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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책을 사랑하고 책이 주는 기쁨을 알고 있기에 책이 전하는 이야기에 마냥 매료되곤 한다. 책과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어떤 놀이보다 자신을 충만하게 하는 기쁨이 있다. 온전히 책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전해주는 행복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 '책인시공' 저자 정수복님이 알려주는 책 읽기와 책에 대한 이야기가 편안하고 즐겁게 다가온 책이다.
나날이 독서 인구가 줄어든다고 한다. 내 주위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 자신은 피부로 덜 느끼고 있지만 한번씩 동생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일년에 책 서너권도 못 읽고 지나칠 정도로 다들 바쁘게 산다고 한다. 누구나 우선시 생각하는 순서가 있다. 독서는 개인적인 취미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 자신에게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책읽는 시간이 없어서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맞는 시간대를 찾아서 적은 시간이나마 책읽기를 반복해서 즐거움을 발견한다면 점차 시간이 없어서 책읽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안 나올 것이라고 한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이라서 다양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책읽기, 책 보관, 독서습관, 독서장소, 서점, 책을 통해 받아들이게 되는 다른 연령대의 지혜 등에 이야기는 단순히 흥미를 넘어서 독서에 대한 진정한 이해까지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제 2차 세계 대전에 패한 독일의 유능한 인재들을 데려간 소련... 러시아는 그 인재들이 죽음으로인해 갈수록 쇠퇴하였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 그들이 알아 낸 정보들을 담은 책을 가져간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을 자랑하고 있다는 이야기, 일본 역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전쟁 속에서 귀중한 책들을 가져간 것, 우리는 대형서점들에 밀려 집근처에 위치한 작은 서점들은 서서히 문을 닫는 형편인데 반해 저자가 머물렀던 파리는 오히려 작은서점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로 인해 숫자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는 글을 보면서 작은 서점들이 없어지는게 안타깝고 이용하지 않은 점을 반성도 해보며 이제부터라도 집근처 서점을 더 자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저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보관하기 위해 집에서 가장 큰 안방을 서재로 만들었지만 파리 유학 10년의 세월동안 박스에 담아 두었던 책들을 귀국과 더불어 거실을 서재로 정리한다는 글을 보면서 나도 저자처럼 커다란 거실 가득 책에 둘러 쌓여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 섞인 생각을 해보았다.
책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곳곳에 들어 있는 사진 역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한가로워 보이는 파리시민들이 공원이나 카페, 서점, 기차, 집 뜰에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은 한번씩 여행책을 보다보면 나도 저런 곳에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기에 더 편안하게 다가왔다.
책을 펼치면 처음에 만나는 '독자 권리 장전'이란 글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이런 것도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신선하게 느껴진다. "인간은 항상 시간이 없다고 불편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듯 행동한다"는 글처럼 우리는 특별한 시간을 쪼개어 독서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책을 읽으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책읽기에 대해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