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도서 사이트에서 문학부문에 있어 가장 많이 홍보하고 있는 책중에 하나가 있다. 매일 매일 들르다보니 안 살수 없는 이상한 의무감마저 드는게 사실이다. 바로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다. 이 작품은 200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헤르타 뮐러'의 대표 장편소설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대표작이라니 어찌 안 읽을 쏘냐..ㅎ

그러면서 켵가지로 <숨그네>를 온라인에서 사기전에 오프 서점에 가서 책을 둘러보다 우연찮게 발견한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의 대표작 <황금 물고기>..작품은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라 불리는 르 클레지오의 대표작으로 한 소녀의 눈부신 성장기를 그리며 출간당시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작품이다. 책은 최신판이 아닌 버전이지만 독자들이 오랫동안 봐온 책으로 8,000원에 업어왔다.

그리고,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말고 또 다른 대표작이 <저지대>가 있는 것을 알고서.. <황금물고기>와 같이 오프에서 <저지대>를 도서상품권으로 컬렉.. 이 작품은 헤르타 뮐러의 데뷔작으로 루마니아 출간 당시 검열된 부분을 완벽히 복원한 무삭제 원본판으로 외지고 황량한 삶의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 그 음울함을 아름다운 시적 언어와 진솔한 산문으로 삶의 풍경을 그려냈다는 평이다.

이렇게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사기 위해서 같이 구하게 된 <황금물고기>와 <저지대>.. 특히 <숨그네>는 최신판 양장본으로 책 속지에 저자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고 위처럼 '헤르타 뮐러에게 다가가기'로 해서 그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문과 작품 세계가 소개되어 있는 보너스 북까지.. 인팍에서 소멸되는 포인트로 해서 컬렉했다. 

우선, <숨그네>의 내용은 이차대전 후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열일곱 살 독일 소년의 삶을 충격적이고 강렬한 시적 언어로 그려내며  헤르타 뮐러는 철저히 비인간화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삶의 한 현장을 섬뜩하면서도 아름답게 포착했다는 소개다. 그것은 바로 인간성이 사라진 극단의 땅으로의 추방, 숨막히는 공포와 불안에 맞선 신비로운 시적 언어의 예술이라는 극찬인데.. 어떨지 모르겠다.

암튼, <숨그네>를 사기 위해서 오프에서 같이 구한 두편의 노벨 문학상 작품들까지.. 당장 읽고 싶은 마음이지만 지금은 다른 책 서평 관계로 못 읽고.. 따스한 봄 햇살과 봄 기운이 만발하는 5월에 세편의 문학의 진수를 만날 생각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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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에 볼 우리 영화 '베스크셀러'와 '작은연못'
작은 연못 - A Little Pon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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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전쟁은 어느 나라든 그것이 남긴 참상과 상흔의 아픔이 있게 마련이고 시대가 흘러도 고스란히 남는 법이다. 우리도 이런 전쟁의 상흔이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지며 충무로의 내노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노캐런티로 제작진과 의기투합하며 탄생시킨 영화 <작은 연못>.. 아니 영원히 잊혀질뻔한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한편에 담겨졌으니 이 영화를 보는내내 가슴이 먹먹해지고 내 심연에 깔린 불편한 마음에 몸둘 바를 몰랐던 영화라 자평한다.

이 영화는 바로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던 시절 어느 7월 한 마을의 주민들이 미군에게 집단 사살당한 ’노근리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정확히 좀더 알아보면은 이렇다. 노근리 사건은 1950년 7월 6.25 전쟁 중에 남하하던 피난민에 대한 미군의 무차별 폭격 사건으로 수백 여명의 민간인 중 25명만의 생존자를 남긴 사건이다.

하지만 한미 양국 사이에 50년간 부정됐던 사건은 1999년 AP통신의 기자들에 의해 최초 보도가 이루어져 2000년 한국인 최상훈 기자를 포함해 퓰리처상 ’탐사 보도 부문’을 수상했으며 2002년 영국 BBC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며 본격적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가해자들의 은폐로 오랫동안 덮여 있었지만 1994년에 살아남은 주민이 저서를 출판하면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먼저, 영화는 처음부터 고즈넉하고 목가적인 어느 산골마을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렇게 그들은 순박하게 살아가는 산촌마을 사람들이다. 6.25가 발발했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설마 여기까지 누가 들어오랴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날 미군이 이 지역을 전투지역으로 선포하고 피난을 가라하는데.. 이때부터 마을 주민들은 피난길에 오르고 마을에서 떨어진 산기슭에 칩거한다.

