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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9단 서울맛집 유랑 - 한 끼 밥과 한잔 술이 주는 소소한 행복
이영승 글 사진 / 올(사피엔스21)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에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맛집은 너무나 많고 난 그것을 찾아 먹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 그야말로 먹는 것에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남다른 식탐을 가지고 있는 나지만 인터넷에 떠오른 맛집을 찾아서 가서 먹어봐도 생각보다 맛있다는 느낌을 별로 받지 못해 늘 맛집에 대한 정보가 올바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주식9단 서울맛집 유랑'은 ‘주식구단(酒食九段)’이라는 블로거로 알려진 저자 이영승씨가 식도락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이 직접 찾아가고 먹어 본 서울에 위치한 맛집에 대한 그야말로 따끈따끈하고 살아 있는 정보가 가득 담겨진 책이다.
책에 나온 맛집 중에서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고 갔다 온 맛집도 상당히 들어 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줄을 서서 먹는 맛집을 보면 정말 맛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기다림에 지쳐 아님 허기가져서 그만 맛집의 바로 옆에 위치한 다른 음식점에 들어가 먹다보면 그래도 조금만 참고서 옆의 맛집에서 먹을걸 하는 후회 섞인 탄식을 하게 되는 경험도 있었고 허기와 기다리는 시간을 이기고 맛집 안에 입성해서 맛집의 추천 메뉴를 먹으며 아~ 이 맛에 이집을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음식 앞에서 행복해지기도 했다.
책에는 우리가 집에서 흔하게 만들어 먹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닭볶음탕, 생선찌개 등을 비롯해서 특별한 날이나 기분을 내고 싶은 날에 제대로 차려입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먹고 싶은 스테이크나 다국적 요리, 친한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먹는 모습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친밀한 사람들과 먹고 싶은 족발이나 보쌈, 양곱창 같은 맛집은 물론이고 흔하게 시켜 먹는 음식인 중국요리나 간식으로 편하게 먹는 길거리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한 분식까지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맛집들이 실속있게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몇 집은 음식 맛도 좋고 가격면이나 서비스 역시 최고란 생각이 드는 곳들이 많다. 남대문 시장에 위치한 막내횟집 같은 경우는 맛집이 2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을 올라서면 생각보다 넓은 실내가 있고 한쪽에 주인분이 보살님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교용품 같은 것들이 보인다. 가격도 저렴한 회를 시키면 딸려 나오는 무가 맛있는 고등어조림과 오징어볶음, 생선찌개와 김치, 여기에 주문한 회와 신선한 채소와 함께 먹으면 가격이 조금 있고 대형횟집에서 먹는 회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고 맛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분을 비롯한 종업원으로 보이시는 아주머니 역시 털털하시고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는 맛집으로 남대문 시장에 간다면 이 집과 갈치조림으로 유명한 '희락'에 꼭 들리게 된다. '희락' 처음에는 비슷비슷한 갈치조림 집이 많아 처음에는 다른 곳에 들어갔다. 다음에 갔을때 희락에서 갈치조림과 고등어조림을 먹었는데 갈치조림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 우거지가 깔린 고등어조림이 짭짭한게 내 입맛에는 더 맛있었다. 날김에 싸먹는 맛 역시 괜찮았고 소박한 밑반찬 역시 맛있어 맛집으로 강력 추천하고 싶은 두 곳이다.
날씨가 춥고 아이가 방학을 한 관계로 맛집에 대한 탐방을 쉽게 할 수 가 없었다. 오래간만에 동생네 집에 간 김에 책에 나온 맛집을 가보기로 했다. 봉천동에서 10년 넘게 산 동생한테 물으니 동생 역시 이름은 들어 보았지만 아직까지 가서 먹어 본 적이 없다는 '봉천동 진순자 김밥'에 가보기로 했다. 평소에 분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한끼 식사로 분식을 먹을때도 많아 신당동 원조조복림할머니, 아이러브신당동떡볶이 집은 몇 번 가 보았지만 사실 맛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홍대 미미네집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종업원, 실내장식을 자랑하고 있는데 양에 비해 분식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맛도 그냥 먹을만하다 정도였지 맛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진순자 김밥'은 우선 양과 가격면에서 만족했다. 평소에 김밥에 대한 남다른 입맛을 자랑하는 작은 조카가 맛있게 먹는 걸로 봐서는 우선 맛있는 집이라고 인정했다.



요즘 햄을 쓰지 않고 옛날 소시지를 이용한 김밥이라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은 계란말이김밥 옆에 단무지 대신에 나온 무짱아찌다. 사각거리는 맛이 아주 일품이다.

주인아주머니와 종업원인지 모를 아주머니 한 분 합쳐 두 분이서 부지런히 움직이신다.

'봉천동 진순자 김밥'은 우리가 앉은 테이블 한개가 전부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포장을 해 간다.
우리도 다 먹고 나올때 계란말이김밥을 한 개 포장해서 나왔다.
김치찌개를 시작으로 스시, 짜장면, 짬봉, 설렁탕, 곰탕, 스테이크, 만두, 생선찌개와 매운탕, 운동과 소바, 라멘, 햄버거, 샌드위치, 양곱창, 된장, 청국장, 홍어, 민어, 해장국, 돈까스, 카레, 꼬치구이, 냉면, 생선회, 피자, 파스타, 족발, 보쌈, 샤브샤브, 돼지고기, 칼국수, 복, 아귀, 낙지, 오징어, 쭈꾸미, 쇠고기, 부대찌개, 순대국, 감자탕, 요리주점, 떡볶이, 김밥, 튀김, 전, 프렌치 요리, 장어, 추어, 닭고기, 기타 해물요리와 쌀국수을 비롯한 다국적 요리까지 175곳의 서울의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내가 다음에 갈 맛집을 어디로 정할지 벌써부터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렇게 서울에 맛집이 많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책에 나온 맛집 말고도 내가 알고 있는 맛집까지 합치면 정말 맛있는 음식점은 많고 앞으로 찾아서 먹어 볼 맛집 요리가 나를 들뜨게 한다.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도 유용한 맛집 정보를 담은 책이지만 지방에 사시거나 서울로 놀러 오는 사람도 무엇을 먹을까 떠올리면서 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맛집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찾아가는 것도 좋을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