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인생을 만들다
요시모토 바나나, 윌리엄 레이넨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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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를 처음으로 만났다. '인생을 만들다'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보통의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들을 과하지 않게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아름답게 그려내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혼 치료 전문가로 알려진 윌리엄 레이넨씨와 인터넷 메일로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서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다.

 

평소에 좋아하는 작가 분들의 소소한 일상이나 생각을 알기는 어렵다. 편지에 나온 내용을 통해서 요시모토 바나나씨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요시모토 바나나씨도 유산을 경험하면서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의 아픔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데 글을 좋아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작가로 이끌어 준거 같다고 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언니를 두고 있으며 자신에 대해, 반려동물에 대해, 세상에 고통 받는 아이들에 대해, 자신의 어린 시절, 자신이 느끼는 것과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점에 대해.. 등등 참으로 많은 그녀의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편지를 받은 윌리엄 레이넨 역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따뜻하게 들려준다.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시작해서 교통사고로 인해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이 되면서 불편한 몸이지만 자신이 만족하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그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요시모토가 편지에 입양문제, 집에서는 결코 키우기 어려울 거 같은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 등 일일이 자신의 생각과 용기, 따뜻한 이야기로 답해준다. 더불어 몸이 불편한 그가 기꺼이 일본으로 요시모토 바나나를 만나러 와 주기도 한다.

 

서로간의 나이 차이를 넘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책을 읽는 나 자신조차도 힐링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다른 사람에게 항상 따뜻한 말과 행동을 하라고 배웠지만 주위를 들러보면 남을 칭찬하고 용기를 주는 말보다는 남을 험담하고 깎아내리는 말을 더 듣게 된다. 헌데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에 보낸 윌리엄씨의 글을 읽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의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지금까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가?' 등등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보게 되는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나 자신에게도 되물어 보기도 했다.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님과 윌리엄 레이넨씨와 그를 도와주는 이토씨 세 사람이 주고 받는 이야기는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다.

 

우주에는 '주면 줄수록 받는다'는 법칙이 있습니다. 물질뿐 아니라 격려, 배려, 사랑,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은 에너지입니다. -p98-

 

살다보면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가 생긴다. 혼자서 충분히 잘 견디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앞이 안보이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다시 나를 바라보고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한다. 특히 마지막에 요시모토 바나나는 대지진 후 모두가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 같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마음,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시해야 할 일이라는 공감한다. 지금 이 순간이 과거가 되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시간임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는 유익한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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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월드 래리 니븐 컬렉션 2
레리 니븐 지음, 고호관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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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새로운 작가를 만났다. 레리 니븐... '링월드'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작가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인 판타지 소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쓰여진 많은 SF 판타지 소설을 만났었다. 링월드 역시 서기 2850년을 배경으로 한 SF 판타지 소설로 우주에서 인류보다 더 뛰어난 종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인류보다 훨씬 더 진화된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미래.... 2850년 미래의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얼핏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지금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놓고 볼 때 디스토피아가 그려지긴 한다.

 

사실상 링월드에서 주인공이라 부를 수 있는 '루이스 우'.. 그는 인간으로 200번째 생일을 맞아 시간을 거스르며 신나게 즐기고 있는 중이다. 이런 그에게 초식동물이라고 불리우는 인간과 비슷한 지성을 가진 겁쟁이 종족 퍼페티어(puppeteer) 인형을 부리는 사람이란 뜻을 가진 '네서스'가 찾아온다. 고리가 있는 별인지 행성인지를 탐사하기위해 네 명으로 구성된 탐사단을 구성해 탐험하고 싶다는 그의 제안에 모험을 즐기는 루이스는 받아들인다.

