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완벽한 2개국어 사용자의 죽음
토마 귄지그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은 이말부터 해야겠다. 이번에도 인간의 실존 문제였단 말인가..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일본의 카프카'라 불리는 '아베 고보'의 대표작인 얼굴을 잃고 가면을 통해서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다룬 <타인의 얼굴>과 모래 구덩이속에 갇히며 한정된 공간속에서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다룬 <모래의 여자>까지 읽고나서.. 접하게된 벨기에 소설이자 젊은 작가 '앙팡 테리블' 토마 귄지그의 첫 장편소설 <어느 완벽한 2개 국어 사용자의 죽음>..

사실 다 읽고 나서 마지막 뜬금없는 결말에 허탈해하며 도대체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한참을 생각해냈다. 더군다 저 긴 제목이 주는 의미는 아직도 내 머리를 헛갈리게 하고 있는데.. 분명 여기 주인공은 분명 2개 국어 사용자도 아니고 그런 2개 국어 사용자가 나오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저런 제목을 지은 것일까.. 그리고, 도대체 누가 죽었다는 것인지.. 저 제목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 내용일까.. 간단히 내용을 소개해 보면 이렇다.

우선, 여기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화자로써 '나'로 대신하며 전면에 나선다. 그러면서 시대는 1970년대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40년전의 상황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세계는 어찌보면 가상의 세계로 전쟁으로 쇼를 하고 폭력과 자본이 결합돼 사람을 현혹시키는 미디어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 속에서 주인공 '나'는 그 세계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즉물적으로 합세하며 삶을 영위하려 한다. 먼저, 그는 초반부터 뜻하지 않게 아니 배고픔에 살인 청탁을 받아 어느 한 사람을 죽인다.

그러면서 살인 청탁을 사주한 사람과 의기투합하게 되고 그의 주변 인물들과 관계 설정이 블랙 유머스럽게 펼쳐진다. 그런데, 주변 인물들이 좀 독특하고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는게 어찌보면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주변이 아닌 각각의 주인공으로 나름의 삶을 영위한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꼬여만간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건에 휘말리고 사람이 죽어나가는등.. 불행의 연속이다. 바로 화자인 '나'가 그런 케이스로 또 다시 살인 청탁을 받아 전쟁쇼를 감행하는 미디어에 경호 군인으로 잠입해서 인기 상승중인 인기 여가수 '카롤린'을 죽여야 하는 상황.. 참 어이없지만 그에게는 목숨이 달린 문제였다.

처음 그를 배고픔에서 구해주며 청탁 살해를 지시한 '모크타르' 형님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그의 여동생 '수지'는 이미 매춘등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고.. 이렇게 중반이후 그 거대 미디어가 주관하는 전쟁쇼에 이들이 경호 군인으로 참관하며 티브이 쇼처럼 중계되는 전쟁과 시청률 쟁탈을 위해 벌이는 가짜 전투까지 펼져지며 우리시대 미디어의 헛된 욕망을 바로 투영시켜 그렸다.

결국, 주인공 '나'는 자신의 임무대로 인기 여가수 '카롤린'을 죽였을까.. 아니면 그녀와 함께 꿈같은 사랑을 했을까.. 또 '나'를 위시한 주변 인물들은 미디어가 주관한 세계에서 어떻게들 살아남았을까.. 궁금하지만 읽을 독자분들을 위해서 남겨둔다. 이렇게 소설은 앞 표지의 그림처럼 어느 군주가 M16 소총을 들고 있듯이 미디어가 주관하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속에 내몰린 한 인간의 생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묵직하면서 진중하게 전달하는게 아니라.. 잊을만하면 육두문자를 써가며 자조 섞인 조롱과 해학, 때로는 우수에 찬 블랙 유머를 남발하며 읽은이로 하여금 웃음의 또다른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70년생 젊은 작가 '귄지그식'의 입담이 한 몫 한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그렇게 블랙 유머만이 점철된 이야기는 아니다. 때로는 진중한 맛을 뿌리며 특히 중반 이후에는 주인공 '나'가 전쟁쇼를 수행하는 중에 폭발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에서 군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때부터 바로 '나'의 의식 세계를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며 의식의 저편으로 그의 문제의식을 안내하고 있다.
이런 문제 의식의 이야기 속에는 화자 '나'뿐만이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도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같이 사랑에 목말라 하지만 그런 사랑은 어찌보면 자기도취적 발호의 허울일뿐 주고 베푸는 사랑이 아닌 어찌보면 상품화된 사랑에 놓인 존재들로서 바로 여기 미디어로 전쟁 쇼를 하듯이 양태는 같아 보인다.

