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 율리아 뒤랑 시리즈
안드레아스 프란츠 지음, 서지희 옮김 / 예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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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악한 사람은 아무 힘도 없는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다. 가장 안전한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이들이 부와 권력을 가진 최상위층의 사람들이 휘두르는 추악한 욕망의 희생양이 되어버리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에 나온 것도 아닌데도 읽을 때마다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

 

율리아 뒤랑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 한 집안의 가장이자 두 자식의 아버지가 진정한 법 집행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직접 복수의 칼을 뽑아들었다. 그의 복수극이 어떤 진실을 가지고 있는지 차츰 들어나면서 아버지를 욕할 수 없고 오히려 박수는 아니더라도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똑똑하고 착하고 예쁜 열 두 살의 소녀 카를라는 하나밖에 없는 절친에게 파티 초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성으로서의 몸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기분 나쁜 감정을 해소할 겸 호기심으로 파티에 참석한다. 절친은 다른 친구와 사라지고 자신에게 친절한 의문의 여성이 건네는 음료에 모든 정신을 잃어버린 카를라... 다음날 절친에게 듣게 된 이야기는 충격적이고 일 년 후 그녀는 가족의 곁을 떠나 낯선 남자들을 상대하며 지낸다.

 

여동생 카를라의 행방을 백방으로 찾던 오빠는 드디어 여동생을 찾았다. 허나 안전하게 여동생을 빼내올 수 있다는 바램과는 달리 현실은 냉혹할 뿐이다. 아들과 딸의 연이은 죽음과 충격에 빠진 아내... 우연히 아들의 방에서 발견한 노트에는 그가 아는 전화번호들이 들어 있는데....

 

5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익명의 한 통의 전화로 유명한 미술관 관장이며 미술품감정사인 남자를 고발한다. 그가 주문한 두 건의 살인청부... 수사 도중에 그의 집에서는 엄청난 물건들이 발견이 된다. 공판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유명한 변호사를 두고 있는 그를 잡아두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율리아 앞으로 온 한 통의 편지... 그 안에 남겨진 메시지가 무슨 뜻인지... 백합 열두 송이가 갖고 있는 의미와 성경귀절을 인용한 편지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율리아는 목사인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거대 은행의 은행장이 목이 잘리고 성기와 고환이 잘려나간데다 이마에는 666이란 악마의 숫자가 새겨진 시체로 발견이 된다. 곧이어 부유한 공인중개사 역시 똑같은 모습으로 죽었다. 여기에 살인청부를 의뢰했던 미술품관장까지 같은 모습으로 죽음을 맞게 된다.

 

내놓으라하는 유명인들의 잇따른 죽음... 허나 그들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가족이나 사람들을 통해 듣게 되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충격적이다. 그들은 사회가 만들어낸 악일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나쁜 범죄는 다 저지르는 거대 조직... 이 조직을 이끄는 무리는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어 그 충격은 더 크다.

 

범인은 미리 율리아에게 편지를 보내 예고 살인을 한다. 여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한 인물이 거대 조직이 가진 비리를 고발하는 과정에서 그 역시 소모품으로 전략하고 만다.

 

믿거나말거나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남들과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표현하고 있다. 세상에는 이런 인물들이 극소수에 불과하겠지만 그로인해 고통 받는 여성, 어린이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받는다. 누구나가 꿈꾸는 최상층의 사람들이 벌이는 그릇된 욕망의 표출이 무섭고 섬뜩하다.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법 적용도 허술하다. 법마저도 자신들의 입맛대로 행사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끝까지 들어나지 않는 범인의 윤곽은 다소 의외의 인물이라 신선하게 느껴졌다. 스토리의 진행속도나 흡입력도 좋고 재미 또한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재밌게 읽었다.

 

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을 재밌게 읽었기에 율리아 뒤랑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를 벌써부터 기대하게 된다. 다 읽고 난 지금도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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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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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항상 나에게 어렵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어렵게 느껴지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철학자들의 이야기....

