면.. <형제>란 작품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아내는 그만의 해학과 풍자적 필체에 위화의 매력에 빠졌고, 그것을 <형제>를 통해서 방점을 찍으려 한다. 물론, 이런 '위화'를 있게한 '루쉰'이야말로 중국 현대 문학의 바로미터 할 수 있으니.. 그의 대표작 <광인일기>, <아Q정전>등도 곧바로 읽을 참이다.   

ps : 900백페이지 가까운 두께와 깨알같은 글씨의 압박으로 한권짜리 <형제>를.. 4/10일에 원판 세권짜리 중고로 15,000원에 업어옴. 중고라지만 그냥 새책 수준이다.ㅎ 그리고, 옆에 책은 켵가지로 반값에 업어온 '조선의 글쟁이들'이다. 소위 조선의 쩌는 문인들의 글쓰기 특강이라고 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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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2주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3월의 꽃샘 추위가 한풀 꺽이고 4월을 맞이하며 물론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찬바람이 시샘하고 있지만 해가 쨍쨍한 낮동안 만큼은 봄기운이 만연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봄기원이 밀려올때마다 찾아오는 나른한 춘곤증은 매년 우리를 괴롭히고 있으니 이런 나른함을 단박에 날려버릴 수 있는 웃음으로 무장한 우리 영화 두편과 판타지 로맨스물을 소개해 본다. 4월 8일 목요일에 개봉하는 영화들이다.

 

 

 

 

 

 

  

대박난 스포츠 영화 '국가대표'에서 걸쭉한 입담과 욕설로 나름 인기를 끈 '김동석'이라는 배우와 나름의 카리스마를 구사하며 자신의 색깔을 지닌 배우 '유오성'이 만난 코메디물이다. 신참내기 형사지만 백수처럼 자신의 일에는 비전문가인 형사 정민(김동욱)과 동네 백수지만 형사같은 백수 영석(유오성) 이렇게 만난 두 사람..  

그둘이 동네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면서 겪는 좌충우돌식 버디무디라는 소개다. 여기에 코메디적 요소와 함께 스릴적 재미도 함께 한다는데.. 과연 어떨지는 보는 이들의 몫일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의 평가가 가히 좋지 않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는 사실 기대되는 영화중 하나다. 개그 캐릭의 전문 배우 '이문식'과 엣지있는 카리스마 '지진희'.. 그리고 <똥파리>로 걸쭉한 욕설을 내뱉으며 밑바닥 인생을 제대로 연기한 감독이자 배우 '양익준' 이 셋이 만났다는 캐스팅만으로 확 끌리는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도 간단히 살펴보면 얼추 집을 가출한 유부남들의 일탈기 쯤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 

극중 성희(지진희)가 아내와 이혼 선언후에 친구 동민(양익준)과 둘이 여행을 떠나고 확인차 전화했던 아내가 행방불명되면서 도리어 이 둘이 아내를 찾는다는 이야기.. 그런 탐문속에 아내의 오빠라 자처하며 나타난 유곽(이문식)때문에 일은 점점 점입가경 속으로 빠져든다. 

이렇게 기존 남자들이 일탈이 아닌 일탈할려는 과정속에 다시 아내를 찾아야하는 상황을 그리며 전면에 코메디로 무장한 영화 <집 나온 남자들>.. 과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없어진 아내는 어디에 있고 영화의 결말을 어떻게 될지.. 이번주에 꼭 보기로 점찍어 놓은 영화다. ㅎ 

 

 

 

 

 

 

 


마지막 세번째로 꼭 봐야할 영화는 코메디물은 아니다. 무언가 메세지를 전달하는 그런류의 영화다. 즉, 인형이었지만 사람으로 변모해 가는 인형을 통해서 인간의 상실을 다룬 영화다. 대략적 줄거리도 보면은 소제목이 '사람이 되어가는 인형'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멜로환타지이다.  

배두나가 주연을 맡으며 화제가 됐고 그녀가 바로 공기인형이다. 그녀는 실물크기의 인형으로 주인과 함께 아파트에서 쓸쓸한 날들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인형에게 생명이 불어 넣어지고 감정을 갖게 되면서 주인 몰래 바깥세계를 다니며 여러 사람과 교감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연찮게 들른 비디오 렌탈가게에서 일하면서 점원 준이치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면서 행복한 날들을 보내게 되는데.. 어느날 인형은 우연히 모서리에 팔이 찢기며 공기가 빠지면서 준이치 앞에서 인형이었던 비밀을 들키고 마는데.. 과연 이후에는 어떻게 됐을까..  

이렇게 영화는 실제 인형같은 모습으로 분연한 배두나의 열연과 그런 인형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남성의 성도착의 문제제기 그속에서 인간의 고독한 실존의 문제와 소통의 문제까지 메세지로 똘똘뭉친 드라마적 영화라는 평이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려냈는지 이목이 집중되는 영화임에 틀림 없을 것이고 그래서 관심이 가는 영화이다. 

