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간이 정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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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불리우는 작가 성석제님의 책을 난 아직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예전에 여러 명의 작가님과 함께 쓴 짧은 글을 본 적이 있는 게 전부라서 '이 인간이 정말'이 성석제님의 책을 사실상 처음으로 만났다고 볼 수 있다. 현실 속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캐릭터들이라 한편으로 보면 찌질하고 돌려보면 애잔하고 어쩜 저럴까 싶은 생각도 드는 인물들이 단편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공감은 하면서도 결코 가볍게 웃으며 넘길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 나를 돌아보고 내 가족, 내 이웃의 모습을 그들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책의 제목으로 나온 '이 인간이 정말'의 내용 속 남자는 한마디로 퇴짜 맞기 딱 좋은 남자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맞선 장소에 나온 여성에게 자신은 어머님의 강요에 의해 나온 백수나 다름없는 인간이라고 칭하며 그의 어머니가 아무리 상사라고해도 눈부신 미모의 맞선녀가 강요당하다시피 나온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식으로 말을 시작한다. 여기에 식사를 시키고 나오는 음식에 대한 아는 상식을 총동원해서 결코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임을 확인시켜 준다. 여자가 번번이 음식을 남기는 이유를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여전히 혼자만의 이야기에 취해 여자에 대한 배려는 나몰라 한다. 하품까지 하는 여자의 행동에도 맞선남은 여자로서의 욕구 해결에 대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찌질함을 넘어 그 자체가 최악인 남자인 것이다. 이런 남자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나오는 여자는 꾹꾹 참았던 욕 한마디를 날려주며 남자에 대한 평을 하는데.. 이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빵 웃음이 터졌다. 세상에는 아는 것을 실생활에 유용하게 이용할 줄 아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부모의 재력과 자신의 배움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인 사람도 존재한다. 맞선남은 이 모든 것을 가진 그야말로 재수 없는 남자다.

 

진심어린 사과가 있었다면 결코 경찰관까지 부르지 않아도 좋았을 자동차 접촉사고를 다룬 이야기, 오십대 중반의 명퇴로 라오스에서 재기를 꿈꾸는 남자가 여행 온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자신만을 믿고 따르면 성공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보았거나 들었음직한 이야기라 사실 읽으면서 조금 짠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이야기다. 학창시절 동경하던 여학생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이혼남의 이야기,  주인공에게 단 한 벌의 외투만을 남긴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그의 사고를 미연해 방지해 주는 이야기, 시대가 현대가 아니라 조선시대에 있었던 일이라 색다른 재미를 주는 '유희'... 억울한 죽음을 맞은 유희가 시간이 흘러 아들로 인해 다시 명예회복이 된 이야기 등등..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이야기들로 인해 왜 저자를 이야기꾼이라고 부르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남자들의 진한 우정을 느끼는 학창시절에 대한 친구에 대한 진실과 거짓으로 절묘하게 버무려진 인물 이주선과 그의 단 한 명의 인구 오세호의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평생직장이 아닌 40대만 넘어서면 명퇴나 퇴직으로 인해 고통 받는 남자들의 아픈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한 '남방'이 기억에 남는다.

 

평소에 단편소설에 대한 재미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나지만 '이 인간이 정말'은 기대한 것보다 재밌게 읽었다.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어 더 재밌고 흥미롭게 느껴졌다는 생각이 든다. 흔한 이야기가 아니라 익숙한 이야기를 공감을 이끌어 내며 재밌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을 읽고서 성석제란 작가님의 책들이 궁금해진다. 기회가 되는대로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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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2 - 숫자경영, 최고의 경영 나침반이다! 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2
최종학 지음 / 원앤원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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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학창시절 가장 어려워하고 재미없어하던 과목이 수학이다. 그만큼 숫자에 유달리 약한 나에게 경제이야기는 결코 쉽게 다가오거나 재밌게 느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조건 외면했던 정치나 경제 분야에 대한 이야기도 자꾸 관심이 가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다들 갈수록 힘들어 진다는 이야기만 털어 놓는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 밑바탕에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이나 나라는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최고의 기업들과 세계 강대국의 강력한 경제 개혁이 우리나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나라, 기업, 개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에 경제에 대해 이제 막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특히나 이 책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가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부자는 어딘가에 돈을 숨겨두었을거란 인식이 있다. 역시나  1999년 우리나라 재계 서열 2위란 평가를 받고 있는 대우그룹이 도산을 했다. 대우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우중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17조원이란 어마어마한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으며 그룹은 해체되었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결정적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과도한 배당금 지급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김우중 회장이 얼마 전에 TV에 나왔는데 베트남에서 매일 골프를 치며 호텔에서 묵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알다시피 그가 엄청난 금액을 따로 보관하고 있었을 거란 생각은 한다. 그의 자식이나 그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나누어져 있는 재산의 상당은 김우중 회장의 재산이란 생각이 든다. 하루빨리 그의 미납추징금은 반드시 추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나라도 좀 더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두산그룹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차이점은 경제를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비교해서 보니 재밌게 느껴진다. 특히 가족이 다니고 있어 항상 보게 되는 포스코의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다. 잭 웰치 회장의 조언에 따라 생산라인의 부속공정을 아웃소싱으로 변화를 준다. 이로 인해 평소에 주인의식이 부족했던 직원들의 마음가짐에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물론 시행에 앞서 아웃소싱으로 피해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존 직원들의 반발을 치밀한 준비와 실행으로 잘 이끌어 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업 CEO 자신의 결정 많은 것이 변화한다. 숫자로 배우는 경영은 기업 오너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하면서 성공적인 기업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총 6개로 이루어진 구성되어 있어 기업경영, 숫자경영의 의미와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연일 동양그룹의 위기가 보도되고 있다. 동양그룹의 모습은 예전의 대우그룹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거 같아 씁쓸하게 여겨진다. 

