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고백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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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없지만 그에 대해서 들어보기는 했다. 그의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가면의 고백' 전업 작가로서 그의 최초이자 최고의 작품이지만 내가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느끼지 못해서인지 뛰어난 작품이란 느낌은 사실 못 받았다. 다만 이 책이 미시마 유키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주 많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라 저자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고 알게 된 것이 반갑게 느껴진 작품이다.

 

나란 주인공은 태어날 때부터 약골로 태어났다. 약골이라 허약한 상태에서 생후 일 년쯤에 일어난 사고까지 겹치자 끔찍이도 그를 아끼는 할머니의 품에서 자라나게 된다. 할머니의 생각에는 약한 그에게는 남자들보다 여성들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있었는지 어린 그에게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은 여자들이다.

 

어린 시절 그는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아닌 비극의 히로인이 되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여 있다. 그를 한 순간에 사로잡은 덴까쓰나 짙은 분장의 위풍당당한 클레오파트라와 남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잔 다르크, 성 세바스티아누스 순교 그림에 매료된다.

 

이런 성향을 가진 나는 학교에 입학한다. 같은 동급생이나 여자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그에게 불량스러움이 느껴지는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인물 '오미'를 보며 짝사랑 같은 열병에 시달리게 한다. 같은 동성에게 강하게 끌리는 그... 오미의 탄탄한 몸에 대한 궁금증과 열망이 스토리의 긴장감을 끌어 올린다.

 

동성애에 강하게 끌리는 그는 친구의 여동생 소노코와의 관계를 통해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그가 가진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줄 뿐이다.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강한 이끌림과 스릴, 여기에 동성애 대한 남다른 감정들을 배출하지 못하는 나를 볼 수 있다. 부록에서 미시마 유키오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당시의 시대상황과 맞물러 저자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체념, 허무, 성에 대한 생각과 열망, 천황의 이야기까지....

 

뛰어난 재미나 높이 평가받고 있는 문학적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느끼지는 못했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했던 저자의 감성이 잘 들어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시대가 변하고 예전과 달리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가진 남성들이 대접받는 시대가 되었다. 강한 남성성을 위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섬세하고 감성어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 미시마 유키오.... 아직은 어려운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에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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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미식가의 집, 까사구르메 - 셰프 김문정의 맛있는 인생 레시피
김문정 지음, 강중빈.김나정 그림 / 페이퍼스토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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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스스로를 속이려 고해도 나에겐 식탐이 있다. 식사 때가 아주 많이 지나면 슬슬 기운도 떨어지고 다른 것에 집중하기도 힘들어지며 짜증이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럴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눈 녹듯이 사라지고 난 행복감에 젖어든다. 그만큼 먹는 것이 나에겐 중요한 일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아무래도 혼자 먹을 때는 귀차니즘에 대충 먹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친구나 지인분들을 만나면 될 수 있으면 맛있는 것을 먹자는 쪽에 표를 던진다. 먹는 것이 곧 남는 것이란 생각도 있고 이왕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이니 조금 비싸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설령 비싼 음식이 아니더라도 값싸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더더욱 좋다.

 

'바르셀로나 미식가의 집 까사구르메'의 저자 김문정씨는 20대에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 요리를 배우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정착했다. 이 책까지 총 2권의 책을 냈을 정도로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그녀의 음식을 다시 먹고 싶어 할 정도로 뛰어난 쉐프다. 김문정씨와 동생이 함께 여행객들을 위한 음식점을 열었을 때는 두려움반 설레임반이였다고 한다. 허나 이런 불안도 잠시 자매를 찾았던 사람들은 그녀들의 음식 맛에 매료되어 다시 또 먹고 싶어 할 정도다. 여기에 그녀만의 섬세함으로 여행객들의 취향이나 상황을 고려 한 음식을 신선한 식재료만을 이용해 만들어낸다.

 

자매는 하나의 테이블과 2인용 두 개의 룸만으로 운영되는 그들의 가계는 작고 아담하지만 온기가 느껴진다. 음식과는 전혀 다른 학과를 전공한 자매.... 세상에는 잘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도 사는 사람도 있다.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어느 쪽을 선택해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김문정씨는 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음식으로 하나라 행복하고 즐겁게 일한다는 것이 보인다.