하지만 이곳도 빨치산 근거지라며 또다시 내몰려 피난을 간다. 그 피난의 여정은 산골 삶의 고단함을 보여주듯 힘들기만 한데.. 그러던중 그들은 어느 철도가에서 미군들에게 잡혀 움직이지 못하고 영문도 모르채 방치되게 되는데.. 이때 갑자기 하늘에 전투기가 뜨더니 그들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한 것이다. 미군측에서 어떤 피난민도 전선을 넘지 말게 하라며 모두 죽이라는 명령..

총탄이 빗발치며 수많은 주민들이 쓰러져 죽어간다. 그런 참상의 비주얼은 보는이는 하여금 울분과 먹먹함을 주기에 충분했고.. 그런 총탄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느 굴다리 밑으로 숨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은 그들의 마지막 삶의 현장이었다. 며칠을 버텼지만 빠져나간 이는 빠져나간대로.. 못빠져 나온이는 그 안에서 빗발치는 총탄에 몰살을 당한다. 아...........

이렇게 영화는 노근리 주민의 고달픈 피난민 여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며 6.25 전쟁당시 미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만행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렇게 총탄에 죽어가는 피난민들과 여기저기서 울어대는 아기들을 보며 울분과 한숨의 광분이 묻어나는 내내 시쳇말로 미군 개새끼들이 자연스러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죽어나간 수백명의 사람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은 그해 가을 마을에서 터전을 잡고 살지만 예전처럼 목가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으니.. 살아남은 어린이들을 통해서 그들의 상흔을 씻어내듯이 동요를 부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사실, 영화의 런닝타임은 1시간 반이 안 될 정도로 짧다. 하지만 전쟁이 주는 참상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담아냈고 충무로에서 아니 우리에게 익숙한 수십명의 영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가운데 그런 전쟁의 상흔속에 피난민들의 여정을 잘 보여주었다. 물론, 그런 학살의 현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차마 어떻게 입으로 담으랴.. 하마터면 잊혀질뻔해 철저히 가려진 미군에 의해 자행된 수백명의 학살 사건이 왜 이제서야 아니 진작에 못나왔던 것일까..

그런 화두로 우리도 이렇게 전쟁중에 벌어진 숨겨진 참상의 진실을 과감히 밝히기 위해서 영화 제작 과정에서 투자를 받고 뜻있는 충무로의 대표 배우들과 스탭진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어내며 열정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영화 <작은 연못>..그것은 바로 이유도 모른채 가족과 이웃을 잊고 쓰러져 가야만했던 노근리 주민들의 참혹한 생존 드라마로 그려냈고..

운 나쁜 소수의 비극으로 치부되던 왜곡된 전쟁의 참상을 객관적인 시선과 따뜻한 감성으로 담아내고 있는 한편의 다큐적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아니 이제는 잊혀진 전쟁이고 세대라지만 꼭 봐야하지 않을까.. 그것은 우리의 가슴속 깊이 내재된 6.25 전쟁이 준 상흔들의 편린을 끄집어내는 도정이자 의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의 제작과 출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영원히 잊지말자 그 전쟁의 상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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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표지의 그림부터 심상치 않은 책.. 서양의 어느 군주가 M16 소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라니.. 더군다나 책 제목 '어느 완벽한 2개 국어 사용자의 죽음'이라는 길고도 괴이한 제목..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이럴까.. 우선 이 책은 yes24 리뷰어클럽에서 서평단 지원으로 받은 책이다. 표지 앞의 그림과 특이한 제목에 단박에 이끌려 지원하게 됐는데.. 오늘 받아보니 책도 가벼운 양장본에 읽기도 좋다.

