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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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가면서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 만약 몇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하는 생각을 간혹 생각해 본다. 이미 여러 책이나 영화에서 시간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흔한 소재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기에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을 하는데 만약 실제로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면 난 어느 시기로 돌아가고 싶은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책이 또 나왔다. 전 세계의 많은 독자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스티브 킹'이 미국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서거를 다루고 있는 '11/22/63' 저자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감을 안고서 읽기에 충분하였으며 읽는내내 역시 스티브 킹은 대단한 작가란걸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 책이다.

 

주인공 제이크 에핑은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다른 학생들의 성의 없는 글과는 달리 늦깎이 학생으로 이상한 걸음걸이로 인해서 두꺼비 해리란 별명으로 불리우는 해리 더닝의 작문을 보면서 눈물이 메말랐다는 평을 듣고 있는 자신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한 학교 수위 해리의 작문에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그에게 매료되고 만다. 천성적으로 눈물이 메마른 남자라고 아내마저 마이크의 곁을 떠났는데 그런 그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은 A+란 성적을 받아 당당히 졸업장을 받은 해리 더빙의 너무나 감격한 모습은 마이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해리를 데리고 자신의 단골 식당인 '앨스'를 찾는데 식당 주인이며 주방 일에 더빙까지 혼자서 다하는 '앨'이 그들의 모습을 찍어 명사의 전당에 남겨두게 된다. 마이크는 어느날 앨이 전화해 식당을 방문해 줄 것을 부탁받게 된다. 앨은 암으로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다며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두고 꼭꼭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 놓는데... 그것은 식당 안 부엌 한 켠에 있는 창고 문을 통해서 과거의 한 시점으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 긴가민가 믿을 수 없는 마이크는 앨의 말대로 정말 과거의 시간 속으로 발을 들여 놓는데 그것은 전혀 새로운 세계의 경험이자 그가 여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1958년의 시간속에서 아무리 시간을 보내도 현재의 시대로 돌아오면 고작 2분이 지났을 뿐이다. 몇 번을 여행해도 항상 같은 시간대와 같은 상황으로 리셋하는 시간여행.....마이크가 과거의 시간대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앨이 바꾸고 싶어 실행에 옮겼던 일에 변화가 일어난다. 앨은 말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과거의 저항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마이크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서거를 막을수만 있다면 많은 역사가 달라질거란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마이크 역시 영어 작문 숙제를 통해 알게 된 해리 더닝의 과거를 바꾸고 싶어 했던 행동은 해리의 죽음을 앞당기는 결과만을 낳은 것에 다시한번 과거로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재밌다. 한동안 스티브 킹의 소설을 덜 읽었는데 이 소설을 기점으로 다시 그에게 매료되었다. 1958년의 과거 속에서 마이크가 행한 일들로 인해서 미래의 상황들은 변화를 가져온다. 결코 그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결말이 나타나는 것에 마이크 역시 적지 않은 안타까움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라도 내가 했던 행동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현재의 삶이 바뀌어 있다면 두려울거 같기 때문이다. 그것이 더더군다나 좋은 방향이 아니고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여행이란 자체는 무척 매력적인 소재다. 마이크 역시 한번 발을 들여 놓았던 1958년이란 과거의 시간속 생활이 두렵거나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고 목적이 있기에  다시 시간여행길에 오른다.

 

