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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션 2
고어 비달 지음, 권오숙 옮김 / 치우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한 남자의 삶이 이토록 파란만장 할 수 있을까? 그 장대하고 광활한 스케일에 숨 죽이면서 읽어 나간 이야기를 담은 책 '크리에이션' 1편에서는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의 명을 받고 인도에 갔던 성직자 키루스 스피타마가 다시 고국 페르시아 수도 수사로 향하며 이야기로 끝이난다.
키루스는 인도의 성직자로 불리우는 부처, 고살라, 마하비라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거기에 인도의 다양한 왕국의 대사로 근무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된다. 왕족인 인도인 아내 '암바리카'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었지만 그의 아내는 인도를 떠나 키루스와 함께 페르시아에 갈 마음이 없다.
수사에 돌아 온 키루스는 수사의 궁전에 혼자 남은 평생의 친구인 크세르크세스가 아버지 다리우스의 왕의 조카이며 왕족으로 총애하는 마르도니우스 장군의 승전보를 접할 때마다 심한 좌절감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어머니 아토사 때문에 전쟁에 나갈 수 없는 크세르크세스... 그는 환락가를 드나들며 여인들을 취하는 방법으로 자신안에 생겨나는 좌절이나 질투심, 화를 잠재우려 노력한다.
왕이 되려는 암투 속에 왕위에 오른 크레르크세스.... 키루스는 이제는 대왕이며 친구이기도 한 그의 명을 받고 머나 먼 중국 땅으로 떠나게 된다. 아니 키루스 자신이 원했던 원정길에 오른 것이다. 키루스는 중국으로 향하기 전에 중국인 환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중국에 대해 알려고 노력한다. 도착하자마자 키루스는 대사의 신분이 아닌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당시 중국 역시도 주나라 왕실이 점점 쇠퇴해 가는 과정속에 제후들이 힘이 커지면서 약육강식의 시대를 접어들어 한창 혼란스러운 상황이였다.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 누가 죽고 누가 사는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라 키루스는 혼란의 중심에 있게 된다.
'크리에이션 2'에서 가장 많은 부분 중 하나였던 공자와의 이야기를 담은 부분이 가장 좋았다. 키루스는 노나라의 재상 계장자와 만나게 된다. 계장자 스스로 혼란과 배신 속에 살아 온 인물이라 항상 다른 사람의 배신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노자, 공자, 계장자, 환치, 염유 등을 통해서 주변국과의 긴박한 상황이나 변화하는 힘의 흐름 뿐만아니라 공자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나 공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공자를 스승이라고 칭할 정도로 키루스는 공자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겼으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렸다. 키루스는 재상과 공자의 도움으로 고국 페르시아로 떠나게 된다. 환치가 제의했던 '비단길'을 선택한 키루스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년이란 시간이 걸려 겨우 갠지스강 유역에 도착한 키루스 일행... 키루스는 알고 있었다. 여행내내 자신이 노나라의 귀빈이였지만 노예와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언제라도 처분이 가능한 노예...
인도의 여러 왕들 중 하나의 사위였던 키루스는 자신이 있을 때와는 달리 폐허가 되다시피한 장소들과 마주치게 된다. 오랜 옛 친구 제타 왕자와의 재회나 키루스 아내 암바리카와의 재회 역시도 키루스를 슬프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남편으로서의 존재마저도 부정해 버린 아내와 아버지에게 물러 받은 파란 눈동자가 부담스러운 두 아들의 모습.... 아들을 데리고 고국 페르시아로 떠나고 싶었지만 아내와 맏아들은 매몰차게 이를 거절한다.
6년 만에 돌아 온 고국이지만 그가 없는 사이에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무엇보다 크세르크로스의 변화가 불안감을 조성하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엄청난 스케일만큼 이야기를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내내 느꼈다. 이야기의 거의 전부가 키루스 스피타마의 기억에 의존하여 풀어낸 이야기지만 이를 받아 적는 조카 데모크리토스의 생각이 들어간 부분이 있는데 이 이야기 역시 짧지만 키루스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은 인간뿐아니라 자연이나 우주를 비롯한 모든 창조된 것들은 결국 '윤회'의 연속이다.
간단히 역사소설이라고만 평하기에는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깊이나 역량이 너무나 크게 느껴진 책이다. 키루스가 만난 인물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 한껏 묻어나 있으며 인물들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다만 한가지 키루스 스피타마란 인물의 기억에 의존한 이야기지만 '크세르크세르 대왕'에 대해서 나온 이야기가 그를 둘러싼 암투나 여성들의 이야기보다 인물 자체를 중심으로 한 분석 역시 있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기대했던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이라 좋았다. 단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대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서 벗어나 마치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알고 있었던 성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처럼 실감나게 느껴졌다. 한 편의 역사책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느껴진 역사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