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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심판 1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난 인간은 누구나 착하게 태어난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루를 멀다하고 뉴스나 각종 매체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보다는 나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사람들 사이에 정을 느끼게 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혹 접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선하게 태어났지만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악에 물들어 가는 사람... 자의든 타의든 이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끔찍한 세상이 될지.. 인간을 놓고 실험적인 행동을 하는 그 자체가 바로 악이라고 생각한다.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위급 환자가 있어 급히 달려 간 당직여의사 모니카는 도착 한 집에서 6년 전 갑자기 사라져 죽음을 맞은 쌍둥이 여동생의 물건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중년의 환자는 누구이며 그가 왜 자신의 여동생의 물건을 가지고 있었는지 한순간 환자를 살려야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의사로서의 사명보다 동생을 향한 마음으로 갈등하게 된다.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세상의 온갖 범죄기록들이 보관되어 있는 은밀한 장소를 제 집 드나들듯 하는 남자의 정체는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 그 곳은 신성한 장소이며 사람들이 차마 말하지 못한 은밀한 고백들이 산더미처럼 보관되어 있는 것들 중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가 추적해야 하는 사건이 있다. 그 사건은 갑자기 사라진 여대생과 그 전의 납치 살해된 여성들의 범인을 추적하는 일.... 이들이 하는 일을 가르쳐 '영혼의 심판'이라 부른다.
사건의 시점이 과거와 현재, 며칠 전을 오가며 전개되기에 처음에 다소 혼란스런 부분이 있다. 끔찍한 사건의 본질에는 세상에서 밝혀지지 않은 숨은 진실을 도사리고 있다. 미제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선은 악으로 변질되고 점차 악을 통해 자신 안에 잠재되어 있는 본능적 욕구를 깨닫게 된다니....
일련의 사건들을 쫓아가다보니 하나의 공통점이 점차 들어나게 된다. 그 공통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실을 쫓는 바티칸 내사원 소속 사면관인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 마르쿠스는 자신으로 인해 진실의 퍼즐조각이 맞추어 가는 추격자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스토리는 총 세 사람의 시각에서 전개된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면관 마르쿠스,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 존재, 갑자기 의문의 죽음을 당한 르포사진기자인 남편의 유품을 통해서 그의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는 여형사 산드라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산드라는 남편의 죽음으로 파헤치는 과정 중에 만나게 되는 인터폴 형사? 샬버와 만나게 된다. 마르쿠스 역시 그가 믿고 따르던 스승 사제의 죽음과 그의 주위에 존재하는 추격자를 의식하게 된다. 여기에 연쇄살인범.. 그가 가진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죽여 가며 새로운 신분으로 감쪽같은 탈바꿈을 거듭하는 가장 중요한 카멜레온 킬러란 존재까지....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단순히 선과 악으로 규정지어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그 속에 담겨진 인간 내면의 본질이 어떤 식으로 발견되고 변해 가는지... 속도감 있는 스토리에 빠져 들게 만들어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드는 반전 역시 존재하고 있다.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고해서 죄가 사해지는 것이 맞는 것인가? 같은 죄를 반복하는 사람은 죄를 고백하는 자체만으로 용서해도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마음속에 깊은 슬픔이나 절망, 끔찍한 기억은 존재할 수 있다. 그로인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는 본인의 선택이라고 해야 할지..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우리가 모르는 바티칸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그 곳에 진짜 이런 보관실이 존재하며 특수한 일을 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하는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워낙에 많으니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한다.
'영혼의 심판'은 스릴러 소설이 가지고 있는 묘미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작품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 도나토 카리시의 데뷔작 '속삭이는 자'에 왜 그리 열광을 했는지 '영혼의 심판'을 읽으니 저절로 짐작이 갔으며 이 책 역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