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토일 해외여행 - 언제든지 떠난다 2014~2015 최신개정판
윤영주.정숙영 지음 / 예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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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의 리뷰를 통해서 이 책 꼭 읽고서 나도 주말을 이용하여 여행 다녀야지 생각을 하면서 구입 한 '금토일 해외여행' 책을 아끼고 아껴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사실은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겨울내둥 방콕하며 지낸데다 미세먼지도 없어지고 나니 어디론가 휭~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여행 가이드북 금토일 해외여행을 꺼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마음대로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여행이다. 먹고사는 것에 쫓겨 한 번 여행계획을 세우면 이왕이면 좀 더 멀리, 다시 가기 힘든 곳을 골라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곳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허나 살다보니 먼 나라는 고사하고 가까운 일본, 중국도 여행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절도 든다. 헌데 책에서는 계절, 달, 주에 맞는 여행지를 추천해주고 여행지에 대한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여행을 떠날 때 알아야 할 정보들까지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처음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큰 부담감을 갖지 않고 여행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준다.

 

 나라, 도시마다 최고로 아름답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을 알려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친구가 이야기도 했고 사진으로 보고나서 무척이나 가보고 싶은 곳이 일본의 북해도(홋카이도)의 넓게 피어 있는 라벤더 꽃밭이다. 책에서도 이야기하듯 훗카이도하면 삿포로와 함께 설경과 온천만 떠올렸다. 헌데 보라색 물결이 일렁이는 라벤더는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그 광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고 빨리 가장 여행하기 좋은 7월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요즘은 일본을 가는데 저가 항공이 많이 생겨 비행기 값보다 이동수단이 워낙 비싸 부담스러운 나라다. 작년에 친구들과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여행길에서도 교통비로 경비의 삼분의 일을 써서 그냥 패키지로 여행을 한 걸 하는 후회를 했었다. 일본어를 하는 친구도 일본에 살 때 자동차를 이용해서 교통비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시행착오를 했던 것이다. 헌데 이런 교통비에 대한 부담을 덜 가져도 되는 '훗카이도 레이패스'가 있다는 것을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다소 부담스런 가격의 레일패스지만 이것을 사용하면 기타의 경비가 절약되니 북해도 여행을 계획하는 나로서는 꼭 기억해두고 구입 할 생각이다. 이외에도 항공권, 숙소, 옷과 신발, 준비물, 환율, 필요한 물품, 경비 등에 정보가 적지만 상세하게 담겨 있어 가이드북으로 딱이다.

 

금토일... 2박 3일이나 2박 4일을 잡아도 무리가 되지 않는 여행지라 큰 부담감을 갖지 않고 여행길에 올라도 좋다. 여행초보자를 위해 지금... 3월 한 달간 여행하기 좋은 곳이 소개되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특히나 여자들이 좋아하는 홍콩과 일본의 밤도깨비 여행은 저도 무척이나 끌린다. 홍콩하면 야경과 쇼핑이 먼저 떠오르지만 홍콩 시내를 돌아다니며 홍콩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여행일정도 멋지다. 여기에 밤도깨비 항공권을 이용해 도쿄를 1박 3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니..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충분히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도쿄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알차게 느껴진다.

 

나의 경우만 해도 금토일 주말은 평소처럼 방콕하며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오락프로그램을 보는 게 전부다. 꽃피는 3월에는 이런 방콕 모드에서 벗어나 주말을 이용해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책에 소개된 여행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한 곳 한 곳 찾아가며 시간, 경제적 여유가 생길 때마다 다녀 볼 생각이다. 여행이란 게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해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부담이 경제적인 면이다. 헌데 금토일 해외여행은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색다르고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소들이라 여러 면에서 다른 여행보다 부담이 적다. 다양한 주제로 나누어진 알찬 가이드북... 금토일 해외여행 이 책 한 권이면 당장 주말여행을 떠나고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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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 Movie Tie-in 펭귄클래식 139
솔로몬 노섭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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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는 뉴스를 들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노예 12년'이 9개 부분에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을 들어내심 궁금하다. 더불어 얼마 전에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미국아카데미 시상식에도 같은 상을 받게 될지 궁금하다. 

 

영화에 관심을 가졌기에 자연스럽게 원작소설에도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미국의 노예제도를 다룬 이야기는 몇 편 읽었고 그 중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작품도 있다. 노예 12년은 그 작품들과 달리 처음부터 노예란 신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주인공 솔로몬 노섭이 거짓말에 속아 납치되다시피 남부 노예로 팔려 가면서 겪게 되는 생생하고 처참한 경험을 담아내고 있는 실화다.

