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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시간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되돌리고 싶다. 과묵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던 아버지가 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었을 때, 여자 친구가 그토록 원하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던 시간으로...........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한다.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다만 불편할 뿐이라고 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들었다. 허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난은 죄다. 가난 때문에 자식과 부모를 버리는 경우도 생기고 이보다 더한 극한의 상황까지 심심치 않게 뉴스를 통해서 듣고 보게 된다. 이런걸 보면 가난은 죄다. 가난하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야 하는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진짜 모른다. '내가 원하는 시간'의 주인공 로렌초 역시 가난으로 빚어진 가족관계... 그 중에서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의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다.
로렌초는 삼십대 후반의 광고업계에서는 인정받는 성공한 남자다. 지금 현재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버지의 몸에 암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는 것과 두 번째는 헤어진 여자 친구 페더리카와의 관계를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스토리는 현재의 로렌초가 떠나버린 여자친구와 곧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이야기와 그의 성장과정을 들을 수 있는 시점이 교차로 진행된다. 지금은 성공했지만 로렌초의 성공은 순전히 가족이 아닌 주변의 괜찮은 타인들의 영향과 그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것이다.
'바'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항상 바쁘고 돈에 쪼들린다. 온전히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를 원하던 어린 로렌초의 마음은 항상 내쳐졌다고 느끼며 성장한다. 좋은 옷은 고사하고 남에게 얻어 입은 옷도 옷의 주인에 의해 빼앗길 때도 있었고 헌책을 가지고 다니며 초라한 그의 모습에 선생님들은 친절함 보다는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기에 중학교 3학년을 끝으로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만다. 이후 아버지의 '바'에서 일하며 가족에게 보탬이 되려던 그는 우연히 한 이웃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처음으로 음악, 책이 가진 재미와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로렌초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그의 능력을 찾게 해주었던 두 인물과의 헤어짐... 좀 더 큰 무대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찾아 우뚝 선 그지만 여전히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렵고 힘들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한 번도 제대로 무엇을 해 준 경험이 없는 아버지는 자꾸만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만 지내면서 아들을 어려워한다.
로렌초가 되돌리고 싶은 두 가지 중 절반만 좋은 상태로 끝이 난다. 분명 사랑하는 아버지고, 사랑하는 여인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있다. 그에게는 한 사람이 그런 사람이다. 분명 그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돌아오기에는 늦어버린 순간.... 좀 더 빨리 용기를 내지 못한 로렌초의 행동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성공한 로렌초의 입장에서 자신의 지나 온 힘든 시기는 분명 자기계발서에 나올만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그는 가난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어버린 남자다. 유치한 첫사랑은 물론이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 여인, 인자하고 알뜰한 어머니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을 알지 못하는 아버지와의 함께 한 모든 시간들로 인해 그는 온전히 자신을 들어내지 못하고 의도하지 않게 자신을 닫아버리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사는데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답이 제일 먼저 나올 것이다. 그만큼 가족은 세상을 사는데 힘이 된다. 허나 가족으로 인해 깊은 절망과 아픔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가족의 곁에서 떨어지는 것을 더 원하는 삶... 시간이 흐르면 분명 후회 할 행동이지만 그 시간을 견디기에는 너무나 힘이 들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로렌초의 삶을 보면서 그의 아버지의 모습 속에 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보여 공감이 된다. 내 아버지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밖에서 생활했지만 정작 아버지를 불편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잔잔한 스토리에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