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소년 1

천국의 소년 1
이정명 지음 / 열림원 / 2013년 5월

수를 사랑하는 소년이 풀어내는 수 이야기는 곧 그의 인생이야기다.

이정명 작가의 신작소설 '천국의 소년'이 출간되었다. 천국의 소년의 주인공은 정신적 연령은 유치원생이지만 수학에서만은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그는 자폐증상과 비슷하지만 타인과의 교류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의 한 유형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안길모란 소년이다.

길모는 살인용의자로 체포된다. 미국에 망명한 북한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CIA요원에 의해 범행을 자백하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 온통 의문투성이의 증거들만 가득하다며 그를 몰아넣지만 정작 길모 자신은 CIA 요원의 취조가 전혀 무섭지 않다. 강압적인 수사에도 끄덕하지 않는 길모지만 그의 증상을 알고 있는 간호사 안젤라는 길모가 가지고 있는 진실을 대화를 통해서 풀어나간다.

길모의 이야기는 아버지로부터 시작한다. 의사였지만 최고위 간부의 죽음으로 장의사로 직업이 바뀌어버린 아버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수에 대해 남달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길모는 영재들만 모인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곳에서 생애 첫번째 친구인 재하를 만나게 된다. 헌데 어느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체 아버지와 함께 길모는 교화소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재하처럼 친구로 강씨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강씨 아저씨 역시 남다른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북한을 대표하는 외화벌이 은행에 근무하던 그가 갑자기 귀국을 종용받자 위기감을 느끼고 귀국한 것이다. 강씨 아저씨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이름은 영애...  좋아하는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길모지만 둘 만의 대화를 만들어 갈 정도로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강씨 아저씨가 행방불명되고 영애가 수용소를 나가자 길모는 영애를 찾아 수용소를 탈출하는데... 수용소를 탈출한 길모는 낯선 도시에서 날치란 아이를 만나게 되고 날치와 함께 험난한 길을 다시 떠나게 된다.

길모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를 풀어간다.  길모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동안 무수히 뉴스를 통해서 보아왔던 북한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먹을게 없어서.... 생명에 위험을 느껴서... 지상낙원이라는 말로 선전하고 사람들을 현혹시키기에는 북한인들의 삶이 너무나 비참하다.

학창시절에도 수학에 유달리 약했던 내가 책속에 나오는 수학이야기가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학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결코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느껴졌다. 단순히 수학공식만 나열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겠지만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수학을 통해서 만나고 풀어내고 있어서다.

여기에 TV이를 통해서 북한에서 라오스로 탈출한 '꽃제비'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일 뉴스를 탔다. 사실 꽃제비란 용어를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몇 달 전에 스페인으로 여행을 갔다가 배를 타고 모로코까지 다녀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모르코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이 들어 자동차에 몰래 숨어 들어 스페인으로 탈출을 감행하는 꽃제비가 있다고해서 알게 되었다. 시기적으로 꽃제비나 북핵문제,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와 일본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 지금과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라 여겨졌다.

카프리카 수처럼 영애와 길모는 재회하게 된다. 헌데 그들이 놓인 상황은 결코 쉽지가 않다. 두사람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도 궁금하지만 길모가 어떻게 미국까지 오게 되었으며 그가 진짜 살인사건의 범인일지 너무나 궁금해서 2권을 빨리 읽어야겠다.

날개 달린 어둠

날개 달린 어둠 - 메르카토르 아유 최후의 사건
마야 유타카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5월

찾아서 읽어야 할 작가 한 분이 나타났다. 마야 유타카... 일본의 이름있는 상을 수상한 작품 '애꾸눈 소녀'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알려진 작가다. 이미 주변분들을 통해 애꾸눈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에 궁금해 하고 있다가 애꾸눈 소녀보다 작가의 데뷔작인 '날개 달린 어둠'을 먼저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저자에 대한 평가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데뷔작이란 생각이 했다. 

