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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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살인을 파헤치는 여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범죄자였던 냄새가 한껏 풍기는 의문스런 남자 에노모토 케이의 콤비가 돋보이는 기시 유스케의 '자물쇠가 잠긴 방' 제목부터 상당히 비밀을 간직한 느낌을 풍겨 흥미롭게 느껴진 책이다. 이미 그의 작품은 '검은 집'과 '악의 교전'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 또한 상당히 컸다.

 

'자물쇠가 잠긴 방'은 총 4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에 나온 이름의 밀실 사건은 두 번째 이야기로 정당방위라지만 살인죄로 인해 감옥에서 5년을 살다 나온 삼촌 아이다가 사랑하는 두 명의 조카들을 만나러 간 날 자신의 방에서 큰조카 히로키가 연탄가스에 자살을 한 모습을 그가 제일 처음 발견하게 된다. 분명 죽은 누이와 재혼 한 과학교사 타카자와에게 의심이 가지만 형사들은 오히려 아이다의 범죄 경력으로 인해 그를 의문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아이다는 자신의 결백과 조카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자 친분이 있는 의문의 남자 에노모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서 있는 남자와 자물쇠가 잠긴 방의 경우는 돈에 유혹에 굴복한 파렴치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밀실살인 사건의 트릭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지만 처음부터 살인을 결심하기로 작정한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며 시작하는 '비틀어진 상자'는 한 인간이 일그러진 복수심이 불러 온 하지 않아도 될 살인을 하고 만 사건으로 화를 참아내지 못해 사랑하는 연인과의 결혼도 물거품이 되고 인생 자체도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네 번째 마지막 이야기는 '밀실극장'으로 공연장에서 우연히 발생 한 살인사건 이야기인데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그야말로 재미를 위해서 한 행동이 뜻밖에도 한 사람의 죽음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은 사건으로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사건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묘미는 무엇보다도 여변호사 아오토 준코의 조금은 섣부른 추리력에 대한 이야기와 그런 준코의 모습에 조목조목 반박을 하며 밀실 트릭 사건 속에 감추어진 진실의 문을 여는 에노모토와의 신경전을 벌이는 이야기가 책을 읽는내내 즐겁게 한다. 특히 밀실극장에서는 그 전에 하도 에노모토의 뛰어난 사건 해결에 기가 죽은 준코가 나름 머리를 굴러서 사건의 트릭과 범인을 알아냈다고 밝히지만 이마저도 여지없이 에노모토에 의해서 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더해준다.

 

책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자물쇠가 잠긴 방'은 이미 후지 TV에서 드라마로 만들어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밀실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이지만 무겁다는 느낌없이 경쾌하고 재치 넘치게 스토리를 끌고 간다고 느껴졌다. 책의 뒷 부분에 옮김이와 저자 기시 유스케의 질문과 대답에서 보듯이 아오토 준코와 에노모토 케이의 이야기는 현재도 진행형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작가가 가지고 있다고하니 조만간 이 두 콤비의 다른 이야기도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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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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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머니의 말씀만을 받아 적은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시'라고 불리기엔 조금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삶의 지혜와 철학이 온전히 담겨져 있다. 저자인 이정록 시인은  어느날 새벽 어머니와 한 몸이 되어 잠에서 깨워 어머니의 말씀을 서른 편쯤 받아적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시인의 어머니는 말씀도 시처럼 하시는 걸까? 어떤 어머님일지 인자하게 미소를 짓고 계시는 모습이 담겨진 책표지에 있는 사진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시 한편한편이 다 생활 속에서 묻어난 인생 철학이 담겨져 있어 나도 모르게 감탄하며 읽게 된다. 책 속에 담긴 시 전부 좋았지만 특히 마음에 드는 시 몇 편이 눈길에 머물렸는데 대부분이 사랑하는 자식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열 달을 품고서 낳은 새끼도 다 똑같이 이뼈하기 힘든게 사람이다.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마음이 더 가는 자식이 분명 있다. 이런 마음을 시로 쓴 '사랑'이란 시다. 편애할 수 밖에 없는 사랑에 대한 진솔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한다. 또 다 큰 아들이 쉰 살이나 되었는데 맘 놓고 울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눈물뚝', 무심한 내 뱉은 한마디에 신경이 쓰여 자식에게 사과하는 마음을 담은 '거울' 등등 시를 읽다보면 자꾸만 친정엄마 생각이 나서 코 끝이 찡해져 왔다.