 

자유민으로 사랑하는 세 명의 자식과 아내를 둔 남자 솔로몬 노섭은 그의 마을을 찾은 서커스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남자 두 명을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 자신의 바이올린 솜씨를 보여주며 잠시 그들과 함께 서커스단에서 공연을 하기로 한다. 곧 다시 아내와 자식들과 합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자유민이란 증서를 받아 그들을 따라나선 솔로몬 노섭은 이러한 행동이 불행의 시작인 줄 그 자신도 몰랐다.

 

노예로 팔려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수모와 학대... 솔로몬 노섭이란 이름 대신 플랫으로 불리면서 노예상인에 의해 팔려가는 그... 처음에 좋은 주인을 만나지만 주인의 남동생으로 인해 솔로몬 아닌 플랫의 고난은 시작된다. 온갖 학대와 말도 되지 않는 처벌을 감수하는 노예생활.. 플랫은 엄청난 공포를 느끼면서 탈출도 시도해보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오고 만다. 노예들이 탈출에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그 과정도 어렵다. 플랫은 새로운 주인에게 팔려가며 다시 풀러나기까지 10년이란 시간을 심한 학대와 노동으로 보낸다.

 

노예가 곧 개인재산이라는 생각에 백인 농장주들은 엄청난 학대와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농장주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여기서는 아내 되는 여성이 어리고 예쁜 흑인 여성에게 느끼는 피해망상 같은 증세로 인해 인간이 인간에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은 끔찍한 행동을 보여준다.

 

플랫은 캐나다에서 일자리를 찾아 온 남자와 친구가 되면서 새로운 희망이 생겼음을 느낀다. 그의 도움으로 그는 괴롭고 억울한 노예생활에서 해방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플랫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 인물들이 법의 처벌이나 감옥에 갇히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 노예해방이 선포된 지 벌써 151 년이나 흘렸다. 그 사이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도 탄생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허나 여전히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실제로 인종차별 사례들도 나타난다.

 

실화가 바탕이 되어서인지 노예생활의 처참함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인간이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는 게 무엇인지... 12년이란 시간을 노예로 살게 된 솔로몬 노섭의 억울함이 얼마나 애통했을지... 책에서 느낀 감정들을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 내일 영화관을 찾을 예정이기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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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침묵의 거리에서 (전2권) 침묵의 거리에서
오쿠다 히데오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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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항상 불안하고 가슴 떨리는 이야기는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이다. 내 자식만은 아무 일 없이 교우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은 다 똑같다. 내가 낳았기에 내 자식만큼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니 내 자식만큼은 누구에게도 해를 주거나 해코지를 가하거나 당하지 않을 거란 믿음... 과연 나는 내 자식의 얼마나 알고 있는지... 책장을 덮는 마음이 무거웠던 '침묵의 거리에서'는 오쿠다 히로오의 신작소설이다.
 
이지마 선생님은 자신의 아들이 귀가하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은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전화 속 학생이 피를 흘린 채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운동부실 옆 오래된 커다란 은행나무 밑에서 발견된 소년의 이름은 나구라 유이치... 중학교 2학년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갈색곱슬머리에 심약해 보이는 소년이다. 나구라의 죽음은 학교는 물론이고 남의 집 숟가락이 몇 개 일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기에 삽시간에 소문이 확 퍼진다.
 
경찰이 출동하고 사건을 조사하던 중 니구라의 핸드폰 내역을 통해 죽음이 자살이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란 심증이 생긴다. 가해자로 지목된 네 명의 학생은 불안하고 그들의 부모 역시 자기 자식만큼은 착한아이라고 믿었기에 충격이 크고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열네 살인 두 명의 학생은 구속되어 조사를 받고 열세 살인 두 명은 따로 조사가 시작된다. 경찰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그들의 핸드폰 내역은 삭제되었고 하나같이 증언이 똑같다는 것에 더욱 의심만 증폭될 뿐이다. 이런 와중에 젊은 검사, 새내기 기자는 사건의 진실을 찾아 탐문하기 시작하고 가해 학생의 부모님은 자식들이 혹시라도 범죄자로 몰릴까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의 사회에서도 알게 모르게 왕따가 존재한다고 들었다. 어른들은 자신이 보고 싶으면 보고 안 보고 싶으면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만 학생들은 다르다. 집과 학교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그들에게 학교 친구들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잣집 도련님 나구라가 선배나 또래 친구들에게 당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 도와주는 마음이 있던 친구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혼자만의 독단적인 행동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친구들이 괴롭힐 때 한마디 거들었다면... 아님 선생님이나 나구라의 엄마를 찾아가 귀띔이라도 해 주었다면 죽음을 면했을까? 어렵다.
 
