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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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보게 되면 참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유롭고, 느긋해 보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끄러운 도심에서 아둥바둥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자꾸만 작아지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들의 사는 모습이 보는 것과 실제 상황이 분명 차이가 있겠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연과 가깝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나고자란 도시를 벗어나 생활해 본 적이 한번도 없기에 선뜻 용기를 내어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리 내려 놓고 떠나는 것이 어려운지... 실제 자연속에 생활해보고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이야기하면서 현대사회 속에서 매일매일 걱정근심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다 보게 한다.

 

이 책이 법정스님이 읽고 추천하신 책이란 글귀에 먼저 빠졌던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술술 잘 읽히는 책은 아니다. 천천히 느리게 읽으면서 자연과 현대사회 속에 살고 있는 나를 자꾸만 생각해 보고 어떤 삶이 진정 평화롭고 행복한 삶인지 자꾸만 물어보게 만드는 책이다. 책을 통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란 작가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19세기의 삶을 살았던 저자의 이야기가 온전하게 다 이해되고 공감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좀 더 좋은 것만을 향해 경쟁속에 버려진 우리들의 모습이 행복과 조금 많이 떨어져 있기에 덜 소유하고 덜 가지려는 그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덜 소유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가져다 주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저자는 월든 호숫가 근처 숲 속에 자신만의 작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다. 먹는 것에 크게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동물처럼 소박한 식사를 추구한다면 굳이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먹고 사는 의식주를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서 살고 있다. 물론 지금이라도 버려진 땅이나 남의 땅을 빌려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는 있다.허나 이런 노동력을 우리 중에는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며 눈만 돌리면 대형마트 매장에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먹을거리가 풍성하기에 다른 것에 눈을 돌리게 된다.

 

특히나 흥미롭게 느껴졌던 글은 선진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는 기부문화가 뒤떨어지는 것이 우리나라다. 책에서는 19세기 그가 살고 있는 마을에도 기부가 포화상태에 놓여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선행을 행하는 것이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며 변질되고 비뚤어진 선을 행하는 것에서 벗어나 먼저 착한 마음을 갖고 주위부터 작은 선을 행하고 그 선이 퍼져 나가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한다. 보여주는 선이 아니라 오른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조용하고 아무 댓가없는 선을 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자신을 둘러싼 삶의 본질을 이해하고 올바르고 깊이 있게 살고 싶어했고 직접 몸으로 느꼈던 저자의 이야기는 매일을 정신없이 지내는 나의 삶을 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선사하는 책이다. 한껏 부렸던 욕심을 내려놓고 내가 원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지금 한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때 이 책을 만나 다행이다 싶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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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소피 옥사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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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만 보아주기를 원했던 것이 그렇게 큰 죄일까? 평생을 가슴에 품은 남자를 이제 묻으려 한다.

 

누구나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지역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게 사람이다. 더군다나 내일의 삶이 보장되어 있지 않는 전쟁중에는 이런 마음이 더 심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얼마전부터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북유럽 나라들의 작품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추방' 역시 산타클로스의 나라로 알려진 핀란드 작가의 작품으로  이 작품이 부산축제영화제 초청작의 원작 소설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스토리는 두 자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 남자와 그녀들, 그리고 한 여자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의 시간 속 에스토니아에 살고 있는 할머니 알리데 트루는 자신의 집 마당에 누워 있는 물체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진흙투성이에 지저분하지만 나름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는 여인은 남편과 자동차 여행중이였다고 털어 놓는다.

 

낯선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알리데는 젊은 여인 자라의 이야기가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그녀를 우선 자신의 집에 한동안 머물게 하기로 마음을 정한다. 수시로 밖의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라는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그녀가 에스토니아에 오기까지의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자라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원치 않는 끔찍한 시간을 살아야 했던 자라의 모습이 안타깝게 전개된다.

 

오래전 과거의 시간속 한 남자 한스가 알리데의 눈에 들어온다. 자신을 봐주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그녀의 바램이 이루어지는 순간 눈부신 햇살이 그만 알리데의 언니 잉겔에게 쏟아지고 그 모습은 한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자연스럽게 잉겔과 한스이 결혼을 하지만 행복한 그들의 모습은 알리데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알리데가 순간적으로 먹은 나쁜 마음도 미처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잉겔이 임신을 하게 되고....

