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 허준 만화로 보는 위대한 인물
스튜디오 해닮 지음 / 소담주니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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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년 전인가?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이나 보았을 만큼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사극 '허준' 그때 허준으로 나온 전광렬씨는 물론이고 예진아씨 역활로 온 국민의 연인으로 사랑을 받았던 황수정씨를 비롯해 여러 인물들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이 날 만큼 재밌게 본 드라마였다.

 

'구암 허준'은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어 책을 읽기 싫어하거나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만화로 만들어졌다. 저자가 '스튜디오 해닮'이라고해서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해처럼 밝고 건강한 작품을 만들기를 위해 모인 7명의 작가들이 '해를 닮은 사람들’의 약자를 사용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처음 알게 되었지만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밝은 생각을 갖게 해주는 작가들의 모임의 작품은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에 간결한 이야기라 평소에 만화를 좋아하는 나도 재밌게 읽었다.  

 

 

허준 역시 일반 어린이들처럼 자치기를 하며 개구쟁이 소년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신나게 놀던 중 우연히 사람들이 쳐 놓은 덫에 걸린 어린 여우를 발견하게 된다. 다친 여우를 치료해주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으로 데려 오는데....

 

 

허준은 서자라는 신분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인 내의원 수의에 오른 인물이다. 어린시절부터 서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엄마와 허준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아버지와 훈장 선생님이 허준의 영특함을 알아보고 글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허준의 남다른 성실한 성격이 나타난다.

 

내가 어릴적에 위인전기를 통해서 허준에 대한 책을 분명 읽었을테지만 드라마 허준이 주었던 인상이 너무나 강해 허준의 스승으로 허준이 명의가 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로 나오는 허구의 인물 유의태는 드라마의 생동감과 드라마틱한 요소를 불어 넣어주고자 만들어진 인물이라고 한다. 

 

 

과거를 볼 수 없기에 허준이 공부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자 허준은 오래전에 동네 장터에서 마주친 소녀 순영이가 아버지와 함께 따라간 지리산에 있다는 양의원을 찾아간다. 지리산에 도착했지만 양의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위급한 어린 아이를 안고 온 엄마를 보게 된다. 아이가 분명 목에 무언가 막혀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아이에 숨구멍에 걸린 것을 뱉어 나오게 만든다. 

 

 

어린시절부터 자신을 친동생처럼 아껴주었던 진태형님의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이야기에 급히 길을 떠난 허준....

그는 진태형님 어머님의 병을 감쪽같이 낫게 만들며 그의 부친이 이조판서에게 천거하면서 내의원에 들어가게 된다. 허나 서자에 시험을 치르지 않고 들어 온 허준을 눈에 가시로 여겼던 사람들의 음모에 두창으로 심한 고생을 하던 광해군의 치료를 맡게 된다.  

 

 

선조의 피난길에 동행하였던 그였지만 인명은 재천이라 수명을 다한 선조를 고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귀향을 가게 된다. 귀향중에 한의학도들의 명저로 꼽히는 '동의보감'을 완성한다. 동의보감은 중국과 일본까지 알려지게 된다.

 

