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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김유철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개인적으로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이 장르의 작품은 거의 다 외국 작가들의 작품이 뛰어나 자연스럽게 외국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게 된다.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도 읽고 싶지만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극히 만족스럽다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헌데 이번에 황금가지에서 나온 김유철 작가님의 '레드'는 오래간만에 스토리도 재밌게 만족하며 읽은 책이다.
대학교 4학년의 여대생이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되어 발견된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심장이 사라진 것이다. 사건 현장 근처에서 방화범을 쫓고 있던 박형사와 그의 동료는 살인사건 현장으로 달려가고 죽은 여대생의 주변에서 날카로운 사시미용 칼과 프랑스제 오피넬이 함께 발견이 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민성은 수업 중에 낯선 남자의 말에 당혹감을 갖게 된다. 남자의 이름을 알려 준 여학생과의 진한 관계를 가진다. 여학생은 자신의 여동생이 갑자기 사라졌다며 그의 소설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암시를 준다.
박형사는 죽은 피해자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한 권의 책에 눈이 간다.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인류학의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책은 참나무에 붙어 사는 겨우살이를 황금가지라고 불렀다. 잘린 겨우살이가 어느 순간 황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고대의 켈트족이 보고 황금가지로 태양 불을 다시 붙일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끝없는 겨울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된 두려움이 바탕이 된 토테미즘...
박형사는 피해자 여대생이 속해 있던 동아리를 찾았다가 중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한 모임과 그들이 따랐던 선생님이 중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허나 그는 이미 3년 전부터 행방불명이다. 갑자기 그는 왜 사라졌으며... 박형사는 그의 행방불명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란 느낌을 받는다.
같은 사건의 진실을 쫓는 박형사와 민성이란 두 남자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어 진행된다. 오래 전 커다란 슬픔을 안겨 준 사건의 기억의 잃어버린 남자 민성... 그는 자신의 봉해진 기억 속에 아주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있었을 거란 생각에 작은 기억의 문을 열려고 하지만...
첫 번째 사건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커다란 불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던 '용호농장'이 나타나고 이곳에서 첫번째 피해 여대생의 아버지가 근무했었다는 사실이 들어난다.
용호농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사건의 진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듯 보이지만...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고대 신앙, 멕시코시의 자리에 있었던 아스테카 왕국의 수도였던 고대 도시 테노치티틀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 동화를 쓴 샤를 페로와 그의 쌍둥이 형, 샤를 페로를 추종한 질 드레, 그리고 잔 다르크 등... 전혀 상관없이 보이는 연쇄 살인사건과 이들을 묶어 놓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요소는 다 갖추고 있다. 책 속에 빠져 들게 만드는 흡입력도 좋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속도감과 빠른 진행, 여기에 마지막에 들어나는 반전은 어느 정도 살짝 예상이 가는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좋다. 충분히 범인이 혹시 하는 생각을 하기 전까지 범인에 대해 전혀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쓰여졌다.
치밀하고 섬뜩하면서도 매혹적인 심리 추리 스릴러란 표현이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게 읽은 추리 소설이다. 김유철 작가님의 책은 처음인데 이 책을 읽으며 이 전 작품인 '암살',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은 어떨지 궁금해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너무나 재밌게 읽었기에 작가님의 다음 작품 역시 기대감을 안고 기다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