 

정치적 신념이 다른 한스가 전쟁통에 위험에 빠질까봐 자매는 한스를 숨긴다. 공포의 고문 시간도 무사히 잘 견디었다고 생각했지만 알리데가 자신을 도와줄 남자로 선택한 인물로 인해 그만 언니 잉겔과 조카는 멀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쫓겨나게 된다. 언니가 떠난 공간에서 언니의 남편 한스를 돌보고 싶었던 알리데... 안전을 위해 선택한 남편 몰래 형부 한스를 위해 알리데의 위험을 무릎쓴 행동이 이어진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엇갈린 사랑을 향한 한 여인의 무모하리 만큼 안타까운 마음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집착으로 변해간다. 자신보다 무엇이든 잘하고 완벽한 사람에게 느끼는 질투섞인 감정...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이런 감정들이 있기에 알리데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자라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라를 이용해서 욕심을 채웠던 인물들로 인해 자라가 누구인지... 그녀가 왜 알리데를 찾아왔는지 마침내 들어나기 시작하는데....

 

읽으면서 드라마적 요소가 가득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쟁과 사랑, 시기와 질투, 배신이 섞인 이야기는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누구나 살기 위해 몸부름쳤던 전쟁통 한가운데 끔찍하고 무서운 상황에서 자신들이 최선이라고 믿었던 행동을 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그 어떤 남성보다 강하다는 느낌을 준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스토리를 영화에서는 어떤 식으로 풀어냈을지 궁금해졌다. '추방'은 스릴러 소설을 통해서 주로 접했던 북유럽 소설이 아니라 자신들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던 전쟁 속에서 살기위해 몸부름쳤던 한 여인의 가슴속 깊이 간직한 은밀한 이야기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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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신 정이 1 - MBC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원작 소설
권순규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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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있으면 mbc 드라마로 방영이 될 '불의 여신 정이' 문근영씨와 이상윤씨가 나온다는 이야기만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했던 드라마다. 직접 책을 읽으면서 여자 주인공을 다룬 기존의 사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재미가 있을거란 예상이 되는 작품이다. 무사 백동수를 통해 인정 받은 작가 권순규씨의 작품이라 더더욱 신뢰감이 생긴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범접하기 힘든 도공의 삶을 살았던 한 여인을 통해 그녀의 굴곡진 삶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당파싸움과 온갖 술수가 난무하는 16세기 후반 조선의 현실을 사실감 있게 만날 수 있다. 정이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여자다. 그녀의 어머니 초선은 최고의 사기장 자리를 놓고 치뤄지는 경합에서 자신이 흠모하는 유을담 변수를 돕고자 한다. 허나 그녀의 마음과 달리 또 한 명의 사기장 후보이며 초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남자 이강천으로 인해 유을담은 패배하고 만다. 이강천 역시 자신의 실력으로는 유을담을 이길 수 없다는 패배감을 느끼고 최충헌이 내미는 미끼를 물게 된다.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될거라 여겨진 이강천에 의해 위험에 빠지게 되는 초선은 마지막 유언으로 유을담에게 딸 유이를 부탁한다는 간곡한 유언을 남기며 죽음을 맞게 된다.

 

시간이 흘러 어머니 초선을 닮아 영특하고 손재주가 있는 정이는 열다섯의 나이에 우연히 광해군과 마주치게 된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은 그들은 알 수 없는 설레이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광해군은 그를 시기하는 형 임해군으로 인해 선조임금이 아끼는 태조발원문자기를 깨트리고 만다. 위급한 상황에서 여자 행수 묘령을 통해 유을담을 만나게 되는 광해군은 그곳에서 다시 정이와 재회하게 된다.

