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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행위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남녀 간의 사랑의 감정은 참으로 복잡 미묘하다. 사랑하기에 상대방에게 자신이 제일 우선시 되고 싶고 확인 받고 싶어 하는 마음 등의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고 어찌 보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지만 부부는 서로에게 충실하기를 바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나 역시 생각한다. 헌데 '사랑의 행위'의 작품에 나온 주인공 펠릭스 퀸은 고서점을 운영하는 남자다. 그는 아름다운 아내 마리사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자신과 안면이 있는 사람의 아내였던 마리사와 결혼하기까지 남다른 사연을 가진 그로써는 마리사가 언젠가 자신의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상실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사업상 안면이 있는 문학교수의 장례식에 갔다가 차가운 느낌의 강한 인상의 마초적인 매력을 풍기는 남자 마리우스를 보게 된다. 보는 순간부터 그에게 강하게 이끌린 주인공은 그가 하는 작은 행동까지 세심히 살펴보며 그의 행동과 생각 속에 빠져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펠릭스의 철저한 계산?하에 마리사와 마리우스는 만나게 된다. 처음부터 서로에게 강한 이끌림은 없었지만 나쁘지 않은 인상을 받은 두 사람... 두 사람의 만남이 다음 단계로 이어지길 극도로 원하는 펠릭스는 마리우스를 자극하여 마리사와 함께 있도록 만든다. 자신의 집에서 마리사와 마리우스가 함께 할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며 그들의 일탈을 자극제로 느끼는 펠릭스... 허나 그의 지나친 엿보기는 결국....
솔직히 읽는 내내 편하지는 않은 책이었다. 펠릭스란 주인공의 어린 시절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폭군과도 같았던 아버지나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어머니, 짧은 만남 후 긴 고통을 느낀 첫사랑, 여기에 성인이 되어 아버지와 함께 한 끔찍한 성적 경험이 그의 인생과 사랑, 욕망에 대해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갖게 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펠릭스의 아내 마리사는 남편을 끔찍이도 사랑한다. 펠릭스가 가진 성향에 동요하지 않으면서 그가 원하는 모습으로 보여지기를 바라는 한편 그가 온전히 자신이 알던 예전의 펠릭스로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펠릭스의 사랑을 알지만 변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마리사는 그의 곁으로 쉽게 돌아가지 못한다.
인간의 3대 욕망 중 하나가 성욕이라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건전한 성욕은 윤리적인 잣대의 틀 안에 놓여 있기는 하다. 성이 가진 특수성을 생각할 때 부부가 서로의 허용 범위에 따라 충분히 유동성을 가질 수는 있다. 허나 한 쪽의 지나친 행위가 상대에게는 끔찍한 고통일 수 있다. 사랑은 결국 서로를 보듬어 주고 위하는 마음이 최우선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리우스에 대해 가졌던 펠릭스의 생각들은 그의 안타까운 모습과 직면하게 되면서 드디어 진실이 들어난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인간이기에 자신의 감정이 앞서고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기 쉽다. 진실을 가리고 보고 싶은대로 보는 것으로 인해 펠릭스의 인생에서 사랑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사랑이 깊어지면 질수록 더 불안하고 흔들리는 마음... 대한민국의 평범한 부부로 살다보니 사랑보다는 정이 우선시 되고 나보다는 가족이 더 중요하고 소중해지는 나와는 달리 아내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한 남자를 괴물로 변해가게 하는 '사랑의 행위' 저자의 책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강한 이야기에 나름 놀라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성적 욕망을 가진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 중 하나는 성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보다 우리가 고전이라고 알고 있는 작품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고전 속 이야기를 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읽는 이야기에서 벗어나 펠릭스의 생각이 들어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읽었을 때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이야기에 대한 것이라 흥미로웠다.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풀어 낸 도발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 신선함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만족할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