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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감성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작가 '폴 오스터'.. 그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아픈상처으로 인해 고독한 삶을 겨우 지탱해 나가는 인물들이다. '선셋파크' 내가 그동안 사진이나 상상 속에서만 생각했던 아름다운 공원이아니다.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선셋파크에서 등장인물들은 상실했던 꿈과 삶에 대한 의욕을 다시 만들어 가는 치유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 낸 책이다. 저자가 미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한없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현실감 있게 들어 낸 작품이란걸 읽는내내 느낄 수 있었다.
마일스 헬러는 버려진 집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다. 그는 주인이 떠난 엉망으로 망가진 집의 흔적을 사진에 담아두려고 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물론이고 그 자신조차도 왜 그런 사진을 찍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다. 다만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물건들에 대해 마지막 애정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심정... 이렇듯 기이한 행동을 하는 그에게 어느날 어린 소녀가 눈에 들어온다. 아버지에게 받은 '위대한 개츠비'란 제목의 책을 같이 들고 있다는 것에 서로에게 호감이 느낀 것이다. 아직 고등학생에 미성년자인 소녀.. 필라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되자 그의 인생 전반에 변화가 찾아온다. 똑똑하고 지혜로운 필라와의 동거를 거쳐 그녀를 더 높이 비상시켜 주고 싶은 마일스는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그녀에게 쏟아붓지만 그런 마일스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필라의 언니로 인해서 마일스는 할 수 없이 옛친구에게 연락을 취해게 된다.
스토리에는 마일스란 인물이 중심에 서 있다. 그의 옛 친구이며 그를 우상시 여기는 인물 빙 네이선은 자신을 둘러싼 작은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인물로 재즈밴드에서 드럼을 치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다. 빙은 먹고사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돈도 아낄겸 우연히 발결한 센셋파크의 빈 집을 점거하고 살아가기로 한다. 그 집에는 빙의 오래전 친구인 부동산 중개인인 앨런과 그녀의 대학시절 룸메이트였던 앨리스로 콜롬비아 대학원생이 함께 새활하고 있다. 빙, 앨런, 앨리스 역시 나름의 상처와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이다. 여자와의 연애에 서툰 빙, 여자치고는 커다란 체격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를 옳아매고 있는 앨런, 제이크 봄이란 소설가를 남자친구로 두었지만 외로움은 쉽게 없어지지 앨리스까지.... 이들과 함께 마일스의 아버지 모리스 헬러와 낳아준 생모 메리-리-스완까지 어느 한 인물을 중심으로 끌고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 속에 등장한 인물 거의 다의 생각과 삶의 모습을 들려준다.
마일스가 대학을 포기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이유는 형제자매가 북적이는 집에서 살아 온 나로써는 충분히 공감이 된다. 자식에 대한 애정보다는 배우로서의 빛나는 삶을 더 원했던 생모와 아버지와 재혼한 엄마와 그녀의 아들에게 닥힌 불행한 사고, 한 집에 살고 있는 동료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맞선 마일스의 행동은 책의 내용이 해피엔딩으로 끝날거란 예상을 뒤집어 엎는 결과를 가져온다. 허나 이전 7년 반을 떠돌던 때와는 달리 그에게는 사랑하는 소녀 필라와 꿈꾸었던 미래가 암울해도 예전처럼 도망만 치지만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마일스에 대한 우상을 다른 사람을 통해 표현해 보는 빙의 모습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스무 살 멋모르때 했던 행동이 가슴 속 멍울이 되어 살아가는 앨런에게 다시 찾아 온 열정, 남자친구를 떠나 한명의 여성으로 서서히 힘을 키우는 앨리스, 아들이 왜 그들의 곁에서 떠났는지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감싸주지 못하고 지켜만 보아야하는 부모된 입장, 그리고 그가 한 실수까지....
센셋파크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은 현실 속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가슴속에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에 대해 저자는 비슷한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 그들 모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 삶의 모습이라고 보아도 좋을듯 싶다.
폴 오스터의 책을 몇 권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라는 '달의 궁전'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선셋파크를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보게 된다. 미국의 대표작가로 지금보다 다음에 나올 작품이 더 기대되는 작가 폴 오스터.. 그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된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