1권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 오스왈드을 찾아가는 과정까지만 전개된다.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서거일을 제목으로 삼은 시간까지 시간이 있다. 마이크는 암살범 오스왈드의 삶을 살짝 엿보면서 그에게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시간여행자의 아내, 빽튜처 퓨쳐, 터미네이터 등을 통해서 이미 다양하게 접해 왔던 시간여행... 대통령의 죽음을 막는다는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어서 더 흥미롭게 느껴졌던 이야기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2권에서는 마이크가 정말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을 막아낼 수 있을지... 정말 그런 상황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면...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기에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꿈꾸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역시도 조금은 더 열심히 살지 않았던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나이든다는 것에 대한 서글픔이 합쳐져 과거로 돌아간다면...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 11/22/63' 역시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여러가지 상황들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기에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아예 방지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미국 역사속 사건을 변화시키려는 마이크의 노력은 효과를 발휘할지... 다음 내용이 너무나 궁금하기에 흥미로운 시간여행이 기다리고 있는 2권을 서둘러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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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퀼트 최강자 4인이 만든 젊은 퀼트
윤해영 외 지음 / 시공(무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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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꾸 퀼트 제품들이 눈에 들어 온다. 바로 며칠 전까지 병원에 다니면서 한번씩 병원 옆 버스정류장에 위치한 '퀼트방'을 기웃거렸다. 판매대에 놓여 있는 퀼트 가방은 물론이고 여러가지 소품으로 만들어진 퀼트 제품들과 앤틱 소품들이 너무나 이뼈 보여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들어가서 퀼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곤 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본 적이 없지만 외국 영화에서는 자주 퀼트제품을 만드는 여성들의 모습이 나온다. 퀼트에 관심이 생기면서 퀼트 제품을 소개한 책들을 여러권 읽었다. 허나 대부분의 퀼트 관련 책들 중에서 집에서 혼자 퀼트를 만든다는 것이 쉽게 느껴지는 책은 별로 없었다. '온라인 퀼트 최강자 4인이 만든 젊은 퀼트' 역시 책만으로는 쉽게 제품을 만들 수 있을거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신세대 퀼트 전문가 4명이 만든 제품들은 하나같이 개성 넘치고 아기자기한 멋이 느껴져 나도 저렇게 귀여운 퀼트 제품을 만들어 사용해 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키게 한다.

 

처음부터 그럴싸한 제품을 만들지도 못할 것이다. 시작을 해도 쉽게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짜증도 나고 왜 이런걸 했나 싶은 생각이 들수도 있으니 처음에는 내가 갔던 퀼트방 같은 곳에서 며칠 만으로 퀼트에 나오는 다양한 기초 바느질 법을 습득한 이 후에 그 때 혼자서 퀼트 제품 만들기에 도전해 본다면 충분히 가능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실물 크기의 도면이 뒷장에 붙어 있으니 참조하면 좋을거 같고 다른 책보다는 깔끔하고 조금은 쉽게 느껴지는 면도 있었다. 특히 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면서도 선물하기에 딱 좋은 제품들이 눈에 띄여 올 해는 반드시 취미 한가지 배우려던 계획에 맞게 퀼트를 배워보는 것을 생각중에 있다.

 

퀼트 전문가들이 보여주는 행복한 웃음만큼 아기자기 재밌는 퀼트 제품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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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랑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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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외국의 고전을 재해석한 영화들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도 저런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다. 한국의 온다 리쿠라는 평을 듣고 있는 조선희 작가님의 '모던 아랑전' 이 책을 미리 만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했을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심청전, 금도끼 은도끼, 토끼전, 아랑전설 등의 전래 동화를 재해석 해 놓은 모던 아랑전을 통해서 기존의 일본소설에서 느꼈던 기괴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이고 기묘한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면서 읽었는데 어느 작품이 좋고 나쁘고가 없이 여섯 편 모두 완벽하게 나의 입맛에 딱 맞는 작품이였다.

 

아랑어전은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집착에 대한 이야기다. 평생을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영원토록 변지 않는 사랑을 가지고 산다면 그보다 행복한 삶은 없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영화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알고보면 다른 사람들은 꺼려하는 배역이였던것... 주인공 역을 맡은 남자 배우는 무조건 3년 안에 죽기 때문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역이지만 변변치 않은 자신의 삶보다는 죽더라도 한번쯤 멋진 삶을 꿈꾸는 인생의 욕망의 솔직한 감정을 가진 남자의 마지막이 안쓰럽게 느껴진 이야기였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조카를 품에 안은 외삼촌... 외삼촌의 도움으로 별탈없이 성장한 주인공은 자신이 운영하는 공장이 위험에 놓이자 친구에게 번번히 손을 벌린다. 묵묵히 도와주던 친구도 한계를 느끼고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외삼촌이 꼭꼭 숨겨두었던 쇠붙이를 팔려고 한다.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하다는 쇠붙이... 허나 잠깐의 실수로 쇠붙이를 잃어버리고만 주인공은 노송할머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데.... 금도끼 은도끼의 결말부분은 예상 밖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 신선하게 느껴졌다.

