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파일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4
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추리스릴러 작가들의 작품을 예전보다 쉽게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B파일'....저자 최혁곤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다. 내심 좋아하는 장르의 책이다보니 기대를 하게 되는데 저자의 책을 읽지 못한 관계로 혹시 실망스러우면 어쩌나 내심 걱정스런 마음도 살짝 있었는데 이런 생각은 갖지 않고 읽어도 좋을만큼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는 네 사람의 각기 다른 눈으로 진행이 된다. 민주일보에서 일하는 기자 윤순철과 에스더 기자, 조선족으로 한국에서 공부하고 번듯한 은행원으로 3개월만 있으면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남자 리영민, 유독 마음이 아팠던 인물이며 돈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쯤은 특별한 죄의식 없이 죽일 수 있는 킬러 미호... 네 명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어느 한 사람이 두드러지는 면이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고리가 되어 스토리를 이끌고 있다.

 

리영민은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 술자리를 했다. 다음날 정신을 차려보니 친구의 여자친구가 잔인하게 살해되어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것이다. 전날밤의 기억을 아무리 떠올려 보려고 노력해도 기억이 도통 떠오르지 않고 이 모든것이 음모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우선 급한 마음에 도망부터 치게 된다. 허나 자신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모텔로 돌아가 여자를 백에 담아 도망나와 자신의 결백을 믿어줄 인물을 갖게 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대로 인해서 커다란 상처를 가지게 된 윤순철 기자는 편집국장이며 철가면으로 불리우는 냉혹한 조성철로부터 CD 한 장을 받게 된다. CD가 진짜인지 알아봐 줄 것을 부탁아닌 부탁을 하는 조성철 국장이 겁을 먹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이런 모습을 보인 조성철국장이 죽자 윤순철은 자신이 받은 물건이 아주 중요한 물건이란걸 느끼게 된다. 한편 막내기자인 에스더는 한국 사회 소수자에 관한 기획물 중 하나인 성 전환자를 취재하려던 중 모텔에서 죽은 조선족 살해 사건을 취재하라는 명령을 받고 현장으로 급히 달려간다. 범인은 조선족으로 성실한 은행원이였던 리영민으로 지목이 된다. 이게 계기가 되어 리영민은 에스더에게 연락을 취해 자신의 무죄를 털어놓지만.....

 

미호는 전문킬러다. 아픈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 웃음을 잃어버린 아이였던 미호는 한 가정에 입양되면서 가족이 무엇인지, 행복이 어떤 느낌인지 알아가던 중 예상치 못하게 죽은 아버지로 인해 다시 깊은 절망속으로 빠져 든 인물로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남달리 깔끔한 일처리를 자랑한다. 이번에도 쉬울거란 예상과 달리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죽음조차 써먹을 데가 없는 잉여같은 존재'... B파일.... 도대체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거대 기업 '우주그룹' 사건의 실마리와 진실을 찾아 네 명의 사람들은 우주그룹 신축건물이 있는 상암동으로 다려가는데...

 

얼마전에 케이블 TV에서 본 드라마 '유령'이 생각이 났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의 비밀을 알아내어 그것을 이용해서 꼼짝 못하게 만들어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을..... 급속한 과학의 발전이 좋은점도 많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더 든다. 뉴스를 통해서 개인정보 노출이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여기에 어디를 가든  CCTV는 흔하게 접하고 처음에 우려했던 개개인의 사생활 보호는 안전이란 이름하에 일거수일투족이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그들의 생각, 사람을 장악한다는 것은 결국 모든것을 장악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암울한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지금 우리 사회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회문제를 잘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이 좋았으며 다소 예견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는게 아쉬움이 조금 있었지만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는 반전으로 인해 만회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절망노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들어 벗어나고 싶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다 암울하다. 중학교 2학년 '다치카와 숀'은 지금 그런 상태에 놓여 있다. 죽음까지도 생각할 정도로 다치카와 숀은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가정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에 남들이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을 소유하지 못하고 사는 청소년이다. 

 

날이갈수록 심각해지는 학교폭력, 집단따돌림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하루를 멀다하고 뉴스를 통해서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생겨난다. 학교는 물론이고 피해자, 가해자 학생 모두 행복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학교 폭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 절망노트'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작가 우타노 쇼고의 신작소설로 만나게 되었다.