 

육식을 즐기고 과격한 성격을 가진 말보다 발톱 대화를 좋아하는 전사 종족 크진인의 동물 통역자, 루이스의 연인이며 출산권 당첨으로 세상에 나온 20살의 미모의 여성 '틸라 브라운'... 그녀가 갖고 태어난 행운이 그녀를 포함한 네 명의 탐험대와 빛보다 빠른 엄청난 속도를 가지고 있는 그들이 타고 탐험 할 '거짓말쟁이호'를 지켜줄거란 믿음이 바탕이 되어 뽑힌 것이다. 허나 인형술사 퍼페티어의 예상을 넘어서는 그녀의 행운

 

거짓말쟁이호를 타고 링월드를 찾아가는 시간의 이야기는 예전에 본 '스타트렉'의 우주선 안의 모습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아무래도 초반이라 커다란 재미를 주는 요소는 적었지만 스토리 곳곳에 과학 용어나 해석은 기존의 SF소설보다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나름 재미를 선사한다.

 

좁은 우주선에서 부딪히는 그간의 작은 트러블이 발생한다. 초식동물 퍼페티어가 크진인과 인류를 감시하고 조종하며 자신들의 의도대로 이끌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틸라 브라운 역시 인간들의 이용해 산아제한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격분하게 된다.

 

그들은 링월드의 힘에 이끌려 추락하고 만다. 황폐한 듯 보이지만 분명 높은 분명이 존재했던 흔적들이 보인다. 그들이 마주한 링월드의 종족들과의 충돌, 엄청난 빛을 발사하는 해바라기, 10층 높이의 성, 신이라 불리우는 사람 등... 그들이 만난 모든 일은 다 틸라 브라운을 위한 것이다. 그녀가 가진 행운...

 

학창시절에 유독 좋아하지 않았던 과목이 물리와 수학 이였다. 어려움을 많이 느꼈던 과목이라 힘들었는데 SF소설로 만나는 과학이야기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우주를 무대로 방대한 과학적 이야기는 사실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재밌고 흥미롭게 다가와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내가 이렇게 몰입해서 읽은 과학소설은 처음이다. 그만큼 스토리 자체가 흥미롭고 재밌게 펼쳐진다. 1971년 링월드 통해서 저자 레리 니븐은 휴고, 네뷸러, 디트머, 로커스 상을 탔으며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의 40년 전에 쓰여진 작품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라 새삼 놀랐다. 링월드의 한 권으로 끝이 나지만 후속 작이 세 편이나 있다고 하니 이 책 역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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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요시키 형사 시리즈 2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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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스터리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시마다 소지의 새로운 번역작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고전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의 요시다 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 중 두 번째라고 한다. 아직 첫 번째 요시다 형사 이야기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를 읽지는 못했지만 믿기 힘든 현실을 넘어서는 전설과 현상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는 말을 들었다. 요시키 형사의 이번 사건 역시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기괴한 사건이 재밌게 펼쳐진다.

 

요시키 형사는 새해를 앞두고 있는 어느 날 5년 전에 헤어진 전처 미치코가 갑자기 연락을 해 왔다. 헤어진 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던 미치코...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미치코가 탄 기차 유즈루로에서 한 여성이 경동맥에 의해 살해를 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녀는 누구기에 미치코의 옷을 입고 있으며 피해자 곁에서 미치코가 만든 학 모양의 공예품이 든 가방이 발견된다.  

 

모든 정황은 전처 미치코가 범인이라고 나타낸다. 허나 요시키 형사는 자신이 아는 미치코는 절대 살인을 할 인물이 아니라 믿고 있다. 그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빨리 찾아야 한다. 아내와의 추억이 어린 장소를 찾았다가 미치코가 맡긴 편지를 보게 되고 그녀가 편지에 언급한 장소로 찾아간다. 요시키는 편지 속 그녀가 살았던 장소를 찾았다가 또 다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실종된 미치코가 의심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살인사건은 전설로 내려오는 '밤에 우는 돌'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반드시 누군가는 죽는다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살인사건.... 너무나 뻔히 보이는 범인들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다. 기괴한 현상과 설명되지 않는 살인현장, 전설의 진실을 풀어야만 미치코를 구할 수 있다.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있거나 긴박한 상황을 연출해 내는 묘미는 적다. 다소 밋밋하고 살짝 김이 빠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 나름대로 고전으로서의 재미는 느낄 수 있었다. 남자로서 사회생활에 시간을 뺏겨 집에 홀로 있는 아내의 외로움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요시키와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철없는 시절에 했던 올바르지 못한 행동과 말로 인해 그녀를 옭아매는 사술이 된 사연을 털어 놓지 못해 떠나야만 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내용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란 생각은 들었다.