중학생은 잔인하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시기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잔인함은 혼자 서는 과정에서 터지는 고름 같은 것이다. 다들 더는 어른들에게 울면서 매달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들끼리 생존 게임을 시작한다.                     -p70-
 
"교사로서 해선 안 될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중학생의 집단 괴롭힘은 솔직히 막을 방도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 그럴지도 몰라. 재미로 저지르는 면이 있잖아."
"중학교 3년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서바이벌 기간 같아."                  -p307-
 
옆지기도 그렇고 제부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느끼기에 중학교 시절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중년의 두 사람도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인데 자식이라고 하나둘 밖에 낳지 않아 오냐오냐 키운 자식들이 대부분인 요즘은 귀하게 키운 만큼 제어하기 힘든 경우가 더 많다. 그 나이 또래의 생각과 행동은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더 무서운지도 모르겠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평생이 지옥이라고 한다. 어렵게 얻은 귀한 자식이기에 더 좋은 것만 해주고 예뻐하며 키운 나구라의 엄마는 자식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이 지옥이다. 자식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알고 싶은데...
가해자의 부모는 자신의 자식은 착하다는 믿고 싶은 마음에 자식을 위해 온전히 다 들어내지 않고 침묵한다. 자신의 아들이 설사 나구라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부모의 아니 엄마의 입장에서는 자식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보호하고 싶어질 것이다. 마음으로 가책을 느끼더라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것이다.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선 나로서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책망을 할 수 있을까? 나 자신도 자식을 키우기에 쉽게 말하지 못하겠다. 
 
스토리 속에서 나구라는 분명 선배나 또래 친구들에게 계속해서 집단 괴롭힘을 당해 왔다. 장난이라고 할 수 없는 잔인한 방법을 사용하는 그들에게 나구라는 제대로 된 대항도 없다. 피해자 나구라는 물론이고 가해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된 진실을 보여주는 듯 하면서도 불투명 막 속에 가려져 있다. 나구라의 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 번쯤 들려주었다면 속이 시원했을 텐데...
 
나구라의 죽음을 둘러싼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은 충격이 아닌 안타까움이다. 뱉은 말은 담을 수 없다. 순간적인 욕심에 설마 하는 마음에 뻔히 위험스런 상황을 만드는 무모함... 지금도 집단따돌림, 괴롭힘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있다. 세계 최고라는 청소년 자살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일본 소설이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읽는 내내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 빠져서 읽었다. 더불어 자식이 처한 상황에는 아내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고 자신은 바쁘다는 핑계를 대는 남편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많은 아버지들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씁쓸한 생각이 든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헌데 그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면... 살면서 후회 할 일을 적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이를 먹어갈수록 새삼 느끼며 살고 있다. 학창시절의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과 같다. 학창시절이 인생의 전부인 시간도 지나간다. 허나 그 시절에 받은 상처로 인해 평생을 지옥같이 사는 사람도 있다. 내 자식, 내 부모, 내 가족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과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위주의 교육부터 수정이 있어야하는데... 쉽지 않기에... 우리 현실이 아이들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분노가 쌓여 있어 다른 방식으로 해소시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오래간만에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책...역시나 화제의 중심에 서 있을 만한 신작을 가지고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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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처네 (반양장) -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지음 / 연암서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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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중함이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하는 책을 만났다. 잔잔하고 맑은 언어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읽었을 때처럼 감동으로 다가 오는 책 '누비처네'... 목성균이란 저자의 이름도 생소했지만  누비처네란 뜻 역시 무엇인지 몰라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누벼서 만든 처네란 뜻을 가진 말 만큼이나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서정적이고 마음이 포근해짐을 느끼게 한다.

 

저자 목성균님은 이미 2004년도에 작고하신 분이다. 십대 시절부터 이미 문학에 대한 깊은 뜻을 가진 분으로 꿈을 위해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대학교를 중도에 포기하고 사업적인 부분에서도 잘 풀리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와 공무원이 되어 사셨다. 허나 그의 마음속에는 문학에 대한 꿈이 남아 있기에 늦은 나이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 저자의 글은 살아서는 알려지지 않다가 죽은 뒤에 입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필가로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 좀 더 빨리 그의 작품이 세상에서 빛을 보았다면 어떠했을까 잠시 생각해 보며 늦게나마 저자의 글은 만나 반갑다.

 

제목과 같은 누비처네를 다룬 글에서는 타지에서 생활하는 자식을 보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과 무심한 남편을 대신해서 며느리를 생각하는 시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지금은 다양하고 좋은 아기 용품들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가정 형편상 아이를 등에 없는 누비처네조차도 쉽게 사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아내가 이불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누비처네를 보고 남편은 누비처네를 샀던 시간을 떠올려 본다. 또 며느리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 명태코다리를 옷에 묻히지 않기 위해 힘들게 들고 오시고 저자의 아내 역시 시아버지의 옷을 보면서 다음날 다시 입고 가실 수 있게 명태 묻은 흔적을 재빨리 지운다. 며느리에 대한 시아버지의 애정이 시아버지에 대한 며느리에 대한 마음이 느껴진다.

