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왈로테일
이와이 슌지 지음, 남상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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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를 너무나 재밌게 보면 나도 모르게 원작소설은 없었나? 찾게 된다. 어제 영화감독 이와이 슌지님의 '뱀파이어'를 읽으면서 이 분의 영화 '러브레터'를 너무나 재밌게 보았기에 도서관에 가서 찾았다. 허나 러브레터는 이미 대출 중이여서 다른 책을 보다 '스왈로테일'가 눈에 띄여 읽게 되었다.

 

'스왈로테일'는 호랑나비란 뜻을 가진 낱말이다. 영화의 제목은 '스왈로테일 버터플라이' 같으면서도 소설 '스왈로테일'와는 다르다고 한다. 소설과 영화의 무엇이 차이가 나는지... 내심 궁금해졌다.

 

프롤로그를 통해서 나란 인물은 이름 자체가 없는 국적 불명의 노래 잘 하는 소녀다. 불행한 가정사를 가진 소녀...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와 함께 살던 엄마에게도 버려져 누군지도 모르는 필리핀 여자가 그녀를 맡았다. 필리핀 여인은 소녀에게 이름을 지어준다. 소녀의 가슴에 있는 문신을 토대로 '아게하'란 이름을 받게 된다. 그녀가 엔타운을 중심으로 한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게하란 소녀를 비롯해서 엔타운에 몰려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온 사람들이다. 고향을 떠나 온 그들이 살아가는 일본이란 나라는 너무나 힘들다. 처음부터 제대로 행정 절차를 밟아서 온 사람들이 아니기에 하나같이 먹고 살기 위해서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게하에게 이름을 붙여 준 필리핀 여인 역시 오빠들과 함께 일본 땅을 밟았다. 허나 그 과정에서 오빠 한 명을 잃게 되고 나머지 한 명의 오빠는 묘지를 지키며 묘지 도굴을 한다. 묘지 도굴에는 또 한 명의 중국인이 함께하고 여기에 우리나라 사람으로 나오는 입이 무거운 '림'이란 남자는 무서운 일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또 한 명의 덩치 큰 전직 복서인 미국인까지... 하나같이 평범하거나 제대로 된 삶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인물들이다.

 

묘지 도굴을 통해 돈을 챙기는 와중에 창녀촌에 들린 한 남자의 변태적인 행위에 전직 복서는 화를 참지 못한다. 남자의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외국인 묘지에 남자를 묻으려는 도중에 그의 배에서 알 수 없는 끈이 계속해서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그들은 가지고 와서 들어보지만 노랫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들이 묻은 남자는 뜻밖에도 국회의원의 비서... 왜 그가 사라졌는지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며 불안하다. 사라진 비서를 찾기 위해  국회의원은 나름의 손을 쓰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비밀이 서서히 들어나는데....

 

돈 때문에 타국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온전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밑바닥을 허덕이는 인물들은 슬퍼하거나 삶을 체념하기보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려고  발버둥 친다. 과하지 않고 담담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이방인들의 삶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직까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는 러브레터, 4월 이야기가 내가 본 영화의 전부다. 이 작품 역시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영화가 있지만 항상 영화 속에 안타까운 첫사랑의 아련함을 표현한 감독님이라 캐릭터들이 강한 스왈로테일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영화마다 다른 색깔의 느낌이 나는데 이 영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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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여동생
고체 스밀레프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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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 내가 알고 있는 프로이트에 대한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범위 내에 있다. 그만큼 심리학, 정신분석학, 철학 같은 학문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잘 알지 못한다. 고체 스밀레프스키 작가님의 '프로이트의 여동생'은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라고 한다. 그 동안 프로이트의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짧게 나온 이야기를 얼핏 읽었던 것이 전부인데 프로이트와 누이들을 둘러 싼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스토리는 프로이트의 여러 명의 누이들 중 유달리 그를 따르던 여동생 '아돌피나'의 관점에서 풀어놓은 이야기다. 그녀는 오빠 프로이트의 관계, 자매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어린 시절에 엄마에게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가 평생 마음에 새겨진다. 엄마의 애증을 받고 자란 아돌피나의 외로움과 슬픔, 여기에 아돌피나가 성장하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인물들과의 이야기가 아돌피나 자신의 입을 통해 들려주고 있어 훨씬 더 전쟁이 가진 아픔과 고통, 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가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독일 나치군에 의해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사람들은 비엔나를 떠나기 위해 비자를 받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우린다. 프로이트의 네 자매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탈출이 힘들자 사회적으로 명망 높은 오빠 프로이트를 찾아가 부탁을 하지만 그는 안심하라며 거절한다. 허나 얼마 있어 프로이트는 비엔나를 떠나기로 한다. 그것도 아내는 물론이고 아내의 친정 식구들과 가정부를 비롯한 개까지... 아돌피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짐작이 간다. 더군다나 눈이 보이지 않는 피울리나가 딸을 만나고 싶은 마지막 마음까지 무시한 오빠였기에.... 오빠가 가족들이 떠나고 남겨진 아돌피나와 누이들은 결국 임시수용소로 가게 되는데...