우선, 표지를 통해서 책 설명을 보면은.. 벨기에의 젊은 작가이자 '앙팡 테리블' 토마 귄지그(Thomas Gunzig)의 첫 장편소설로 벨기에 최고 권위 빅토르 로셀 상 수상작이다. 전쟁마저도 협찬 받아서 하는 이 더러운 세상에 티브이 쇼처럼 중계되는 전쟁, 다국적 기업의 로고가 새겨진 군복, 시청률 쟁탈을 위해 벌어지는 가짜 전투.. 그리고 인기 여가수를 암살하려는 비밀 업무와 법도 신념도 없는 세상에 생존 본능만 남은 인간들의 핏빛 '무한 버라이어티 쇼'가 펼쳐진다는 소개다.

이렇게 기이하면서도 독특한 설정의 소설은 작가 특유의 능청맞은 입담과 냉혹한 유머, 기발한 상상력이 어우려져 번뜩이는 기지가 가득한 작품이라는 평가다. 과연, 젊은 작가 토마 귄지그는 어떻게 이런 책을 쓰게 된 것일까..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지금 읽고 있는 <보이니치 코드> 다음으로 읽을 참이다. 그리고 작가 스스로 자신의 이책에 대해서 이렇게 평하고 있다.

"「어느 완벽한 2개 국어 사용자의 죽음」은 사실주의 소설도, 환상소설도 아니다. 이 소설에 마법이라든가 초현실적인 요소는 전무하다. 오히려 이 소설은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만 시공간이 '지금-여기'와 다를 뿐이다. 나는 이 소설을 곧 닥쳐올 미래에 우리가 살게 될 세상을 그린, 사실적인 풍자소설이라 부르고 싶다." - 토마 귄지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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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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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마치 무슨 로맨스 소설같은 느낌이다. 많이 봐온 것처럼 '무슨 무엇의 여자' 뭐.. '위기의 여자', '바람의 여자', '남자의 여자'등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로맨스가 아니다. 아니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모래 구덩이속에서 어느 정도 러브를 했으니 로맨스로 봐야할까.. 그렇지만 로맨스로 볼 수는 없다. 그 모래 구덩이속에 갇힌 두 남녀의 이야기는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각종 일들과 그 상황에 대한 인식의 문제에서 비롯된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다루었으니.. 바로 '일본의 카프카'라 불리는 아베 코보의 1962년 대표작 <모래의 여자>다. 더군다나 1964년 영화로도 나와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먼저, <타인의 얼굴>을 통해서 얼굴을 잃은 남자 주인공이 '가면'을 통해서 끝없는 철학적 수사로 인간 실존 문제의 고찰을 다루었다면.. 이 작품은 바로 모래속에 갇힌 두 남녀를 통한 인간 실존 문제를 다루었다. 역시 아베 코보답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먼저,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첫 장부터 어느 한 남자가 행방불명돼 실종된지 7년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스포일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찾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렇게 결과를 알고서 읽게된다는 점을 밝힌다.

이 남자는 학교 선생님으로 모래뻘이 많은 사구로 곤충채집을 어느 날 홀연히 떠난다. 4박 5일의 일정으로.. 하지만 그는 이 짧은 채집 여행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지도에도 안나올 법한 한적한 시골마을 아니 모래 부락이 형성된 마을에 도착한다.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나름 환대를 받고 칩거에 들어간다. 의식주를 해결해줄 한 모래 구덩이 속으로 노인을 따라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그런데, 이 구덩이속에 어느 한 여자가 있다. 이제부터 그 여자와 지내야 한다. 뭐하면서 바로 모래를 계속 파는 일이다.

모래를 파내지 않으면 부락이 사라질 위기때문에 365일 모래를 계속 파야한다. 바로 남자는 모래 부역으로 시달리게 된다. 그러면서 이제는 떠나야겠다고 하지만 그는 떠나지 못한다. 위에서 그를 끄집어 내지 않는다. 바로 감금된 순간으로 그녀와 함께 말이다. 그때부터 남자는 앙앙불락되며 빼달라 하지만 공허한 외침뿐 여자도 포기하라 한다. 그럼 그녀도 감금된 것일까.. 사실, 그런것은 아니다. 이 부락에서 나고 자란 여자지만 모래 부역으로 연명하며 하루 하루 지내는 그런 여자다. 그런데 무언가 비밀스런 분위기가 감지되는 여자이긴 하다.