허준은 작은 동물 하나에도 사람 목숨만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 높은 덕망을 갖춘 그이기에 최고의 명의로 꼽는 것에 주저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의술이 돈벌이로 많이 전략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힘들고 어려운 것보다는 돈벌이가 더 되는 학과를 선택하는 의대생이 많다. 이런 세태를 굳이 탓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누구나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어릴적부터 공부하였기에.... 다만 의술의 진정한 의미를 간직한 의사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볼 뿐이다. 만화와 함께해서 딱딱하지 않고 재밌는 위인전기...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해 볼 수 있는 책으로 강추하고 싶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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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 유럽편 - Fly to the art, 잠들어 있던 예술의 영혼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차문성 지음 / 성안당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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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해 계획을 세울때 꼭 잊지 않고 넣게 되는 계획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해외여행...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서 쉽게 떠날 수 없는 여행이기에 계획만 세우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업이든, 현실적으로 여유가 생겨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부럽기만하다.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유럽편-'의 저자 차문성씨는 미술관학을 전공하였고 항공사에 근무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항공사에 근무하다보니 해외여행을 할 기회는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많을거란 생각이 든다. 여기에 그가 맡은 업무의 특성과 전공을 살려 방문하게 되는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해 일반 여행자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의미를 파악해 간다. 자신이 만난 미술관과 박물관의 모든 것들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재밌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우렸다는게 느껴져서 아직은 이 두 곳을 좋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였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유럽으로 여행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같은 몇몇 나라를 떠올리게 된다. 당연히 나도 아직 이 나라들을 여행을 못했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었다. 관심이 있던 만큼 한번씩 여행책을 뒤적이며 이들 나라에 대한 정보들을 보기도 했다.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유럽편에서는 그동안 관심만 가득 있었던 서유럽 국가들뿐만아니라 남부유럽의 스페인과 러시아, 터키의 미술관과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어 좋았다. 특히 10년 전에 터키로 여행을 갔을 때 보았던 소피아성당의 화려하고 매혹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나에게 그 때의 감흥이 되살아났으며 좀 더 여러가지 책을 찾아보고 공부를 하고 갔었다면 고딕 건축물의 아름다움 속에 담겨진 숭고한 역사적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잇을걸 하는 아쉬움 섞인 생각을 했다. 특히 십자군 전쟁과 오스만투르크와의 전쟁 같은 상처들까지 찾아보고 느낄 수 있었을텐데 하는 마음과 비잔틴제국 최고의 건축물을 관광객 속의 한사람으로 밀려 구경 했다는게 다시 생각해도 아쉽기만하다.

 

책의 첫번째 나오는 나라는 풍차의 나라라고 알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안겨준 히딩크 감독의 고향인 네덜란드다. 나에겐 네덜란드는 친숙하게 느끼고 있지만 많이 알고 있지 못한 나라였다. 헌데 얼마전에 네덜란드로 여행을 다녀 온 지인이 네덜란드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침이 마르게 칭찬하며 너무나 근사하고 멋진 나라라며 꼭 한번 구경을 해보라는 권유까지 하셨다. 1900년에 영업을 시작한 서울역은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쳐 지금은 백화점과 할인점인 있는 복합상가의 모습을 갖춘 현대식 건물이다. 현대적인 편리함과 교통의 요지로서의 역활은 충분히 잘 해내고 있지만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서울역과 달리 역동적이지만 정원같은 도시풍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역은 겉모습은 우리의 서울역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전통적인 재료와 새로운 건축 재료인 벽돌과 회반죽을 사용하여 의미있는 전통을 간직한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건물로 재탄생하였다고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이고 네덜란드가 고향인 빈센트 반 고흐의 국립미술관을 돌아보면서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살아 있을때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고흐의 안타까운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다.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진귀한 고대 유물들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대영박물관은 남다른 포스를 자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환율로 인해서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 다른 나라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비해서 영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거의 모든 전시가 무료라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 팁이라 영국으로 여행을 가면 무조건 박물관과 미술관은 꼭 들려 볼 생각이다.

 

어느것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예술작품들이 저자로 인해 어렵게 않게 다가왔다. 저자의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이야기라 더 친숙하게 느껴진거 같다.  스페인 국립미술관에서 거장이라고 일컬어지지만 기괴한 색체감각으로 인해 미친사람이란 이야기까지 들은 '엘 그레코'의 그림을 진심이 느껴지는 그림으로 선택한 저자의 글을 보면서 경직되고 딱딱한 느낌의 스페인 기사단 남자의 모습을 왜 그렇게 느꼈는지.. 한참을 빠져서 보았다.

 

