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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ㅣ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그리스하면 그리스 신화가 가장 먼저 생각나고 이어 예전에 CF를 통해서 본 영상이 저절로 떠오른다.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그리스 신화인데 책은 물론이고 어린이 만화영화까지 빠져서 볼 정도로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은 나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신과 신전, 지나온 역사를 통해서 만나게 될 발자취를 더듬어 가면서 그리스가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인지 문명의 시작이며 중심지에 있었던 그리스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아주 즐거운 시간을 제공해 주는 책 '문명의 배꼽, 그리스'
그리스로 내가 좋아하는 박경철 원장님이 문명 순례자가 되어 떠났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박경철 원장님에게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여러권의 책을 찾아서 읽고 떠난 여행... 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이라고는 '그리스인 조르바' 밖에 읽은적이 없기에 박경철 그리스 여행길에 쏟아놓은 이야기를 보면서 이 작가의 책을 가까운 시일내에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원전 5세기 말에 있었던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각자의 동맹 도시를 이끌고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중심지인 펠로폰네소스로 향하는 첫 관문인 코린토스를 시작으로 여행이 시작된다. 역사 속 흔적속에서 만나게 되는 신화 속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들이라 알고 있었지만 역사속 사실들과 인물들에 의해서 역사가 단지 역사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곁에서 살아 숨쉬는 신화로 자리매김할 수 밖에 없었던 사실과 만나게 해준다.
사람마다 여행지를 탐사하는 습관이나 생각이 있다. 박경철 원장님은 박물관은 꼭 제일 먼저 스타트를 끊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일등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30분이나 개장시간보다 먼저 도착하고 들어갔지만 이후 아무도 입장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읽다가 살짝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으며 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경계 대상이라 박경철 원장님을 따라 붙었던 관리인과의 동행으로 예상치 못하게 더 풍부하게 듣게 된 유적지와 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세계에서 많이 찾는 이름만 되면 아는 박물관들과는 달리 지역박물관이지만 놓치면 결코 안되는 올림피아 박물관은 나도 그리스를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려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낯선 여행자를 배려한 요금을 안 받은 매표소 직원의 이야기에 이기적이라는 서양인들과 다른 정이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또 외부사람들에게 쉽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철학자의 수도원 역시 책을 읽으며 왠지 마음을 끄는 장소였다.
그리스는 나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었다. 터키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같이 여행을 했던 사람들뿐만아니라 많이 여행을 다녀 본 사람들도 그리스에 대해서는 크게 매력적인 나라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저자의 눈을 통해 만나게 된 그리스는 신과 신화, 문명과 문화가 만나 어떤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지... 눈으로만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그리스란 나라가 가진 이야기가 얼마나 무궁무진 많은지 새삼스럽게 알게 해준다.
박경철 원장님은 그리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통해서 일반 사람들이 그리스 여행을 계획하면 만날지도 모를 여러가지 어려움에 대해서도 살짝 알려준다. 렌트카는 공항이나 시내중심지에서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는 업자에 의해서 예상치도 못한 금액을 물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보통 어느 나라나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숙소를 묻게 되면 바가지 요금에 형편없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경우가 흔하지만 그리스에서는 그런 걱정은 애초부터 붙들어매어도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엇다.
책을 읽는내내 너무나 놀랍고 감탄했던 부분은 박경철 원장님이 알고 있는 신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가 그 깊이를 알수 없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박경철 원장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역사적 흔적들과 신화에 대한 그림이 담겨진 사진들이 꽤 많이 나온다. 그중에 단 2장에서 박경철 원장님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리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들릴 곳으로 저자가 생각해 두었던 '프로드로무 수도원'의 수도원장과의 함께 찍은 사진과 해발 2,000m의 산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그리스인들과 찍은 사진 속 박경철 원장님의 모습만 보아도 장소가 가진 이미지도 있었지만 수도원과 카페의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역사의식이 강했던 수도원장이 보여준 이미지와 달리 수도원의 땅을 러시아에 팔았다는 뉴스 이야기는 왠지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문명 순례여행을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지만 현재 그리스가 처해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곳곳에 나타나 내가 미처 몰랐던 그리스의 모습을 알게 되어 유익했다. 우리나라처럼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이 높다는 것도 페르시아의 침공이 그리스인들과 서양인들의 가슴에 원한을 남겼다.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스파르트인들이 다른 나라를 취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무자비한 행동으로 인해 역사 속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처음 계획부터 총 10권의 책을 쓰실 생각으로 기획된 문명 순례여행... 처음 시작인 펠로폰네소스도 3권의 책인데 이제 1권이 만났을뿐이지만 그 크기와 방대함에 다시한번 놀라게 된다. 앞으로 나올 9권의 책도 다 읽고 싶을 정도로 책 속에 담겨진 인문학적 이야기는 보는내내 너무나 흥미롭고 재밌었다. 2권은 언제 나올지 그 책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