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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이희인 지음 / 호미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장소를 선택하는 기준은 각자가 다르다. 나의 경우는 한번씩 접하는 여행책이나 친구들이 다녀 온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보고 싶은 나라, 도시에서 보고 먹고 듣고 느끼고 싶은 것이 있기에 언젠가는 가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의 저자 이희진씨는 다큐멘타리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고서 마음이 흔들렸다고 한다. 대나무같은 기다란 막대에 매달려 생계수단으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나역시도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적이 있었는데 잊고 지내다가 책을 읽다보니 스리랑카란 나라가 한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친구에게 전화해 꼭 가자는 약속을 했다.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는 스리랑카와 남인도의 도시를 중심으로 한 여행에세이다. 두 나라 중간에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무수히 많은 작은 산호섬과 환초로 이루어진 '몰디브'에 대해 2장 정도 할애 놓았다. 예전부터 언젠가 한번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몰디브라 드넓게 푸르른 바다를 중심으로 한 사진 몇 장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인도양의 작은 섬으로 '인도의눈물'이란 불명예의 별명을 갖고 있는 스리랑카.. 이런 별명 자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정도로 나에겐 스리랑카는 항상 낯선 나라이고 여행지를 생각할 때 떠오른 적이 없는 나라였다. 그래서 더욱 스리랑카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 궁금했고 알고 싶었다. 해외여행을 몇 번 해보지 않았지만 여행지를 다니다보면 누구나 다 가는 장소들도 가보고 싶지만 현지인들의 생활이 느껴지는 다양한 시장을 가보는 것을좋아한다. 어부와 여행자의 바다라고 일컬어지는 네곰보 어시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성이다. 분명 낚시나 배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것은 남자일텐데 정작 좌판에서 생선을 팔거나 지키는 사람은 아낙네라고 한다. 비릿한 냄새가 진동하는 그들의 삶의 터전히 온전히 느껴져 생선을 좋아하기에 그들이 파는 커다란 물고기 사진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국민 대다수가 불교도인처럼 그들의 세계적인 문화유적지를 둘러보면 불상들이 많다. 유달리 와불이 많다는 스리랑카.. 한없이 편안해 보이는 와불도 있지만 석굴사원인 담불라 사원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제5석굴 와불상을 보며 그들의 불상은 우리네 불상과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남인도하면 북인도와 달리 여러가지 면에서 현대화된 도시들이 많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뭄바이, 고아 등 서너 도시는 우리나라의 강남처럼 압도적인 높은 물가를 자랑하고 있으며 우리가 인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다르다는말을 들었다. 사람, 종교, 역사, 홍차, 바다를 중심으로한 테마를 담아낸 스리랑카와 달리 남인도에서는 음식, 건축, 낭만, 자유를 테마로 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보통 여행을 생각하면 이 모든게 다 들어간 여행을 떠올리기 쉬운데 기존의 생각과는 달리 형태의 테마로 만난 남인도 여행 이야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작년 여름에 아들과 한달동안 배낭여행으로 북인도에 갔었다. 워냑 방대한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나라라 많은 도시를 구경하는 대신 우리가 가고 싶고 머무르고 싶어했던 '레'란 도시에 주로 오래 머물렀지만 생각 같아서는 우리가 못 가본 여러 도시들도 더 보고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도란 나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지금 떠올려도 재밌다는 생각이 드면서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영화를 관람하는 그들의 자세다. 인도 TV나 영화를 보면 대부분 기본적으로 노래가 꼭 들어가 있다. 아들과 나도 인도 영화를 꼭 보라는 이야기에 아그라에서 최근에 개봉하는 영화관을 찾아 들어갔는데 여성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 보이고 대부분 남자들이였다. 여기에 영화의 남자주인공이 하는 액션연기에 굉장한 호응을 보이고 여자들의 연기에 야릇한 호응이 곁들여진다. 옆에서 보고 느끼면서도 신기했던 기억이 지금도 있는데 저자가 재밌고 감명 깊게 읽었던 인도 소설을 이야기하는 곳에 실린 사진을 보며 드라마,영화포스터인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홉개의 테마로 담겨진 여행이야기도 좋았지만 여행가이드북에나 실릴법한 스리랑카와 남인도에 대한 여행정보를 무려 70여 페이지에 꼼꼼히 담아낸게 유익하다고 느껴졌다.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지도까지 함께 있어 여행계획을 잘 때 동선을 고려해서 짤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여행이 떠나고 싶어서 친구와 내년중에 스리랑카와 몰디브 여행을 떠나자는 약속을 했다. 마음 같아서는 두 달 정도 여유를 가지고 남인도까지 돌아보고 싶지만 경제적, 시간적 여건상 도저히 그럴 수 없기에 3주 안밖으로 계획을 세워보려고 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스리랑카와 남인도의 매력을 눈으로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