이야기의 화자는 셜록홈즈를 도와주는 왓슨 박사 역활을 하는 탐정 기사라즈와 함께 중세 유럽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창아성'을 방문하는 고즈키란 인물이다. 그의 눈을 통해서 탐정 기사라즈란 인물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순전히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요소가 있어야만 사건 의뢰를 맡는 천재 탐정로 비쳐진다. 기사라즈에게 청야성에 살고 있는 이마카가미家의 사람 중 한 명이 보낸 방문편지와 협박 내용이 담겨진 두 통이 동시에 전달이 되면서 고즈키와 기사라즈 탐정은 청야성을 찾게 되고 그들의 방문 시기와 겹쳐져 일어나는 두 건의 살인사건... 탐정 기사라즈에게 편지를 보낸 남자와 그의 아들이 누군가에 의해 죽는다. 시체에서 목이 사라지고 발이 잘려진 상태의 의문스런 살인사건... 여기에 폐쇄적이고 복잡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마카가미 사람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모습은 묘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의 진실을 알아차린 기사라즈 탐정은 살인사건의 진실의 문에 다가서는데...  이 일은 오히려 기사라즈 탐정에게 커다란 상처만 남기는 결과를 낳게 된다. 기사라즈 탐정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또 다른 명탐정 메르카토르란 인물이 등장하고 그에 의해 밝혀지는 살인사건의 진상은....

처음부터 기사라즈와 메르카토르.. 두 명의 탐정의 대결구도는 없다. 기사라즈 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상당부분 진행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메르카토르 탐정이 등장하지만 그 역시도 짧은 등장만 남기고 사라진다. 조연도 아주 가벼운 역활의 조연같아 보이지만 그역시 청야성과 깊은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명탐정들이 보여주는 엉뚱하고 황당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가사라즈란 인물의 묘한 매력이나 왓슨 박사처럼 셜록 홈즈를 도와주어야 할 고즈키는 오히려 한발자욱 떨어져 사건을 바라보는 모습이 기존의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사건이 마무리 지은 상태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예상했던 반전을 뛰어넘기에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분명 중간중간 살며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힌트를 보여주지만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완벽한 밀실상태나 기존의 만났던 캐릭터와 다른 주연급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자에게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긴다.

아직 못 읽은 이미 나와있는 애꾸눈 소녀와 귀족탐정도 궁금하지만 저자의 다른 작품들 역시 빨리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인형관의 살인

인형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흑묘관의 살인 이후 인형관의 살인까지... 이제 우리나라에 나온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는 다 읽었다. 솔직히 흑묘관의 살인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인형관의 살인 역시 구성이나 스토리 전개가 제 예상보다 뛰어넘어 흥미롭게 느끼며 재밌게 읽었다.

이미 다른 관시리즈를 통해서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트릭이라는 느낌이 있을 수 있겠지만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를 따라가며 읽다보면 책에 빠져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히류 소이치는 사랑하는 엄마를 모시고 자살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본가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주 오래전에 본가를 떠난 히류가 처음 마주치게 되는 것은 기이한 형태의 인형들이다. 분명 예술가였던 아버지의 작품이 분명한 인형들은 하나같이 온전치 못하다.

히류는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진다. 히류 자신을 노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불미스런 사고가 연달아 발생한다. 여기에 어린이 살인사건과 우연히 마주친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되는 히류.... 복잡한 상황에서 히류는 친구를 통해서 가슴이 설레이게 하는 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존재는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데... 그녀 역시 히류가 가진 남다른 느낌에 호의를 가지게 된다.

관시리즈에서 이미 만났듯이 인형관에서도 살인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어버린 아픔보다 그 속에 담겨진 목적에 더 깊이 빠져드는 히류는 결국 자신을 도와줄 옛친구 추리작가 시마다 기요시에게 연락을 취하게 되는데.....

한번쯤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트릭과 마주치지만 그 트릭을 뛰어넘는 마지막 반전까지 분명 존재한다. 히류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범인에 대해 서서히 윤곽이 들어나기 시작하지만 그럼에도 난 전혀 예상치 못한 마지막 반전과 만났다.

책의 뒷부분에 아야츠지 유키토가 시계관의 살인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인형관의 살인을 말했다는 글을 읽으면서 확실히 이전의 관시리즈 작품들과는 장소나 분위기, 구성부터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제까지의 관시리즈를 지은 작가는 나카무라 세이지다. 허나  인형관의 살인에서는 건축가에 대한 언급이.....

아야츠지 유키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놓치면 아까운 작품이다. 이전 관시리즈와는 다른 느낌의 관시리즈... 다음 관시리즈도 기대한다.

눈의 아이

눈의 아이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작가의 이름만 보고도 선택하는 책이 있다. 나에게도 이런 작가분들이 서너명 있다. 미미여사로 알려진 미야베 미유키가 그 중 한분이시다. '눈의 아이'는 올 초에 나온 미미여사의 책으로 단편소설이다. 솔직히 단편소설 보다는 장편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각각의 단편이 가진 이야기가 재밌어 즐겁게 읽었다.