 

시와 함께 어머니의 일상이 담겨진 사진이 함께 들어 있어 시를 읽다가 어머님을 한번씩 보게 된다. 살아 온 세월이 고스란히 얼굴에 담겨져 있는 모습이 눈가의 자글자글한 주름마저도 이쁘고 인자하게 보이는 인상은 어머님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소탈하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정엄마에 대한 생각이 남달라진다.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일 들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혹시라도 아프실까봐 내심 걱정하는 말을 꺼내면 자식들 힘들고 불편하다며 아프지 않다며 손을 흔들 때 더 짠하고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자식은 결국 어머니란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가보다. 이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자꾸만 기대고 싶고 투정부리고 싶은 마음을 여전히 받아주시는 엄마란 존재... 엄마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도록 곁에 계셔주시길 바라며... '어머니 학교'를 통해서 시인의 어머니를 통해 나의 어머니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는 시라 읽는내내 행복했으며 즐거웠다. '어머니 학교'의 다음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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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투자은행 2
구로키 료 지음, 최고은 옮김 / 펄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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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달려왔다. 사실 세계 금융 시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다소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책을 읽을수록 이런 느낌은 점차 사라지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세계를 움직이는 돈의 흐름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세계 정세와 맞불러 하루 아침에 변화하는 돈의 상승과 급락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공부가 되는 책이였다.

 

주인공 가쓰라기 에이이치가 어떤 식으로해서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월 스트리트에서 전설로 남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가쓰라기는 뛰어난 직관력이나 운에 기대기보다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하고 철처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정직한 승부수를 띄우는 사람이다. 허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뛰어난 머리로 운과 책략에 의해 금융 시장을 좌지우지하며 하나의 전설로 등극한 류진 소이치와는 확실히 다르다. 사실 두 사람이 언제 만나나 내심 궁금했었는데 책을 다 읽을 동안 두 사람은 단 한번도 서로의 얼굴을 보고 제대로 인사 한 번 나누지 않는다. 가쓰라기가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높은 수익을 창출해 내어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갑부의 대열에 오른 류진 소이치가 나온 잡지를 통해 그의 얼굴을 보았고 나중에 우연히 비싼 차에서 내리는 류진 소이치의 모습을 먼 발치에서 보는 것에서 끝난다.

 

모건 스펜서에서 일하는 가쓰라기는 MD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지만 국제 정세, 일본 내 경기 침체와 버블 붕괴로 인해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려워진 회사에서는 구조 조정을 단행하고 가쓰라기는 퇴사를 권고 받지 않는 대신에 주 무대에서 멀어져 투자 은행 부서의 고객 담당 창구로 발령을 받게 된다. 조직에서 빌려 나는 것보다 이 곳에서 다시 재활을 꿈꾸었던 가쓰라기지만 소련, 멕시코, 나이지리아의 소설가이며 인권운동가인 사람의 죽음까지 겹치면서 그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다시 가쓰라기는 모건 스펜서의 중심에서 일하게 되고 MD에 이르게 되는데 어느날 옛 직장의 상사에게서 연락이 온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그에게 함께 일할 것을 권유 받게 되는데...  이 후 가쓰라기는 도도은행 - 모건 스펜서에서 일하다가 쉰이란 나이에 부실 은행인 리즈무  HD에서 CEO로 제의를 받게 되고 이 후 그는 더 높은 자리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와는 달리 자신의 일에 관섭을 싫어하는 류진 소이치는 솔로몬에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 내는 일을 계속하다가 새로운 부사장의 등장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성대한 송별회를 끝으로 조직과는 사실과 인연을 끊는다고 볼 수 있다. 잠깐 다른 회사에 근무 했지만 곧 자신이 직접 소수의 사람들을 이끌고 투자회사를 설립하여 활동한다.

