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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격 - 내가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가
최효찬.이미미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2월
평점 :

자식을 키우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육, 자식과의 관계 등에 대한 문제들을 다룬 강좌나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다. 올 해 1월에 SBS에서 방송된 '부모vs학부모'란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방송에서는 세계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안타까운 교육 현실을 되짚어 보게 한다. 더불어 자식들에게 남들보다 성공한 인생을 살라는 명목 하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온갖 학습을 시키는 불안한 부모님들의 교육문제에 대한 해답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통해 진정 자식에게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대안이 무엇인지 부모님의 역할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좋은 부모는 어떤 부모인가? 난 아이를 올바르게 기르고 있는 것이 맞는지... 한 번씩 강한 의문이 들곤 한다. 공교육은 믿을 수 없고 선행 학습을 위해 학원으로 몰고 있는 나의 교육 방식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학생들이 다 하니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친구들과 한 번씩 놀고 싶은 아들의 요구를 대학에 들어가면 즐기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이것이 결코 올바른 방식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명문대에 들어가야 그나마 좋은 직장을 얻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크다.
'부모의 자격'은 자녀경영연구소 소장이며 '현대 명문가의 자녀교육'으로 2012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최효찬님과 그의 아내 이미미님이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다. 아내 분은 오랜 시간 아이들을 과외, 학원에서 가르친 경험이 바탕에 깔려 있다. 자기 자식만을 보고 교육시키는 학부모와는 달리 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두 분의 경험과 이야기는 한 곳만을 보고 달려가는 부모님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따끔함이 담겨져 있다.
책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례들이 담겨져 있다. 자식을 위해 좋은 직장도 그만두고 오로지 좋은 대학을 위해 올인 했지만 자식은 자신의 바람과는 다른 결과를 낳는다. 어릴 적에는 순수하게 어머니의 뜻에 따라 싫다는 소리 없이 묵묵히 따르고 공부하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고 사춘기를 겪으면서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업 성적은 바탕으로 내려앉으며 자식에게 올인하던 어머니는 심한 우울증,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자신의 인생을 돌리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 장남이라 두 어깨를 누르는 과도한 기대감이 학생은 부담스럽고 벗어나고 싶은 마음, 금전적인 여유와 사회적 성공으로 다른 사람에게 어른들의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유학으로 이어지는 현상, 유학을 통해 제대로 자신의 길을 찾고 정신을 차린 학생도 있지만 돈만 쓰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학생도 있다. 딸들에게는 관심도 거의 두지 않지만 아들에게 목을 매는 엄마... 관심을 둔 아들은 사춘기를 통해 엇나가지만 방치에 가까웠던 딸은 자립심을 키우고 스스로 성장한다. 명문대만 들어가면 다 된다는 식의 교육방침... 막상 명문대를 나와도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사례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현실을 보게 한다.
학생들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 과도한 교육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키로 인해 느끼는 자신감 저하, 상실감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아내는 남편이며 자식의 아버지는 작은 키지만 가장으로서, 사회인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하고 있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허나 키 작은 자식은 상상을 초월하는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 공부를 넘어 키에 대한 부담감까지... 키 크는 수술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위험성이 높기에 쉽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자식이 원한다면 어쩔 수 없이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례의 엄마 역시 고민 중이라니... 내 자식이 그나마 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 내심 마음을 가다듬는다.
자식을 믿고 기다려 주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야 부모님들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자식이 스스로 느끼고 행동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마음... 그 시간이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최선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경제적인 도움은 없었을지라도 아르바이트에 힘든 환경에서 공부하면서도 스스로의 꿈을 키우는 대학생의 모습은 대견스럽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되어 유학까지 해주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식을 만들어도 나이 들어 쓸쓸한 노후가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아는가?
자식을 다시 키운다면 아들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드는 교육을 하고 싶다. 저자처럼 도보여행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머리가 커서 엄마, 아빠보다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 좋아하는 아들의 모습에 씁쓸하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에게 자녀 교육을 전적으로 일임하는 경우가 대분이다. 사회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아버지들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회인으로서의 능력이 있어도 자녀가 태어나면 자식에게 올인하는 우리나라 엄마들의 모습... 모든 것을 자식에게 걸었기에 자식이 자신의 뜻과는 달리 공부를 못하거나 어긋나 버리면 자식과 함께 아니 자식보다 더 자존심이 저하되고 우울증 같은 심각한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아들이 어릴 적에는 나만의 기준과 방식으로 충분히 양육이 가능했다.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에 입학하고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예전에 없던 말대답도 한 번씩 하고 방문을 잠그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조바심에 문이 잠긴 아들의 방문 앞을 서성이던 나로서는 기다리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실은 밝지 않다.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대학을 목표로 과중한 학업에 내몰리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업무보다 기타의 사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교육 현실상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학교 공부만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날이 오리란 것은 꿈같은 이야기다. 허나 이런 날이 도래한다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님들도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현실이 가능하지 않기에 현실에 충실하면서도 아이들의 장점은 깨닫지 못하고 공부로만 내모는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우리의 교육 현실을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하다. 책이 주는 교훈을 잊지 말고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유익한 시간이었고 시간을 내어 다시 한 번 SBS에서 방송된 '부모vs학부모'란 다큐멘타리를 볼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