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투자은행 1
구로키 료 지음, 최고은 옮김 / 펄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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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세계 경제를 한 순간에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린 뉴욕 맨해탄 섬 남쪽에 위치해 있는 금융 밀집 지역 '월스트리트' 소위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모여 있는 곳으로 그들은 매일매일 숨 막히는 긴장 속에 생활하면서 막대한 부와 함께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거대 투자 은행'은 저자 구로키 료가 오랜 기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월 스트리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이며 현장감이 느껴지게 생생한 스토리로 돈의 흐름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알려주고 있다. 솔직히 여자인 나는 책에 소개된 다양한 금융 상품들에 대해 전혀 몰랐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대강은 이해가 되었지만 정확하게 아직까지도 파악은 안 된 상태다.

 

이야기는 주인공 금융맨인 가쓰라기가 예전에 일했던 '모건 스펜서'로 다시 돌아와 옛 동료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지난 날을 회상하면서 스토리를 전개해 간다. 일류대학을 나와 은행에 들어 갔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 업무에 대해 실망한 가쓰라기는 3년 만에 사표를 내고 외국계 외사 모건 스펜서에 들어간다. 그를 맞은 상사는 처음부터 3개월 간의 평가 시간을 걸쳐 정식 채용 된다고 말 할 정도로 다른 어떤 것보다 능력을 우선히 하는 것에 대해 강조한다.

 

가쓰라기와 다른 또 한 명의 금융맨이 류진 소이치... 그는 살로몬에 근무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자신의 일에 대해 정석보다는 이익을 위해서 과감한 베팅을 즐기는 남자다. 필요하다면 주가 조작도 서슴치 않을 정도로 커다란 이익을 내는 것에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이다.

 

가쓰라기는 일을 차근차근 배워 나가 예상보다 높은 이익을 회사에 주며 3개월 만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다. 그가 이런 이익을 내는데 도움을 준 경쟁사의 후지사키란 남자의 진심어린 한마디가 있었다. 이 후에도 그는 기업간의 이익을 내기 위해서 최선의 방법으로 일해 나가며 회사에서도 주목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가쓰라기에게도 위기는 찾아온다. 황당하면서도 과대 망상증 환자의 장난 정도로 치부해 버린 편지 속 인물로 인해서 그가 1년이란 시간을 공들인 계약건이 물 건너 갈 판에 놓이게 된 것이다.

 

기업 인수 합병, 사고 팔고로 인한 수익 창출, 전환 사채, 국제 정세의 변화와 일본의 거품 붕괴가 가져 온 혼란 등을 통해 금융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 수 있다. 금융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라 생소하고 조금은 어려운 용어들이 등장해서 술술 읽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어머어마 한 돈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세계 경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었다.

 

가쓰라기에게 곤란을 주었던 남자로 인해 류진 사람들도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아직 1권 밖에 못 읽었지만 생각보다 재밌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금융맨들의 일이란게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단 자신의 입지를 굳히지 위해 밤낮 없이 움직이는 금융맨들 뒤에 가쓰라기 아내처럼 남편만을 바라보며 외로움에 마음 다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남자들은 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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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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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추리소설들이 장,단편 할거 없이 대부분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유독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은 경쾌하면서도 유쾌하며 무겁지 않으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코드가 살아 있어 책을 읽는 독자가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어 좋다.

 

여전히 재벌 딸이라는 신분을 속이고 경찰로 살아가는 부자집 아가씨 호쇼 레이코와 표지와 책의 내용으로 짐작헌데 휜칠 한 키와 잘 생긴 외모, 매력 넘치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집사 가게야마가 사건 해결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은 저절로 입가 미소가 지어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는 1 편과 같이 언제나 사건 해결의 결정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가게야마는 사건 현장을 보지 않고 자신이 모시고 있는 아가씨 레이코의 이야기만 듣고서도 충분히 사건 정황상 발견되는 트릭과 교묘하게 범인이 누구인지 충분히 알고 있을 정도로 그의 비상한 머리는 항상 레이코를 감탄하게 만든다. 그가 사사건건 레이코에게 대 놓고 그녀가 보여주는 조금은 덜 떨어진 추리와 단정에 익삭 맞은 충고와 구박을 주는 모습이 재밌고 즐겁게 느껴졌다.