 

이미 익숙하게 접했던 일본의 괴담... 요시키 형사의 다음 시리즈는 어떤 기괴한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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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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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아니 생각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감정이라고 말하는 '모성'... 너무나 당연시되어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모성'이란 감정에 관해 책이 출간 될 때마다 항상 새로운 이슈를 이끌어 내는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관계 중 하나로 엄마와 딸의 관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의 경우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셔서 늘 자식들 곁에 함께하지 못한 엄마를 두어 특별히 친밀한 관계를 가질 시간이 부족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결혼을 하고 엄마를 바라보니 짠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 좀 더 친밀한 시간을 많이 가질걸 하는 후회를 하곤 한다. 이런 마음이 있기에 결혼하면 아이는 딸을 갖고 싶었다.  

개인적으론 나는 아들이 있다. 임신 사실을 접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딸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7개월이 넘어서서 의사에게 듣게 된 이야기는 아들... 지금이야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 순간에는 잠시 실망스런 감정이 들기도 했다. 막상 아들을 낳고 든 마음은 솔직히 너무나 작은 아이가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두려움을 더 느끼며 자식을 바라보았다. 자식을 키우면서 힘들 때 흔들리는 나의 감정과 양육방식으로 인해 수시로 내가 제대로 자식을 키우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책에서 늘상 보아오던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을 갖고 있지 못하기에...

 

미나토 가나에는 '모성' 작품 이후 작가를 그만 두어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작품에 깊은 애정을 들어내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 속에 당연히 규정지어 내려오는 감정으로 여겨지는 모성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저절로 생겨나는 감정인지, 아님 후천적인 학습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지.... 모성에 관한 불편하지만 진실어린 이야기를 자꾸만 생각해 보게 된다.

 

한 소녀가  자신이 살고 있는 다세대 주택에서 떨어진다. 이 사고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정확한 규명을 밝혀지지 않았다. 다친 소녀의 엄마는 자신에게 딸은 금지옥엽이란 표현을 쓸 만큼 소중하게 키워냈기에 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엄마는 온전한 사랑을 느끼고 받았기에 밝은 빛이 나는 여인이다. 좋은 학교를 나와 고향에 터를 잡은 내재된 열정이 있지만 어두운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여자는 사랑하는 엄마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남자와의 결혼에 두려움은 없다. 그들만의 꿈의 집에서 행복한 시간에 자식까지 태어나 완벽한 가족을 이룬다. 엄마는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가 가까이 있고 엄마에게 귀염 받는 딸이 있고 다정하진 않지만 든든한 남편이 있다.

 

이 가족의 불행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다. 태풍으로 인해 예사롭지 않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새벽.. 비로 인해 집이 흔들리고 무너지기 시작하고 불까지 크게 번진다. 소녀의 할머니며 엄마의 엄마가 장롱에 깔려 있다. 여자는 딸보다는 엄마를 먼저 구하고 싶다. 허나 엄마는 여자에게 딸을 구하라고 부탁한다.

 

장난처럼 남편과 아들이 빠지면 누굴 먼저 구하냐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물론 반대의 질문을 가족들에게 하기도 하고... 진짜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와 자식이 같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면 어떤 행동을 할지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이후 스토리는 남편을 따라 시댁에 들어간 여자와 딸이 서로를 보고 느끼게 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고압적인 시댁의 모습이지만 여자는 자신보다는 엄마의 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에 더 매달려 생활한다. 이런 엄마의 모습에 답답하면서도 편을 들어주는 유일한 딸... 허나 우연히 목격하게 된 일이 계기가 되어 천둥치는 그 날 밤의 진실이 들어나면서 딸은 엄마에게....