'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역시 쉽게 읽히거나 철학이 가깝게 느껴지는 책은 아니다. 특히 철학자들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이야기는 다양한 나라들의 심도 깊은 이야기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변화 과정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앞의 내용이 힘들어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 않는다면 저자 이택광씨가 철학자 9명과의 인터뷰를 싣은 이야기는 그나마 읽기도 편하고 현시대를 살고 있는 생각의 깊이를 넓혀주는데 도움이 된다고 느껴진다.

 

지금 세계 각국은 복잡한 상황으로 인해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한다.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해답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움직여야 한다. 화합으로 이루어진 사회적인 연대나 사회운동 전개가 받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아도 연일 뉴스를 통해서 북한의 불안정한 상태를 알려주고 있다. 김정은 체제로 변화한 지금 수시로 변화하는 그들의 요구상항에 슬기로운 대처가 더 절실해지는 시기다.

 

각각의 철학자들이 쓴 책이나 인터뷰, 그들이 했던 이야기를 토대로 저자는 질문을 던지고 철학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택광씨가 말한 철학자들의 책은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들이 책 안에 담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저자의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하나의 문제점을 가지고 다양한 나라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어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란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이 날로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능력주의 사회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 늘어나고 있다. 바우만은 정부의 무능으로 권력과 정치의 분리에 기인했다고 역설한다. 해결 방안으로 권력과 정치를 결합시키는 방법이 우선되지 않으면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땜빵 때우는 선에서 그칠거라 말한다. 여기에 소비하는 삶에 대한 그의 생각이 흥미로워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그의 책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스런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정작 우리는 그리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분단국가로서의 위험성은 물론이고 현시점에서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는 sns를 비롯한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 철학자들의 생각을 들어 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지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유익했지만 다소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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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문 펜더개스트 시리즈 5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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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게네스 3부작 시리즈의 완결편인 '지옥의 문'까지 다 읽었다. 전편에서 FBI 특별 수사 요원인 팬더개스트의 하나 밖에 없는 동생 디오게네스로 인해서 그의 지인들이 차례로 죽거나 커다란 위험에 빠졌었다. 이 모든 일에는 팬더개스트가 범인이라는 명백한 증거들이 나타나면서 그는 결국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누구보다 팬더개스트의 무죄를 알고 있는 다고스타는 답답하기만 하다. 친구의 누명을 벗겨야 하는 일과 사랑하는 여인 로라와의 애정전선이 결국 금이 가고 말았기에 그의 마음은 이래저래 복잡하기만하다.  

 

스토리는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 소포가 하나 배달되면서 시작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로 인해 생화학 테러 공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동이 일어난다. 허나 이 가루의 정체는 뜻밖에도 자연사박물관에서 도난당한 다이아몬드다. 엄청난 가치를 가진 다이아몬드를 전부 부셔 가루로 보낸 소동이 팬더개스트와 친분이 있는 기자에 의해 들통이 나면서 자연사박물관은 구설수에 오를 위기에 처한다.

 

위기를 타개할 요령으로 때마침 거액의 기부금이 들어오고 자연사박물관이 개관과 함께 전시되었던 이집트 세네프의 무덤을 전시하기로 결정한다. 세네프의 무덤 전시를 책임질 인물로 기자의 아내인 노라 박사가 뽑힌다. 여기에 그녀를 도와 줄 새로운 인물이 한 명 더 나타나는데 전편에서 디오게네스에게 납치되어 생명을 잃을 뻔하다 팬더개스트의 지혜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이집트 전문가 비올라다.

 

무덤의 복원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광기에 휩싸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정신적 착란증세로 인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 모든 일을 주도한 인물은 역시 그 사람이다. 그가 팬더개스트의 지인들을 죽이고 납치하면서 벌인 일련의 사건들에는 형 팬더개스트에 대한 어릴적 복수심이 자리를 잡고 있다.

 

동생 디오게네스가 자연사박물관을 무대로 활개를 치고 있는 사이에 형 팬더개스트는 탈출이 불가능한 교도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를 탈출시키기 위해 다고스타를 비롯해 사람들이 모였다.