평소에 미술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예전처럼 박물관을 잘 찾아다니지는 않지만 관심있는 미술 전시회가 열리면 잊지 않고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관심이 있어도 작품을 이해하는게 항상 어려워 눈으로만 감상하는 정도였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이 있는 도슨트 시간에 맞쳐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한 권의 책으로 미술에 대한 눈이 확 뜨일수는 없다. 허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에 관심이 있는 분이시라면 틀림없이 만족할 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간단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설명이 깃들여져 있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친숙하게 작품 속으로 다가설 수 있게 이끌어 준다고 느꼈다. 또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는 방법과 개관시간, 입장료까지 친절히 알려주고 있어 도움이 된다. 계획하고 있는 여행이 있다.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그 나라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꼭 찾아서 들러 볼 생각이다. 저자가 이야기 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수 있는지도 확인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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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제의 연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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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에서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거장인 박경리 작가님의 미출간 작품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그 형제의 연인들' 박경리 작가의 작품이란 이야기만 듣고서 충분히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될 정도였다. 지금의 시대상으로 보면 조금은 답답하고 뻔한 연애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1962년에 쓰여진 작품이란 시대상황을 고려하고 책을 읽어내려갈수록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속 아픔과 고뇌, 삶과 사랑을 바라보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이 된다.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형제의 연인들'의 책 제목처럼 형제인 심인성, 심주성을 둘러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직업인 의사인 인성은 뱃속의 아이를 갖고 있는 부인 현숙과는 애정없는 삶을 살아가는 남자다. 인성의 진료실에 왕진을 부탁하는 긴박한 목소리의 남자가 들어온다. 남자를 따라 간 자그마한 집에 누워있는 미모의 여인은 급성맹장염을 앓고 있다. 의사로서의 양심보다는 현실적인 생각으로 아픈 환자를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알려주는 정도로만 끝내고 인성은 매몰차게 돌아선다. 이런 인성에게 동생 주성이 찾아와 급성맹장을 앓고 있는 환자는 친구의 누이라며 빨리 수술을 받게 조치를 취해 달라고 한다.

 

인성이 처음에 보여지는 조금은 찬바람이 쌩 부는 차가운 느낌의 남자처럼 느껴지지만 알고보면 생활과 삶에 그냥 휩쓸려 가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남자다. 승리해서 쟁취해서 얻어내는 삶이 아니라 내 것 남의 것에 대한 욕심 자체가 없는 남자다. 인성의 이런 성격이 부인인 현숙은 늘 불만이다. 인성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란걸 알고 한 결혼이지만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고 따뜻한 말 한마디 듣고 싶은게 여자다. 아이를 임신하면서 여자로서의 매력까지 서서히 사그라드는 자신을 보는 현숙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으며 아이를 출산 후 우울증 비슷한 증세가 더해져 그녀의 황량한 마음에 질투란 감정이 더해져 더더욱 힘들게 한 것은 아닌가 싶어 같은 여자로서 미워할 수만 없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오기와 복수심에 불타 저지른 옳지 못한 행동은 용납하기 어렵기도하다.

 

인성과 달리 주성은 급성맹장염을 앓았던 친구의 누이인 혜원에 대한 남모를 사랑을 키워왔다. 혜원이 한번 이혼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기에 혜원의 동생 혜준이 친구지만 분명 좋아하지 않을거란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혜원을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자신의 감정을 혜원에게 털어 놓지만 혜원은 주성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예전과 다르다고하지만 한번의 이혼을 경험한 여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이고 싶은 시부모님은 아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주성의 막무가내 사랑이 서서히 빛을 발하는 순간, 형수.. 현숙과의 예기치 않은 만남이 혜원과 주성의 만남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혜원 역시 주성의 마음을 알지만 신파와 같은 결론에 이를 수 밖는 선택을 하게 된다.

 

솔직히 불편하고 안 좋았던 것은 그 시대의 남자들이 보여주는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자신이 갖지 못할바에는 차라리 망가뜨린다는 오기와 복수심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남자들의 모습이 찌질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신뢰는 접어두고 왜 그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확인도 안하고 다짜고짜 사랑하는 여인을 한낱 남자를 밝히는 여자로 깔아내리는 모습 역시 불편했다.

 

처음에 쌀쌀했던 것과는 달리 자신의 환자에게 남다른 애정이 서서히 쌓여가는 인성의 모습을 보며 그 역시 사랑에 목말라 하고 그리워 했다는걸 알 수 있다. 서로가 보는 사랑의 방향이 틀리기에 인성부부는 힘들지 않았을까? 싶으며 아내를 끝까지 보듬으려는 인성의 마음을 현숙은 어떻게 느끼고 살아갈지... 그녀의 성격으로 볼 때 이마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읽는 박경리 작가님의 책이다. 스토리 전개가 빨라 쉼없이 읽어내려간 책이다. 김약국의 딸들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좋았으며 박경리 작가님의 최고의 작품으로 가지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다 못 읽은 토지는 시간이 날때마다 차근차근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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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사계절 : 한겨울의 제물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Four Seasons Murder 1
몬스 칼렌토프트 지음, 강명순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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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악의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인간이 가진 악의에 대한 진실과 만나게 하는 책을 만났다. 

