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천재적인
베네딕트 웰스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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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특이하다. 짓다 말은 듯한... '거의 천재적인' 독일 문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깜짝 놀라만한 신인작가 베네딕트 웰스의 작품이다. 1984년생이면...이제 서른도 안 된 작가의 작품이 어떠했기에 이런 찬사의 글이 쏟아질 정도인지... 제목만큼이나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작가의 작품이라 내심 기대감을 많이 갖고 읽기 시작했다.  

험난한 인생을 산 사람은 물론이고 인생의 변화를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순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터닝 포인트를 가지고 싶어 한다. '거의 천재적인'의 주인공은 유달리 신경이 예민한 엄마를 둔 소년 프랜시스 딘으로 열일곱 살의 학생이다. 190cm의 키에 몸집도 남들보다 커서 나름 자신을 지킬 수 있지만 그를 둘러싼 집안 환경은 어둡다. 이혼한 아버지에게 얼마간의 보조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지만 불면증과 피해망상으로 가득한 엄마의 병원비는 항상 생활고에 시달리게 한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만나러 갔다가 한 소녀 '앤메이 가드너'와 마주친다. 그녀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긴 프랜시스... 

 

엄마의 자살기도와 프랜시스에게 남겨진 편지로 그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나타났는지 알게 된다. 프랜시스는 천재라고 불리우는 아버지를 찾기 위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앤메이는 자신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 원인을 프랜시스에게 털어 놓는다. 모든 원인은 아버지에게 있음을.... 출생의 비밀에 숨어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는 프랜시스를 따라 앤메이도 나서는데...

 

프랜시스, 앤메이.. 둘 만의 여행이 아니다. 프랜시스의 단짝 친구 역시 그들의 여행에 함께 한다. 그들은 차례대로 미국 도시를 찾아가며 서로가 가진 그늘과 아픔, 고통을 들여다보며 위로도 하지만 상처도 남긴다. 친구와 앤메이가 친해지는 것에 신경이 예민해지는 프랜시스... 하지 말아야 할 행동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프랜시스는 질투를 느낀다.

 

뛰어난 인재들의 정자만을 따로 받아 인공수정을 한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 중에서 진짜 천재는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그를 찾아간 프랜시스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데... 이 후의 행적은 그가 원하던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물한 살이란 나이에 돈을 위해 그저 자신의 전부를 위조하고 속인 남자가 있을 뿐이다. 그의 존재 자체가 프랜시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뿐이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가 있다. 프랜시스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앤메이와의 관계로 인해 가족이 생기며 그는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는 한 방이 필요하다. 그에게 날개를 달아 줄 곳을 찾게 되고 행운은 그를 향해 손짓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설은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소년이 천재인 아버지를 만난다는 환상을 품고 떠난 길에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하는 어두운 현실만 보여준다. 세상은 그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암울한 현실에 벗어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결코 옳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은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인공수정, 정자은행, 가난, 깨어진 가정, 무책임한 부모 등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결코 무겁지 않지만 가볍게 지나치지 않게 잘 풀어내고 있다. 다만 그것을 읽는 독자가 프랜시스의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하는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느껴진다. 

 

