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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귀 후지코의 충동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다.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남보다 못한 부모를 보게 된다. 부모의 보호하에 있어야하는 절대적인 시기에 잘못된 육아방식으로 인해 아이는 한없이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아이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길을 잃고 자꾸만자꾸만 자신안에 어둠을 자라게 한다. 어둠이 어느날 길을 잘못 들어서게 되면 그때는....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은 읽는내내 불편함을 안겨주는 책이다. 불쾌한 불편함만 있었다면 중간에 책장을 덮었겠지만 한번 잡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긴장감과 재미는 분명 존재한다. 여기에 후지코란 한 여성의 살인귀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내 자신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난 어떤 부모인가? 돌아보게 된다. 자신을 위해서는 돈이 아깝지 않게 펑펑 쓰면서도 배아파 낳은 자식이 학교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 아이가 급식료를 못내서 창피한 기분에 휩싸이고 동생과 다해진 한벌의 체육복을 번갈아 입으면서 생활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니.... 자꾸만 화가나서 혼났다.
후지코는 여자로서의 2차성장이 시작되면서 그녀를 타켓으로 괴롭히는 K란 소년의 짖궃은 장난에 스스로를 밀랍인형, 톱밥인형이라며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한다.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 고통이나 창피함이 없기 때문이다. 동생과의 작은 마찰?로 조퇴하는 후지코는 K의 눈에 띄게 되고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다고 느낀 후지코는 철로 위로 들어서는데.... K를 떼어내고 공포에 휩싸인게 집으로 돌아온 소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족을 살해한 피묻은 칼을 들고 있는 엄마다. 엄마의 손에 잡힌 소녀는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데...
너무나 큰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기억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기억을 잃은 후지코를 엄마의 여동생 시게코가 맡기로 한다. 엄마와 달리 이모는 후지코가 마음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손길을 아끼지 않는다. 이 모든 행동이 이모가 믿는 종교 때문이라고 믿는 후지코.... 후지코는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데.....
후지코의 이모는 항상 조카가 걱정이 되어 당부의 말을 건네지만... 후지코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세상의 그 어떤 말보다 싫게 느껴진다. 엄마와 다른 삶을 살고 싶었지만 서서히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는 후지코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 자신에게 방해된다고 느껴지는 것들에 대해서 참지 못하게 된다.
분명 재미는 읽기에 단숨에 읽었다. 마지막에 뜻밖에 뒤바꾼 진실 역시 스토리의 재미를 더해주지만 책장을 덮으며 기분이 개운하지 못한 불쾌함이 남는다.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미스터리 소설의 신조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싫거나, 불쾌함을 느끼게 하는 '이야미쓰(イヤミス)' 뒷맛이 나빠 읽고 나면 불쾌한 기분이 남는 미스터리에 속하는 소설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 미나토 가나에와 누마타 마호카루가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
이뼈지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나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 허나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인해 후지코는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었다. 인생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후지코의 삐틀어진 인생으로 인해 내 가슴이 자꾸만 뜨거워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