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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루 세트 - 전3권 ㅣ 블랙 라벨 클럽 6
김수지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판타지와 로맨스의 만남, 동양과 서양을 넘나는 스토리, 여기에 인터넷 카페에 글을 처음 연재한 나이가 고작 15살 이였고 3년 동안 연재되어 18살에 연재가 끝났다고 한다.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 작가의 이력을 보고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허나 책을 읽을수록 저자의 첫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스토리의 흡입력이나 속도감이 좋아 감탄을 하게 된다.
신선들이 사는 땅 환국은 주위에 요괴들이 끊임없이 공격을 해 오는 지리적 여건을 가지고 있다. 환국 안에는 봉루라는 호수가 있는데 봉황들의 눈물로 만들어진 것이다. 환국을 요괴들로부터 지켜주던 결계가 깨지면서 요괴들이 쳐들어온다. 봉루가 오염되고 환국은 위험에 처하게 되면서 이제 방법은 단 하나... 봉루의 정기를 받고 태어나 봉루을 지키는 임무를 했던 충궁주 아사란의 죽음뿐이다. 아사란과 정혼관계에 있던 계호 서유는 그녀에게 죽음을 내릴 수밖에 없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아사란을 끔찍이도 따르던 여우 일족의 소녀 소호의 도움으로 아사란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는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붉은 사막 한가운데서 검은 머리의 눈물을 머금은 호수같이 깊고 맑은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아사란이 나타난다. 그녀는 붉은 사막 일족의 벙어리 왕족인 소년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녀가 붉은 사막 일족에 의탁해 있는 동안 붉은 사막인들과 불국의 제국 로테이스와의 1년에 걸친 싸움이 로테이스의 승리로 끝이 난다. 싸움에 졌기에 전리품을 챙기는 과정에서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아사란이 끼어들고 이 과정에서 로테이스의 왕 다리우스 산티아고 페람은 그녀를 보고 강한 끌림을 느낀다.
강렬한 첫 느낌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아사란은 자신을 손톱 끝에 박힌 가시처럼 아프게 느끼는 다리우스의 마음을 외면한다. 하루빨리 자신의 임무를 실행에 옮기고 싶은 아사란은 환국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저주받은 붉은 사막에 숨어 있는 카야의 신전을 찾아야 한다. 아사란은 다리우스가 쏟아내는 열정에 자신의 마음을 닫고 싶지만 그의 근원적인 아픔을 보게 되면서 그를 위로해 주고 싶다. 이런 마음이 생길수록 더 이상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다리우스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음이 클수록 아사란은 탈출에 대한 더욱 열중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처음 그녀를 도와주었던 붉은 사막 일족의 벙어리 소년의 누이 칼레일과 함께 하게 된다.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 가지고 있어야 요소들이 잘 발휘되어 있는 작품이라 여겨진다. 한 눈에 마음을 사로잡는 여인 아사란과 아버지를 죽이고 스스로 왕의 자리에 오르며 피에 둘러싸여 있는 잔인한 남자라 불리우는 잘 생기고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다리우스 산티아고 페람, 여기에 다리우스를 향한 복수심만으로 삶을 지탱하고 있는 붉은 사막 일족의 여인 칼레일이 가진 이중적인 심리, 아버지의 복수와 부유한 자신의 나라를 되찾고 싶은 마음과 함께 다리우스 왕의 여자지만 첫 눈에 반해버린 여인을 향한 욕망을 내보이는 반 하마르, 여기에 다리우스의 누이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가진 캐릭터가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카야의 신전이 가진 진짜 비밀이 무엇인지 마침내 들어나면서 아사란은 환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녀가 없으면 안 되는 다리우스는 아사란의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지.... 아사란의 마음을 어지럽혔던 환국의 두 남자 서유와 해랑은....
3권으로 이루어진 책이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었을 법한 신화적 요소나 시공간을 넘어 펼쳐지는 남녀의 로맨스가 책에 빠져 들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가을이 되면서 조금은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 당긴다. 새드엔딩보다 해피엔딩이 더 좋은 로맨스 소설이 가진 요소가 '봉루'에서도 이루어질지...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여기에 '봉루 외전'에서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오이디푸스를 앓게 되는 소년, 해랑이 아사란을 향한 마음이 가져 온 이야기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