제목인 눈의 아이는 첫번째 이야기로 나온다. 나란 인물은 어느날 자신들이 다닌 초등학교가 통폐합 한다며 이 일을 기회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모이게 된다. 이미 오래전에 그들과 함께 했지만 하얀 눈 속에 빨간 머플러로 목이 졸려 죽은 친구를 떠올리는 친구들.... 허나 마지막에 소녀의 죽음이 간직한 진실이 너무나 어이없다. 죽은 소녀에게 느끼는 질투에 휩싸인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도.... 진실을 마음에 묻고 살아가는 여자 역시 한시도 죽은 소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진실을 직감적으로 알아버린 소년 역시 살아오는 동안 힘들었을거 같다.

한번도 제대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장난감 가게 할아버지의 존재... 갑자기 등장한 할아버지는 어린아이의 눈에 이상스럽게 느껴진다. 여기에 가족들간의 불화와 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태도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쑥덕거림에서 편안하지 못한 이야기를 다룬 '장난감'과 어린시절 늘 옆에 끼고 살던 무척이나 좋아했던 인형이지만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사연을 다음 '지요코', '돌베개'는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였다. 우리 사회도 피해자의 아픔을 보기 보다는 이유를 붙여서 그럴만 했다는 식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소녀에 대해서 번지는 소문들은 하나같이 행실이 나쁜 내용뿐이다. 소녀에 대해서 아는 소년과 소년의 여자친구인 화자의 딸의 조사를 도와주던 중 우연치 않게 딸의 조사내용으로 진짜 범인을 잡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 '성흔'은 분량이 우선 다른 이야기에 배가 넘는 작품이다. 인터넷이란 공간을 통해서 자신이 숭배하는 사람을 성스러운 존재로 만들어 버린 카페가 생겨나자 아들의 상태가 걱정된 아버지가 조사원을 찾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아버지의 아들.. 즉 그가 소년이였을때 어머니와 어머니의 내연남을 살해하게 된 사연은 부모란 존재가 저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한 소년의 인생 자체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악을 품고 있다.

개인적으로 2편의 단편이 유독 마음에 들었다. 강렬한 반전이 살아 있는 눈의 아이와 돌베개다. 성흔 역시 충격적인 진실과 강렬함이 있지만 그럼에도 카페란 공간을 통해서 타인들의 마음에 검은 마음을 심어주는 이야기라 마음이 불편했다.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생각한다. 충분히 현실을 반영한 흥미로운 소재의 이야기지만 이전의 장편소설에 비해서 재미가 살짝 약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실성 있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각각의 인물들이 개성있어 나름 재밌게 읽었다. 다음에는 단편이 아닌 장편을 통해 미미여사를 만나고 싶다. 

흑묘관의 살인

흑묘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0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 중 여섯번찌 이야기 '흑묘관의 살인' 읽어야지 읽어야지 벼르다 이제서야 읽었다. 흑묘관을 지은 사람 역시  나카무라 세이지란 건축가이다. 그가 지은 건물에는 반드시 이름에 걸맞은 트릭과 비밀스런 장소가 존재한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대충 짐작이 가능한 면이 있지만 마지막에 들어나는 반전은 예상밖이라 즐거웠다. 그런 의미에서 관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기억을 잃은 노인이 추리작가 시시야 가도미의 작품을 읽고 그를 만나기를 원한다. 시시야 역시 기억을 잃은 노인 야유타 도마가 쓴 수기 속에 등장한 나카무라 세이지란 이름에 이끌려 만난다. 야유타의 수기가 정말 사실일지... 시시야와 그의 동행인 코난과 야유타는 진실을 찾아 깊은 산 속에 위치한 흑묘관의 존재를 확인하기로 한다.

수기 안에는 흑묘관에서 살인 사건이 어김없이 일어난다. 야유타가 처한 있는 상황과 흑묘관을 방문한 사람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죽은 사람의 존재를 없애기로 하는데.... 이 와중에 의외의 장소에서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되고 여기에 밀실 안에서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타나면서 진실은 영원히 파묻힌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를 통해 흑묘관이 가진 진실에 다가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범인은 어느정도 윤곽이 보인다. 그럼에도 아야츠지 유키토란 이름에 걸맞게 반전과 재미는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시절 재밌게 읽었던 검은 고양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들어나는 진실은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트릭이나 구성 역시 관시리즈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요소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기가 가진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을 역시 깔끔하니 괜찮다.

관시리즈를 순서대로 읽기보다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있다. 지금 옆에 두고 있는 인형관의 살인만 읽으면 다 읽는다. 관시리즈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어나더를 통해서 반한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다음 관시리즈는 언제 나올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