 

몇 년전부터 북유럽 스릴러 소설들이 쏟아져 출간되고 있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 재밌게 읽었지만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북유럽 스릴러 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하고 다음에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이 오싹하고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해 줄지 내내 기다리게 된다. 이런 나에게 무척 기대가 되는 작품을 안고 온 또 한명의 북유럽 작가를 만났다. '몬스 칼렌토프트'의 '살인의 사계절 - 한겨울의 제물'은 책표지에서부터 남다른 포스를 자랑하고 있다. 얼어버린 누군가의 발이 허공에 있다. 이 사람은 누구이며, 왜 이런 모습으로 갖게 되었는지...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많은 상처를 담아내고 있는 모습이라걸 알게 된다.

 

영하 30도를 넘어서는 날씨에 온몸에 상처투성이 남자가 나무가지에 매달려 죽어 있는 시체로 발견이 된다. 사건 현장에 출동한 여형사 여형사 말린 포르스와 세케 형사는 신원을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누구인지, 살인자는 왜 이토록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는지...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증거를 찾아나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하면 여형사 말린이 독백처럼 읊조리는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사건 해결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형사로서의 역활뿐만아니라 스무살 철없는 시절 한 남자를 사랑하고 그로인해 얻은 딸 토베가 14살의 사춘기 소녀가 되면서 싱글맘으로서 느끼는 감정 변화와 딸에 대한 마음을 섬세하게 적절히 풀어내고 있어 나역시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란 입장에서 공감하게 된다. 또 하나는 전혀 의외의 인물이 들려주는 의문투성이의 이야기다. 그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시체의 주인인 '벵트 안데르손'으로 자신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자신에게 닥힌 불행한 사건이 어떤 연유로 인해서 일어났는지 여형사에 말린에게 자꾸만 사건의 본질을 놓치지 말라고 무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은 시체가 벵크란 인물로 밝혀지면서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연락을 해온다. 벵크란 인물이 몇년 전에 숲 속에서 발생한 마리아 무르발 성폭행 사건에서 여러명의 유력한 용의자 중 한사람으로 지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리아는 벵크에게 유일하게 친절을 베푼 사회복지사였다. 벵크의 아버지는 '구석집 칼레'로 통하며 남성으로서의 젊은시절 매력을 물씬 풍기는 남자로 그의 매력 앞에 당시 모든 여성들을 포로로 만들어 버린 남자였다.  

 

벵크가 고대 북유럽 신화 추종자들에 의해 인간제물로 바쳐졌다는 이야기까지 돌게 되면서 사건의 진실에 성큼 다가섰다고 느껴지지만... 들어나는 진실은 자신의 거짓말을 숨기려는 한 인간의 끝도 없는 악의에서 출발한 일이다. 

 

한 인간의 인격 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이 부모다. 아이를 낳고 부모로 살다보니 나역시도 내 자신의 감정으로 인해 아이를 아프게 하는 경우가 있다. 한순간의 욕망이 불러 온 악연은 한 인간을 끝없는 악의를 품게 만들어 버린다. 악의를 품고 있는 사람에게 중독된 사람들 역시 또 다른 악의를 갖게 되는데.....

 

저자 몬스 칼렌토프트는 사계절을 주제로 한 책을 계속해서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첫번째 겨울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다음은 여름, 가을, 봄 순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다음편에서도 여형사 말린과 그의 파트너 세케가 팀웍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고해서 기대하게 된다.