 

책에는 저자가 오는 손님들에게 만들어 준 요리들 중 하나씩을 따로 만들어 볼 수 있게 소개하고 있어 기회가 되면 김문정씨와 같은 맛은 안 나겠지만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가 있다. 손님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그들의 이야기도 다르다. 여자가 남편보다 9살이나 많은 부부, 저녁 손님 예약이 있기에 거절하고 싶은 손님이지만 친정엄마와 안다는 이야기에 받게 된 손님, 잊을 수 없는 두 명의 첫 손님, 우리나라보다 더 맛있고 야들야들한 고사리가 듬뿍 들어간 육개장을 먹을 수 있는 이야기 등등... 

 

외국에 나가면 한 번씩 부끄러울 때가 있는데 저자가 최악의 손님으로 꼽은 세 가지 유형의 손님들은 그 사람들이 손님이 아니더라도 싫을 거 같다. 요리사인 며느리의 음식 솜씨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 시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하는 저자는 스페인과 다른 재료로 인해 어려움을 겪ㄱ도 한다.

 

저자처럼 나 역시도 주부로 횟수가 꽤 되었는데 여전히 친정 부모님으로부터 김치를 받고 있어 담근 적이 없다. 10번의 김치를 담은 그녀의 이야기를 보며 나도 이젠 김치를 이번 김장은 적은 포기지만 혼자서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의 김치 담그기와 이름이 알려진 발효 빵의 기술을 서로 알려주는 이야기, 한국사람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사람, 시골을 찾았다가 맛보게 되는 생각지도 못한 재료의 맛있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읽는 내내 입에 침이 고여 혼이 났다.

 

저자는 다시 태어나면 스페인에 태어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사랑한 그 곳을 떠나 한국에 정착했다. 동생이 낸 서촌에 위치한 운치 있고 아담한 '따빠스구르메'를 운영하고 있다. 한번씩 삼청동을 비롯한 북촌, 서촌을 좋아해 한번씩 운동겸 나들이를 나가는데 조만간 경복궁도 구경하고 김문정씨가 운영하는 서촌의 음식점도 들러 볼 생각이다.

 

여행을 자주는 못하지만 한번씩 여행을 떠나면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 마음에 쏙 들어 다시 한 번 더 가고 싶은 장소가 있다. 스페인도 나에겐 그런 나라다. 올 봄에 열흘 정도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5월이라 너무나 좋았는데도 세상에 6월이 되면 해바라기 꽃이 물결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이야기에 다음에 꼭 해바라기 꽃을 볼 생각이기에 한 번 더 스페인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음식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해 가는 저자의 이야기도 즐거웠지만 사진을 통해 보이는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모습들에 빠지게 된다. 여행객이 미처 잘 모르고 지나치는 스페인의 숨은 이야기를 책의 뒷부분에 따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신선하고 재밌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시간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벌써 걱정이 되는데 책에 소개된 음식은 아닐지라도 혼자지만 오늘 만큼은 맛있는 점심을 먹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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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재킷 - 17세 겨울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 3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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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의 1권을 읽었다. 어쩌다보니 1권부터 차례대로 읽어야하는데 난 2권을 가장 먼저 읽고 1권, 3권을 읽게 되었다. 15살의 사야카가 17살의 고등학교 2학년으로 성장해 있는 3편 '갈색 재킷'은 계절도 겨울이라 지금과 딱 맞는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역시나 잡자마자 단숨에 쑥 읽어 내려갈 정도로 빠져서 읽은 책이다.

 

갈색 재킷은 사야카의 등장이 아닌 중학교 은사인 안자이 기누코 선생님과 가와무라 형사가 오래간만에 미술관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기누코 선생님을 좋아하기에 오늘은 기필코 마음을 고백하려는 가와무라 형사의 용기 있는 고백은 낯선 여인의 비명소리로 인해서 묻히고 만다.

