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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도피 ㅣ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평점 :
책을 통해서보다 영화를 먼저 보고 찾아서 읽었던 '책을 읽어주는 남자' 사실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평가에 쉽게 수긍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가 감정의 묘사가 탁월해 감정의 고고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데 '사랑의 도피'를 읽으면서 왜 저자에 대한 평가가 높은지 어느정도 알게 되었다.
'사랑의 도피'는 총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녀와 도마뱀'에서는 판사로서 능력있는 아버지를 두었던 소년이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그림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이야기다. 소년은 아버지의 모습 뒤에 가리워진 어두운 면과 부부로서 살아가지만 남편에게 받은 커다란 상처를 끌어안고 살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남자'는 암으로 생을 마친 부인 앞으로 한통의 편지가 날아온다. 평생 아내에게 특별한 불만을 가지고 살지 않았던 남자는 아내에게 자신말고 다른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당혹감, 배신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다른남자에게 답장을 보내게 되고 편지가 이어지면서 남자는 아내의 옛남자를 찾게 된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남자의 모습... 다른남자를 통해 아내의 또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지만 그는 더 이상 질투나 배신의 감정을 느끼지 않게 된다.
'청원두'에서는 정기적으로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는 남자... 그는 아내는 물론이고 다른 여자와 아이를 낳으며 두 집 살림에 전혀 죄의식이 없다. 너무나 당당한 그는 또 다시 다른 여자와도 관계를 맺는다. 시기도 맞아 떨어졌고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하며 인생에서 두려울게 없었던 남자... 그가 우연한 사고로 다치게 되고 그를 둘러싼 세명의 여성은 남자의 승인없이 남자를 활용한다.
'할례'는 독일인 남자가 유대인 여성을 만나 사랑을 하면서 그들이 아닌 전세대가 겪었던 일로 인해서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은 모든 것을 넘어설 수 있다지만 서로의 친구나 가족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나 당혹감을 받게 된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자신을 위해... 커다란 결심을 하게 되는데...
'아들'은 분쟁 장소에 파견된 한 독일인 남자의 이야기다. 아들을 사랑하지만 아내와의 이혼으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살게 된다. 그는 지금은 장성했지만 오래전에 아들을 놓쳐버린 것이 항상 마음에 남아 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로 인해 아들에 대한 사랑을 떠올리지만 그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지금이 홀가분하다.
마지막 '주유소의 여인'은 사랑이란 감정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남자가 다시 아내에게서 사랑을 발견하게 되지만 우연히 들린 주유소에 만난 여인에게 새로운 욕망과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더 늦기전에 차를 세우는 그와 그런 남편을 제재없이 보내주는 아내의 모습.... 서로간의 신뢰나 의무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다.
사랑을 갈구하지만 사랑이 다가오자 두려움과 번뇌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한번씩 내 마음을 내가 모를때가 있다. 나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모르고 살고 있는데 부부로 인연을 맺고 살고 있는 남편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진짜 그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모순된 모습과 우리 내면에 감추어진 어두운 면을 잘 표현해낸 작품이라 느껴졌다. '사랑의 도피'가 이미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리암 니슨이 출연한 '디 아더 맨'이란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단편이야기중 어떤 소재의 이야기에 그들이 나올지 궁금증이 생기며 개인적으로 리암 니슨이 '아들'이나 '다른 남자' 편에 출연했으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