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르셀로나 미식가의 집, 까사구르메 - 셰프 김문정의 맛있는 인생 레시피
김문정 지음, 강중빈.김나정 그림 / 페이퍼스토리 / 2013년 9월
평점 :
아니라고 스스로를 속이려 고해도 나에겐 식탐이 있다. 식사 때가 아주 많이 지나면 슬슬 기운도 떨어지고 다른 것에 집중하기도 힘들어지며 짜증이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럴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눈 녹듯이 사라지고 난 행복감에 젖어든다. 그만큼 먹는 것이 나에겐 중요한 일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아무래도 혼자 먹을 때는 귀차니즘에 대충 먹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친구나 지인분들을 만나면 될 수 있으면 맛있는 것을 먹자는 쪽에 표를 던진다. 먹는 것이 곧 남는 것이란 생각도 있고 이왕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이니 조금 비싸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설령 비싼 음식이 아니더라도 값싸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더더욱 좋다.
'바르셀로나 미식가의 집 까사구르메'의 저자 김문정씨는 20대에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 요리를 배우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정착했다. 이 책까지 총 2권의 책을 냈을 정도로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그녀의 음식을 다시 먹고 싶어 할 정도로 뛰어난 쉐프다. 김문정씨와 동생이 함께 여행객들을 위한 음식점을 열었을 때는 두려움반 설레임반이였다고 한다. 허나 이런 불안도 잠시 자매를 찾았던 사람들은 그녀들의 음식 맛에 매료되어 다시 또 먹고 싶어 할 정도다. 여기에 그녀만의 섬세함으로 여행객들의 취향이나 상황을 고려 한 음식을 신선한 식재료만을 이용해 만들어낸다.
자매는 하나의 테이블과 2인용 두 개의 룸만으로 운영되는 그들의 가계는 작고 아담하지만 온기가 느껴진다. 음식과는 전혀 다른 학과를 전공한 자매.... 세상에는 잘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도 사는 사람도 있다.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어느 쪽을 선택해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김문정씨는 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음식으로 하나라 행복하고 즐겁게 일한다는 것이 보인다.
책에는 저자가 오는 손님들에게 만들어 준 요리들 중 하나씩을 따로 만들어 볼 수 있게 소개하고 있어 기회가 되면 김문정씨와 같은 맛은 안 나겠지만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가 있다. 손님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그들의 이야기도 다르다. 여자가 남편보다 9살이나 많은 부부, 저녁 손님 예약이 있기에 거절하고 싶은 손님이지만 친정엄마와 안다는 이야기에 받게 된 손님, 잊을 수 없는 두 명의 첫 손님, 우리나라보다 더 맛있고 야들야들한 고사리가 듬뿍 들어간 육개장을 먹을 수 있는 이야기 등등...
외국에 나가면 한 번씩 부끄러울 때가 있는데 저자가 최악의 손님으로 꼽은 세 가지 유형의 손님들은 그 사람들이 손님이 아니더라도 싫을 거 같다. 요리사인 며느리의 음식 솜씨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 시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하는 저자는 스페인과 다른 재료로 인해 어려움을 겪ㄱ도 한다.
저자처럼 나 역시도 주부로 횟수가 꽤 되었는데 여전히 친정 부모님으로부터 김치를 받고 있어 담근 적이 없다. 10번의 김치를 담은 그녀의 이야기를 보며 나도 이젠 김치를 이번 김장은 적은 포기지만 혼자서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의 김치 담그기와 이름이 알려진 발효 빵의 기술을 서로 알려주는 이야기, 한국사람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사람, 시골을 찾았다가 맛보게 되는 생각지도 못한 재료의 맛있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읽는 내내 입에 침이 고여 혼이 났다.
저자는 다시 태어나면 스페인에 태어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사랑한 그 곳을 떠나 한국에 정착했다. 동생이 낸 서촌에 위치한 운치 있고 아담한 '따빠스구르메'를 운영하고 있다. 한번씩 삼청동을 비롯한 북촌, 서촌을 좋아해 한번씩 운동겸 나들이를 나가는데 조만간 경복궁도 구경하고 김문정씨가 운영하는 서촌의 음식점도 들러 볼 생각이다.
여행을 자주는 못하지만 한번씩 여행을 떠나면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 마음에 쏙 들어 다시 한 번 더 가고 싶은 장소가 있다. 스페인도 나에겐 그런 나라다. 올 봄에 열흘 정도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5월이라 너무나 좋았는데도 세상에 6월이 되면 해바라기 꽃이 물결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이야기에 다음에 꼭 해바라기 꽃을 볼 생각이기에 한 번 더 스페인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음식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해 가는 저자의 이야기도 즐거웠지만 사진을 통해 보이는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모습들에 빠지게 된다. 여행객이 미처 잘 모르고 지나치는 스페인의 숨은 이야기를 책의 뒷부분에 따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신선하고 재밌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시간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벌써 걱정이 되는데 책에 소개된 음식은 아닐지라도 혼자지만 오늘 만큼은 맛있는 점심을 먹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