 

남달리 몸이 아팠던 아돌피나가 엄마에게 느껴야 하는 정을 처음부터 차단당하며 오빠 프로이트를 통해 위안을 받았다고 느껴진다. 오빠의 방을 찾아 그를 통해 다양한 작품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지만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이후 오빠와의 관계도 서먹해지며 멀리하게 된다. 이런 관계가 돌파구가 되어 준 것은 아돌피나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면서다. 그림을 배우면서 알게 된 첫사랑 라이너와 프로이트와도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사라와 만나게 된다. 사라를 통해서 자립적이고 여성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려는 혁신적인 여성 구스타프 클림트의 누이 클라라와도 만나게 된다.

 

프로이트의 결혼과 관련해 친구 사라를 잃고 옛사랑과의 재회와 배신, 그리고 아돌피나에게 남겨진 사랑의 흔적... 허나 이마저도 자신의 생각과 상관없이 프로이트의 권유로 잃게 되면서 아돌피나는 결국 괴테 박사가 운영하는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사실에 입각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보니 같은 여자로서 아돌피나란 인물이 무척이나 아프게 다가온다. 온전히 사랑을 주어야 하는 엄마의 차가운 말과 행동을 감수하고 따르던 오빠에게 버림 받는다.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친구들까지 차례로 잃거나 떠나게 되며 그녀는 온 몸으로 그 모든 것을 감내해야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책의 중간중간에 나오는 뒤러의 '멜랑콜리아'란 판화다. 이 판화를 보며 아돌피나는 '살아야 하나, 죽어야 하나?'라는 질문은 나에게 나의 존재를 묻는 질문이 되었다. 나는 내 안의 어둠이 던지는 그 질문을 거울을 피해 다니듯이 피하고 싶다.

판화 속 건물은 곧 그녀의 삶, 어떻게 살고 무엇을 짓든 겨룩 완성되지 못한 채 헛되이 끝나고 말 그녀의 삶을 의미한다.        -p141-

 

 

술술 읽히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지만 읽는 내내 한 인간의 인생이 이토록 고독하며 안타깝고 철학적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이란 게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처음부분에 프로이트는 아돌피나의 청을 들었을 때 솔직히 심각할 정도로 위험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허나 친구들이 떠나라고 말했을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누이들을 떠올렸다면 그녀들의 삶은 다른 식으로 흘러갔을까 생각해 보면 마음이 안 좋다. 죽음을 눈앞에 둔 프로이트의 사과를 인간이기에 악의가 아닌 친절에 대한 게으름으로 표현한 아돌피나의 말에 아~ 저런 상황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되며 그녀의 깊은 인간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이해하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충분히 재밌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은 책이다. 개인의 삶이 암울한 시대와 만나 고통스럽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상황...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지만 내 삶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해보게 만든다. 신예 작가의 작품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라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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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이와이 슌지 지음, 강민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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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속 캐릭터 중에서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이며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풍기는 '뱀파이어'... 흡혈귀, 피, 아름다운 젊은 여인, 십자가, 말뚝 등등 다양한 이미지가 한꺼번에 연상이 된다. 대표적인 뱀파이어 작품이라고 하면 단연코 드라큘라 백작이란 인물에 충실해 만든 영화로 위노나 라이더와 키아누 리브스가 나온 '드라큐라'와  뱀파이어와 인간과의 아름다운 로맨스가 매력적이라고 느껴진 '트와일라잇' 시리즈다. 두 영화 모두 보면서 완전히 빠져서 볼 수밖에 없는 영화로 기억되는데 우리에게 잊지 못할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선사했던 이와이 슌지 감독님의 '뱀파이어'란 영화를 책으로 만났다. 도저히 러브레터나 4월 이야기를 떠올리면 뱀파이어란 영화와 상반되는 이미지라 다소 쇼킹하게 느껴졌으며 그래서 더더욱 궁금한 책이다.

 

주인공은 스물아홉 살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이먼 윌리엄스란 남자다. 그는 피를 먹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다. 그가 피에 대한 남다른 끌림을 느꼈던 것은 아주 오래전 기억과 연관이 있다. 자신을 도와주었던 여성의 자식에게 닥친 예기치 못한 사고... 그 사고를 바라보는 사이먼의 자세는 과히 충격적이다. 이와 함께 첫사랑 소녀의 흐르는 피... 그 피의 존재에 대한 이미지는 그를 강한 충동과 황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우리가 흔히 책이나 영화에서 보아왔던 드라큘라, 뱀파이어들은 사람들 곁으로 살며시 다가가 목을 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나 사이먼은 피를 얻기 위한 방법부터가 다르다. 그는 우연히 죽고 싶어하는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색다른 제의를 하게 된다. 더불어 자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자살 사이트를 통해 목표물을 찾게 된다.