 

그동안 강한 이야기에 중독되어 있어 다소 약한다는 느낌을 받을수도 있다. 허나 사건보다 사건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사건과 함께 자신들의 풀어내는 이야기에 더 재미를 느끼기에 난 충분히 재밌게 읽었다. 내가 만난 재밌는 스릴러 작가중에 몬스 칼렌토프트도 추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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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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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작가 '폴 오스터'.. 그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아픈상처으로 인해 고독한 삶을 겨우 지탱해 나가는 인물들이다. '선셋파크' 내가 그동안 사진이나 상상 속에서만 생각했던 아름다운 공원이아니다.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선셋파크에서 등장인물들은 상실했던 꿈과 삶에 대한 의욕을 다시 만들어 가는 치유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 낸 책이다. 저자가 미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한없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현실감 있게 들어 낸 작품이란걸 읽는내내 느낄 수 있었다.

 

마일스 헬러는 버려진 집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다. 그는 주인이 떠난 엉망으로 망가진 집의 흔적을 사진에 담아두려고 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물론이고 그 자신조차도 왜 그런 사진을 찍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다. 다만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물건들에 대해 마지막 애정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심정... 이렇듯 기이한 행동을 하는 그에게 어느날 어린 소녀가 눈에 들어온다. 아버지에게 받은 '위대한 개츠비'란 제목의 책을 같이 들고 있다는 것에 서로에게 호감이 느낀 것이다. 아직 고등학생에 미성년자인 소녀.. 필라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되자 그의 인생 전반에 변화가 찾아온다. 똑똑하고 지혜로운 필라와의 동거를 거쳐 그녀를 더 높이 비상시켜 주고 싶은 마일스는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그녀에게 쏟아붓지만 그런 마일스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필라의 언니로 인해서 마일스는 할 수 없이 옛친구에게 연락을 취해게 된다.

 

스토리에는 마일스란 인물이 중심에 서 있다. 그의 옛 친구이며 그를 우상시 여기는 인물 빙 네이선은 자신을 둘러싼 작은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인물로 재즈밴드에서 드럼을 치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다. 빙은 먹고사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돈도 아낄겸 우연히 발결한 센셋파크의 빈 집을 점거하고 살아가기로 한다. 그 집에는 빙의 오래전 친구인 부동산 중개인인 앨런과 그녀의 대학시절 룸메이트였던 앨리스로 콜롬비아 대학원생이 함께 새활하고 있다. 빙, 앨런, 앨리스 역시 나름의 상처와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이다. 여자와의 연애에 서툰 빙, 여자치고는 커다란 체격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를 옳아매고 있는 앨런, 제이크 봄이란 소설가를 남자친구로 두었지만 외로움은 쉽게 없어지지 앨리스까지.... 이들과 함께 마일스의 아버지 모리스 헬러와 낳아준 생모 메리-리-스완까지 어느 한 인물을 중심으로 끌고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 속에 등장한 인물 거의 다의 생각과 삶의 모습을 들려준다.

 

마일스가 대학을 포기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이유는 형제자매가 북적이는 집에서 살아 온 나로써는 충분히 공감이 된다. 자식에 대한 애정보다는 배우로서의 빛나는 삶을 더 원했던 생모와 아버지와 재혼한 엄마와 그녀의 아들에게 닥힌 불행한 사고, 한 집에 살고 있는 동료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맞선 마일스의 행동은 책의 내용이 해피엔딩으로 끝날거란 예상을 뒤집어 엎는 결과를 가져온다. 허나 이전 7년 반을 떠돌던 때와는 달리 그에게는 사랑하는 소녀 필라와 꿈꾸었던 미래가 암울해도 예전처럼 도망만 치지만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마일스에 대한 우상을 다른 사람을 통해 표현해 보는 빙의 모습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스무 살 멋모르때 했던 행동이 가슴 속 멍울이 되어 살아가는 앨런에게 다시 찾아 온 열정, 남자친구를 떠나 한명의 여성으로 서서히 힘을 키우는 앨리스, 아들이 왜 그들의 곁에서 떠났는지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감싸주지 못하고 지켜만 보아야하는 부모된 입장, 그리고 그가 한 실수까지....

 

센셋파크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은 현실 속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가슴속에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에 대해 저자는 비슷한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 그들 모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 삶의 모습이라고 보아도 좋을듯 싶다.

 

폴 오스터의 책을 몇 권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라는 '달의 궁전'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선셋파크를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보게 된다. 미국의 대표작가로 지금보다 다음에 나올 작품이 더 기대되는 작가 폴 오스터.. 그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된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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