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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평생을 한 가지 표정을 짓고만 살아야 한다. 그는 웃는 남자... 세상의 그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 사실 책을 직접 읽어본 적은 없었지만 예전에 얼핏 내용은 들었던 기억이 있다.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품으로 꼽히는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를 읽어 본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저자의 작품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느끼는거지만 시대상과 역사를 아우르는 남다른 통찰력이 품어져 나오는 이야기는 저절로 감탄사를 연말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허나 기존의 빠른 템프의 책들에 익숙해져 있는 나같은 사람의 경우는 저자가 상세히 알려주는 시대상황이나 주변정세는 물론이고 기타의 장황한 설명들이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너무 상세히 알려주는 정보들로 인해서 책을 읽으며 속도가 안붙어 살짝 지쳐가는 면이 더 많다. '웃는 남자' 역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읽을때 진척이 없어 다소 힘들었는데 상권의 중반이후부터는 스토리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책 속에 빠져들게 한다.
처음 웃는남자 상권에서 제 1부에 등장하는 예비 이야기 두 편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중요한 두 남자가 등장한다. 한 남자는 늑대 '호모'와 오두막에서 살고 있는 '우르수스'란 남자로 철학자이며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이나 사람을 고쳐주는 의술까지 할 수 있는 남자다. 또 다른 남자는 어린아이를 사고파는 장사를 하는 '콤프라차코스'란 사람이다. 그는 웃는 남자를 만들어 낸 인물이기도하며 힘들고 찌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서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끔찍한 일도 서슴치 않는 시대가 만들어낸 장사꾼이며 악인이다.
두 편의 예비 이야기 뒤에는 다소 지루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정권이 바뀌면서 콤프라차코스는 자신의 장사가 위험에 빠지게 되자 한 아이를 항구에 내려주고 떠난다. 아이는 자신을 두고 떠난 배를 하염없이 쳐다보다 낯선 길로 들어선다. 이어 배가 바다 위에서 겪게되는 일이 전개된다. 배에 탄 남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웃는 남자와 크게 관련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 이야기들이지만 나중에 배가 난파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남자와 호리병들로 인해서 웃는 남자의 신변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에서 내쳐진 소년은 이제 겨우 열살이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소년은 무한정 길을 걷는다. 그런 소년은 죽어 있는 여인과 마주치게 되고 그녀의 가슴을 열심히 빨았던 갓난아기를 보게된다. 다행히 갓난아기는 숨이 붙어 있다. 소년은 추위를 견디게 해 준 옷을 벗어 갓난아기를 안고 무작정 걷는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다 드디어 불이 켜진 오두막을 발견한다. 그곳은 늑대 호모와 살고 있는 우르수스의 집이다. 술주정뱅이처럼 입이 걸쭉한 말들을 쏟아내는 우르수스는 소년과 갓난아기를 자신의 집 안으로 받아들인다. 진정한 자신의 이름은 모르는 소년의 이름은 '그윈플레인' 갓난아기는 '데아'란 이름으로 키워진다. 안타까운 것은 추위로 인해서 갓난아기의 눈이 실명을 했다는 것이다.
웃는 남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웃는 모습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귀바로 밑까지 절개되어 있고 드러난 잇몸에 으깨진 코는 구멍만 존재한다고 표현해야 맞을 정도다. 그는 전혀 웃고 있지 않은 상태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웃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어진 심하게 기형스런 모습을 가졌다. 시간이 흘러 웃는 남자 그윈플레인과 맹인 소녀 데아는 영혼으로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순결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모습을 들어내는 그윈플레인과 데아, 우르수스와 호모 일행의 행복한 나날이 이어진다. 그윈플레인의 인생에 데아란 여성말고 또 다른 여성이 등장한다. 여왕의 배다른 여동생으로 높은 신분과 남다른 미모를 가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조시언'이란 이름의 여공작이다. 그녀는 권투시합을 구경하던 중 좀 더 강한 재미를 원하게 된다. 그런 그녀를 웃는 남자에게 이끄는 복잡한 심정의 남자가 있다. 그윈플레인에게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그남자는 그윈플레인을 항구에 두고 떠난 난파된 배에서 한 박사와 호리병을 조사할 권리를 가진 인물이다.
여공작은 웃는 남자의 공연을 보고 그가 가진 당당한 신체에 매료된다. 그윈플레인 역시 데아와 나누는 영혼의 울림이 있는 순결한 사랑이 아니라 페로몬이 발산되는 육체가 전해주는 강한 성적 충동에 자신의 정신까지 지배받게 되는 유혹을 느낀다. 허나 그들의 만남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그윈플레인이 왜 웃는 남자가 되었는지 마침내 들어나는 진실은 너무나 추악하다. 과거의 왕궁 속 인물들이 현재 우리의 막장아침드라마에 출연했다고 생각하면 딱 좋을 정도다. 다행히 그윈플레인은 자신이 속했던 하층민의 삶을 알기에 권력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이야기에 발끈한다. 영국 귀족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세밀히 담아낸 작품으로 저자 빅토르 위고가 가지고 있는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며칠 있으면 '웃는 남자'가 개봉한다. 고전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져 많이 소개되고 있다. 얼마전에 뮤지컬로 만들어진 '레 미제라블'의 높은 성공과 이틀전에 개봉한 '안나 카레니나' 역시 보고 싶은 마음에 미리 예매를 마쳤으며 '웃는 남자' 역시 개봉하면 바로 영화를 볼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고전작품들을 다룬 영화에 매료되어 있다. 영화로 만나면 책의 내용이 조금씩 변화를 가지는데 웃는 남자에서는 얼마나 반영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그윈플레인이 잠시 몰입하게 만든 조시언란 인물과의 사랑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보며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엔딩이 조금 달라졌으면 하는 나 나름대로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시대든 인간이 가진 이기적인 마음이 문제다. 돈이든 권력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는 하지 말아야할 행동까지도 서슴치 않는게 인간이다. 더불어 자신에게 조건없는 호의를 베풀어 주는 인물에게 오히려 칼을 들이대고 싶어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웃는 남자'는 빅토르 위고가 자신이 쓴 작품들 중에서 더 이상 뛰어난 소설을 쓴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애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철학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작품으로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최고의 작품이다. 책의 중간중간에 담아 낸 시, 소설 등을 통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고전이 주는 재미를 제대로 선사해 주는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