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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더 월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 행복한 결혼은 없다. 고로 나는 결혼을 꿈꾸지도 아기를 낳지도 않을 것이다. 이 말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소설 '리빙 더 월드'의 주인공 제인 하워드가 열세 살 생일날 부모님 앞에서 다른 뉘앙스로 말을 한 내용이다.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행복이 곧 결혼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 관계맺기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인다. 연애하면 결혼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아니 우리집의 분위기가 그러할때 난 결혼을 선택했다.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말을 어느정도 믿는 마음과 나를 위해주는 옆지기의 성실성을 보고 선택했던 결혼... 지금까지 특별한 탈없이 살고 있지만 행복하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난 행복해!"란 말을 선뜻 할 수 있을지... 결혼 연차가 흐를수록 사랑보다는 정, 행복보다는 안정을 더 우선시 하고 살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가볍거나 무겁지 않으면서도 스토리의 내용이나 느낌이 좋고 재미 또한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책에서는 흔히 막장 아침드라마의 소재처럼 한 여자의 인생이 정말 굴곡지게 펼쳐진다.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불행을 다 갖게 된 여자... 행복은 고사하고 산다는 것이 정말 힘든 그녀에게 자신을 다독이고 다시 삶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용기를 가지라는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부모님이 수시로 아이 앞에서 크고작은 싸움을 벌인다. 열세 살 딸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이런 부모의 모습을 지켜보던 제인은 아버지의 질문에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한다. 이 대답이 신호탄이 되어 아버지는 엄마와 제인을 남겨두고 집을 나간다. 집을 떠난 남편에게 원망을 쏟아내기 보다는 모든 탓을 딸에게 돌리는 엄마의 모습에 제인은 상처를 받게 된다.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지도교수이며 제인이 평소에 존경했던 작가인 유부남과 비밀연애를 하게 된다. 완벽할 것만 같았던 이들 비밀연애는 하버드 대학내에서 그들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공공연한 비밀이였다. 연애 상대가 예상치 못한 실의에 빠져 있다가 그만 사고로 죽음을 맞게 되자 제인은 자신이 속한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계의 발을 들여 놓게 된다.
그녀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선택한 첫 직장에서의 생활도 아버지로 인해 접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모교에서 다리를 놓아준 학교에 터전을 잡게 된다. 실력있고 당찬 교수라는 인정을 받아가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새로이 연애를 시작하고 동거에 들어가는 제인... 행복한 시절도 잠시 아이가 생기고 낳는 시간 중에 동거남은 허황된 꿈에 빠져 이제 막 태어난 딸과 제인을 나몰라 한다. 동거남의 설득으로 위험에 일에 투자를 하면서 제인의 인생이 꼬여가기 시작하는데.... 여기에 우울증을 동반한 불안상태에서 딸과 외출을 했다가 그만..... 모든것을 놓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은 제인은....
너무나 큰 슬픔이 닥치거나 작은 희망도 보이지 않을때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완전한 삶이 아니기에 항상 위험과 나란히 걸어가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제인 자신에 의해 그녀의 인생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로 인해 그녀의 인생에 위기와 절망이 나타난 것이 안타까웠다. 우리네 인생 역시도 그녀처럼 극적인 비극은 아닐지라도 크고작은 고난과 절망, 위기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이럴때 다 지나가는 과정이라고생각하며 넘어갈 수 있는 배짱을 키우는 중이다.
얼마전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대표작 '빅 피처'가 영화로 개봉되어 상영되는 것을 보았다. 나역시도 이 책을 재밌게 읽었기에 봐야지 벼르기만하다 시기를 놓치고 말아서 너무나 아쉬웠다. 여자보다 여자의 심리에 대해 더 이해하고 표현해 내는 이야기를 통해 내가 지금 얼마나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지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