 

상처받기 쉬운 영혼이라 세상과의 단절 속에 살게 했던 것이 오히려 화근으로 자리 잡은 콘스탄스... 그녀는 혀에 발린 디오게네스의 거짓말에 점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머리는 디오게네스를 멀리하라고 명령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급기하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 팬더개스트를 파괴할 완벽한 계획을 세운 디오게네스.. 이젠 운명의 시간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기 위한 주사위는 던져졌는데 마침 감옥에서 탈출한 팬더개스트로 인해... 또한 사람의 마음을 자신의 뜻대로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생각했던 디오게네스는....

 

'지옥의 문'에서는 사실상 주인공은 디오게네스다. 완벽한 변장술과 악의적인 행동을 일삼는 그는 광기어린 사이코패스다. 순간순간 섬뜩하면서도 형과는 다른 매력을 발사하면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누구에게나 실수는 있다. 돌이킬 수만 있다면 돌이키고 싶은 실수였기에 기억에서 깨끗이 지우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되고 자신을 끔찍한 곳으로 밀어 넣은 존재에 대해 복수하고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더 이상 디오게네스를 만날 수는 없을 것 같다. 허나 그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팬더개스트 가문 사람들의 독특한 성향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디오게네스 3부작 중 지옥의 문을 가장 재밌게 읽었다.

 

다음 편에서는 다고스타 경사와 팬더개스트 요원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일거란 생각이 들며 그들의 완벽한 콤비플레이가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빨리 다음 편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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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춤 펜더개스트 시리즈 4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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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비 작가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의 스릴러 소설 '브림스톤'을 통해서 팬더개스트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흑마술을 이용한 살인사건을 다루면서 스토리의 중간 중간에 알로이시어스 팬더개스트 요원의 광기 어린 동생 디오게네스의 이야기를 흘렸는데 이번 '죽음의 춤'에서는 팬더개스트와 디오게네스의 갈등이 전면전에 들어난다. 디오게네스가 끔찍이도 형 팬더개스트를 그토록 증오하는지 실체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브림스톤의 마지막 장면에서 팬더개스트는 빈센트 자신이 사냥개 떼와 무장한 남자들에게 미끼가 되겠다며 다고스타 형사가 도망갈 수 있게 했다. 팬더개스트가 범인에게 잡혀 지하실 갇혀 죽음을 앞에 둔 상황이 연출된다. 두 달이 채 못 지난 지금 누구도 팬더개스트 요원이 살아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한다. 물론 다고스타도 마찬가지다. 다고스타는 핑크빛 분위기를 연출했던 노라 헤이워드와 함께 살기 시작한지 6주가 지난 어느 날 그를 찾아 온 남자를 따라 팬더개스트의 집에 간다. 그곳에서 팬더개스트의 조수이며 피후견인인 콘스턴스에게 편지 한 장을 받게 된다. 자신의 죽음을 이미 예측한 팬더개스트의 편지였다. 그는 편지에서 동생 디오게네스의 잔인하고 집요한 성격을 이야기하며 그를 막아달라고 부탁한다.

 

디오게네스를 막으려면 그를 알아야 한다. 팬더개스트가 이야기 한 그의 대고모님을 통해 디오게네스가 어릴 적부터 갖고 있던 무자비하고 잔인함을 알게 된다. 여기에 모든 그가 앓았던 병이 주요 원인이라 여겨진다.

 

사랑하지만 디오게네스의 위험에서 노라를 지키기 위해 그녀의 집에서 나오는 다고스타... 디오게네스에 의해서 차례대로 팬더개스트와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 죽음을 맞게 된다. 그 중에는 그의 FBI 스승도 포함되어 있다. FBI의 죽음으로 FBI까지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고 디오게네스가 죽일 사람으로 지목한 기자를 살리기 위해 팬더개스트는 발빠르게 움직인다. 허나 이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고 벌인 일이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여성이 그만 살해되고 만다.

 

살해 된 사람들 얼굴이나 신체에 남아 있는 미세한 물건?은 하나같이 팬더개스트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한다. 디오게네스는 이미 죽은 사람이기에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팬더개스트와 다고스타뿐이다. 이 모든 계략을 세운 그의 동생 디오게네스의 진정한 목적은 다른데 있었다. 목적을 위해 형을 교란시킨 그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어긋나고 만다. 어릴적 어머니의 품 안에서 늘 보아왔던 물체에 대한 그의 욕망은 형 팬더개스트와....