 

유을담의 존재에 부담을 느끼는 자에 의해 그는 죽음을 맞게 된다. 정이는 스승이며 아비?인 그의 뜻을 반들어 분원을 찾게 되지만 퇴짜를 맞고 유일담과 실력이 비등한 문사승의 제자가 되어 그의 지도를 받게 된다. 명나라 사신이 등장과 그의 기고만장한 콧대... 다시 정이는 최고의 찻잔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임금이 아닌 군주로 남게 되는 광해군은 이 책에서는 마음이 곧으며 백성의 아픔을 이해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인물이 아니다. 자신을 시기하는 형 임해군과 선조가 왕위에 앉히고 싶어했던 동생 영창대군.. 여기에 최충헌까지 그를 위협하는 인물들 사이에서도 정이를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릎쓰는 용기를 보여준다.

 

정이로 인해 위기를 넘긴 선조는 너무나 어이없는 약속을 해버리고 만다. 선조에 의해 위험에 빠진 광해군을 돕고 싶었던 정이는 자신의 있는 힘껏 노력하지만....

 

정이와 광해군이란 매력적인 캐릭터를 빼고도 정이의 오빠?인 태도란 인물 역시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고도 남을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익을 위해 기꺼이 위험한 거래에서 나서는 팜프파탈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묘령이나 최충헌을 위해 살고 죽는 남자, 유을담을 잔꾀로 누르고 사기장에 올랐지만 정이의 존재에 불편함을 가지면서도 그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뺏은 초선을 보게 되는 이강천을 비롯해 그의 아들, 조선왕조를 돌아볼때 개인적으로 특히나 마음에 들지 않는 선조 임금까지... 어느 한 인물도 스토리의 구성상 필요치 않은 인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불의 여신 정이'가 일본 도자기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백파선'이란 여인을 그리고 있다는데 그녀가 왜 조선의 최고 사기장에 오르지 못하고 일본으로 가게 되었는지... 서로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가지게 된 정이와 광해군의 앞날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오랜시간 동안 아무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귀하디 귀한 자색자기를 구워낸 정이의 앞날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어서 빨리 3권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드라마에서는 정이를 어떤 식으로 표현해 냈는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마치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스토리 전개와 흡입력이 요즘 살짝 침체?되어 있는 사극드라마에 활기를 다시 찾아줄지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대하게 되는 작품이다.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가 더 궁금해진 불의 여신 정이... 책, 드라마 모두 대박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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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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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자꾸하는 아름다운 멜로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을 주는 에쿠니 가오리의 '한낮인데 어두운 방'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많다. 평소에 조금 강한 느낌의 장르 소설을 좋아해서 많이 찾아서 읽는 편이지만 여성의 깊은 내면의 소리를 감성있게 풀어내는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읽고 난 후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느낌이 좋다. '한낮인데 어두운 방'은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다. 무엇보다 책표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부터 기존의 그녀의 책에서 느꼈던 감성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에쿠니 가오리가 들려주는 비밀스러운 떨림은 어떤 것인지... 내 일상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떨림과는 거리가 있어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부부만의 일은 부부만이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부부가 아닌 실제 몸을 맞대고 살아가는 부부의 속마음은 보는 것과 다르다. 남들의 눈에 비치는 주인공 미야코의 삶은 여자들이 한번쯤 꿈꾸는 삶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없지만 커다란 저택에 능력있고 자상?한 남편을 두고 시댁과도 사이가 좋은 모습을 갖추고 살고 있다. 그녀 스스로도 하루의 중심을 집을 깨끗하고 정갈하게 가꾸며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을 기다리며 음식을 만드는데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헌데 그녀의 일상에 낯선 남자와의 소소한 일들이 점차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다.

 

떠돌이 방량병을 가지고 있는듯한 남자 존스는 한번의 이혼경력에 지금은 아내와 자식들과 떨어져 홀로 일본에 정착해 살고 있는 50살을 코 앞에 둔 중년의 남자다. 서양인 특유의 섬세함과 프리한 연애관을 보여주는 그지만 남편의 그늘밑에 작은새처럼 살아가는 미야코란 여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된다.   