어른으로 성장한다고 해서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랜시스는 당장 유급 처리된 학교 졸업장을 따야하고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 돈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스무 살도 안된 소년이 짊어지기엔 짐이 무거워 보인다. 위험에 보이는 모험이지만 도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미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된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 소년의 성장기 소설로서는 손색이 없지만 사실 이토록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충분히 느끼지 못한 작품이다. 허나 다음 작품은 기대되는 작가다. 아직 젊기에...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떨지 그의 무한한 가능성이 진가를 발휘 할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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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엄마, 미친 척 500일간 세계를 누비다! 시리즈 2
태원준 글.사진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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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아들, 딸을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예순 살의 엄마와 서른 살의 아들이 함께 떠난 배낭여행... 속으로는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여행이지만 결코 쉽게 결정하지 못할 뿐더라 실행은 더더욱 어려운 여행이란 생각이 든다.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를 통해서 이들의 첫 번째 배낭여행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이야기를 읽지는 않았지만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을 통해서 이들의 배낭여행이 어떤 모습 이였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엄마와 아들은 6개월의 여행을 끝나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 예상했던 여행을 즐기고 있지만 한번 떠났기에 더 많은 나라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다시 계획을 짜서 떠난다는 것이 어렵기에 이왕 시작한 여행이기에 마무리를 더 계속하기로 한다. 무엇보다 경비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항상 집안에 도움이 되어 주었던 누나가 기꺼이 엄마와 남동생을 위해 그들이 원하던 금액보다 큰 금액을 보내준다. 이왕 엄마와 하는 여행이기에 맛있는 것도 더 먹고 좋은 곳도 더 구경하라는 속 깊은 누나의 마음이 느껴져 자꾸만 이들 남매의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 이런 딸과 아들을 둔 부모는 전생에 진짜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일거란 생각까지 들면서 나도 울 엄마를 모시고 여행길에 오를 그 날을 매번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예전에 다른 책을 통해서 카우치서핑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 험난한 비행기 탑승을 하고 생전 처음으로 '카우치서핑'을 통해서 현지인의 집에 숙박을 경험한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여행형태지만 아직은 우리에게는 낯선 문화다. 자신의 집을 내어주는 용기... 분명 책에서도 말한 것처럼 신뢰와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말로만 듣던 라마단 기간을 체험하게 되는 모자... 나도 올 봄에 모로코에 가 본 적이 있다. 구불구불한 구시가지에 위치한 골목들은 길을 헤매고 잃어버리기 좋게 되어 있다. 직접 보았던 가죽 염색 공장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한데 사진을 보니 그 때의 느낌이 다시금 살아나기도 했다. 모로코 페스에도 카우치서핑을 할 수 있는 집이 있다니 다시 한 번 그 쪽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

 

세계에서 가장 볼거리 많은 나라들 중 하나이고 우리에게는 형제의 나라라 더 특별한 '터키'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많이 다녀 온 나라답게 이름만 되면 유명한 지명이 많지만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의 배경이 되었던 카파도니아 지역의 '괴레메' 마을은 사진으로만 보아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광경인데 실제로 보면 얼마나 멋질지 궁금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찜해 둔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설레이는 감정을 일으키는 낯선 이성과의 만남,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의 순박한 아이들의 천진한 함박웃음, 영화를 통해서 지나치듯 보았던 아픈 과거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장소에 대한 소감, 타향에서 같은 나라 사람에 의해서 입은 피해로 인해서 더욱 단단해지며 웬만한 사고에는 대범해진 이야기 등등..  읽을수록 여행지의 따뜻한 사람들과의 인연, 여행지의 모습들이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서른 살의 아들이 오래 전부터 여행을 통해서 단련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고 크게 바라보는 아들과 그런 아들과 견주어 전혀 뒤지지 않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쳐다보는 엄마....두 사람의 여행은 모자간의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해주는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300일 10개월의 대장정 여행을 이제 막 끝냈지만 이들의 여행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여행 내내 서로가 있어 든든한 모자에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이 벅차올라 살짝 뭉클해짐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다. 특별하다는 말 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여행기였다는 게 개인적인 소감이다. 마냥 부럽게 읽었던 여행기... 나도 내 아들과 이런 여행을 꿈꾸게 된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아들아~~ 엄마와 함께 배낭여행 가자~~

 

이들의 다음 여행지는 남미... 다음번 여행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여행기가 기다려지는 것은 나뿐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모자와 함께 한 이야기에 푹 빠져 즐거운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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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과의 춤 3 얼음과 불의 노래 5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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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게 기다리다 읽은 책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5부' 드디어 드래곤과의 춤으로 나온 3권까지 전부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다음 이야기는 언제나 나올까 하는 불안감 섞인 기다림이다. 애타게 기다려 읽고 나면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책에 빠져 들 수밖에 없는 강한 흡입력의 스토리와 속도감, 개성 있고 매혹적인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제발 이번에는 저처럼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서 좀 더 빠른 집필과 출간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드래곤과의 춤 3'에서의 가장 큰 이야기는 다른 어떤 것보다 원터펠의 영주인 에다드 스타크 경의 서자 존 스노우가 나이트워치의 로드커맨더로서 성실히 자신의 임무에 맞춰 살아간다.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와이들링에서도 새로운 부부의 인연은 만들어진다. 허나 이 결혼을 반대하는 인물은 존 스노우에게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데...

 

드래곤의 피를 이어받은 대너리스 타르가르엔은 남편으로 맞아들인 남자와 젊은 애인 사이에서 끊임없는 상념에 빠져들기도 하고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적들과 아군들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이익이고 올바른 판단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 그녀가 3마리의 드래곤 중 하나의 드래곤과 함께....

