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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롯 -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20년간의 연구로 복원한 인간 예수를 만나다
레자 아슬란 지음, 민경식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어릴적에는 집 근처 교회에서 크리스마스에 주는 선물이 좋아 친구 따라 교회에 몇 번 다닌 적이 있다. 신앙적인 이유 없이 선물에 눈이 멀어 몇 번 찾아간 교회지만 그곳에서 하느님, 예수, 모세 등 성경책에 나오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 종교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도 있었고 제대로 믿고 싶어 교회에도 몇 번 다녔지만 역시나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교회 다니기를 그만 두었다. 지금은 아무런 종교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로 지내지만 한 번씩 종교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석가탄신일, 예수탄신일을 붉은 날로 지정되어 있어 어린 시절에는 별다른 놀이를 즐기지 않았기에 TV에서 하는 종교 영화를 아무 생각이 보았다. 그래서인지 석가는 물론이고 예수에 대해서도 성경책을 읽지 않아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젤롯'은 예수란 인물을 기독교 종교의 입장이 아닌 시대를 이끌었던 정치적 혁명가란 의미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예수가 어떻게 정치적 혁명가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문구 때문에 더더욱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기도 한다.
예수가 활동하기 이전에 에루살렘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대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간략하게 풀어내면서 스토리를 시작한다. 로마가 자신들이 지배하는 땅에 대한 정치적, 종교적 입장은 강한 규제 보다는 어느 정도 그들이 가진 종교를 인정하고 묵인하는 선에서 타협을 보면서 지낸다.
로마 내부의 혼란스런 상황으로 인해 로마 통치를 받고 있는 도시들도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에루살렘 역시 마찬가지였다. 로마에 맞선 민족 저항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유대인들은 그들을 구해 줄 메시아 '기름 부음 받은 사람'을 기다리게 된다.
책에서는 예수가 나타나기 이전에도 이미 많은 사람이 구원자란 이름으로 나타났었다고 밝히고 있다.
항상 시끄러운 논쟁 중 하나인 나사렛 예수의 생모에 대한 이야기다. 동정녀 마리아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아버지 요한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예수가 죽고 난 후 예수가 사생아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예수에게 형제들도 있었고 당시 팔레스타인 사회 분위기상 예수가 결혼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예수에게 세례를 준 세례 요한이 유대 제사장 가문에서 자랐을 정도로 부유하고 지식층에서 자란 것에 비해 예수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인물이다. 예수는 율법학자와 바리새파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에 대해 인정하고 호의적이었다. 예수의 위기와 죽음, 승천에 바리새파 사람들의 역할이 있었음을 새삼 알게 된 사실이다.
지금과 달리 마술사와 수행자의 구분이 어려웠던 시절이라 마술과 기적이 가진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이야기, 당시 팔레스타인 전반에 자신을 메시아라고 외친 사람들이 넘쳐났던 시대상이 그 동안 본 영화를 토대로 저절로 연상이 된다.
모세 율법의 열렬한 추종자 사울... 기독교로 개종해 바울이라고 부르는 인물은 예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를 상세히 묘사하고 있으며 대세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가 고대 유대파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의 틀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예수가 죽고 난 후 예수가 설교 당시 사용한 아람어를 쓰는 동생 야고보를 비롯한 가족, 열두 제자의 주축이 된 유대파와 그리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이끄는 헬라파는 수시로 충돌하며 지금의 기독교를 이끄는 커다란 두 개의 파로 나눈다. 사용 언어와 신분차이가 각기 다른 행보를 갖게 한다. 바울이 이끈 율법에 얽매이지는 않는 자유로운 기독교는 로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열렬한 개종자들을 만들어 낸다. 그럼에도 배척당한 그의 종교가 신학성서를 만드는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이 아니러니 하다.
익히 알고 있는 예수의 생애는 물론이고 당시 시대상황은 물론이고 성전, 메시아,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웅장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한 편의 소설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동안 어설프게 알고 있는 예수란 인물이 아니라 한 시대를 이끌었던 혁명가 예수를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지금의 기독교가 어떤 틀을 갖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저자가 얼마나 심혈을 기우려 만든 책이란 것을 주석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에는 여러 사람들이 발표한 문헌을 토대로 책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고 이해를 돕는다. 혁명가로서의 예수를 보며 풀어 놓는 이야기는 종교인뿐만 아니라 나 같은 무신론자, 타종교를 믿는 사람, 일반인이 읽어도 거부감 없고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