 

피에 대한 남다른 욕망을 가진 사이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분명 뱀파이어에게 밖에 없는 욕구라 그는 자신을 너무나 당연하게 뱀파이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그 욕구를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는 그의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쓸쓸하고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허나 그에게도 아름다운 여인의 피에 대한 욕구를 자제할 만한 새로운 감정이 다가오는데...

 

세상에 뱀파이어나 드라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사는 나지만 마지막에 장에 이르러서는 사이먼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분명 이와이 슌지 감독님의 전작과는 느낌부터 다르지만 오래간만에 만나는 작가님의 작품이라 반가웠고 한 번 손에 잡은 책은 놓지 못하고 빠져서 읽게 만든다.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뱀파이어인 사이먼의 모습이 저절로 연상이 되면서 안타깝고 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와이 슌지 감독만의 색깔이 잘 느껴지는 뱀파이어... 재밌게 읽었기에 기회가 되면 영화로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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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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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에 의해서 쓰여진다고 알고 있지만 책 역시 그 시대의 이해와 맞아 떨어진 것들만이 후세에 알려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이고 위인이라고 알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혀 다른 관점의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니... 책을 통해 책에 담겨진 내용은 물론이고 전혀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책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책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현시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들 중에서는 그 시대에는 전혀 읽히지 않은 책들이 많다. 오히려 어쩜 저런 책이 시대를 이끌고 있고 중요한 역할로 자리하고 있기도 했다. 우리의 정서와 잘 맞지 않아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포르노소설이 나오고 있다. 대담한 성에 대한 묘사나 행위를 다룬 포르노소설이 프랑스대혁명의 지적인 기원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글이 흥미롭기까지 했다. 철학자이자 계몽사상가가 잘 알려진 볼테르는 '오틀레앙의 처녀'란 외설적이고 음란한 소설을 썼으며, 백과사전을 편집, 발행한 디드로는 음란한 포로노소설을 써서 뱅센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니... 장 자크 루소는 '신 엘리로이즈'란 연애소설을 발표하고 40년 동안 무려 115쇄를 찍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 그의 저서로 알려진 '사회계약론'은 읽지 않아도 당시 문맹률을 따져 볼 때 신 엘리로이즈를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가히 짐작케 한다. 여기에 19세기 발명품인 포르노그래피는 산업사회란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겉으로는 미풍양속을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 노동력 착취 아무렇지도 않게 일삼았다. 폼페이의 유적지는 물론이고 대저택 벽화에서 여러 모양의 포르노그래피를 볼 수 있으며 규제로 단속하는 현행법들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사람들에게는 전혀 해로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어야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코페루니쿠스의 책이나 갈릴레오의 책이 바로 그러했다. 솔직히 과학책은 다소 어렵고 난해하다는 생각이 있어 쉽게 잡고 읽고자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데 그들의 책 역시 당시에는 그런 대접을 받았다. 길고 어렵게 쓰여진 책보다 책이 나오기 전에 미리 적은 분량의 요약본을 읽고 참고하기도 했다.

 

최고의 지성을 꼽으라면 소크라테스나 공자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허나 그들이 이야기가 어느까지 사실이고 어디 까지 과장되어 알려진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직접 남기지 않았으며 소크라테스의 경우 애제자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사후 10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여 글을 썼기 때문이다. 기억이란 게 사실 오류를 가지게 된다. 같은 사실을 같이 보았어도 서로의 말이 다른 경우가 태반이다. 그만큼 기억은 내 생각위주로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기 쉽다. 후세에 알려진 소크라테스에 대한 이야기는 플라톤이 남긴 글들이다. 헌데 플라톤과 함께 애제자인 크세노폰은 전혀 다른 모습의 소크라테스를 글로 남겼다. 허나 같은 인물에 대한 평가도 다른 글을 쓴 크세노폰의 글은 알려지지 않는다. 공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자의 이야기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에 그의 이야기는 좋은 말만 나열해 놓은 것과 자기계발서의 원조나 다름이 없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평가 역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와 같이 높은 학식을 가진 '묵자'란 인물이다. 스스로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겉치레의 귀족 신분을 거절하고 노동자의 옷을 입고 전쟁 반대 운동, 평등사회 건설을 위한 사회운동에 평생을 걸었던 사람이다. 진보주의 성향의 묵자에 대한 영화와 책이 여러 권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책이란 것이 허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아닌 다음에는 진실을 담고 있어야 하는 책이 있다. 허나 진실을 담아야 하는 과학 분야의 연구는 특히나 오랜 시간을 두고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알고 있다. 특히나 인간이 본질적인 성은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헌데 이 성도 충분히 교육에 의해 변할 수 있다니... 이러한 실험? 대상이 된 소년 아니 소녀가 커가면서 자신의 원래의 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인간의 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란 생각이 다시한번 든다.  