 

난쟁이 남동생 티리온에게 아버지를 잃고 남편과 자식까지 잃어버린 왕비 세르세이....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자이메에 대한 애정 어린 생각으로 가득하다. 자이메가 오른 팔만 잃지 않았다면 자신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가 다시 돌아온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자이메는 전혀 세르세이 곁으로 돌아올 기미가 없다. 이것이 세르세이 왕비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이메를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이다.

 

여전히 난쟁이 티리온을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은 자신들의 명예와 이익을 따라 움직이고 행동한다. 드래곤의 여왕 대너리스가 죽었을 거란 소문이 돌면서 대너리스의 남편이 왕으로서의 임무를 행하게 되어질 조짐을 보인다. 허나 대너리스는 아직 죽음을 맞지 않았다. 그녀는 낯선 장소에 드래곤과 함께 있다. 그녀는 길을 잃었지만 다시 돌아가야 한다. 남편과 사랑하는 애인, 그리고 그의 백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존 스노우 역시 나이트워치의 로드커맨더로서의 역할을 벗어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허나 원터펠로 돌아가려는 존을 막는 자로 인해 그의 목숨은 위기에 처한다. 살아서 돌아가야 하는데 자꾸만 추위가 그를 향해 다가온다.

 

막바지에 갈수록 스토리가 박진감 넘치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위험에 처한 대너리스와 존 스노우...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에 노출된 두 사람의 운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너무나 궁금하다. 이외에도 내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인물 티리온은 물론이고 존 스노우의 여동생 아리아는 어떻게 되었는지....

 

이미 미드를 통해서 높은 인기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반지의 제왕과 비교되는 판타지 소설의 최고봉이라고 일컬어지는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항상 읽을 때마다 느끼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웅장한 스케일에 짜임새 있는 스토리, 중세를 모델로 펼쳐지는 판타지 소설의 진수를 만끽하게 만드는 책이다. 재미는 보장되어 있으니 제발 나오기를 바라며 이 책도 미드를 넘어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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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앉는 자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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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알고 있지만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자신의 마음의 상태에 신경을 쓰며 살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내가 중심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나와 관계된 사람이나 상황은 나를 제외하고 지나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흘렀다. 그것도 10년이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학창시절 단짝처럼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항상 빛나는 존재로 자리 잡은 친구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학창시절... 그 속에 나는 물론이고 친구들 역시 자신 안에 감추어둔 복잡한 감정들을 속이며 태연한 척 행동하며 지냈다. 동창회란 명목으로 다시금 만남을 가지는 친구들... 허나 생각지도 못하게 유명 배우가 된 한 친구로 인해 그들 사이의 감정의 미묘했던 감정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태양이 앉는 자리'는 한 명의 화자가 스토리를 이끌고 있지 않다. 동창회를 기점으로 만남을 갖게 된 다섯 명의 친구가 서로의 고등학교 학창시절과 10년이 흐른 후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마음으로 생활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들려주고 있다. 그 속에서는 꼭 여배우 교코가 있다.

 

가장 빛나는 학생이였던 '교코' 자신이 좋아하는 남학생을 따라 학교를 지원 할 정도로 당찬 면이 있는 소녀... 그녀는 빛나는 존재로 학생들 사이를 주름 잡으며 주위에 친구들을 끌어 모은다. 교코와 친해지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쳐다만 보며 자신의 존재를 화려함으로 대신했던 친구도 있고, 따뜻함으로 교코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남학생들의 사랑을 받은 학생을 향한 남모를 질투와 성취감을 갖고 있는 친구, 분명 학창시절에는 교코보다 더 예쁘다는 평판을 들었지만 자신의 적성에 더 맞는 물장사 대신에 극단에서 연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자신을 지탱하는 여자, 여자를 향한 지대한 관심은 학창시절은 물론이고 결혼 한 후에도 이어지는 남학생 시마즈... 그를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여학생과의 관계는 어찌 보면 한순간의 착각? 과 질투가 섞인 감정이 여학생의 마음을 자극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학생이 든다. 마지막으로 교코.. 이 부분이 그나마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이름의 학생은 첫 날부터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다. 원하지 않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이름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자신의 이름을 앞에 내세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특별한 반전이나 예상을 뒤엎는 트릭은 존재하지 않는다. 학창시절 서로가 친한 친구로 지내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친구에 대한 질투, 시기심, 부러움, 초라한 현실, 비뚤어진 첫사랑에 대한 감정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나 역시 여중, 여고를 나왔기에 부러워하며 바라보았던 친구가 있었다.