 

최고의 친구를 갖고 싶었던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심청전, 육손으로 태어난 것이 불행이라며 평생을 비관만 하며 사는 아버지를 대신해 오소리 공주의 남자가 되기로 한 소년의 이야기, 단지 숨을 쉬고 살고 싶어 이혼한 엄마를 외면했던 딸이 엄마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 속에 자신보다 못하다고 느낀 친구를 향한 질투가 불러 온 안타까운 사고가 숨어 있었다. 아들 딸에게 해와 달... 신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주고자 스스로 호랑이에게 목숨을 내주며 희생했던 엄마의 이야기까지 어느 하나 매혹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없었다.

 

결코 과학적인 설명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공포소설이 주는 재미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끼게 해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모던 아랑전 이전에 모던 팥쥐전이 나왔다고 한다. 이 책 역시 읽어보지 못했는데 어떤 전래 동화가 새로운 버전으로 탄생했을지 무척 궁금하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전래동화를 읽는다. 나역시도 머리도 식힐겸 가끔가다 어린이 동화책을 찾아서 읽는데 예전처럼 아무 생각없이 동화책을 읽지는 못할 것 같다. 소재도 참신하고 내용도 신선하고 여기에 섬뜩한 무서움이 아니라 천천히 시간이 지날수록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는 낯설지만 공포소설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식의 새로운 버전을 가미한 이야기가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조선희 작가의 이 책에 완전 만족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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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에 탄 소년과 곰 벽장 속의 도서관 4
데이브 셸턴 지음, 이가희 옮김 / 가람어린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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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함께 떠나는 보트여행... 제목이나 책표지 그림만을 보면은 너무나 느긋하고 다소 낭만적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하는 면이 있다. 소년에게는 목적지가 분명 있는 여행이지만 여행지에 도착하기까지 곰과 소년이 만나게 되는 여러 상황들로 인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배우며 서로의 존재에 의지하며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소년은 보트에 올라탄다. 보트을 운전하는 선장은 다름아닌 곰... 커다란 곰은 덩치와 달리 섬세하고 자상하며 친절하다. 소년이 원하는 목적지로 향해를 시작하는 노를 젖는 곰은 소년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해주며 소년을 안심시켜 준다.

 

소년은 불안하다.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가 생각보다 꽤 먼거리라는 이야기 때문이다. 허나 곰선장을 믿으며 한숨 자고 일어나면 도착지에 가까이 와 있을거란 희망을 갖고 있다. 맛있는 도시락도 먹고 곰선장님과 오락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물의 흐름이 변해서 소년이 가려던 목적지에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먹을 것도 떨어져 가자 낚시를 통해 먹거리를 해결하려던 중 커다란 바다 괴물이 나타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바다 괴물에게서 겨우 도망쳐 한숨을 돌리자 그들 앞에 나타난 정체모를 유령선에 탑승도 해보지만 이마저도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점점 선장으로서의 자신감을 상실한 곰선장과 그런 곰선장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소년... 망망대해 한 가운데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그들의 노력은.....

 

소년과 곰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네 인생길을 연상하게 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마주치는 크고작은 어려움과 고난에 대한 이야기를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고 유쾌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끌어가고 있다. 소년과 곰선장이 보트란 아주 한정된 공간 속에서 예상치 않은 일들을 마주치면서 소년은 곰선장의 능력에 대한 의심하지만 둘이서 같이 겪게 되는 일들로 인해서 우정이 싹트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다.

