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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기억의 공간 - [건축학개론]에 담긴 나를 위한 공간의 재발견
구승회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12월
평점 :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 저자이며 건축가인 구승희씨가 들려주는 공간의 이야기는 작년에 개봉해서 400만 명의 관객들을 끌어 모으며 아련한 첫사랑과 옛 향수를 자극하는 풍경들과 음악,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섬세한 연출이 어우러진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구승희씨는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 엄태웅씨가 설계한 여주인공 서연이의 제주도 집을 직접 설계하고 지은 분이시라고 한다. 그가 건축학개론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영화참여와 영화가 끝난 후 책을 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통해 시간이 흘려도 결코 퇴색되지 않는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와 저자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멋진 책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구승희씨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을 하기로 한다. 그런 저자에게 좋은 장소가 있는데 장소가 너무 넓으니 같이 쓰자는 제의를 해 오는 지인의 권유를 받게 된다. 지인과 함께 쓸 공간을 직접 만들었는데 이 곳이 영화 속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커튼홀'이란 남다른 이름으로 인해 주위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커튼 만드는 집으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는 이야기에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영화 속 기억의 공간으로 인식되어 있는 곳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주며 영화 속 숨은 뒷얘기까지 재밌게 들려준다. 많은 공간들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 저자가 이용주 감독이나 아내와의 추억이 서려 있는 편의점, 영화속 승민이가 친구이며 연애경험자인 납뜩이에게 조언을 구하는 장소로 나오는 계단에 대한 이야기는 익숙한 장소이며 사람들이 오고가는 거리라는 인식으로 자리잡고 있던 곳이였는데 장소에 대한 의미를 통해서 영화를 다시 떠올려 보기도 했다.

여주인공 서연이에게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자신의 추억의 공간인 제주도 집은 사실 영화를 만드는 초반 단계에서는 제주도란 장소가 아니고 영화세트장 근처나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정하려고 했다가 미팅중에 나온 이야기를 통해 제주도로 장소를 정하게 되고 알맞은 장소를 찾아내어 급하게 가건물 형태로 세트장을 만들었다. 영화가 완성되고 난 이후에 재설계를 통해 갤러리겸 카페로 탈바꿈 했다는데 나중에 제주도에 가면 서연이네 집으로 인식하고 있는 장소에 한번 가보고 싶고 카페에서 차도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곳 영화를 보면서 유달리 기억이 남는 공간으로 버려진 집이다. 영화 속에서는 두 사람이 정릉에 살지만 영화에 나온 장소는 종로에 위치한 한옥집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장소로 나오지만 승민과 서연이에게는 남다르게 느껴지는 장소이고 두 사람의 마음이 담아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공간이란게 결국에는 소소한 일상들이 모여져 만들어가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곳들이다. 영화를 통해서 공간에 대해 풀어내는 이야기도 좋았고 공간을 만들어 가는 건축가들의 이야기 역시 재밌게 읽었다.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책이라 읽는내내 행복했다. 건축가가 들려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다소 딱딱할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들지도 했지만 영화와 함께 풀어낸 공간은 결코 딱딱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았으며 나도 사랑과 행복이 묻어나는 공간을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