아무튼, 이렇게 이번 주말에 볼 영화로 우리 영화 두편과 우리 배우 주연의 일본 영화를 뽑아봤습니다. 두편은 코메디물이기에 마음껏 웃으며 봄기운의 나른함을 단박에 날려버리고, 한편의 판타지 멜로물로는 인간의 주제의식을 찾는 영화가 되길 기대해 보며..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를 추천해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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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내 찾아 삼만리속에 자아를 찾는 세남자
    from 북스강호의 알라딘서재 2010-04-09 16:00 
    봄마다 찾아드는 나른함을 한시름 떨쳐버리고자 아무 생각없이 선택한 자막이 필요없는 우리 코메디물.. 사실, 이 영화 포스터에 나온 세 남자를 얼핏 보고서 그 유명한 외화중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가 생각났다. 이것도 그런식의 이야기인가.. 그런데, 눈에 다 익숙한 인물들인데 한명이 낯설다. 그런데, 자세히보니 전작 <똥파리>에서 걸죽한 욕설 입담을 연실 내뱉으며 밑바닥 인생을 제대로 보여준 배우이자 그 영화 감독인 '양익준'이라
  2. 섹스돌과 인간 관계의 새로운 고찰?
    from 북스강호의 알라딘서재 2010-04-11 19:38 
    이 영화가 나오기전부터 아니 홍보를 할때부터.. 딱 오르는 생각은 바로 그것.. '배두나밖에 없지.. 저런 역을 누가 감히 소화하겠어.." 그렇다. 배두나 그녀가 바로 인형처럼 때로는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살아있는 공기 인형이었다. 그래서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소재이자 아니 일본 문화의 개방으로 이런 성인용품이 수없이 들어와 있다지만.. 일본 성문화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바로 '섹스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그런데, 오롯이 섹스돌만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 조지 오웰(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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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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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ookstory.kr



◆ 서평단 모집기간 : 2010년 3월 31일 수요일 ~ 2010년 4월 6일 화요일
◆ 모집인원 : 10명
◆ 서평단 발표일 : 2010년 4월 7일 수요일 (북스토리 홈페이지 -> 서평마을 -> 서평단 공지사항 참조)
◆ 서평작성마감일 : 2010년 4월 24일 토요일 (책수령후 평균 2주 이내)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삼우반) / 조지 오웰(저자)

노숙자와 부랑자, 접시닦이 등 사회 최하층 사람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조지 오웰의 자전적 소설. 1928년부터 1932년까지 겪은 밑바닥 체험을 바탕으로 쓴 첫 작품으로, 무명이었던 오웰이 작가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오웰은 파리 뒷골목의 싸구려 여인숙에 머물며 경험했던 접시닦이 생활, 그리고 런던의 부랑자 생활 등을 사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나간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당시의 억압 체제도 강렬하게 고발하고 있다.


◆ 참가방법
1.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먼저 해주십시오.
2.서평단 가입 게시판에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서평단 신청합니다."라고 써주시고 간단한 서평단 가입의도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3.자신의 블로그에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스크랩(복사, 카피)해서 꼭 올려주세요.
4. 자세한 사항은 북스토리 서평단 선정 가이드를 참고하십시오.

◆ 문의 : 궁금하신 점은 메일로 주시거나 북스토리 고객 게시판을 통하여 질문해 주시면 빠르게 답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lovebook@booksto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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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타인의 얼굴>이라는 제목부터 주는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보통 얼굴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자신의 거울이자 타인과 소통하는 첫번째 연결 통로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즉, 우리가 첫인상을 대하듯이 말이다. 바로 이런 얼굴에 대한 주제를 다룬 이야기 <타인의 얼굴>은 바로 '일본의 카프카'라 불리우는 '아베 고보'가 1960년대 썼던 이른바 '실종 삼부작' 시리즈중 두번째 작품이다. 첫번째 작품은 그를 유명한 작가 반열에 오르게 한 대표작 <모래의 여자>이고 세번째 작품은 <불타버린 지도>다. 