 

불륜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하는지는 각자 생각이 다르다. 특히 남성과 여성의 생각의 차이는 크다. 남성들은 직접적인 신체적 관계를 가졌을때 불륜으로 여긴다는 통계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여성들은 다른 상대를 생각하는 그 자체부터 불륜으로 여기는 여성들이 있다. 헌데 미야코의 경우는 많은 여성들의 생각과는 다르다. 남편이 아닌 남자가 남편이 없는 상태에서 집을 방문하고 차를 마시는 일이나 산책을 하고 아주 작은 신체적 접촉에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그런 상대에게 위안을 얻고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런 일들은 분명 남편에게 감추어야 할 일이지만 미야코는 거짓없이 자신의 하루 일과를 소상히 저녁 식탁에게 남편에게 털어 놓는다. 

 

자신의 입장에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았던 미야코의 남편은 우연히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된다. 미야코의 이야기를 전한 여성도 나쁜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로인해 두사람은 작은 다툼을 하게 되고 미야코가 한번씩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또렷하게 인식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실에서 충분히 결혼 상대가 아닌 타인에게 끌릴수 있다. 결혼상대가 자신이 생각했던 사람과 다를 수 있고 미야코의 경우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상대에 대한 감정적 범위가 넓어지면서 끌릴 수 있다. 허나 내가 원했던 상대가 아니라해서... 이건 남편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세상에 내가 원한 상대를 만나는 경우는 몇 퍼센트나 되고 그런 상대와 결혼해도 실제로 자신이 꿈꾸는 생활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결혼 생활을 어느정도 지냈기에 의문이 생긴다.

 

무엇보다 각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성을 풀어내는 방식이나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감정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읽었다. 사랑이란 떨리는 감정보다 정이란 감정에 익숙해지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 사랑의 떨림에 대한 이야기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소녀적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미야코의 삶이 어떨게 될지... 감성을 자꾸하는 아름다운 멜로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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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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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진 속마음을 얼마나 속일까? 여기 한 소녀의 죽음을 통해 서로가 외면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소설이 있다. '백광' 저자 렌조 미키히코는 이미 조화의 꿀, 회귀천 정사를 통해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아직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저자의 작품은 여러권 읽었다. '백광'은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우리나라 아침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막장 스토리지만 진실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인해 재밌게 읽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네 살 여아의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는 충분히 짐작하고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나역시도 아마.. 했던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그들은 남보다 못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보다 뛰어난 능력이나 외모를 선물받은 사람은 신의 축복일까? 아님 시험일까? 같은 부모에게 태어난 자매지만 사토코와 유키코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들어내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수긍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주부 사토코와 어릴적부터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언니 사토코에게 패배감 아닌 패배감을 가지고 있어 언니보다 유일하게 나은 미모와 몸매를 이용할 줄 아는 동생 유키코.... 한쪽의 양보와 눈속임으로 인해 항상 사이좋은 자매로 보이지만 그들의 내면은 복잡한 감정으로 인해 한시도 편하지 않다.

 

유키코는 문화센터에서 배움을 갖는다는 이유를 대며 자신의 딸 나오코를 언니 사토코에게 맡긴다. 언니 역시 자신의 딸 가요를 치과에 데리고 가야하고 나오코에게 느껴지는 묘한 감정으로 인해 거절하고 싶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해 또 동생 유키코의 부탁을 들어주고 만다.

 

치매증상이 있는 시아버지는 나오코의 존재를 불편하게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오코를 집에 두고 사토코는 딸 가요와 함께 치과에 간다. 치과에서 돌아와 보니 나오코의 존재는 사라지고 불안감에 휩싸여 있을때 시아버지의 뜬구름 없는 이야기를 확인해보니....

 

나오코의 시신이 발견되고 누가 범인인지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다. 가족들이 서로의 마음을 숨기고 살았던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추악함이 들어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서술방식으로 인해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데뷔작 '고백'이 떠올랐다.

 

매번 TV에서도 우리나라 아침드라마의 막장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럼에도 높은 시청률을 갖고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욕하며 본다는 막장드라마의 전형적인 스토리를 백광에서 여지없이 보여주지만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이 좋다. 그들의 마음속에 담고 있는 내면의 소리를 통해 서로가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들이 하나하나 벗겨진다. 허나 그 이야기 역시 그들 자신이 서로 소통하지 못해 만들어낸 자신들만의 이야기는 아닌지....

 

불편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으며 네 살배기 어린아이 나오코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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