 

경제, 경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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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계곡 모중석 스릴러 클럽 35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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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소설작가하면 예전하는 자연스럽게 영미작가들을 연상 했지만 이젠 다양한 나라의 작가 분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여러 작가분 중 독일작가하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넬리 노이하우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허나 독일에서는 '안드레아스 빙켈만'이 최고의 심리 스릴러 작가란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라진 소녀들'을 통해서 그를 알게 되었는데 그의 신간 '지옥계곡' 역시 심리 스릴러의 진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줄 작품이라 고해서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2009년 12월 1일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는 오후 시간에 한 여성이 산을 오른다. 산악 구조대원으로 일하는 로만 예거의 눈에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씨에도 산에 오른 의문의 발자국을 따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위험한 계곡 위에 자리한 다리에 서 있는 여자가 발자국의 주인으로 그녀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짧은 찰나에 난간 너머로 떨어지려는 여성을 간신히 잡은 로만.. 허나 여자는 죽기를 각오했는데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한다. 결국 그녀의 손을 놓치고 만 로만...

 

죽은 여성의 이름은 라우라 바이더로 억만장자의 딸이다. 딸의 죽음 앞에 망연자실한 부모지만 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라우라의 아버지는 탐정까지 고용한다. 마지막으로 라우라의 얼굴을 본 것이 계기가 되어 그녀의 장례식에 초대받아 참석하게 된 로만... 그곳에서 라우라의 절칠한 친구 마라 란다우를 만난다. 마라를 통해 지난 여름 두 쌍의 연인과 한 명의 친구가 동석한 지옥계곡 등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로인해 그들 모두가 라우라로부터 멀어지게 된 계기를 듣게 된다.

 

솔직히 처음의 기대만큼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아니다. 지옥계곡에서 낯선 남자와 동행하게 된 라우라의 이야기는 그녀에게 닥힌 불행한 사건이 무엇인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여기에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물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 어느 정도 사건의 관계를 추측하게 한다.

 

부러울 거 하나 없는 완벽한 조건의 부모님을 둔 자식들도 결코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인해 힘든 아내이자 엄마, 딸은 물론이고 절대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는 아버지를 두고 있는 아들의 비틀어진 성격과 행동으로 표출된다.

 

라우라의 죽음은 그녀를 향한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남자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진다. 그가 누구이고 왜 이런 행동을 벌였는지 마침내 들어나는 진실 속에 인간이 가진 추악한 일면도 나타난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의 고통을 이용하는 심리는 무엇인지...

 

현실 속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어 보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작은 이기심과 교만함이 불러온 불행한 사건... 그 사건을 통해 자신보다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는 우정, 사랑이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 한 인간이 가진 집착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아직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작품에 만족했다는 표현은 쓰기 힘들다. 내가 기대했던 심리 스릴러의 진수는 아직 좀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음에 만날 작품에서는 이런 마음을 한 방에 잠재워줄 멋진 작품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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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황경신 지음, 김원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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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하루의 일과를 마감하는 늦은 저녁시간이 좋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유달리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밤 열한 시'... 하루를 마감하기까지 한 시간만 남았다. 1시간이면 참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 시간대의 평소의 나는 침대에 있다. TV이를 잘 보지 않아 열시쯤이면 이미 침대에 누워 책을 보거나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론 아무것도 안하고 공상이나 엉뚱한 상상을 한다. 그만큼 밤 열한 시는 나에게 너무나 편안하고 아늑함을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이다.

 

'밤 열한 시'의 저자 황경신님이 '생각이 나서'를 출간한 이 후의 3년간을 시간에 대한 생각을 책 안에 담아낸 이야기다. 9월.. 가을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차가운 겨울, 파릇파릇한 새 생명이 나오는 봄을 거쳐 햇살이 뜨거운 여름에서 끝을 맺는다. 책의 많은 부분은 시로 채워져 있다. 시와 함께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는 저자의 자유로운 이야기가 들어 있다. 시는 시대로,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쓸쓸한 듯 애틋한 느낌이 이 계절과 너무나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아름다운 책이다. 읽는 순간에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데 읽고 난 후에는 자꾸만 아쉬운 여운이 남는다. 무언가 더 있을 거 같고 더 듣고 싶은 마음 속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느껴지는 책.... 오래간만에 참으로 마음에 쏙 드는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저절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다.