 

레이코와 같은 형사로 그의 상사이기도 한 허세작렬에 허풍과 있는 티를 너무 내는 가자미쓰리 경부... 자동차 회사 아들답게 차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이지만 '살인을 할 때는 모자를 잊지 마시길'에서 그의 아버지 회사 차에 대한 범인의 신랄한 평가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책 속에 등장한 사건은 모두 치정 사건이다. 다른 사건들은 피해자가 죽었지만 '살의 넘치는 파티에 잘 오셨습니다'에서는 피해자가 부상을 입는 선에 그친다. 피해자는 레이코의 대학 동창으로 다행히 죽음까지 이르지 않았지만 범인은 의외로 너무나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다. 대학때 같은 서클에서 활동하면서도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가볍게 스치는 정도로 밖에 몰라 발생한 사건이라 어이가 없으면서도 최소한의 얼굴 정도만 기억했더라면 아니 성씨만이라도 확인 했더라면...

 

모든 사건에서 가게야마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레이코는 사건을 온전히 이해한다. 당연히 이런 아가씨 레이코의 모습에 가게야마는 구박과 쓴소리를 섞여 얘기하지만 그나마 6개월이나 그녀를 모시고 생활하면서 조금은 나아진 태도를 보인다는게 레이코에게 있어 그나마 위안이라는 식의 표현이 우습기도 했다.

 

책 속에는 주인공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충분히 살려내고 있어 읽는 즐거움이 있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져 내년에 개봉이 된다고 한다. 천방지축 형사 아가씨 레이코 역을 누구 맡았을지.. 조금은 가벼우면서 자만심과 허세로 가득한 가자미쓰리 경부는 누구고 무엇보다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가게야마 집사는 어떤 배우일지.... 이 영화가 일본에서 만들어지니 당연히 일본 배우겠지만 '화차'나 '용의자 X의 헌신'처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다면 어떤 배우가 캐릭터에 맞을지 나 나름대로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말괄량이에 자기 멋대로지만 개성 넘치고 귀엽기까지 한 레이코.. 그녀의 이런 모습을 은근 즐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되어지는 집사 가게야마... 시도때도 없이 레이코에게 들이대는 가자미쓰리 경부... 톡톡 튀는 매력과 유머러스함이 묻어나는 대사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뽑고 싶다. 머리를 쓰는 추리소설을 주로 좋아하는 독자도 추리소설의 매력이 무엇인지 미처 모르는 초보자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가볍게 추리소설의 매력을 느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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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왈츠 밀란 쿤데라 전집 4
밀란 쿤데라 지음, 권은미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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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책을 읽고 난 후에는 항상 긴 여운이 남는다. '이별의 왈츠'은 제목부터 끌렸던 책이다. 왠지 예전에 보았던 알 파치노가 나오는 '여인의 향기' 같이 아련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면서도 묘하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제목.... 책을 다 읽은 후 역시 밀란 쿤데라 답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 속에서 사라진 여인이 어느날 갑자기 전화해서 당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듣게 되면 남자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분명 황당하고 어이없으면서 정말 여인의 뱃 속에 든 아이가 자기 아이일까? 의심부터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하다. 

 

유명한 트럼펫 연주자인 클리마는 2달 전 공연 후 밤에 잠시 2시간을 함께 보낸 젊고 아름다운 여인에 대해서 잊은지 오래다. 클리마에게 있어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짧은 관계 맺음은 지극히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정도의 수단으로 밖에 없다. 그런 여인.. 루제나의 임신 소식은 그를 당혹케 만들고 원하지 않는 아이를 떼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루제나를 만났던 온천도시를 찾게 되고 그 곳에서 그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남자 베르틀레프를 찾는다.

 

베르틀레프는 클리마의 이야기를 듣고서 낙태 반대에 대해 강한 의견을 피력한다. 베르틀레프는 클리마의 고집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친구로서 그를 도와주기로 결심하고 루제나의 낙태를 도울 의사를 소개해준다. 의사는 임상 실험이 안 된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성 환자들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오래 친구인 야쿠프가 있는데 그가 자신의 나라가 싫다며 새 삶을 찾아 이틀 뒤면 고국을 떠날거라며 그를 찾아온다. 떠나기 전 야쿠프는 삶이 힘들어 의사 친구에게 부탁해서 받은 파란색의 독약을 항상 소지하고 다니다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생각에 돌려주려하지만 의사 친구는 만약을 대비해 가지고 있으라고 한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얽혀 있는 관계를 보여준다. 아이를 임신한 간호사 루제나는 자신보다 어린 남자친구가 있으며 그의 열렬한 애정공세와 집착에도 클리마가 보인 반응으로 인해 뱃 속의 아이는 무조건 그의 아이라고 믿어버리는 어리석음을 가지게 된다. 루제나 있는 옆 방에 살고 있는 올가는 옛 정치인의 딸로서 그녀에게 아버지 역활을 자처하는 야쿠프의 친절함과 자상함의 두 얼굴을 벗겨버리고 싶어한다.