암튼, 읽는 내내 스피드하고 블랙 유머스런 내용에 코웃음을 치며 재밌게 읽어내려간 소설이었는데 중반 이후에는 초반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급우울함이 암습해져오고.. 결국 '나'라는 인물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제목처럼 두 언어, 두 문화, 미디어 안의 세상과 밖의 세상 두 진지에 사이에 놓여 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회색인간'의 자화상으로서..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소속당해져 사는 아무런 인식과 희망도 없이.. 그런 저런 인간으로서 반항하지 않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방어만이 있을뿐.. 오직 흐릿한 기억만을 간직한채 살아가는 이방인은 아니었을까.. 그것은 마치 어찌보면 세상을 관조하듯 보이지만 그만의 삶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여기 마지막 대사처럼 말이다. "괜찮아. 심각할 것 전혀 없어. 그래, 별거 아니야."

결국, 이 책 제목의 키포인트인 '2개 국어 사용자'는 아마도 위의 해석처럼 독특한 인간 실존 문제 특히 어디에도 속하지못한 자조적인 '회색인간'의 자화상을 그려낸 이야기라 본다. 하지만 제목 자체가 아직도 주는 그 의문스러움은 여러가지 함축성과 다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며.. 그것은 작품을 읽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자신만의 세계로 인도하는 작가의 역량이자 교묘하게 덫을 놓은 장치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런 서평에는 답이 없듯이 나중에 읽어 보실 분들에게 이 책을 감히 권하며.. 

여기 주인공 화자인 '나'가 추구했던 삶은 어떤 것이었는지 자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주 '알라딘 신간서평단' 문학 A조로 세번째 배달된 책은 저번처럼 두권이다. 한권은 여성작가 김숨의 <물>과 이성길의 역사소설 <숨비소리>다. 먼저 김숨의 <물>은 조금은 특이한 이름의 작가인데 무슨 내용일까.. 제목이 주는것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물'을 소재로 쓴 이야기인것 같다.

그런데, 단순 물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안에 들어와 있는 '물'에 대한 일상다반사 같은 이야기?일까.. 대충보니 안의 내용도 에세이처럼 길지 않아 300 페이지가 안돼서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인것 같다. 과연 김숨이라는 여성 작가가 그려낸 우리와 호흡하는 '물'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또 하나는 제목 <숨비소리>만 가지고는 모르는 책이지만.. 위에 떡하니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이 적혀있기에 단박에 알 수 있다. 바로 '김만덕'의 일대기를 쓴 역사소설이다. 사실, 이렇게 역사적 인물류의 팩션 소설은 봇물터지듯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인물의 경우 드라마로 나오면 또 책이 나오고 아니면 책이 먼저 나오면 드라마로 나오고 하는식 말이다.

그래서, KBS에서 지금 방영중인 '거상 김만덕'도 주말에 놓칠때도 있지만 이미연이 나름 열연하고 있는지라 관심있게 지켜보는 드라마다. 그런데, 이렇게 운좋게 김만덕의 이야기를 읽게됐다. 여러 종류의 김만덕 역사 소설중에서 그래도 제일 낫다는 평가인데.. 과연, 제주사람 이성길 작가가 그려낸 제주 여자 김만덕의 이야기는 어떨지 기대해 본다.

