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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요 하숙집의 선물
오누마 노리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마요 하숙집'에 어느날 뜻밖의 인물이 나타난다. 주인장 다마요가 남자 친구의 병 간호를 위해 떠난 자리에 그녀를 대신해 하숙집에 살고 있는 세명의 여인들을 돌보아 줄 인물은 여자란 짐작과는 달리 중절모에 애견을 유모차에 끌고 온 중년의 남성다.
하숙집 하면 떠올리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다마요 하숙집에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먼저 다마요에 사는 세명의 여성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책의 주인공이란 느낌을 주는 취업 준비생 슈코는 실직 전 직장에서 친한 동료 직원에게 푸념처럼 털어 놓은 이야기가 원인이 되어 그만 직장에서 짤리고 만다. 아르바이트를 벗어나 정규직 직장에 취직을 하고 싶지만 이전 직장에서의 기록으로 인해 슈코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슈코와 달리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데코는 나이 어린 직장동료의 구애를 받고 있다. 특별한 감정 없이 우연히 사고를 치고 그로인한 책임을 지고 싶다는 어린 직장후배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이 가며 우리네 직장 분위기와 닮아 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를 목표로 한창 시험 공부에 막바지 박차를 가하고 있는 료코다. 료코와 긴밀한 관계에 있던 사람이 사회가 가진 편견과 작위적인 사건 꿰맞추기를 통해 범죄자가 되자 그녀는 변호사가 되기로 한다. 혼자의 힘으로 대학도 나오고 고시공부도 하는 그녀지만 알고보면 그녀는 가족들이 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능력 있는 집안의 딸이다.
슈코, 데코, 료코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녀들의 생활을 도와주는 관린인 도모미의 세심하고 눈에 띄지 않는 섬세함이 그녀들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나름의 아픔을 간직한 도모미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방랑적인 생활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인물이다.
슈코, 데코, 료코의 인생에서 커다란 영향을 준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커다란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리인 도모미 역시 아버지이자 남편이였던 그 자리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인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데코와 료코가 겪고 있는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슈코는 이들을 보면서 언니가 가진 아픔과 힘듬을 느끼게 되고 아버지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노력을 시도해본다.
도모미씨로 인해 처음으로 즐긴 크리스마스... 세명의 여성은 물론이고 도모미씨에게도 커다란 의미를 가진 크리스마스가 된다. 현실속에서 다른 형태의 모습이지만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가족이나 직장에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위에서 충분히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저자 오누마 노리코의 전작 '한밤중의 베이커리'를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전작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해와 용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 여성들을 주제로 한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