 

클리마의 아내 카밀라는 남편의 거짓말이나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관계에 대해 예민한 촉을 가진 여자다. 그녀는 남편이 이런 자신의 모습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코 멈출수가 없다. 남편이 공연을 핑계로 온천도시로 떠나자 그녀 역시 그가 다른 여인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온천 도시로 간다.

 

인생이 연륜이 묻어 있어 삶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노신사 베르틀레프는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은 결국 아이 밖에 없다고 말한다. 결국 야쿠프는 자신이 가진 하나의 독약을 우연히 보게 된 여인의 약병에 넣는 결과로 인해 혼란스런 사건이 발생하고마는데....

 

스토리는 총 5일간의 이야기를 통해 이루어져 있다. 클리마가 루제나의 전화를 받고 생각한 여인의 뱃 속에서 아이를 떼어내는 3가지 방법은 황당하면서도 어쩌면 저런 이야기에 많은 여성들이 넘어가 원치 않게 아이를 지우는 경우도 분명 많을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죄의식을 가져야 하는 사람은 오히려 덤덤해지며 누군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범인을 알고 있는 여인 역시도 침묵하고 만다. 스토리의 짜임새나 진행이 자연스러워 나도 모르게 빠져서 읽었던 밀란 쿤데라의 소설.. 오래간만에 그의 작품을 만나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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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이 번지는 파리 지성여행 In the Blue 8
김현정 지음 / 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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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이 넘쳐나는 도시 파리... 난 아주 어릴 때부터 파리란 도시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에 오밀조밀 붙어 있는 카페와 상가, 집들...그 곳을 지나다니는 멋쟁이들의 모습이 넘쳐나는 곳이 파리라고... 일반적으로 파리하면 떠오르는 에펠탑이나 루브르 박물관, 예술가들의 집합소인 퐁네프의 다리, 몽마르트 거리 등등... 파리를 소재로 한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파리를 직접 내 눈으로 언젠가 한번은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살다보니 생활에 쫓겨 생각처럼 여행길에 오를 수 없음이 늘 안타까운데 이럴때 나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주는 것이 책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도시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라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지고 보게 된 책 '설렘이 번지는 파리지성여행' 제목처럼 설렘이 가득한 파리지성여행을 떠날 수 있어 좋았다.  

 

저자 김현정씨는 책의 첫 부분에 이렇게 말한다. 그가 한국인임을 단번에 알아본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 스스로 여행이 어떤 의미로 자신에게 다가오는지 피력했는데 그에게 있어 여행은 '이야기를 듣는 일'이라고 한다. 저자는 처음부터 문학도의 길을 걸을 사람이란걸 느낄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자신이 쓴 글을 동생에게 읽어주고 대학생때에 소설을 쓰고 방송국 자막에 신경 쓰면서도 글에 심취한 삶을 살아온 그

 

저자는 책 속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영화, 책, 미술 등을 통해서 역사, 예술가, 건축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이야기 역시 들려주고 있어 그가 얼마나 감성이 풍부하고 지성이 넘치는 사람인지 저절로 느끼게 된다.

 

특히 재밌게 보았던 영화 '비포 선 셋'란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들이 다시 만난 장소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란 서점인 것을 잊었다가 저자의 글을 보고 떠올렸으며 저자는 이곳에서 자신이 문학 청년이던 시절을 떠올렸고 더불어 매일매일 흐르는 시간은 잘 감지가 안되더라도 9년이란 시간으로 인해 변해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에는 쓸쓸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나도 늙어가지 하는 공감을 하게 된다.

 

레 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의 죽음과 국장으로 치려질 정도로 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위고를 통해서 저자는 자신이 앞으로 써 나가야 할 글에 대해 알거 같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많은 지참금을 주고 결혼 했지만 사랑을 받지 못해 권력에 눈길을 돌린 여인 메리 드 메디치,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의 사랑에 대한 방식, 사교계의 화제를 불러 일으킨 화가와 은행가의 결혼 등등.. 다양한 거리와 장소에서 지성이 담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 뒤쪽에 있는 자국민이 아니면 박물관에 관심이 적은 사람이라면 모르고 지나칠 수 밖에 없는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도 알게 되어 좋았고 휴관일인줄 모르고 간 빅토르 위고 박물관에서 만난 청년과의 유쾌한 대화나 처음에 그에게 여행에 대해 이야기 했던 할머니와의 이별까지... 저자를 따라 파리의 구석구석을 다닌 유익하고 즐거운 여행에 동참할 수 있어 많이 배웠고 즐거웠다.

