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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평점 :
김수환 추기경님이 우리의 곁을 떠난지도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으며 몇 달만 있으면 벌써 5년이나 된다. 살아 생전은 물론이고 선종하신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의 멘토로 남아 계신 분... 살아 생전에도 그랬지만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에도 김수환 추기경님이 얼마나 나라를 걱정하시고 국민들을 생각하셨는지 다시한번 느끼게 되며 이렇게 커다란 버팀목으로 우리들을 지탱해 주신 분이 곁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마음 깊이 느끼게 된다.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걱정, 근심이 얼마나 보잘것 없고 이기적인 것들인지 반성하게 된다. 항상 인자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사람들을 대하시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70-80년대 민주화운동에 목숨을 건 학생들과 사람들이 위험에 빠졌을 때에는 기꺼이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보듬고 안전하게 보호해 주셨던 든든한 분이셨다. 이런 김수환 추기경님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믿는 종교와 상관없이 추기경님의 말씀을 듣고 되새기며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구나 자신이 가려던 길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김수환 추기경님 역시 젊은 시절 사제의 길과 혁명가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 속 갈등을 느꼈을 때 추기경님을 제대로 된 길로 인도해주신 한마디가 인생의 지표가 되었듯이 김수환 추기경님이 해 오신 일들과 행동, 말씀을 보고 들으면서 아프고 힘들고 방황할 때 어떤 길이 올바른 길인지 알려주시고 용기를 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다고 느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생각이나 행동,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넓고 깊으신지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우리는 상대방을 직접 보거나 얘기를 나눈적이 없어도 미루어 짐작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30년이란 오랜 시간동안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이제 막 종교의 길에 들어선지 얼마 안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시는 모습에 크신분은 크신분이란걸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자신은 좋아하지 않더라도 다른 수녀님들을 생각해서 안하시던 반찬투정을 하셨다는 글이나 걱정거리가 너무 많아 30년 고질병인 불면증에 시달리는 글을 읽으면서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잠시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사실, 나는 두 가지 말을 잘하는데 그게 뭐냐 하면, 하나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참말이야." -p223-
첫번째 거짓말이고 두번째가 참말이라는 사실에 웃음이 터져나오면서도 왠지 치유를 받는 듯하였다고 말하는 저자님의 글을 보면서 살면서 참말보다는 선의든 고의든 거짓말을 더 많이 하면서 사는 우리네 마음속을 들여다 보고 하신 말씀 같아 나역시도 공감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p255-
.. 아 얼마나 멋진 정의인가? 우리는 백원, 이백원 아끼려고 노점상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밀고당기는 줄다리기 아닌 줄다리기를 벌일 때가 있다. 허나 노점상에서 파는 가격의 열배, 백배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백화점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체면 때문에 단 돈 몇 만원도 깎자는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고 즐겁게 만드는 사소한 말과 행동이 나 또한 행복해지고 즐거워지는 일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준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 걸렸다. -p237-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소녀부터 팝스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보면서 이런 분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게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왔으며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란 글처럼 책에 나온 글들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고 위로 같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높으신 사랑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작은 힘이라 보태고 싶고 같이 앞을 보며 살고 싶어졌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보내주신 사랑편지.. 감사히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