결국, 남자는 갇힌 공간에서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실존 문제를 야기시키고 모종의 합의하에 여자와 러브하기에 이른다. 어찌보면 한두달 넘게 그 한정된 공간에서 남녀가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성욕이 일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렇게 여자를 안심시켜놓고 이제부터 탈출을 계획한다. 바로 빠삐용이 되는 순간이다. 물론,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다시 잡히고 모래 구덩이속에 다시 갇히고 만다. 앙앙불락하기에도 이제는 지친다. 세월이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난다. 이제는 여자가 임신 말기로 아기가 태어나는 문제로 구덩이에서 올라간다. 남자만 남겨둔채..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도주는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라고..

그렇다면 그는 그곳 생활에 적응한 것일까.. 이렇게 이야기내내 모래가 전면을 휘감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계속 텁텁한 기분을 자아내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더군다나 내용도 어찌보면 황당무계하지만 무언가 의미심장한 메세지가 있다. 즉, 모래 구덩이속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상황 연출과 그런 상황에서 끝없이 벌이는 자기 고찰과 여자의 대화속에 뭍어나는 인간 자유을 향한 몸부림과 의지의 표출등.. 이래저래 문학적 수사등이 전면에 배치되 읽는 이로 하여금 가벼운 소설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그것이 바로 '아베 코보'의 역량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바로 제목처럼 모래의 전문가답게 과학적, 광물적 분석뒤에 직경 1/8mm의 '유동하는 모래의 법칙'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법칙은 바로 모래가 인도하는 절대적인 세계의 구현으로 투영시켜 사구의 모래 구멍에 갇힌 남자의 세상을 향한 이야기들.. 그속에서 모래 구덩이가 주는 절대적인 단절과 폭력으로 점철된 복종과 수용까지.. 그래서 여기서 나오는 이상한 모래 부락은 마치 우리 영화 <시실리 2km>에 나오는 마을 주민들과도 비슷한 양태를 보이며 그 남자를 단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단죄의 과정은 모래 구멍 속 세계를 통해서 표출했고, 그런 모습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이 없는 공간으로 인식돼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또 따른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 세계속에서 여기 남자 주인공처럼 늘 몸부림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을 반영하듯 말이다. 이래서 문학이 쉬운게 아닌가 보다. 단순히 모래 구덩이속에서 탈출기를 그린 남자의 추리적 이야기가 아닌 문학적 성과가 주는 메세지가 이런게 아닌가 싶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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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 Bestsell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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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느 정도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 해결이 안되는 문제들과 미궁에 빠진 사건들.. 우리네 일상사에서 가끔씩 나오는 사건들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가 꽤 많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현대 사회에서는 책과 드라마, 영화로 많이 표출되며 사람들의 두뇌를 적잖이 자극하고 있다. 여기 이 한편의 영화도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했으니 과연 어떤 자극을 주었을지 기대하며 본 <베스트셀러>.. 먼저 줄거리는 간단히 소개해 보면 이렇다.

10여 년간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군림해온 백희수(엄정화).. 발표한 신작 소설이 한 공모전의 심사위원 당시 심사를 맡았던 작품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게 된 희수는, 하루 아침에 사회적 명성을 잃고, 결혼생활마저 순탄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2년 동안 창작할 수 없는 지경에 빠져 있던 희수는 오랜 친구인 출판사 편집장의 권유로 화려한 재기를 꿈꾸며 딸 연희와 함께 시골의 외딴 별장으로 내려간다.