 

저자는 노트르담 성당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노틀담의 곱추 카지모드처럼 꼽추이면서 집시라고... 자신은 단점과 부끄러운 과오로 이루어진 인간이라고... 우리 모두는 위로가 필요한 존재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나역시 끊임없이 실수를 반복하고 상처주고 받으며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란 저절로 느끼곤하는데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런 나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된다. 더불어 나도 저자처럼 누군가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좋은 여행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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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다 - 채소, 인류 최대의 스캔들
리베카 룹 지음, 박유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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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식탁에 오르는 채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났다. 역사속에 살아 숨쉬고 우리의 식탁을 빛낸 20종의 채소 이야기란 책표지의 문구부터 매력적으로 느껴진 책이다.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 과잉으로 인해 각종 성인병은 물론이고 암 등과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병까지 걸리기 쉽다.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으니 자연히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값싼 중국산 채소들에게 우리의 식탁을 내주고 있지만 건강을 위해서 우리의 먹거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우리 땅에서 재배가 된 우리 농산물을 찾는다. '당근,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다'는 별관심 없이 먹었던 채소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만나 자세히 알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였다.

 

아들녀석은 오이를 무지 싫어한다. 수분이 많아 피로회복과 미용에 좋은 오이지만 오이 특유의 향과 맛, 씹히는 질감이 영 싫은지 눈에 띄지 않게 오이를 잘 숨겨서 요리해주어도 귀신같이 알아내서 골라내거나 골라내지 못하면 안 먹는 오이지만 로마 사람들이나 황제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너무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오이는 큰 것보다는 적당히 자란 것이 훨씬 좋은 오이이며 로마를 걸쳐 콜롬버스와 함께 서반구까지 진출하였다고 한다. 특히 식초를 곁들여 피클로 만들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며 피클 사랑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특히 조금은 황당하지만 오이왕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빈.. 콩에 대한 부분을 재밌게 읽었는데 16세기에 아메리카 빈이 에스파냐인에 의해 유럽에 전해졌으며 처음에는 장식용으로 키워졌는데 빈이 우연히 수프 냄비에 들어간 것을 먹게 된 이후 계속 익혀 먹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도 하고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정치적 개입이 죽음을 초래하고 도주하다 콩밭을 밟고 지나가는 것을 피하려다 결국 잡혀서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그가 혹시 잠두 중독증이란 유전병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에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나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다. 땅콩처럼 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알았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당근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음 왔다는 것이 생소하면서도 놀라웠다. 소아시아를 걸쳐유럽에까지 이르렸으며 당근이 남성의 상징물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화가들의 작품에 그려진 이야기나 로마 황제, 병사들이 했던 행동들에 웃음이 나기도 했으며 당 함유량도 높고 후식 요리에도 쓰일 정도로 맛있는 당근이 세계 당근 박물관도 있고 알파벳마다 적어도 한 종류씩 실려 있을 정도로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외에도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고추, 호박, 시금치, 토마토 등의 채소들과 옆지기, 아들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채소들에 대해 이야기는 어디에서 나타나서 어느 경로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지 역사를 알 수 있다. 더불어 해당 채소의 종류와 맛, 효능에 관련된 사연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루하거나 정보만 전달해 주는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사실 우리집에는 나 빼고는 두 명의 남자가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이도 이제는 중년을 넘어 선 옆지기에게 채소요리를 해 주면 지금은 몇번 집어 먹지만 처음 결혼하고 신혼때 내 입맛대로 고기 반찬 없이 채소로만 4-5가지 반찬을 만들어 밥상을 차린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화를 내는지...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다며 짜증아닌 짜증에 화까지... 그 이후로 옆지기에는 꼭 고기를 얹은 밥상을 차리지만 태생이 날씬하지 않은 사람이라 고기 자체보다는 채소를 조금 많이 곁들인 반찬을 만들고 있다. 이런 아빠를 보고 자란 아들 역시 채소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나 나름대로 이런저런 채소를 많이 먹이려고 김밥이나 야ㅐ를 듬뿍 넣은 계란부침 같은 요리를 자주 해서 주는 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채소들을 이용해서 다양한 요리 개발을 통해 우리집 남자들의 입맛을 채소와 친해지게 만들 생각이다.

 

재작년에 주말 농장을 했던 적이 있다. 사실 한번도 농사란 것을 해 본 적도 없고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가 나도 한번 내 손으로 채소를 재배해서 먹고 싶다는 생각에 신청해서 해 보았는데 막상 해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상추나 감자는 조금의 수확을 건져 먹어보기도 했지만 파나 치커리는 제때 돌봐주지 않아 다 망가져 속상했었다. 한번의 경험이 있으니 내년에는 다시한번 주말 농장을 사서 채소를 키워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작물들을 해서 맛있는 음식으로 식탁을 풍성하게 할 생각을 하니 저절로 즐겁기까지하다. 알고 있었지만 효능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채소의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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