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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ㅣ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나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어른으로 만들어 주는 줄 알았다. 허나 시간이 흘러 신체는 어른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의 마음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나의 기분이 우선이고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마음은 전혀 헤아리지 않고 막무가내 행동을 하는 사람들... 이런 어른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은 나 혼자의 기분일까? 육체는 성인인데 정신은 여전히 어린이인 사람들... 떼쓰고 울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어린이와 달리 어른은 울고 싶어도 참고 점차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무뎌져 간다. 이런 것이 꼭 좋은 것일까? 한 번씩 너무나 울고 싶을 때가 있는데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너무나 예쁜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울지 않는 아이' 그녀는 왜 울지 않는 아이였는지 궁금하다.
'울지 않는 아이'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간부터 8 년간의 에세이를 모은 작품이다. 잘 울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울지 않는 아이가 되어 버렸는지... 우리 역시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우는 것이 왜 그리 낯설게 느껴지며 점차 울지 않게 되었는지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서로의 성장 과정은 달라도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비슷했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처음에 나온 회전목마... 유달리 무서움을 많이 타는 탓에 제대로 놀이기구를 타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나마 마음 편하게 타는 것 중의 하나가 회전목마다. 에쿠니 역시 부모님이 태워주는 회전목마에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느끼는 그 기분... 부모님에서 사랑하는 남자로 바뀐 시간에서 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써 느끼게 되는 고독감, 안도감, 그리고 홀가분함... 이런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지금 나도 한번씩 이런 시간이 너무나 그립다.
우리 집은 4남매로 나는 바로 밑 여동생과 두 살 터울이라 다른 형제들보다 잘 지낸다. 지금도 보고 싶으면 연락을 해 한번씩 점심이나 저녁을 먹는다. 에쿠니는 여동생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며 지낸다. 서로의 잠을 깨워 부탁하고 들어주어야 하는 일이 있을 정도로 애틋했던 자매... 그런 여동생이 취직을 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녀와의 시간은 새벽 시간대로 변해 있다. 에쿠니씨와 여동생의 모습이 나와 내 동생의 모습이 연달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평소에 책을 좋아해서 열심히 읽는 편이고 책을 많이 갖고 싶은 욕심도 있다. 욕심이 있다 보니 사 놓고 아직 읽지도 못한 책이 꽤 되는 편인데 에쿠니씨는 작가라 책을 항상 옆에 끼고 살거란 생각과는 달리 책이 읽지 싫을 때가 있다고 한다. 습관처럼 책은 항상 가지고 다녀야 마음이 편한 그녀는 이럴 때 이탈리아 민화집, 일본 옛 이야기 백선, 그림 동화집 같은 옛 이야기를 모아 놓은 이야기가 짧은 책을 읽는다고 한다. 나 역시도 책이 읽히지 않을 때는 예전에 열심히 읽었던 순정 만화를 보거나 간단하면서도 술술 잘 읽히는 그림이 들어간 책이나 동화책을 찾아서 읽기에 그녀의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대부분 커피숍을 찾을 때는 친구들과 함께 하거나 모임에서 식사를 한 다음이다. 허나 혼자서 어디든 가고 싶은데 마땅하게 갈 곳이 없을 때 아지트처럼 예쁜 커피숍에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며 커피의 향과 맛, 커피숍의 분위기가 내 것이 되는 시간... 이 시간을 사랑하고 자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왠지 한편으로 커피 값이 싸지 않기에 한편으로 사치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에쿠니씨는 혼자서 찾는 찻집의 시간이 너무나 좋다고 한다. 여행도 혼자하는 여행이 좋다며 자신의 생활과 무관한 낯선 장소가 주는 온전히 혼자란 존재의 고독감, 안도함, 정당함이 편안함이 어떤 것인지 나 역시도 혼자하는 여행이 좋기에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책은 울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어설프고 울고 싶은 어른의 마음이 느껴진다. 두 권의 에세이를 읽으며 에쿠니 가오리의 모습이, 느낌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담담하고 솔직하게 써내려간 이야기는 왠지 그녀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어 날 설레게 했다.
겨울이라 앞으로 날씨는 더 추워질 것이다.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줄 책을 읽으며 맛있는 차 한 잔을 마시며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으면 딱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날 딱 어울리는 두 권의 에세이 '울지 않는 아이'와 '우는 어른'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