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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아빠가 돼서 - 아빠, 그 애잔한 존재들에 대하여
유승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다양한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많다. 허나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하고 신중해야 하는 '부모'란 이름에 걸맞는 교육이나 자격은 어디에서 들어 본 적이 없다.
전통적인 부모님의 점차 변해가고 있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어머니는 보통 가정살림을 아버지는 밖에서 일하시는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금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고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 자신을 위해서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고 집에서는 좋은 엄마, 아내로 살고 싶지만 현실은 녹녹치가 않다. 두 가지를 다 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는 두 가지를 완벽하게 해내는 엄마, 아내를 원했다. 헌데 이제는 아버지들 역시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은 물론이고 알뜰히 자식을 챙기고 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TV 프로그램에서 봐와서 이런 남편, 아버지가 이상적인 아버지로 인식되고 있다.
소담출판사에서 나온 '어쩌다 내가 아빠가 돼서'는 안타까운 아버지의 모습을 가진 이야기가 책과 영화를 통해 총 24편이 소개되어 있다. 솔직히 아주 오래간만에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까지 흐르게 한 감성을 자극하며 감동까지 준 책이다.
내가 이미 읽은 책, 보았던 영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그 중에서도 우리 아들이 보고 너무나 재밌다고 추천한 '빌리 엘리어트' 아들의 이야기만 듣고서 춤을 쫓는 빌리의 이야기에만 집중했는데 자식이 권투 선수로 성공해서 부와 명예를 얻기를 바라는 빌리의 아버지 재키... 그는 아내를 잃고 두 아들을 키우는 홀아비다. 지금도 그렇지만 일도 하면서 자식까지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빌리가 분명 발레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듣고 보아서 알게 되었지만 선뜻 아들을 위한 길에 발을 내딛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내가 아버지가 아니기에 짐작만 할 뿐이지만 그 아픔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허나 아들의 손을 잡고 로열발레학교의 오디션을 보기 위해 낯선 도시 런던을 향하는 순간부터 이미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꿈을 적극 밀어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더불어 빌리를 위해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며 기뻐해 준 형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는 글을 보면서 더 진한 가족애를 느끼게 해준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조창인 작가님의 '가시고기' 백혈병 걸린 아들을 위해 살았던 아버지는 자신의 병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기꺼이 아들과 남편을 버리고 떠난 아내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고 아프게 다가온다. 자신에게 아들이 있는 줄도 모르다가 어느 날 한 사내아이가 아빠라며 찾아오는 '파 송송 계란 탁' 아픈 아이와 함께 국토 횡단을 하면서 점차 아버지와 아들로서의 진한 감정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미처 이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서 변화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보게 된다. 자식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참아내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가족의 곁을 떠나는 어머니... 특히나 가시고기의 아내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다.
386세대는 전통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보고 자랐다. 가정에서는 한없이 권위적이고 과묵한 아버지... 이런 아버지로 인해 아내는 물론이고 자식들마저 아버지는 그저 돈을 벌어오는 존재로만 인식되었던 시대... 지금은 이런 아버지의 모습은 자식들에게 결코 환영받지 못하지만 여전히 자식과의 관계에서 멀어져 있는 아버지들이 많다. 당장 내 옆지기만 해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아들은 상하 수직관계의 이야기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학창 시절에는 직장에서 퇴근하면서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오는 아버지를 원했던 적도 있었다. 사실 우리 아버지도 그리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부족한 생활력으로 인해 어머니까지 함께 장사를 하셨기에 우리 4남매 곁에는 늘 외할머니가 부모의 자리를 대신했다. 바쁜 부모님을 두었기에 특별한 우리 형제는 생일날이나 기념일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을 만큼 덤덤하게 컸는지도 모른다.
가족을 더욱 끈끈하게 연결해 주는 것은 시간과 추억이다. 함께 공유한 시간이 적은 사람은 나중에 되돌아 볼 추억거리가 없다.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한 아버지가 꼭 좋은 아버지가 아니다. 물론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하면 그야말로 더 말할 것이 없다. 허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대개가 거기서 거기다. 매일이 비슷한 일상 속에서 자식과의 시간을 더 많이 내려고 노력하고 함께 하려는 아버지는 시간이 흘러도 좋은 아버지로 남아 있다. 더불어 무조건 시간을 많이 내주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지는 눈빛과 말, 행동이 중요하다.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에 빠져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아내이며 엄마인 나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