 

다치카와 숀은 이름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왔다. 학년이 바뀌면서 제발 자신과 떨어지기를 바랬던 고레나가와 일행과 다시 한 반이 된 숀은 마냥 절망스런 기분에 빠져든다. 다른 학생들의 눈에는 신체적 조건도 좋고 모범생에 성적도 좋은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고레나가'가 숀... 자신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폭력과 갈취를 행한다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너무나 절망감에 빠진 숀은 노트에 '절망노트'란 이름을 붙이며 하루하루 일기를 쓰며 자신이 당한 일과 생각을 기록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평소처럼 고레나가 일행에게 남모를 괴롭힘을 당하던 중에 우연히 사람의 형상과 비슷한 돌덩어리를 발견하게 된다. 숀에게는 그것이 단순한 돌덩어리가 아니다. 바로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오이네프기프트'이름의 '신'이다. 오이네프키프트와 절망노트에 자신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대상자의 이름을 빌고 적었더니 진짜로 숀의 소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지만 절망노트에 이름을 적어나가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허나 예상밖의 사건은 한 소녀의 의심을 불러오게 되면서 숀을 구석으로 몰게 되는데.....

 

무엇보다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은 대부분 이름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가 너무나 좋아하는 존 레논에 대한 사랑은 아내 요코는 물론이고 자식 숀에게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숀의 아버지는 존 레논처럼 마음속 상처를 갖고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 삼고 살아가지만 현실 속 그의 모습은 알콜중독에 무능력한 아버지일뿐이다.

 

예전에 케이블 TV이로 '데스노트'란 만화를 아주 재밌게 보았다. 절망노트는 단지 노트에 적은 이름의 대상이 죽는다는 설정은 같지만 나머지 이야기는 다르다. 결말에 다가갈수록 어느정도 예상했던 반전의 반전이 숨어 있어 진실이 들어날수록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던 부분이 가족에게 의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 둘 수 밖에 없었던 숀의 현실이다.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의 이유로... 엄마 요코 역시 다시 이혼녀라는 말을 듣기 싫어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던 가정이지만 이 가정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 숀에게는 포근함이나 편안함, 애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는 공간일뿐이란게 안타깝게 느껴졌다.

 

우타노 쇼고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개인적인 평가는 다소 약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읽게 만드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리에이션 2
고어 비달 지음, 권오숙 옮김 / 치우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한 남자의 삶이 이토록 파란만장 할 수 있을까? 그 장대하고 광활한 스케일에 숨 죽이면서 읽어 나간 이야기를 담은 책 '크리에이션' 1편에서는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의 명을 받고 인도에 갔던 성직자 키루스 스피타마가 다시 고국 페르시아 수도 수사로 향하며 이야기로 끝이난다.

 

키루스는 인도의 성직자로 불리우는 부처, 고살라, 마하비라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거기에 인도의 다양한 왕국의 대사로 근무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된다. 왕족인 인도인 아내 '암바리카'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었지만 그의 아내는 인도를 떠나 키루스와 함께 페르시아에 갈 마음이 없다.

 

수사에 돌아 온 키루스는 수사의 궁전에 혼자 남은 평생의 친구인 크세르크세스가 아버지 다리우스의 왕의 조카이며 왕족으로 총애하는 마르도니우스 장군의 승전보를 접할 때마다 심한 좌절감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어머니 아토사 때문에 전쟁에 나갈 수 없는 크세르크세스... 그는 환락가를 드나들며 여인들을 취하는 방법으로 자신안에 생겨나는 좌절이나 질투심, 화를 잠재우려 노력한다.

 

왕이 되려는 암투 속에 왕위에 오른 크레르크세스.... 키루스는 이제는 대왕이며 친구이기도 한 그의 명을 받고 머나 먼 중국 땅으로 떠나게 된다. 아니 키루스 자신이 원했던 원정길에 오른 것이다. 키루스는 중국으로 향하기 전에 중국인 환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중국에 대해 알려고 노력한다. 도착하자마자 키루스는 대사의 신분이 아닌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당시 중국 역시도 주나라 왕실이 점점 쇠퇴해 가는 과정속에 제후들이 힘이 커지면서 약육강식의 시대를 접어들어 한창 혼란스러운 상황이였다.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 누가 죽고 누가 사는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라 키루스는 혼란의 중심에 있게 된다.