 

하나씩 풀어놓는 이야기의 끈은 연이어 이어진다. 과거의 시간을 떠올려 보면 나쁜 기억은 조금 상쇄되고 좋은 기억은 더 선명하게 남아 있게 된다고 한다. 목성균님은 어떠했을까? 그의 글을 통해 들어나는 아버지는 그리 살갑지도 애틋한 부자간의 정을 나누어 주는 아버지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같은 남자라서 나이들고 중풍으로 쓰러지셨던 아버지를 보면서 같은 남자로서 아버지를 이해하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여자지만 내 자신이 중년에 접어들고 보니 저자의 아버지의 모습에서 내 아버지의 모습을 상당히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어머니 역시 시대의 어머니들이 하셨던 것처럼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를 하셨다고 여겨진다. 시계밥 하나에도 큰소리를 치시는 시어머니의 명을 따르면서도 혼잣말로 미처 시계밥이 다 되었다는 것을 몰랐던 자신에 대한 어리석음과 이런 일까지 일일이 잔소리를 하시는 시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자신의 부주의로 어린 자식을 먼저 잃어야 했던 죄송한 마음까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에 장손인 저자를 살뜰히 챙기시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들어내 놓고 아내를 살뜰히 챙기지는 않지만 아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비롯해 가족, 친척, 직장, 지인, 손자 등에 대한 이야기는 삶이 주는 소박한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9개의 테마로 나누어진 이야기다. 책을 읽는 독자라면 저자의 서정적이고 진솔한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이야기에 매혹될 수밖에 없다. 서울이 고향인 나지만 이야기를 있다 보면 자꾸만 시골 풍경 속 부모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서울에서 자식들 키우시느라 새벽부터 장사를 시작하시던 부모님... 시골에서 사셨더라도 이와 다르지 않는 모습이었겠지만 그래도 시골에서 사셨다면 마음 다치실 일이 덜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살짝 해본다.

 

저자처럼 나 역시 달달한 일회용 티백 커피를 즐겨 마신다. 헌데 오늘 낮에 엄마가 가져다 주신 구운 고구마와 함께 친구가 준 유명 커피전문점 커피를 마시며 지난 시절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져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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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 허허당 인생 잠언록
허허당 글.그림 / 북클라우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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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해 보는 시간이 있다. 혼자일 때는 내 맘, 내 생각이 우선이었지만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다보니 자연스럽게 옆지기의 의견이나 생각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나를 죽이고 옆지기에게만 맞추어 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의견은 없어지는 듯 한 느낌을 받고 실제로 많은 부분 그렇게 살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누구나 평온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을 것이다. 자식이 공부 잘 하고 나의 뜻을 존중해주며 무탈하게 잘 자라주면 그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옆지기는 소소하지만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려주고 관심을 보여주면 좋고... 분명 커다란 어려움, 고민이 없는데도 한 번씩 깔깔깔 웃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의 저자 허허당님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낯선 이름이다. 법명을 바꾸고 스스로에게 지어 준 이름 '허허당'... 스님이 직접 그림과 짧은 글은 소유와 집착을 버린 길 위의 삶을 실천하며 살고 계신 인생의 연륜이 느껴지는 지혜와 해답을 만날 수 있다.
 
책은 총 4장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인생을 사는 게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노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여러 놀이를 통해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모르고 노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죽어라 공부하여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구하는 것에만 목을 매다 보니 정작 건전하고 즐거운 놀이를 배울 시간이 없다. 나와는 달리 내 자식에게는 행복한 인생을 위해 즐겁고 재미난 놀이를 많이 알려주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놀이처럼 즐겁게 즐기는 방법이 놀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놀이와 일을 따로 생각하기보다 일을 통해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놀이라 여겨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입에 빨리빨리를 달고 산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도 성격이 느긋한데 한 번씩 무엇인가에 꽂히면 급해진다. 마음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비울 수 있다면...   
 
 짧은 글을 통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살고 있는지...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다. 살다보면 실수도 하고 어려움도 찾아온다. 이럴 때 내 마음을 추스르고 다독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안이하게 그냥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데 허허당님이 글이 도움이 된다고 느껴진다.
 
허허당 스님이 바쁜 현대인에게 알려주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 좋은 글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그림을 보면서 오늘 하루도 심란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반성해 본다.
 
허허당님의 책은 처음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인상을 받은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이외에도 여러 권의 책이 더 나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 며칠 미세먼지로 인해 바깥나들이를 하지 못했는데 겸사겸사 책도 볼 겸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나들이 가서 찾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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