그들이 찾아간 별장.. 그 곳은 굳게 잠겨 있는 2층의 구석방, 간헐적으로 집안 전체를 울리는 기괴한 진공소리, 작업실 천정에 점차 번져가는 검은 곰팡이 등 왠지 모를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고 연희는 “언니”라고 불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창작에 목말라 있던 희수는 점차 연희가 들려주는 별장에서 벌어졌던 섬뜩한 이야기에 집착하고, 결국 그 이야기를 소설로 완성시킨다. 그리고 다시 한번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서며 재기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런 재기에 성공을 가져다준 <심연>이라는 작품도 이미 10년전에 발표된 작품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빠지며 그녀는 또다시 궁지에 몰린다. 그러면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급기야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그는 자기 자신을 계속 합리화시킨다. 난 그 책을 본적이 없다면서.. 그러면서 결국 그녀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생각에 그 별장을 다시 찾아가 증거를 찾기 시작한다. 바로 소설가에서 탐정으로 변모하는 시점이다.

이렇게 영화는 두번의 표절로 풍비박산이 날 지경에 빠진 인기 여류 작가가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낸 미스터리물이다. 그런데, 이런 비주얼은 전반과 후반을 나누어보면 전반은 어느 시골마을의 한적한 호숫가에 자리잡은 스산한 별장에서 작가의 창작의 고통을 그려내며 딸 연희를 통해서 글을 쓰게된 과정을 그려냈다. 그런 과정속에 어느 이상한 중년 여자의 출현과 집안에서 풍기는 괴이한 소리와 분위기 바로 '하우스 호러'답게 적절한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별장에서 써낸 작품이 표절로 밝혀지자 그녀는 더욱더 미쳐가며 이 별장에서 증거찾기에 열을 올린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 그런데, 그 사건의 진실은 보통 미스터리물에서 많이 바온 그림이 아닐까 싶다. 소설의 내용처럼 동네의 예쁜 처자가 실종돼서 살해된 사건과 그 속에서는 항상 마을 청년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마을 청년들은 그런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또 다른 살인이 벌어지고.. 억울하게 죽은 처자는 환영으로 주인공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고.. 주인공은 그런 메세지를 받아 억울한 원혼을 달래주는 것이고.. 결국, 후반부는 이렇게 보통 많이 봐온 '하우스 미스터리'가 갖고 있는 클리셰를 많이 따온 느낌이다. 그래서 새롭거나 특이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엄정화의 열연은 돋보였고, 특히 죽은 처자보다 극중 백희수가 창작의 고통으로 초췌한 모습의 블랙 아이쉐도우 눈빛이 더 무섭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항상 주인공 딸은 꼭 이런 외딸 별장에 오면 혼자놀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여자와 꼭 대화를 나눈다는거.. ㅎ
그리고 그 대화는 주인공에게 투시되고 그런 비주얼과 분위기는 음산한 하우스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스릴러적 호러를 자아내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나름 잘 표출했지만 이 집에 얽힌 사건의 진실은 사실 많이 바온 거라 새롭지 않다. 마치 2003년작 <장화홍련>처럼 말이다. ㅎ

암튼, 이런류의 미스터리물들은 꼭 동네 청년들이 문제라는거.. 그런 순진한 처자를 말이야.. 이넘들.. 그리고 이런 동네 청년들을 감싸는 어느 세력과 마지막에 그런 사투에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죽음들과 마지막 반전을 그리려는 모습까지.. 이래저래 간만에 본 미스터리물이라 나름 괜찮았지만 두시간 가까운동안 후반 1시간은 미스터리적 요소보다는 액션이 가미된 사건진행의 결과물로 마무리한 느낌이다.

과연, 그 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고, 여작가가 써낸 작품의 처자는 왜 죽은 것일까.. 그리고 그 처자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의문이 들지만 사실 후반부터는 긴장감대신 범인들이 밝혀진 그림으로 일관한 사투만이 있을뿐.. 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은 여기 인기 여작가는 왜 그런 소설을 써야만 했던 것일까.. 어찌보면 그녀는 표절이라는 단죄와 환영이라는 몽상속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그녀의 눈웃음처럼 말이다.

ps : 추노의 곽한섬역 조진웅과 노비당 공스나의 친구역 출연에 반가웠다. 조진웅이 그런 동네 청년역 아주 딱이었다는.. 그리고 이번이 데뷔작인 이 영화의 젊은 감독 이정호씨는 추리소설을 아주 좋아하며 한때는 '히가시노 게이고'에 빠져지냈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서 많이 봐온 그림들이었구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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