암튼, 이렇게 또 두권의 신간을 받았는데 서평 마감이 5/2(일)까지이다. 지금 서평할 책이 있는지라 읽고 있는 "..2개국어.." 다음에 '소현'을 읽고 그 다음 '연수영' 읽고 그 다음에 이번에 받은 '숨비소리'까지 역사소설 3종 세트로 다음 주까지 달릴 예정이다. 물론, 그 사이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4주
허트 로커 - The Hurt Lock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임스 카메론의 전 부인이자 영화적 동료였다는 '캐서린 비글로우'.. 아카데미 역사상 여성 감독 최초로 감독상을 2010년에 수상하며 단박에 이목을 끌어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고 영화까지 작품상을 수상하며 각본상, 음향상, 편집상, 음향효과상까지 6개 부문을 석권한 저예산 전쟁영화 <허트 로커>.. 얼마난 대단한 작품이길래 아바타를 제치고 탄 것일까.. SF적 재미로 충만한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타기가 어렵다는 불문율을 깨기가 역시나 어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역시 전쟁 영화같이 작품적 메시지가 있는 영화가 우선은 어필이 돼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이번에 작품상을 탄 <허트 로커>는 어떤 메시지를 담아내며 밀도감있게 또 심도있게 그렸던 것일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전쟁영화라면 총탄이 난무하고 여기저기 폭탄이 터지며 액션적 비주얼을 영화적 기법으로 덧칠해서 긴장감과 재미를 주면서 그런 흥행을 담보로 하는 전쟁 영화가 다수를 이루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작품상을 탄 <허트 로커>는 확실히 기존의 전쟁 영화와는 다르다. 어찌보면 얼마전 개봉한 <그린 존>과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이 영화가 더욱더 1인칭 시점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듯 핸드헬드 기법으로 다큐스럽게 만든 영화다. 그래서 상을 준 것일까.. 아마도 내 개인적인 생각에 이 영화는 전쟁이 주는 소재적 특수성때문에 한 몫한게 아닌가 싶다. 무수히 많은 전쟁 영화들이 무리를 짓는 군인들과 그속에서 펼쳐지는 액션적 전쟁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한마디로 폭발물 해체를 밥먹듯 하는 군인들의 살떨리는 현장을 종군 기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들의 고뇌를 그려낸 영화다.





그래서 보는이로 하여금 실제로 그곳에서 벌어지는 현장의 리얼리티를 살리며 긴장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마치 저 사제 폭판이 언제쯤 터질 것인가.. 해체 과정에서 터지지 않을까.. 혹시나 숨어있는 적이 언제쯤 총을 난사할지 모른다등.. '폭발'이 주는 파괴적 공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50kg가 넘는 방호복을 입고 실제 폭탄을 해체하는 이는 단 하나뿐.. 그 주인공은 이라크 바그다드에 뿌려진 각종 사제 폭탄들.. 말 그대로 부비트랩이 난무한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폭탄 제거에 일생을 마친 군인이다.

그래서 여기 주인공 '제임스(제레미 레너)'는 마치 1인칭 슈팅게임 FPS속에서 미션을 수행하듯 폭탄물 해체의 에피소드를 선보이며 열연을 펼쳤다. 이런 잔혹한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내무 생활에서는 악동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시가전에서 총기 오발로 동료 병사를 쐈던 그지만.. 군대내에서 무료함을 지금까지 수백 여개의 폭탄을 해체한 경력처럼 그런 폭탄 해체를 통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지도 모른다. 물론, 옆에서 지켜보는 동료들은 심장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심정이겠지만서도.. ㅎ

암튼, 이렇게 영화는 전쟁이라는 큰 주제에서 '폭발물 제거'라는 작은 소재를 끄집어내 그들의 일상을 좇듯 덧칠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재미적 요소는 떨어지지만 그들이 펼쳐낸 살떨리는 폭발물 제거라는 미션을 실행하는 자든 지켜보는 자든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그런 모습은 핸드 헬드 기법의 다큐적 모습으로 그려냈으니 더 생동감있지 않나 싶다. 특히나 마지막 씬은 나름 압권이었다. 해결할 줄 알았는데..

