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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천재적인
베네딕트 웰스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참 특이하다. 짓다 말은 듯한... '거의 천재적인' 독일 문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깜짝 놀라만한 신인작가 베네딕트 웰스의 작품이다. 1984년생이면...이제 서른도 안 된 작가의 작품이 어떠했기에 이런 찬사의 글이 쏟아질 정도인지... 제목만큼이나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작가의 작품이라 내심 기대감을 많이 갖고 읽기 시작했다.
험난한 인생을 산 사람은 물론이고 인생의 변화를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순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터닝 포인트를 가지고 싶어 한다. '거의 천재적인'의 주인공은 유달리 신경이 예민한 엄마를 둔 소년 프랜시스 딘으로 열일곱 살의 학생이다. 190cm의 키에 몸집도 남들보다 커서 나름 자신을 지킬 수 있지만 그를 둘러싼 집안 환경은 어둡다. 이혼한 아버지에게 얼마간의 보조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지만 불면증과 피해망상으로 가득한 엄마의 병원비는 항상 생활고에 시달리게 한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만나러 갔다가 한 소녀 '앤메이 가드너'와 마주친다. 그녀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긴 프랜시스...
엄마의 자살기도와 프랜시스에게 남겨진 편지로 그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나타났는지 알게 된다. 프랜시스는 천재라고 불리우는 아버지를 찾기 위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앤메이는 자신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 원인을 프랜시스에게 털어 놓는다. 모든 원인은 아버지에게 있음을.... 출생의 비밀에 숨어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는 프랜시스를 따라 앤메이도 나서는데...
프랜시스, 앤메이.. 둘 만의 여행이 아니다. 프랜시스의 단짝 친구 역시 그들의 여행에 함께 한다. 그들은 차례대로 미국 도시를 찾아가며 서로가 가진 그늘과 아픔, 고통을 들여다보며 위로도 하지만 상처도 남긴다. 친구와 앤메이가 친해지는 것에 신경이 예민해지는 프랜시스... 하지 말아야 할 행동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프랜시스는 질투를 느낀다.
뛰어난 인재들의 정자만을 따로 받아 인공수정을 한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 중에서 진짜 천재는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그를 찾아간 프랜시스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데... 이 후의 행적은 그가 원하던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물한 살이란 나이에 돈을 위해 그저 자신의 전부를 위조하고 속인 남자가 있을 뿐이다. 그의 존재 자체가 프랜시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뿐이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가 있다. 프랜시스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앤메이와의 관계로 인해 가족이 생기며 그는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는 한 방이 필요하다. 그에게 날개를 달아 줄 곳을 찾게 되고 행운은 그를 향해 손짓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설은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소년이 천재인 아버지를 만난다는 환상을 품고 떠난 길에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하는 어두운 현실만 보여준다. 세상은 그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암울한 현실에 벗어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결코 옳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은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인공수정, 정자은행, 가난, 깨어진 가정, 무책임한 부모 등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결코 무겁지 않지만 가볍게 지나치지 않게 잘 풀어내고 있다. 다만 그것을 읽는 독자가 프랜시스의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하는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느껴진다.
어른으로 성장한다고 해서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랜시스는 당장 유급 처리된 학교 졸업장을 따야하고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 돈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스무 살도 안된 소년이 짊어지기엔 짐이 무거워 보인다. 위험에 보이는 모험이지만 도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미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된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 소년의 성장기 소설로서는 손색이 없지만 사실 이토록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충분히 느끼지 못한 작품이다. 허나 다음 작품은 기대되는 작가다. 아직 젊기에...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떨지 그의 무한한 가능성이 진가를 발휘 할 작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