 

기누코 선생님과 가와무라 형사가 무사히 구출해 놓은 아가씨는 그만 기억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녀의 손에 남겨진 남성용 재킷... 분명 기억을 잃어버린 여인이 연못에 빠진 것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기누코 선생님의 연락을 받은 사야카가 미술관에 도착하며 우연히 본 남성의 모습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

 

사야카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 교코는 예상치 않게 위험에 빠지면서 의문의 여인과 친구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사야카가 놓인다. 모르는 사람보다 친구를 구하고 싶어 하는 사야카의 마음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둘 다 지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명을 선택한다면... 허나 이 일로 인해 오히려 사야카 본인이 죽음과 직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건을 이끌어 가는 틀은 있지만 그것보다 기누코 선생님에게 들어 온 맞선과 그녀, 가와무라 형사...두 사람의 마음이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들의 모습을 닮고 있어 사랑스럽다. 기누코, 가와무라 형사와는 달리 2권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교코와 마쓰오 선배는 어려움을 겪는다. 용기 있는 자 사랑을 쟁취한다지만 아직 마쓰오도 고3에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고 의사가 되려는 교코 역시 학업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니 그들의 인연이 아니라 고해도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야카 시리즈의 장점은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적이고 보수적인 안자이 기누코 선생님과 심성이 선하고 착한 가와무라 형사의 사랑의 방식이 요즘처럼 스피드한 연애를 보여주는 젊은이들과 달라도 너무 달라 조금 답답한 면이 있지만 귀엽다. 사야카와 아키오 역시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갈지 모르기에 그들의 성장이 기대되어 책을 읽으며 자꾸만 미소가 지어진다.

 

한 해에 한 권씩 나오니 15살의 중학생이 제법 숙녀 티가 나는 소녀로 성장한 사야카... 앞으로 사야카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 갈지 궁금하고 탐정으로서의 활약이 역시도 기대가 된다. 내가 워낙에 좋아하는 장르다보니 주위 사람들에게도 많이 이야기하는데 사야카와 같은 학년의 조카가 미스터리 추리소설에 조금씩 관심을 보인다. 다른 책도 좋겠지만 사야카 시리즈를 통해 미스터리 소설에 입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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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달콤한 재앙
케르스틴 기어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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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달콤한 재앙' 제목이 아리송하다. 어떤 재앙이길래 달콤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시간여행을 하는 소녀 연작 시리즈를 통해서 저자 케르스틴 기어를 알게 되었다. 피를 통해 시간여행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새로운 느낌의 성인 로맨스 소설을 만났다.

 

주인공은 카티는 결혼 5년차의 평범한 여성이다. 너무나 평범한 그녀의 일상에 어느 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일을 위해 참석한 세미나에서 누구나 한눈에 마음을 빼앗겨 버릴 정도로 잘 생긴 마티아스란 남자... 그의 존재는 카티에게 남편 펠릭스와의 평온한 생활 속에서 느끼지 못한 열정을 일으켜 그녀를 당혹케 하지만 그럼에도 마티아스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카티는 베프친구의 전남편이 주최하는 파티에 갔다가 마티아스와 재회를 한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아내란 본분에 맞게 마티아스에 대한 생각 자체를 안 하려해도 그녀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는 마티아스를 만나러 달려간다. 두 사람의 깊은 키스 도중에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물체.... 

 

카티가 눈을 떠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헷갈려 한다.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시간이 맹장수술을 한 처녀시절로 돌아가 있다. 미래를 알기에 자신을 향해 오는 강한 끌림의 남자 마티아스와의 관계를 위해 과거를 바뀌고 싶다. 모든 것은 그녀의 손에 달렸다. 허나 미래란 것이 완벽하지 않는 작은 시간차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카티의 노력은 빛을 발하는데....

 

무엇보다 카티란 인물이 가진 평범하고 덜렁거리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녀의 남편 펠릭스는 의사에 가정적이고 아내를 사랑하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마티아스는 잘 생기고 능력도 있는데다 자상하고 사랑에 열정적이기까지 한 그야말로 여자들이 꿈꾸는 남자다. 이런 남자를 원하는 카티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고 카티의 욕망은 기혼녀일 때는 불륜이지만 타임 슬립을 통해 결혼 전 과거의 시간으로 간 뒤의 행적은 로맨스다. 맘껏 자신이 원하는 로맨스에 빠져 행복함을 느껴야하지만 자꾸만 펠릭스와의 크고 작은 일로 엮이게 된다. 그의 옛여자친구에 대한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쓸 정도로 카티는 펠릭스에 대한 소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다. 미래의 남편을 바꾸고 싶었지만 운명은, 사랑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결혼을 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부부는 정으로 살아가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페르몬이 샘솟던 시간이 지나면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사이로 변한다. 개인적으로 난 이런 관계가 좋다.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기에 그의 장단점이나 나의 장단점을 서로 다 알고 편안해진 사이....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늙어 갈사이기에 아무 말 안 해도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이가 좋다.