 

'크리에이션 2'에서 가장 많은 부분 중 하나였던 공자와의 이야기를 담은 부분이 가장 좋았다. 키루스는 노나라의 재상 계장자와 만나게 된다. 계장자 스스로 혼란과 배신 속에 살아 온 인물이라 항상 다른 사람의 배신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노자, 공자, 계장자, 환치, 염유 등을 통해서 주변국과의 긴박한 상황이나 변화하는 힘의 흐름 뿐만아니라 공자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나 공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공자를 스승이라고 칭할 정도로 키루스는 공자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겼으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렸다. 키루스는 재상과 공자의 도움으로 고국 페르시아로 떠나게 된다. 환치가 제의했던 '비단길'을 선택한 키루스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년이란 시간이 걸려 겨우 갠지스강 유역에 도착한 키루스 일행... 키루스는 알고 있었다. 여행내내 자신이 노나라의 귀빈이였지만 노예와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언제라도 처분이 가능한 노예...

 

인도의 여러 왕들 중 하나의 사위였던 키루스는 자신이 있을 때와는 달리 폐허가 되다시피한 장소들과 마주치게 된다. 오랜 옛 친구 제타 왕자와의 재회나 키루스 아내 암바리카와의 재회 역시도 키루스를 슬프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남편으로서의 존재마저도 부정해 버린 아내와 아버지에게 물러 받은 파란 눈동자가 부담스러운 두 아들의 모습.... 아들을 데리고 고국 페르시아로 떠나고 싶었지만 아내와 맏아들은 매몰차게 이를 거절한다.

 

6년 만에 돌아 온 고국이지만 그가 없는 사이에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무엇보다 크세르크로스의 변화가 불안감을 조성하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엄청난 스케일만큼 이야기를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내내 느꼈다. 이야기의 거의 전부가 키루스 스피타마의 기억에 의존하여 풀어낸 이야기지만 이를 받아 적는 조카 데모크리토스의 생각이 들어간 부분이 있는데 이 이야기 역시 짧지만 키루스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은 인간뿐아니라 자연이나 우주를 비롯한 모든 창조된 것들은 결국 '윤회'의 연속이다.

 

간단히 역사소설이라고만 평하기에는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깊이나 역량이 너무나 크게 느껴진 책이다. 키루스가 만난 인물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 한껏 묻어나 있으며 인물들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다만 한가지 키루스 스피타마란 인물의 기억에 의존한 이야기지만 '크세르크세르 대왕'에 대해서 나온 이야기가 그를 둘러싼 암투나 여성들의 이야기보다 인물 자체를 중심으로 한 분석 역시 있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기대했던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이라 좋았다. 단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대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서 벗어나 마치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알고 있었던 성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처럼 실감나게 느껴졌다. 한 편의 역사책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느껴진 역사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심은 산(酸)이다. 그게 내가 아는 한 가지다. 산은 물건의 매끄럽게 반짝이느 표면을 먹어 치우고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솔직히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먹먹하다. 나는 내 가족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아니 나는 나를 정확히 잘 알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느껴졌다. '붉은 낙엽'의 주인공이자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는 화자 '에릭 무어'란 인물은 자신이나 가족의 실체를 한번도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한 이방인의 눈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빛바랜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너무나 이쁜 여동생 제니... 그녀가 가진 아름다움과 빛은 7살의 어린 나이를 넘어서고 있다. 제니를 중심으로 나란히 서 있는 형제 워렌과 에릭(나), 그리고 이미 사고로 죽은 어미니와 병원에서 요양 병원해 계신 아버지... 한 장의 사진은 햇살만큼 밝아 보이지만 실체는 거짓으로 얼룩져 있다.

 

에릭은 이미 가족을 잃은 아픈 과거가 있다. 그래서 더더욱 자신의 두 번째 가족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대학교때 만난 아내 메러디스와 소심하고 조용한 아들 키이스를 둔 에릭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 어느날 그는 천청병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웃 빈스 지오다노의 어린 딸 '에이미'의 실종이다. 베이비시터로 지오다노 부부가 외출한 시간동안 에이미를 돌봐주었던 키이스는 하루 아침에 에이미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폐쇄적인 시골마을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자신의 가장 큰 지원자는 바로 가족이란 말들을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가족을 믿어주고 응원해주어야 하는데 살다보면 가족이란 이름으로 가장 많은 상처와 고통, 아픔과 슬픔을 안겨주는 경우가 더 많다. '붉은 낙엽'에서 에릭 무어 역시 사랑하는 아들 키이스의 말을 믿어주어야만 하는 상황인데도 자꾸만 의심스런 마음이 드는 것을 주체하지 못한다. 아들 키이스의 사건과 에릭 자신이 여태 외면했던 첫번째 가족에 대한 실제 모습을 알아갈수록 그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려내는 눈을 잃어버리고 만다.