 

저자 데이브 셸던이 유명한 만화가라고 하는데 디테일한 묘사가 아닌 간략하고 절제된 그림을 통해 나타나는 모습이 오히려 그림에 호감을 갖게 한다. 과하지 않은 감정표현과 이야기를 통해 서서히 빠져들어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조금 더 이야기가 전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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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대화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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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작가님의 책은 처음 만났다. 모르는 작가인 만큼 기대감과 함께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을 안고 읽어보게 된 '숲의 대화' 읽는내내 삶의 무게가 온전히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라 처음에는 먹먹함에 책장이 넘어갈수록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공감하면서 읽었다.

 

사는게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어느정도 나이를 먹다보니 느끼며 살고 있다. 그냥 하루하루 버티면서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아주 작은 소망을 갖고서 살게 되는데 '숲의 대화'에 나온 주인공들의 삶 역시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내일은 나아질거란 희망같은 기대를 하면서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총 11편의 단편 중 제목에 붙은 숲의 대화에서는 한 남자의 안타까운 사랑과 자신이 결코 이길수 없었던 존재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밴 여자를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인 남자, 평생 아내의 마음속에 담겨진 다른 남자의 존재로 인해 혹시나 자신의 곁을 떠날까봐 불안감에 마음 편히 살지 못했던 한 남자의 고백은 너무나 아픈 우리의 역사 속 인물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증 장애인이지만 어머니의 끈질긴 노력과 헌신으로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나'란 존재는 술만 마시는 무능력한 아버지를 위해 헛개나무 숲을 일구는 것으로 자신만의 천국을 만들고 생활하고 있다. 그런 그가 옆 집에 시집와 남편의 구박과 구타를 견디어 내는 타국 여성을 안쓰럽게 생각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그녀를 자신이 가꾸는 헛개나무 숲에 발을 들여놓게 한다. 허나 어머니란 존재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의 구타로 인해 망가질데로 망가졌지만 아이를 위해 다시 지옥같은 삶 속으로 달려가야 한다.

 

평생을 고생이란 것을 모르고 안전한 남편의 보호하에 살았던 김여사의 일상과 비교되는 일하는 아주머니의 삶이 참으로 대조적이였던 것이나 알콩달콩 텃밭을 가꾸며 한가로운 삶을 꿈꾸었던 귀농의 집짓기는 전혀 의외의 복병이 등장하면서 무참히 깨지고 만다. 자신의 집도 아니면서 시비를 걸어오는 옆집 남자 황씨의 본심은 무엇이며 그로인해 농촌의 인심이 좋다는 말은 전혀 사실과 다른 현실을 만나게 되는 '즐거운 나의 집', 고향을, 엄마를 외면하고 싶어하던 작은 딸의 본심과 다르게 딸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언니로 인해 처음으로 목욕이란 것을 함께하며 자신 안에 들어 있던 불편한 감정들을 때를 밀듯 사라진 '목욕 가는 날',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돌보는 부모님의 노력은 자식이니까 하면서 당연히 받아들이기에는 노부부의 삶이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런 부모님에게 도움을 손길을 내밀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아들의 모습 또한 바로 우리들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외에도 여든이란 나이를 먹은 일본식 이름을 가진 세 할머니의 남다른 인생 이야기를 비롯해 책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우리 현실 속 인물들과 너무나 닮아 있어 몰입하게 되고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누구나 가슴에 남들에게 말하기 싫은 비밀아닌 비밀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형제, 자매를 비롯해서 타인에게 느끼는 불편함이지만 선뜻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타인보다 가족에게 더 많은 상처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가깝기에 당연히 나를 이해하고 받아준다는 생각에 무심히 던지는 말 한마디에 상처받지만 굳이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생이든 한 우주만큼의 무게가 있다"란 책표지의 글이 유달리 가슴에 와 닿는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게 어쩌면 대단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어떤 모습으로 하루를 살아가는지..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행복하고 나을거라는 작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고 있는 나 자신과 대면했던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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