여기 두번째 실종을 다룬 문제작 <타인의 얼굴>.. 여기서 말하는 실종은 형체적 의미로 눈에 안보이는 실종이 아닌 인간 존재에 관한 즉, 형이상학적인 실존의 상실 문제를 다룬 이야기다. 그래서 사실 쉽지 않다. 일반 소설처럼 대화체가 드물고 오로지 자신과의 이야기를 무수히 나누고 성찰하며 수기형식으로 쓴 그런 소설이다. 그러다보니 읽는 내내 우리 영화 올드보이를 보듯이 그가 외친 "넌 누구냐?"에서 주체가 바뀌어 "난 누구냐?"의 계속된 물음의 반복속에 펼쳐지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런 마음속 싸움에는 바로 기존 얼굴의 나와 가면을 쓴 얼굴의 나가 존재하며 그 둘의 존재감속에 인간이 어떻게 실존해 가는 문제를 던진 이야기다. 먼저,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첫 이야기부터 주인공은 읽는이 '당신'을 끌어들인다. 자신의 아지트로 들어와서 자신의 '수기'를 읽어보라면서.. 그가 세권의 노트에 남긴 검은색, 흰색, 회색표지로 구분해 놓고 그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먼저, 자신의 아지트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액체질소 폭발로 맨 얼굴을 잃어버린 남자 주인공 '나'.. 이름도 없이 독특하다. 그는 그렇게 일그러지고 망가져서 어찌보면 그로테스크한 얼굴로 살아가는 자신이 원망스렀다. 아니 원망보다는 어떤 의지의 발견을 하게 된다. 이대로 물러 설 수는 없기에.. 그는 자신의 얼굴을 찾아야하는 일념과 인간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 '자신의 얼굴'을 대체할 '타인의 얼굴' 즉 '가면'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이야기의 전체 구도상 절반 이상은 다른 얼굴의 선택 과정에 대한 기술을 통해서 인공적으로 가면 만들기 계획의 착수과정.. 이런 과정에서 과학적이고 디테일한 성형기법과 심지어 수학 공식까지 나오며 읽는이로 하여금 머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그러면서 원하던 얼굴형의 가면을 10만엔을 줘서 사고 그 얼굴의 주형을 떠서 가면을 완성해서 착용하기까지 과정과 심경의 변화에 대한 기록이 또 펼쳐지는데 주인공 '나'의 세밀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렇게 완성된 타인의 얼굴 '가면'을 얻고 나서부터 그는 새로운 '나'로 탄생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거리를 활보하는등 마음껏 주위를 돌아다니지만 어느 순간 이 또한 무서운 결과에 직면한다. 이렇게 자신의 얼굴과 분리된 나는 새로운 갈등에 빠진 것이다. 가면을 쓰기전 붕대를 한 복면과 가면을 쓴 얼굴, 그리고 과거의 맨 얼굴이 삼각관계를 이루며 그는 가면이 갖고 있는 이면의 '파괴본능'에 눈을 뜨고 공기권총까지 사면서 자신의 아내를 유혹하기에 이른다.

결국, 가면의 얼굴을 쓴채 아내를 유혹하며 그둘은 밀회를 수차례 나눈다. 그러는 사이 주인공 '나'는 가면이 아내를 유혹하자 타인에게 아내를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질투를 하고, 몸을 허용한 아내에 대해서 단죄할 것을 결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주인공 남자 '나'의  중심 이야기고, 결국 수기까지 쓰게 된 동기이자 읽는이 당신을 끌어들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과연, 주인공 '나'는 가면을 통해서 만난 아내를 단죄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아내는 정작 가면속의 남자를 몰랐던 것일까.. 그런 과정속에 그려진 주인공 '나'와 아내의 관계속에서 또한 자신의 욕망의 충족이 '치한적 행위'로 치부되고 언제든 가면을 통해서 잠재적 치한이 될 수도 있는 역설적 상황까지 그려내며 자신의 타자성까지 담고 있다.   
 
이렇게 <타인의 얼굴>은 독특하다. 노트 형식의 수기를 쓰듯이 특이한 구성을 지녔고 그런 이야기는 평이한 수준이 아닌 맨얼굴의 나 시절과 화상을 입고 일그러져 붕대로 가려진 얼굴, 그리고 이 두 얼굴을 모두 가려버린 새로운 가면의 얼굴 즉, '또 하나의 얼굴'.. 이렇게 구도속에 주인공 남자 '나'는 끊임없이 반문하고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나중에는 그런 이면에 숨은 결과물에 소외돼 분노하는등.. 독특한 수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 작품이다.

그래서 조금은 난해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주로 맞닥뜨린 인간의 상실과 소외문제 즉, 실존에 관한 이야기는 '타인의 얼굴'이라는 소재가 '가면'으로 투영돼 '내 안의 숨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과정을 심도있게 그려냈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얼굴로 대치된 '가면'이라는 소재속에 '변신'이라는 모티브로 발전시켜 인간 존재의 소외와 불안을 다룬 우리시대 도시민의 자화상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즉, 누구나 자신의 얼굴을 직접 못보고 거울을 통해서 비쳐진 모습만을 우리가 보듯이.. 내안의 숨은 또다른 나의 발견을 타인의 얼굴인 '가면'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며 인간 실존의 문제를 다루고, 그것은 어찌보면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꾀한 도발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도발은 쉽게 되지 않고 또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래서 인간 실존 문제가 어려운게 아닌가 싶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처럼 말이다.

ps : 읽는 내내 가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디테일함에 생각난 영화가 있었다. 바로 오우삼 감독의 97년작 <페이스 오프>.. 당시 이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트라볼타의 얼굴이 체인지되는 소재와 액션으로 흥행에 크게 성공했는데.. 바로 오우삼 감독은 아베 고보의 이 작품 <타인의 얼굴>을 읽고서 영감을 받았고.. 그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흥행에 성공한 것이라며 고백했다고 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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