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면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박수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자신을 포함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생각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을 보기 싫어하는 남자의 기이한 초대
저자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를 몇 편 읽어 보았기에 사람들이 권하는 '기면관의 살인'에 대한 기대가 남달리 컸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살짝 실망스런 느낌을 받을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자를 믿고 망설임 없이 선택한 책인데 내가 원했던 만큼의 기대에는 조금 못미치지만 그래도 관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재미와 견주어 볼 때 결코 손색이 없는 책이란 것은 인정한다.
추리소설 작가인 시시야 가도미는 이미 여러 관시리즈에서 다양한 살인사건과 마주친 적이 있는 인물이다. 시시야는 자신과 생김새가 너무나 닮은 소설가 휴가 교스케로부터 뜻밖의 제의를 받게 된다. 그는 기면관의 주인인 가게야마 이쓰시란 사람의 초대에 응하는 조건으로 거금 200만엔을 받는다는 것이다. 돈이야 당연히 있으면 좋지만 굳이 타인의 행사를 하면서까지 돈이 필요치 않은 상황이기에 시시야는 흥미도 없고 내켜하지 않는다. 헌데 가게야마 이쓰시란 남자가 초대한 저택이 기면관 혹은 가면관이란 이름으로 불리워지며 저택을 지은 건축가가 다름아닌 나카무라 세이지란 인물이기에 호기심에 휴가 쿄스케의 제의에 응하게 된다.
기면관의 주인인 가게야마 이쓰시는 남다른 인물이다. 어린시절부터 겨우겨우 참아오던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인물로써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의 연이은 불행으로 인해 더이상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얼굴 표정도 보기 싫어한다. 이러한 주인의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서 기면관에 초대된 6명의 인물들은 '환희, 놀람, 탄식, 오뇌, 대소, 분노'의 가면을 쓰고 있어야 한다. 여섯개의 가면은 열쇠로 잠그면 아무리 물리적인 힘을 가해도 쉽게 열리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기묘하다고 밖에 표현하지 못할 모임은 어색하지만 무리없이 진행된다. 시시야는 기면관의 주인 가게야마 이쓰시와의 1 : 1 면담에서 조금은 어색하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느낌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낯선 환경과 기이한 모임 탓에 피곤했던 시시야는 평소보다 깊은 잠을 자게 된다. 기면관에 초대된 사람들은 다음날 일어나보니 그들이 전날 썼던 가면이 얼굴에 씌여져 있고 열쇠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런 와중에 주인 가게야마씨가 자신의 침실에서 잔인하게 살해되어 목과 열손가락이 사라진채 발견이 된다. 누가? 왜? 이런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는지 초대받은 사람들과 기면관의 고용인 3명은 시시야의 지휘하에 서로의 전날 행적을 추적해가기 시작한다. 10년 만에 한번씩 내리는 폭설 때문에 범인은 기면관에서 도망칠 수 없다. 외부의 침입 흔적이 없기에 주인장을 살해한 범인은 분명 9명 중 하나이다.
세상에 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3사람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기면관의 주인인 가게야마 이쓰시가 초대한 사람들은 주인과 태어난 해, 생일이 같거나 하루 차이가 나며 얼굴 생김새 역시 주인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만 불러들인 기면관의 주인의 이런 남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시시야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3가지의 의문을 풀면 기면관의 주인 살인사건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다. 마지막까지 범인이 들어나지 않는 적절한 복선이 잘 깔린 작품이다.
무엇보다 초대받은 사람과 주인 가게야마의 얼굴에 쓰여진 가면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연상해 보며 읽으니 훨씬 더 재밌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그동안 TV나 책 등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가면들을 본 적이 있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가면들의 강렬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3권으로 이루어진 암흑관의 살인을 재밌게 읽었기에 이 책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관시리즈가 총 10편으로 마무리 된다고 한다. 우리에게 선보인 9권의 책을 빼면 이제 한 권만이 남아 있다. 마지막 한 권은 언제 나올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