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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키 동남아 - 사랑과 행복의 상징 두리안을 찾아 떠나는 힐링 로드
김이재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올해들어 여행 책을 참 많이 읽었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자꾸만 늦기 전에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고 기회만 생기면 간단히 가방을 챙겨 여행지로 출발할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고 있다. 항상 현실이 나를 붙잡아 여행을 한번 떠나기가 쉽지 않아 여행책을 읽으며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지낸다.
대부분의 여행 책들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거나 자신만의 생각이 담겨진 여행에세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펑키 동남아'는 기존의 여행책에서 느꼈던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들이 모두 담겨져 있어 만족하며 읽었다. 요즘은 TV를 통해서 힐링이란 말이 유행처럼 느껴지고 있는데 '펑키 아시아'에서는 저자 김이재 교수님은 동남아 문화에 관한 박사논문을 쓰러 싱가포르에 갔다가 두리안을 먹고 난 후 나비를 좋아하는 펑키 지리학자로 변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리안... 난 아직까지 이 과일을 먹어 본 적이 없다. 이 과일이 가지고 있는 고약한 냄새에 대해서 익히 들어 알고 있고 맛에 대한 평가도 들어 알고 있지만 김이재 교수님이 두리안을 찾아 떠나는 힐링 로드란 이름을 붙일 만큼 이 과일을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나도 두리안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리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와 가깝게 있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한 동남아시아... 사실 터키, 인도, 중국 등 몇 나라 여행을 해 본 경험이 있지만 '펑키 동남아'에 나온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여행 해 본 경험이 없다. 해외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섯 나라중 한 곳은 가 본 사람들이 많은데 왜 난 이 곳을 빼놓고 다른 곳을 먼저 여행지로 선택했는지... 해외여행이 쉽지 않다는 생각에 우선 멀리 가보자는 생각이 강했던 나 자신을 탓하며 책 속에 나온 나라의 매력에 저절로 빠지게 되었다.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다섯 나라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정책, 역사, 문화, 음식, 사람, 두리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나 깨끗한 도시로 이름이 나 있는 싱가포르의 신 여성이 영국 유학중에 생긴 안타까운 사건으로 인해 생각의 전환을 가지게 되어 포로노 배우가 된 사연이나 남다른 교육정책이 흥미로웠고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힌두교를 믿으면서도 여성들이 사회 참여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고 여성들이 가사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분위기와 남편의 도움이 자연스럽게 보여 부럽단 생각이 살짝 들었으며 저자가 사랑하는 나비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결혼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 차이가 많은 태국의 여성들이 싱글맘이나 미혼모로 살아도 전혀 사회적 편견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분위기도 새삼 놀랐으며 거기에 성적 소수자들도 행복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필리핀에서 대우 받는 이쁜 여성에 대한 이야기나 최상층 부부의 작은 선행이 언젠가는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변화 시킬 수 있을거란 '나비효과'에 대한 이야기, 연령차가 심한 배우자와의 만남이 전혀 이상할거 없는 분위기, 여기에 닭싸움에 대한 열광하는 그들의 문화가 생소하지만 재밌었다. 인도네시아의 커피이야기와 발리섬의 유혈사태 후 한동안 침체되었던 관광사업의 불씨를 다시 피운것이 한국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일'이라니... 비둘기를 이용한 경주나 이슬람 영향을 많이 받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양성평등이 대대로 내려온 여자들의 행복한 모습에서 그들의 자녀들 역시 행복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동남아시아의 대표 언어로 인도네시아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거란 생각과 모계중심의 미낭카바우 족의 행복한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이외에도 그들이 영국, 네덜란드, 미국 등의 지배를 받으면서 그들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습, 종교에 대한 이야기나 사람들, 축제 그리고 이 책의 표지에 있는 말처럼 두리안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고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
갈수록 세계는 하나란 것을 느끼곤 한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동남아시아에서 온 남녀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우리보다 못한 나라에서 왔다는 생각에 그들을 함부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백인이면 까다로운 검증없이 쉽게 회화 학원에 취직하고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또한 피부색으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두리안을 찾아 떠난 힐링 로드 길에서 만난 다섯 나라는 이전의 알고 생각하고 있던 모습에서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좋았으며 조만간 동남아시아 국가로 여행 계획을 세워 떠난다면 잊지 않고 꼭 두리안이란 최고의 과일을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