 

마지막으로 지식과 계몽의 도구로 사용되어진 책의 위험성으로 인해 학살당하게 했던 사건들이 고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책의 학살은 진행형으로 되어 있으며 많은 책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안타깝게 느껴졌다.

 

지금껏 좋아하는 책들을 위주로 책을 읽는 편이었다. 허나 책이 가진 의미나 상징성, 가치 등에 대한 생각을 '

책의 정신'을 통해 다시 해보게 된다. 하나의 책을 읽으며 그 책이 가진 내용이 전부인양 생각하는 적도 있었는데 다양한 책들을 좀 더 많이 접하고 읽을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좋은 책은 어떤 책인지... 우리가 알고 있는 책이 진짜 좋은 책인지... 시대를 반영하고 올바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지 아직은 책을 고르는데 서투르고 잘 모르기에 매번 헷갈리지만 좋은 책을 고르려면 많이 읽고 나만의 책 고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더 깊이 있게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독서에 대한 생각과 이해를 넓히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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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의 딸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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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를 배경으로 한 또 한편의 매혹적인 소설을 만났다. '사형집행인의 딸'... 중세 독일의 숀가우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신교와 구교 간의 갈등으로 빚어진 독일의 30년 전쟁은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신앙의 자유를 인정 얻으며 끝났지만 국민들에게 엄청난 휴우증을 남겼으며 여기에 마녀 사냥이란 이름으로 또 한 번 엄청난 희생이 휩쓸고 지나간 상처를 이제 서서히 잊혀져 가던 중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다시 한 번 피바람이 몰아칠 거란 예감을 불러일으킨다.

 

'사형집행인의 딸'이란 제목에 나온 소녀의 이름은 막달레나 퀴슬... 그녀는 자랑스러운 사형집행인인 아버지 야콥 퀴슬의 마맏딸이자 당시 여자들과는 다르게 지식에 대한 욕구도 뛰어나고 누구에게든 배우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막달레나는 빨래를 하던 중 상류 쪽에서 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소리의 원인은 한 소년이 물속에서 발버둥치고 있어 구출해 보니 소년의 모습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한 상태다. 의사를 불렀지만 소년은 이미 늦었다. 소년의 몸에서 십자가 모양의 하나의 기호가 새겨져 있는 것에 놀라게 되고 이 모든 것이 죽은 소년을 아껴주던 한 여인에게 쏠린다. 그녀를 마녀라고 부르며 소년의 아버지가 달려가는데....

 

소년의 아버지가 달려간 곳은 아이를 받아주는 산파의 집... 급박한 위험한 상태의 산파를 구해주는 야콥...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너무나 어이없게 느껴지는 들풀과 약초에 관한 해박한 지식들이 중세에는 이 모든 것에 대한 효험을 알고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마녀로 취급받는 상항이다. 특히 아이를 낳는 여자를 도와주는 산파로서의 역할을 했던 여인들에게는 산모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병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는데 그들 중 한 명이 마녀로 지목되면서 사형집행인 야콥은 그녀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게 된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과묵한 야콥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형집행인이다. 그와 함께 마을에서 일어나는 아이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젊은 의사 지몬 프론비저다. 지몬은 사형집행인이란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알고 있지만 특히나 지몬의 아버지의 과도한 반대에도 무릅쓰고 그는 자꾸만 막달레나에게 끌리는 자신을 보게 된다. 다른 여인들과는 달리 현명하고 지혜로운 그녀의 매력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만족할 만한 스릴러 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사람들이 마녀사냥이란 광기에 휩싸인 듯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고 싶은 마음에 열띤 모습을 보이는 중세 유럽 독일의 암울한 도시 숀가우의 모습이 그동안 영화를 통해서 봐왔던 도시들이 저절로 연상이 되어 실감나게 느껴진다. 그만큼 스토리의 짜임새나 박진감, 속도감, 흡입력이 상당히 좋은 작품이다.

 

언제나 진실은 인간이 가진 악마적인 이기심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목숨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생각하는 지도층이 가진 두 얼굴... 진짜 악마, 아니 마녀는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진실이란 게 시대상항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원상태로 돌릴 수는 없기에 최선을 선택하는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 섣부른 정의감 실현이 가져 올 위험보다 현명한 판단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형집행인의 딸에서는 사실 막달레나의 활약은 그리 크지 않다. 사형집행인과 같은 제목으로 3권이 더 연작되어 부제가 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막달레나의 활약이 조금 더 큰 비중을 차지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루빨리 이 책들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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