 

이외에도 가쓰라기와 관련된 금융인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개되어 딱딱한 경제 용어들 속에 헤매고 있는 이야기에 활력을 넣어주는 역활을 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월 스트리트 사람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고 있을 것이다. 몇 년 전에 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트렸다가 얼마전부터 조금씩 회복되는 와중에 과도한 상여금 지급으로 또 다시 그들만의 잔치를 벌여 각종 매체의 질타를 받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여전히 월가의 사람들에 의해 세계 경제가 움직이고 있는데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부를 누르며 월가에서 전설로 남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1편 초,중반에서는 다소 힘들고 지루한 면이 있었지만 2권에서는 전혀 그런 점을 느끼지 못하고 읽었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는 생생하고 실감나게 전개되고 있어 기업소설이나 경제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읽어야 할 책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다소 어려운 용어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나에게는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지만 하나하나 금융 상품에 대해 배워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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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김영순 - 엄마의 삶은 시간이 흘러 우리 모두의 인생이 된다
고혜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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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서 '응애' 소리 다음으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아마 '엄마'라고 알고 있다. 완전한 발음은 아니지만 자식을 낳고 키우는 엄마들은 갓난애기가 하는 말이 무엇이고 누구를 부르는지...  한살한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애틋한 감정은 더욱 깊어지는거 같다.  

 

지금은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기꺼히 다른 것을 희생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예전에는 한번 결혼하면 남편은 물론이고 시댁, 아이들 모두를 다 건사하고 책임지며 별 말 없이 참으며 살아오신 어머님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인생이 아무리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연을 가지고 있어도 선뜻 자서전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어르신은 거의 없을 것이다. 허나 '엄마 김영순'의 주인공이신 김영순 할머니는 여든다섯살을 앞둔 시점에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자서전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효자아들이 어머니의 뜻을 받아 기꺼이 대필작가를 찾게 된다.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이 '엄마 김영순'의 저자인 고혜정씨... 그녀는 사실 너무나 유명한 '친정엄마'의 작가로 그녀를 난 3-4년 전에 친정엄마란 대학로 공연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 때 친정엄마의 모습이 나의 엄마와 너무나 닮아 있어 많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으며 같이 보던 친구와 함께 그 날은 밤 늦은 시간까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이야기는 열 번의 만남을 통해서 김영순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 저자 자신의 친정엄마와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더욱 더 감정 몰입도 잘 되고 가슴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여든다섯살의 김영순 할머니와 40년 차이가 나는 저자 고혜정씨의 삶이 비슷하게 오버랩 되는 장면들이 많다. 그래서 저자 역시 자식을 위해서지만 고집 세고 자기 주장 강한 김영순 할머니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지난 날의 일들이 미화되어 기억된다고 한다. 김영순 할머니 역시 남편에 대한 생각이나 자신과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느정도 미화되어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서른하나란 늦은 나이에 열살 나이 차이가 나는 자상한 남편을 만나 알콩달콩 재밌던 시간도 잠시 사업에 실패하고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남겨진 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김영순 할머니와 자식들, 그녀의 남동생이 기억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뭉클하고 코 끝이 찡하게 다가온 이야기이로 나역시도 어느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반성했던 부분인데 왜 남겨진 사람들은 금전적인 유산에만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인지... 아마 어려운 생활고에 허덕이다보니 삶에 대한 여유가 없어 그럴거라 생각하지만 김영순 할머니의 말씀대로 좋은 머리, 따뜻한 품성, 자식이 기억하지 못해도 아낌없이 주었던 사랑에 대한 부분이 더 유산으로서 인정 받아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김영순 할머니는 지금도 자식을 위해서 며느리와 자식, 손자들에게 밥을 손수해서 먹이고 있다. 학교 다닐때 세번에 걸쳐 자식에게 따뜻한 밥을 해 주었던 것을 지금도 고스란히 하고 계신 것이다. 그녀의 모든 삶은 자식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허나 저자의 말대로 이런 시어머니를 내가 만난다면 난 정말 싫을거 같다. 며느리도 자식이라고 말하지만 김영순 할머니가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던 두가지 사건처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시어머니... 며느리 입장에서는 무서울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김영순 할머니의 이야기보다 저자 고혜정씨와 친정엄마와의 대화가 더 가슴 뭉클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울엄마의 모습을 많이 닮고 있어서란 생각 때문이다. 나역시도 지금도 엄마가 이런저런 밑반찬과 김치를 보내주신다. 고맙고 죄송한 마음은 항상 갖고 있으면서 전화 한 통 제대로 드린 적도 통화를 길게 나눈 기억도 거의 없다. 은연중에 나를 이해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그렇게 행동 했지만 엄마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서운할까? 싶은 마음에 죄송스럽다.