 

그 놈의 세월은

 

밤에 잘라고 누워 있으면 시계가 째깍째깍 하는데, 나 돌아갈 때 다

됐다고 쉬지도 않고 째깍거리는 거 같아

그놈의 세월은 고장도 안 나지

그놈의 세월은 고장도 안 나여

 

오후 두 시, 동네 수영장, 탈의실에서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엿듣다.   -p100-

 

어릴 때는 시간이 참으로 더디 간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학창시절 그토록 싫어하던 수학, 과학 시간은 왜 그리 안 갔는지... 세월이 흐르고 시험, 공부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때가 되어버린 지금은 이상하게 시간이 참으로 빨리 흘러간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밤 열한 시

  

밤 열한 시 

참 좋은 시간이야

오늘 해야 할 일을 할 만큼 했으니

마음을 좀 놓아볼까 하는 시간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도 못 했으니

밤을 세워볼까도 하는 시간

 

생략~

 

밤 열한시

그래, 그 말을 하지 않길 잘햇어, 라거나

그래, 그 전화는 걸지 않길 잘했어,라면서

하지 못한 모든 것들에게

그럴듯한 핑계를 대줄 수 있는 시간

 

생략~

 

밤 열한 시

하루가 다 지나고

또 다른 하루는 멀리 있는 시간

그리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사랑도 멈추고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시간

 

참 좋은 시간이야

밤 열한 시                                                                                      -p 252~255-

 

감성을 자극하는 시와 이야기들이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책의 제목과 같은 '밤 열한 시'에 대한 시는 특히 마음에 든다. 오롯이 혼자만의 생각을 즐길 수 있는 시간.... 한 번도 밤 열한 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시를 읽으며 새삼 이 시간이 얼마나 나에게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인지 깨닫게 된다.

 

황경신 작가님의 책은 '밤 열한 시'가 처음이다.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느낌의 책이라 3년 전에 발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생각이 나서'는 어떤 책일지... 이 책만큼 나의 마음에 온전히 와 닿는 책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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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 앤 새디 vol.3 - 궁극의 주부 마조의 정신없는 생활툰 마조 앤 새디 3
정철연 글 그림 사진 / 예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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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읽는 내내 저절로 함박웃음이 지어진 책 '마조 앤 새디 vol.3' 일상 속의 깨알 같은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이야기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읽게 된다. 요즘은 능력 있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여여성이 밖에서 일을 하고 남편은 살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전히 나는 고정관념의 틀 안에 묶여 살고 있지만 여자와 남자의 일반적인 삶의 틀에서 살짝 마조와 새디의 당당한 모습이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짧은 이야기들은 어디서 웃음 코드가 터질지 모른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웃음 코드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에 옆에서 이 책을 보던 아들이 웃는 장면이 아닌 조금은 재미없이 느끼는 부분에서 내 웃음코드가 여지없이 발산되곤 했다.

 

육식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 역시 한 번씩 삼겹살 파티를 할 때가 있다. 내가 눈독을 들인 고기를 익자마자 아들이나 옆지기가 자신의 입으로 들어갈 때는 대부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허나 유달리 고기가 땡기는 날 내가 찜해 놓은 고기를 가져가는 모습에 순간 열이 확 오를 때가 있다. 마조 역시 상추쌈 안에 두 점의 고기를 넣었다가 아내 새디에게 딱 걸린 대목에서 빵 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유달리 추위를 잘 타는 새디를 위해 준비한 연두색의 남성복으로 추정되는 츄리닝 세트... 결코 여성용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나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지만 따뜻한 촉감과 편함이 새디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인증샷까지 찍어서 올린 센스 있는 사진에 다시 한 번 빵~, 일을 하다 야식이 당겨 남편 마조에게 만들게 한 음식을 먹고 늘어난 체중을 보며 마조에게 부탁한 일에 대한 반응, 결혼 전과 후에 달라지게 보내주는 엄마의 물건에 대한 반응, 아내 새디의 손에 의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마조의 머리모양 등등... 짧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모든 부분이 작가만의 재치와 유머로 무장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책의 중간 중간에 마조의 부엌에서 만들어지는 요리 정보들이 주부 경력이 좀 된 내가 보기에도 내공이 상당히 느껴진다. 특히나 해먹기 보다는 사먹는 요리로 인식하고 있는 요리들에 레시피를 보며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고 맛있어 보이는 몇 개는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그중에서도 멸치피자는 마조가 했던 실수를 참고삼아 가는 멸치를 사용해서 만들어 볼 생각이다.

 

만화가이면서 주부로서의 마인드로 무장한 마조의 이야기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책 안에 빠져들게 한다. 티격태격 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새디와 마조가 만들어 내는 알콩달콩한 사랑과 삶의 모습이 이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책이 주부를 비롯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재미를 느끼게 하는 주요 이유는 실제 이 책의 저자 정철연씨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아니라 만화가이자 주부로 살고 있는 현실성 모습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주부로서의 그의 모습을 보며 같은 주부인 내가 공감하는 부분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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