 

현실에서 가능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 흥미롭게 느껴졌으며 카티를 중심으로 펠릭스, 마티아스란 인물도 좋았지만 그녀의 직장 동료나 개성 강한 시댁 사람들, 친구들, 펠릭스의 옛여자친구까지 전부 개성 있는 인물들이라 스토리의 재미를 더해준다.

 

평생 살면서 한 번쯤은 혼을 빼놓는 사랑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내가 만약 타임 슬립으로 결혼전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난 현재의 남편을 선택할까? 어릴 때 만나 3년 남짓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해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 볼 시간이 없었기에 사랑을 떠나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꿈꾸게 된다. 내 능력을 알아보고 발휘할 수 있는 삶... 소소한 재미가 느껴지는 로맨스 소설이라 즐겁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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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공원정대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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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삶이 버거워지고 힘들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영어공부를 시작으로 한 각종 학원을 전전하며 온갖 스펙을 따 놓아도 좋은 대학, 대학 직장을 얻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 힘들 정도로 취업의 문은 좁다. 어린 시절 꿈꾸는 세상은 막상 현실의 문에 부딪히면서 산산조각 나버리고 꿈과 현실은 같지 않다는 쓰디 쓴 경험과 함께 체념과 타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상민 작가님의 '조공원정대'는 대기업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대출, 경제발전으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사람들의 해외여행 급증과 소비, 정부의 올바르지 못한 경제 분석 등으로 인한 외환보유가 부족하여 발생한 IMF경제위기, 미국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한 거대 금융회사의 파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상황을 배경으로 8편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다. 이 시기에 취업이나 사랑, 꿈을 향한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씁쓸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조금은 불편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어머니가 맞추어 놓은 삶의 플랜대로 살지 못하고 살짝 비껴가는 인생을 살고 있는 남자는 거세당하고 목소리마저 잃어버린 개 팔팔이의 모습이 자신과 너무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팔팔이의 죽음으로 인해 틀 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즐기고 싶어 오토바이 가게를 내지만 이마저도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히며 곤란을 겪는 '안녕 할리'

 

여자 친구가 있지만 소녀시대를 한 번만 보고 싶은 마음으로 서울행을 결심한 찌질한 세 동창생의 이야기를 다룬 '조공원정대' 하룻밤 숙식을 위해 찾아간 고향 선배 역시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힘든 삶을 살고 있다. 피자집 배달원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고달픔을 담아낸 이야기 '어느 추운 날의 스쿠터'... 미국의 대형 피자 체인점이 생기면서 각종 할인혜택과 속도 전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배달원의 삶 속에 대학시절 여자 친구와 함께 동참하게 된 대모로 인해 두려움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가 짠하면서 맞아 정말 저럴거야 하는 공감을 하게 된 이야기다.

 

헤드기어만 쓰면 초능력자 된 것처럼 느끼는 남자의 이야기, 가장 찌찔한 남자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한 작품으로 야동을 보며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는 남자가 이야기 '유글레나'를 비롯해 특수한 계란을 파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숨은 진실, 여기에 황당한 보스의 여자와 살게 된 이야기 '미운 고릴라 새끼'와 진짜 영웅에 대한 슬프지만 안타까운 진실을 담아낸 이야기, 가장 흥미롭고 황당한 이야기란 생각이 든 아담의 배꼽'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의 맏아들 카인의 이야기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되어 있어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현재의 삶의 모습에 맞춰 살아가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나라의 경제가 활발하면 기업들도 좀 더 많은 사람을 뽑기에 취업문이 조금은 더 넓어질 수 있다. 허나 책에 나온 인물들을 보면 IMF,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능동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쉬웠다.

 

단편에 소개된 내용들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있고 저럴까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다. 추천 글을 보며 이 책이 저자 배상민 작가만이 가진 색깔을 잘 표현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아직은 배상민 작가의 작품이 주는 불편한 진실에 쉽게 웃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찌질하고 못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사랑, 꿈, 취업, 생계, 현실적 모순과 그럼에도 그에 순응하며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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