 

읽는 내내 불편 했지만 나 역시 사회가 만들어진 모성에 나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어 당연시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자꾸만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엄마의 딸이고 아들의 엄마로 살고 있는 나에게 모성이란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오래간만에 재밌게 읽은 미나토 가나에의 '모성' 데뷔작 고백이나 야행관람차와 같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들도 좋지만 잔잔하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모성 역시 나에게 있어 저자의 작품 중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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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 - 왕을 만든 사람들 그들을 읽는 열한 가지 코드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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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통치자는 하늘이 만든다고 한다. 허나 혼자서의 힘만으로는 절대 오를 수 없는 자리가 군주의 자리다. 하늘의 도움과 함께 통치자를 위해 믿고 따르며 힘 써주는 2인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덕일 역사평설 '왕과 나'는 군주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과 그에게 힘을 준 인물들의 삶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한국사... 다른 어떤 작가보다 이덕일이란 이름만으로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극 드라마를 통해서 이미 우리는 많은 왕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역사실록을 기초해서 만들어진 작품들도 있지만 작가의 역사관이 들어간 작품들도 많았고 역사실록 역시 온전히 진실에 입각한 내용은 적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이인자도 있지만 조금은 생소한 인물들 역시 읽어 다시 한 번 역사 교육의 필요성을 더더욱 느낄 수 있었다.

 

책에 쓰여진 2인자 중에서 유달리 애착이 가는 인물들이 있다. 나의 경우는 특히 여성이 그러하다. 주몽을 군주에 자리에 앉히는데 누구보다 큰 공을 세운 여성 '소서노' 그녀의 이야기는 주몽이란 드라마를 통해서 온 국민에게 여성으로서의 파워를 보여준 인물이다. 자신보다 무려 11살이나 어린 망명자 주몽이 내세운 명분과 그가 가진 혈통을 높이 산 소서노는 주몽을 도와 졸본지역의 부족들을 통합하며 그를 고구려 건국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허나 믿었던 주몽의 후계자가 자신의 아들이 아닌 것에 분통해 하고 배신감을 느꼈어도 후계자 유리왕과 격돌하기 보다는 주몽을 군주로 만들었던 것처럼 아들들을 이끌고 새로운 터전을 쟁취해낸다. 굳은 의지와 심지를 가지고 최선의 선택을 해내는 어머니 소서노가 있었기에 백제의 온조왕이 탄생했다.

 

삼한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많은 부족과 결혼을 해 부인과 자식을 많이 둔 왕으로 알고 있는 왕건.... 삼국통일을 위해서 했던 결혼이 그의 죽음 이후 권력투쟁을 불러 올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된다. 왕건의 유지를 이어받아 현실 안주를 우선시 하는 유학세력과 경주세력과 다른 행동을 취한 고려사에 악녀로 쓰여진 천추태후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나 흥미로웠다.

 

요즘 mbc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의 남자주인공 역할로 나오는 광해군은 내가 학창시절에 배운 인물과 많이 다르다.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오른 인물 광해군과 그의 신하 강홍립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주변정세를 정확히 파악하는 눈을 가진 광해군이지만 신하들의 뜻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명나라를 도와 줄 파병을 보내게 된다. 이 때 이들을 이끌 인물로 강홍립이 선출된다. 그는 전쟁에 의욕적이지 못한 오합지졸의 명나라군 과는 달리 힘이 넘치는 후금군... 여기에 파병을 주도했던 인물들은 강홍립을 비롯한 파병에 커다란 어려움을 주게 된다. 서인들에 의해 퍼지는 근거 없는 밀서 이야기...  강홍립에 대한 조정의 평가와 상관없이 그가 있었기에 후금군이 더 이상 남하하지 못하였고 이를 인조 역시도 강홍립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 이야기는 왕(군주)을 중심으로 되어 있다. 올바른 역사의 기술이 아니라 왕을 위한 역사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역사... 누가 어떤 위치에서 어떠한 마음으로 쓰이느냐에 따라 후손들이 가지게 될 역사인식은 많은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군주가 아닌 신하의 입장에서 바라 본 역사가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과거를 통해 오늘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하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전혀 예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짚어 볼 책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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