 

'붉은 낙엽'의 가장 큰 매력은 사건 해결에 있지 않다. 인간의 마음속에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의심이란 '병(病)'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아들이 의심을 받게 되면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동문서주하는 아버지들이나 어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흔히 접했는데 에릭은 오히려 아들의 무죄를 입증할 조금의 의심스런 상황을 발견해도 이미 경찰들이 조사를 했을거란 가정이나 하면서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는 아예 상실한 모습을 보인다. 한마디로 허약하고 소심하다. 그가 아들 키이스에게 보아왔던 면을 그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다.

 

붉디 붉은 낙엽들이 떨어져 수북히 쌓여 있는 나무들 뒤로 한 집이 보이는데 이 집은 에릭 무어 가족이 살던 집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살던 그들이 낙엽이 떨어져 수북이 쌓여가는 과정처럼 의심이 점점 커져 이제는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 표지처럼 우리네 삶 역시 이런저런 이유로 만드는 작은 오해들이 모여 곪아 터질때까지 서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사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순수문학 작품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토머스 H. 쿡은 처음인데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 그를 넣어야 할 정도로 그의 작품에 매료되었다. 그의 다른 작품은 무엇이 있는지 빨리 찾아봐야겠고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통해 만나고 싶은 작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집구경 - 31년 동안 세상의 핸드빌트 집을 찾아다니다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2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너두나두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아파트에 몰려 살아가고 있다. 좋은 집의 우선이 바로 경제성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내가 이 집을 살때 얼마를 주었는지와 이 집을 다시 되팔때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에 가장 중점을 두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모두가 똑같은 형태에서 벗어나 나만의 개성을 살린 친환경적인 집에 대한 욕구를 느끼게 해 주는 '행복한 집구경' 행복한 집은 과연 어떤 집일까? 행복한 집구경에 빠져 보기로 했다.

 

책에는 참으로 다양한 집들이 많이도 소개되어 있다. 우리가 TV이를 통해서 보면서 아~~ 저런 곳에 오두막이나 별장을 지어 주말이나 노년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하는 집부터 시작해서 아니... 이런 집을 다 지울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집들도 꽤 있었고 코스타리카의 흰개미와 바닷바람을 피하기 위해 해변 옆에 살짝 땅 위에 띄워 지은 집들은 다소 엉성해 보이는 면이 있어 금새 쓰러지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생각보다 튼튼하다니 다행이다 싶다. 이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들을 이용해서 이동식 집을 지어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왠지 낭만적이다는 느낌도 들지만 불편하지는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특히 흙으로 지은 집에서는 군대에서 튼튼한 방어벽이나 홍수방지 둑을 쌓을 때 많이 사용했던 흙자루를 이용해서 구하기 쉬운 재료들과 섞어 집을 지은 사진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마치 동화 속 이야기에 나오는 집 같아 보여서 은근 나도 저런 집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전원주택하면 이상하게 산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집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아무래도 산으로 둘러 쌓인 우리나라 특성상 그런 느낌이 들 수 밖에 없겠지만 작년에 영화로 보고 나도 제주도에 저런 집 한 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건축학개론의 서연이의 집'이나 휴양지로 유명한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집들과 커다란 저택과 아름다운 모양을 갖춘 미국영화에서 흔히 보는 집이 아닌 한적한 마을의 집들은 왠지 포근한 느낌을 전해 주는데 이 모든 곳을 지은 이언 캐클라우드의 이야기는 읽는내내 흥미롭게 느껴졌다.

 

내 나이도 어느새 중년이라고 불리우는 시간에 있다. 예전에 옆지기를 따라 지방에 딱 2년을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서울처럼 시끌법적함은 덜해도 조용하고 한가로운 느낌은 좋았지만 아무래도 소란스러움과 사람들이 많은 것에 익숙해진 나는 서울이 마냥 그리웠다. 지금도 여전히 서울이 제일 좋다는 생각은 있지만 한번씩 나만의 집을 지어 조용하고 운치있게 손수 가꾼 식물을 키우면서 소소한 즐거움에 빠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한번씩 드는데 서울을 벗어나 다른 곳에 집을 짓는다면 책에 나온 집들의 이런저런 모양을 생각해서 지어보는 것도 좋은듯 싶다.

 

나 만의 집을 짓고 싶은 로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