결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경력답게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비주얼과 메시지는 이게 아닐까 싶다. 보통의 전쟁영화가 보여주는 참상을 그려내기 보다는 폭발물과 긴장된 전쟁을 치르는 군인들의 공포와 긴장감에 초점을 맞춰 핸드헬드 기법으로 생생한 현장 그 자체를 전달해낸 역량에 있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영화 시작에 얘기한 것처럼 "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 같아서 종종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The rush of battle is often a potent and lethal addiction, for war is a drug)"

즉, '전쟁은 마약이다.'로 귀결되며 여기 폭발물 제거의 달인 '제임스'는 사실 생명 구조에 목숨을 거는 전쟁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그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 주는 스릴감 자체에 중독된 인물이고, 또 그렇게 그는 중독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폭발물 제거가 성공하든 못하든 그는 제대하는 그날까지 오늘도 내일도 보무도 당당하게 그렇게 또 일을 나서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그들의 일상이고 또 우리들이 처한 일상의 그림들이 아닌가 싶다. 마치 중독되어 가는 것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니치 코드>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 해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사실 이책을 처음 접했을때 무슨 무슨 코드식의 팩션류가 인기를 끌면서 이책도 공전의 히트를 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그런 <다빈치 코드>와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그것보다 이책은 보다 스페셜한 느낌으로 어찌보면 팩션 소설보다는 서양의 과학사 특히 15세기부터 꽃을 핀 천문학의 역사를 보는듯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일종의 과학서라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이 속에는 주인공이 스페인의 오래된 예수회 소속의 신부로서 서양 종교의 역사까지 나오니 과학사와 종교사가 버무려진 그렇게 가볍게 볼 책은 아니다. 

그런데, 저 '보이니치 코드'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사실 난 처음 들어봤다. 처음 듣다보니 이 책의 저자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허구가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책으로 보통 "보이니치 필사본(Voynich manuscript)"으로 일컫는다. 그래서 이책의 첫장부터 그것에 대한 소개 아니 이 책을 읽기 위해서 전반적으로 이 필사본에 대해서 지식이 필요한게 사실이다. 그래서 정리해 보면 이렇다.

'보이니치 필사본(Voynich manuscript)'
으로 알려진 이 책은 500년이나 된 것으로 양피지 원고로 된 240쪽에 달하며 텍스트의 단락 혹은 절을 짐작으로 구분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그 속에는 의학, 약초, 생물학, 천문학등에 관한 언급이 있는데 3만 5,000여개의 단어와 17만여개의 기호가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중요한 문제는 한마디로 규정하면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누가 만들었고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이 책은 예일대 희귀장서 도서관 MS-408 번호로 보관중인 희귀 도서다.

15세기 혹은 16세기경 중앙 유럽에서 쓰여진 것으로 사료되는 이 책은 난해한 그림과 해독할 수 없는 글과 함께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으며.. 당시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1576~1612 재위)가 영국의 점성가인 존 디(1527~1608)에게서 이 필사본을 금화 600더컷 이상을 지불해 구한 책이라 한다. 그후 황제는 필사본을 황제의 주치의에게 권했고 예수회 수도사에게 들어가며 1912년 폴란드 고서 수집상인 보이니치가 구매하며 지금의 이름으로 명칭되고 다시 도서관에 기증되기까지.. 이렇게 이 책은 코드가 주는 상징적 의미처럼 미궁에 빠져 있는 책이다.

그래서 이런 '보이니치 필사본'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나가는 이 소설은 스페인의 저자 '엔리케 호벤'의 이력(물리학박사, 천체물리학 연구소의 연구원)답게 서양 과학사와 역사적 씨줄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런 이야기의 중심은 역사 속 실제 인물들인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루돌프 2세와 그 황제를 보좌하며 친구였다는 덴마크가 낳은 최고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1546~1601)와 그 튀코의 애제자이자 동업자였던 독일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 그리고 케플러가 스승 튀코를 독살했다고 주장하며 길더 부부가 썼다던 <천체의 음모(Heavenly Intrigue)>까지.. 이 책의 중심에는 바로 이들이 있다. 