 

멋진 친구를 두고 있으면 좋은 점도 있지만 그만큼 상처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교코란 인물을 둘러싼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태양은 어디에 있어도 빛나지만 그 태양이 올바른 빛을 내지 않는다면.... 빛나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라면.... 세월이 꽤 흐른 후에 만나도 그들 사이에 남아 있는 앙금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며 친구, 우정, 사랑 등에 관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무겁지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가볍게 지나치지 못하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서서히 학창시절의 관계를 벗어나려는 노력하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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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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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발표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앨리스 먼로의 이름을 들으며 누구지? 나름 문학 작품을 좋아해서 열심히 읽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작가의 이름 앞에 살짝 멘붕이 왔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무라카미 하루키나 내심 고은 시인이 수상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앨리스 먼로라니.. 이미 단편 작가로서의 그녀의 이름은 유명했다고 하던데 왜 여태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는지 한편으로 궁금했고 이제라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평소에 단편소설 보다는 장편소설을 좋아해서 많이 읽는 편이다. 단편소설은 스토리가 재밌어 이야기에 빠질만하면 끝나는 것이 항상 아쉽다는 느낌이 강해서 중장편 소설을 찾았다. 헌데 한 번씩 읽게 되는 단편 소설 중에도 유달리 마음에 끌어당기는 책이 있다. 앨리스 먼로의 책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읽으며 이 책이 그런 책 중의 하나로 기억될 거 같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단편이 소개되어 있어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는 않다. 대놓고 화려함이 들어나는 문체는 아니지만 읽을수록 빠지게 만드는 매력과 잔잔하지만 가슴 밑바닥부터 감성을 자극하는 섬세함이 돋보이는 이야기라 여겨지는 단편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적인 작품들이 몇 편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작업실'은 혹시 앨리스 먼로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살짝 각색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를 이끄는 화자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 느낌을 받은 거 같기도 하다. 글을 쓰기 위해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해 마련한 작업실... 허나 그녀에게 작업실을 빌려 준 주인 남자의 불필요한 친절과 잦은 만남이 그녀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모든 것이 궁금한 남자는 그녀가 없는 사이 그녀의 작업실에 침입하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데.... 현실에서도 이런 지나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 있으며 그로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남편의 행동을 알고 있는 남자의 아내의 모습이 머리로 연상이 되어 안쓰럽게 다가온다.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해를 주지 않고 살고 있지만 지역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을 몰아내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다룬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현실도 이와 비슷한데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고, 남동생을 돌보는 과일냄새가 나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인 '나비의 나날'은 아주 짧은 글이지만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을 들게 한 작품이다. 유일하게 말을 걸어 준 화자에게 자신의 선물을 나누어 주는 행동이 자신의 남은 운명을 미리 알아버린듯 행동하는 소녀의 모습이라 더 안쓰럽고 아프게 다가온다. 여린 소녀의 감성이 잘 나타난 작품 '붉은 드레스 - 1946' 화자는 붉은색 벨벳 드레스에 컬러 머리까지 하며 댄스파티에서 다른 소녀들과 달리 선택되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가 특별한 존재처럼 보이던 한 소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 그 소녀 또한  자신과 같은 패배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재미없는 파티를 떠나려던 소녀가 얼떨결에 같은 친구에게 이끌려 춤을 추며 입맞춤까지 하게 된다. 한번쯤 꿈꾸었을 설레는 행복을 느낀 것이다. 이 일은 소녀에게 특별한 세상을 열어주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의 제목으로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이야기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피아노 연주 파티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여유로운 마살레스 자매의 이야기,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의 등장과 그들 중 한 소녀가 모두를 압도하는 피아노 연주곡이 책의 제목이다. 어른이 되면서 어린 시절에 가졌던 순순한 마음을 다시 일깨어 주는 이야기가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디선가 보았을 법한 인물들이다. 누구나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흔한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 내가 여자라서 이야기를 풀어 놓는 화자인 여자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읽게 한다.

 

정서상 차이가 분명 느껴지는 면이 있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느끼는 감정들을 담아 낸 이야기라 우리의 현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감정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아름답고 섬세한 문체가 돋보이는 이야기가 단편소설 속에 녹아 있다.  저자의 높은 평가가 그냥 나온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잡자마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은 덜 느끼는 이야기지만 읽을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그녀의 책이라 다른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담아냈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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