 

솔직히 책의 분량에 비해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살짝 받는다. 부피를 4분의 1정도 줄였다면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살짝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BI 특별 수사관 펜더개스트와 뉴욕 경찰 빈센트 다고스타 경사의 콤비플레이가 돋보인다.

 

브림스톤, 죽음의 춤, 지옥의 문이 디오게네스 3부작 시리즈라고 한다. 형에게 당하고 유유히 사라진 디오게네스가 지옥의 문에서 어떤 식으로 형 팬더개스트를 당혹하게 만들지 궁금하다. 여기에 여러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팬더개스트를 악명 높은 교도소에서 빼내오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성공을 거둘지 궁금하다. 팬더개스트, 다고스타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바로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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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의 연가 세트 - 전2권 열두 달의 연가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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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열두 달을 가지고 풀어내는 로맨스 소설을 만났다. 김이령 작가님의 '열두 달의 연가'..  여섯 명의 남녀가 만들어 가는 사랑이야기가 고려시대란 역사적 상황을 토대로 독특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서 김이령 작가님의 책을 처음으로 만났는데 등장인물들 모두 개성이 넘치고 매력적이다.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책이다.

 

자신에게 귀신이 붙어 있기 때문에 아버님은 물론이고 노비들마저 장역에 걸려 죽게 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어린 소녀 서혜완은 설날 전날 죽을 결심을 한다. 혜완이 죽기 위해 찾은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친 시율은 소녀의 아픈 마음을 다독여 주며 용기를 심어준다. 7년 후 같은 장소에서 섣달 그믐날 새벽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7년이란 시간동안 혜완을 지탱해 온 힘은 그날 만난 남자에 대한 마음이다. 혜완은 집안에 우환을 없애기 위해 불심으로 공을 드리는 어머니의 과한 시주 약조에 늘 마음이 불편하다.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시주를 줄이기 위해 찾은 절에서 혜완은 시율의 도움을 받게 된다. 서로가 7년 전 그믐날의 재회 약속을 한 사람인지도 모른 체 서로에게 끌린다.

 

잘생긴 얼굴만 믿고 여자로 인해 편하게 살려는 남편에게 소박맞은 귀영은 혜완에게 몸을 위탁해 살고 있다. 그녀의 고운 자태는 혜완의 동갑친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관기녀로 살아야했던 영롱 역시 거짓으로 혜완의 호감을 사 그녀의 집에 임시로 기거하게 된다. 자신을 쫓는 사람들이 있기에 빨리 다른 곳으로 도망쳐야하지만 혜완과 귀영을 보면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고 그녀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다. 영롱이 어떤 인물인지 처음부터 간파한 지량은 그녀로 인해 혜완의 집안사람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재경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시율과 지량은 혜완의 옆집에 살게 된다. 7년을 기다린 운명적 첫사랑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혜완의 마음은 재경에게 들은 인물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향한다.

 

책을 읽으면서 '성균관 스캔들'에서 보았던 발랄하고 유쾌한 젊은 남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한 집안을 이끌어 가는 현명한 여인으로 나오는 서혜완, 곧은 성품에 혜완처럼 가족들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시율, 속 깊은 남자 지량, 한 번의 아픔으로 성숙한 여인이 된 귀영, 철없는 도련님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재경, 거짓으로 시작했지만 올바른 삶을 살고 싶은 영롱까지... 어느 한 인물도 헛트로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전부 사랑스럽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려시대라 젊은 남녀의 사랑보다는 가문이 더 중요하기에 서로가 상대방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집안 사람들이나 주위 사람들로 인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로맨스 소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고비와 오해, 갈등은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본다는 생각에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김이령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인데도 출간과 동시에 드라마화로 예약된 상태라고 들었다. 그만큼 재미는 보장되어 있는 책이다. '열두 달의 연가' 역시도 드라마화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스토리의 재미나 속도감도 좋고 열두 달로 나누어서 펼쳐지는 세 쌍의 사랑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고려인들의 삶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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