 

흔한말로 울엄마만 해도 자신의 이야기를 다 풀어 놓으면 한 권의 책으로는 모자르다는 말을 하실 때가 있다. 그만큼 살아 온 시간들이 결코 녹녹치 않았음을 옆에서 보면서 대강 알고 있고 모르는 부분 역시 상당히 많을거란 생각이 들면서도 뭔데 뭔데...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면 하려던 말씀도 목구멍으로 다시 들어가시는 모습에 짠하면서도 안쓰럽고 고맙고 죄송한 복잡한 심정에 휩싸이곤 한다.

 

김영순 할머니처럼 헌신적인 삶을 살았어도 자식이 잘 풀려 감사하고 고맙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가 원했던 당당하고 멋진 삶을 살고 있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엄마의 그늘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내가 밉고 한심하고 죄송스럽다. 앞으로는 미안한 마음만 가지고 있지 않고 표현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내 가장 큰 계획 중 하나가 엄마와 단 둘, 아님 여동생들과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다. 벌써 올 해도 다 지나갔다. 이래저래 올 해는 아무래도 힘들거 같은데 내년에는 엄마와 함께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길에 오르고 싶다. 엄마... 항상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우리곁에 오래도록 남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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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바리 -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정윤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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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달리 몇 년 전까지만해도 남자아이들보다 여자아이들은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환영 받지 못한 처지였다. 이제는 여자아이를 낳아야 점수를 더 쳐 줄 정도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지금도 세째 아이는 여전히 아들의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을 보면 여전히 우리 인식 깊은 곳에는 남아선호 사상이 남아 있는거 같기도 하다.

 

'프린세스 바리' 바리공주... 제목이 참 이쁜 책이다. 이 작품이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란 글에 끌려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바리데기 신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는 글에 끌렸다. 바리는 딸만 줄줄이 낳은 딸부자집 막내인 일곱번째로 태어난 아이다. 허나 낳는 순간부터 엄마의 손을 떠나 타인의 손에 길러지는 아이다.

 

운명이란게 정해져 있다고하지만 바리의 운명이 산파의 욕심과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게 느껴졌다. 바리의 엄마가 줄줄이 딸 만 낳자 그녀의 순산을 도와주었던 산파에게 오히려 화풀이를 하게 된다. 산파 역시 튼튼한 자궁을 가지고 있는 여자의 셋째 딸 아이를 받아낼 때부터 그녀의 아이를 몰래 데리고 나오고 싶을 정도로 아기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순산을 도운 자신에게 하는 악담에 화가 난 산파는 마지막 아기는 자신이 가져갈거란 다짐 아닌 다짐을 하게 된다.

 

산파의 잔꾀와 산모의 입방정이 낳은 결과로 인해 자신이 낳은 아이를 남편이 보기 전에 산파에게 주게 된다. 산파 역시 아이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날 밤에 다른 곳으로 멀리 떠나 어릴적 친구였던 '토끼'와 함께 기르게 된다. 바리를 키우는 둘의 양육 방식에 대한 차이는 결국 두 사람이 결별하고 마는데...

 

솔직히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산파가 아이를 끔찍이 아끼는 마음은 알겠지만 제대로 된 교육 과정을 무시하는 처사나 순간의 실수로 바리에게 부모의 곁을 떠나게 만든 토끼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해 당당한 한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바리의 모습이 읽는 동안 안타까우면서 불편했다. 바리는 산파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친부모님을 찾아간다. 허나 그곳에는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생각에 쓸쓸히 돌아오는 그녀의 뒷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 안쓰럽게 느껴졌다.

 

바리를 비롯해서 소설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다들 힘들게 살아간다. 산파 일에 아이 떼는 일까지 겸하는 산파, 산파와 결별하여 홀로 살아가는 토끼, 엄마의 죽음이 후 의붓아버지에 얹혀 살던 나나진, 깨어지기 쉬운 '유리'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살아가는 연슬언니나 아버지의 잘못 된 행동이 불똥으로 오는 바리의 연인 청하 등등 그들 모두는 하루하루 겨우겨우 버티는 삶을 살아간다.

 

산파에게 배워 죽음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는 좋은 일이라고 알았던 일을 행하는 바리의 삶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삶과 죽음, 선과 악에 대해 인식이 전혀 없을 정도로 무감각하게 반응하는 바리의 모습은 생소하면서도 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바리의 앞으로의 삶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굴곡진 운명에서 벗어나 아이와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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