그래서 여기 주인공은 스페인의 오래된 수도원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청년신부 '엑토르'가 '보이니치 리스트'라는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미국의 우주학자 '존'과 신에 대한 믿음이 충실한 미모의 멕시코 여인 '후아나' 이들 셋이 '보이니치 필사본'의 숨은 의미를 찾아가는 긴 여정을 보여주며 그 필사본을 둘러싼 과학사적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기록장이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500페이지 훌쩍 넘을 정도로 조금은 장황하다.

즉, 보통의 300여페이지의 팩션들과는 다르게 16세기 서양 과학사를 풀어내며 당시 중요한 역할을 한 주요 천문학자들 튀코와 케플러등 일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면 자칫 루즈함과 버거움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튀코 브라헤의 죽음과 '보이니치 필사본'과의 관계등 고문서의 비밀과 관계된 그 이면에 숨은 역사속 천체 과학의 이야기들.. 그것은 예수회 신부를 주인공으로 하며 종교까지 아우른 앙상블다운 느낌이다.

이렇게 과학사와 천문학에 관한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에 부족하지는 않지만 실제 책 제목처럼 "보이니치 코드"의 진실을 파헤치는 모습은 그것들과 상충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것은 아직도 비밀의 문을 열지 못한 영구 미제로 남은 '보이니치 필사본'이 주는 신비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팩션 소설이 주는 스피드한 전개의 느낌이 아닌 서양 과학사를 접하며 풀어 써내려간 저자의 이력을 펼쳐보이며 그의 생각을 정리한 한편의 '보고서'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재미적 측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서양 과학사 특히 천체물리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는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다만 그쪽에 관심이 없다면 이 책은 그냥 과학사적 교과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웃집 남자 - The man next doo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래서 더 와닿는다. 와닿는 이유는 아마도 많이 봐온 일상속 그림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작 <우아한 세계>에서 리얼 조폭 노상무역을 하며 많이 알려진 '윤제문'이라는 배우.. <차우>에서는 백포수로 분연하며 코메디 연기에도 일가견을 보였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는 조폭이 아닌 그냥 평범한 역을 했는데 아니 평범하지 않다. 동네 복덕방 수준의 부동산 중개업이라면 모를까..

그는 그 부동산업으로 사람을 후리는 악덕 기질이 있는 캐릭으로 그만의 자본주의 의식이 팽배한 모습이다. 그런데, 낯설지 않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우리네 모습이다.
그는 돈많은 사모님과 땅을 보러 다니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대놓고 러브를 하고.. 젊은 처자를 하나 꼬불쳐두고 섹스를 즐기며 아내와는 사랑이 식어버린 30대 후반의 가장.. 가정을 위해서 아니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땅을 보러 달린다지만..

그는 삶에 찌들어 하면서도 자신의 스태미너에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시도때도 없이 섹스를 즐긴다. 그것도 리얼하게 말이다. 아마도 그런 분출이 자신의 욕망에 대한 투영일지도 모른다. 결국, 큰 리조트 매입건으로 난관에 부딪쳤을때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본 윤리대로 밀어부쳤다. 하지만 그 윤리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시작할려는 순간.. 그는 칼침을 맞는다. 자신의 생각처럼 아주 재수없게 말이다. 시작과 끝의 모습이다.

이렇게 영화는 <우아한 세계>에서 송강호가 그런 저런 조폭 세계에서 연명하며 가정을 위해서 희생하는 한 가장의 고뇌를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면.. <이웃집 남자>는 바로 윤제문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연기.. 30-40대들의 일상속 사회생활 의식과 성에 관한 표출로 여러가지 욕망의 양태등을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물론, 그도 가정을 위해서 달렸다지만.. 좀더 욕망적인 표출이 결국에는 화근이 되고 만 그런 이웃집 남자의 이야기.. 그래서 더 와닿기도 하면서도 씁쓸한 우리네 자화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