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평점 :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면서도 다 읽고 난 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책이 있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가 그런 책이다. 말하기 좋은 사람들의 편한 말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허나 자신의 인생은 어떠한가? 이소룡을 멘토로 삼으며 충무로 영화판을 전전하며 한 여자에 대한 순정만 가지고 살아가는 삼촌 권도운의 인생이 꼬여 가는 과정을 보게 된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 2'은 화자인 나.. 상구가 대학생이 된 이후의 모습부터 시작한다. 삼청교육대를 다녀 온 후 여전히 충무로 영화판에서 삼류 액션배우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삼촌과 대학생이 되어 운동권 여학생과의 조금은 서투른 첫사랑을 하게 되는 나 그리고 동천을 중심으로 지역 패권싸움에 자신도 모르게 이용되고 결국 감옥살이를 하게 되는 나의 친구 종태까지.... 어찌보면 7-80년대 옛날 영화에서 흔히 등장했던 데모, 깡패, 노동운동이야기와 더불어 세월이 흘러가는데로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느껴졌다.
삼촌의 우직하면서도 무모하리만큼 순수했던 순정이 받아들여지지만 살아온 인생 자체를 뒤집을 수 없는 여자 정원은 결국 배우란 자신의 이름을 버릴 수 없어 이류 애로배우로서의 삶을 살아도 영화판을 떠날 수 없다. 정원과의 재회와 애틋한 사랑의 결실은 이루어지는가 싶었는데 정원에 대한 남다른 앙심을 품은 여인에 의해 정원 자신과 삼촌의 인생 자체가 굴곡인 삶을 살게 된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하지만 예전에는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여 감옥에 가게 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 삼촌 역시 깊은 복수의 칼날을 들었지만 결코 사람을 해하지 못했는데 자신의 안위를 위해 꿰맞쳐진 틀 안에 갇히게 되어 살인범이란 누명까지 쓰며 옥살이를 하게 된다.
아직은 새드엔딩보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자신의 첫사랑이자 모든 것을 걸었던 여인 최원정과의 재회와 살인누명을 벗게되는 과정이 조금은 급하게 마무리를 지은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으며 중년이 된 화자와 형, 삼촌의 퍽퍽한 삶이 우리 주위 사람들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 안타깝기도 했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잠시 했으며 지금 현재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너무나 힘들다보니 자신만 어렵고 힘들며 실패한 인생 같다고 느끼며 로또같은 복권에 희망을 걸고 추첨때까지 한주의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걸로 알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현재 살아가는 삶이 너무나 힘들고 외롭고 결코 구원이 손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자신의 불행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냐는 말을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