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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다리 1
줄리 오린저 지음, 박아람 옮김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흔히 운명은 개척하는 자의 것이라고 말한다. 허나 우리 역사나 세계사를 보면 개인의 운명은 커다란 틀에 위해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개개인이 가진 능력으로는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사랑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가져오는 전쟁은 특히 어떤 존재에 의해 짜여진 계획하에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다리'는 출간되자마자 미국 언론들로부터 극찬이 쏟아졌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바탕으로 당시 유럽전역을 억누르고 있던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낸 짜임새 있고 탄탄한 구성이 엿보이는 흡입력 강한 작품이라고 느꼈다.

헝가리계 유대인으로 부다페스테에서 파리로 건축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 청년 언드러시 레비는 어렵게 유대인 단체에서 장학금을 받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형 티보르는 장학금을 받을 길이 없어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부다페스트에서 돈을 모으고 있어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언드러시는 새삼 느끼게 된다. 파리로 떠나기 전날 형과 함께 오페라 '토스카'를 보러 간 헝가리 왕립 오페라 극장에서 은행가의 아내와 마주치게 된다. 그녀는 일부러 언드러시를 찾아왔음을 단번에 털어놓으며 자신의 아들 요제프에게 보낼 물건이 있다며 자신의 집을 방문해 줄 것을 부탁받게 된다. 방문한 집에서 만나게 된 은행가의 시어머니 노부인에게서 따로이 은밀히 편지 한통을 부탁 받게 되는데 이 작은 일이 언드러시의 인생을 뒤흔른 운명의 서막이였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도착한 대학.. 그곳에서 그는 자신과 닮은 친구들을 발견하고 그들과 단짝친구가 된다. 대학생활의 즐거움을 느낄새도 없이 언드러시를 그를 아끼는 교수에게서 언드러시 자신의 장학금이 도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장 계속해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언드러시는 파리로 길을 떠날때 떨어진 여권을 줍는데 도움을 준 남자를 떠올린다. 그는 사라 베르나르 극장의 연출가겸 극장주 졸탄 노버크다. 한시가 급한 언드러시는 그를 찾아가 도움을 받기도 한다.
어렵게 극장에서 일을 하게 된 언드러시는 그를 이뼈하는 배우 중 한 명에게 타인의 점심식사 초대에 응하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곳은 바로 자신이 부다페스트에서 하스 노부인에게 부탁 받은 편지 속 인물... 호기심과 두근거림을 안고 찾아간 곳에서 만나게 된 사람은 바로 언드러시의 운명의 상대 '클러러'다.
소개를 권해준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흘려가는게 사람의 마음이다. 클러러의 16살 딸 엘리자베트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지만 클러러와 언드러시는 서로가 가진 매력을 첫 눈에 알아보고 사랑에 빠져버리고 만다. 사랑이 무엇인지,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 삶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클러러와 이제 막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을 향해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하는지 알아가는 스물두살의 청년 언드러시와의 삶의 방식부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 사랑하는 상대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마음 밖에 없다가도 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는 상대의 모든것이 다 알고 싶어진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 클러러가 가진 비밀과 과거가 궁금한 언드러시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헤어짐을 선택한다.
언드러시와 클러러의 사랑이야기가 스토리의 중심에 흐르고 있지만 언드러시의 담당 교수의 도움으로 의학을 공부하게 된 형 티보르의 사랑도 이제 막 시작된다. 여기에 유대인에 대한 안좋은 모습이 대학가는 물론이고 사회전반에 흐르고 있는 분위기와 언드러시의 단짝 친구가 가진 사랑의 모습이 들어나면서 스토리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적은 분량은 아니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오히려 예전에 감동적으로 보았던 흑백영화를 보는듯한 사실감 넘치는 스토리가 매혹적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 1권이 이런데 2권은 어떨지 너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