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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1
김도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평점 :
난자, 그것은 생명의 시작이고 결국 생존 전쟁의 불씨가 되었다. 김도경 작가님의 신작소설 '에그'에 있는 글귀다. 강렬한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주인공 레이... 본명 송여지는 나라에서 엄격하게 금지시킨 난자를 불법 채취해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팔기로 한다. 이유는 단 하나... 고아원에서 함께 자라며 위험에 처한 그녀를 구해 준 적이 있는 친동생처럼 아끼는 남자를 구하기 위해서다.
레이의 난자 판매를 도와주는 정형적인 포맨(여성스런 말투에 날씬한 신체 등을 가진 여성적인 남자)인 아노미아는 레이를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한다. 레이의 난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헌데 레이의 난자 판매를 유심히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그 사람은 죽은 레이의 어머니 친구였던 50대의 오미경이다. 일명 마담 리즈로 통하며 현직 여성 대통령으로 재임까지 하고 있는 장수진과 절친한 사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세계 최대 제약 회사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대주주로서 결혼도 하지 않고 오직 나라와 여성들의 인권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대통령으로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레이는 자신의 난자를 뺏으려는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자의 공격을 받게 된다. 다행히 난자를 가지고 탈출에 성공하여 아노미아의 도움으로 몸을 숨기지만 또 다른 인물에 의해 그녀의 난자는 사라지고 만다.
스토리 자체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IT강국으로서의 우리나라의 모습이 좀 더 부각되면서 여성의 난자가 미래 사회를 움직이는 엄청난 힘을 갖게 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마치 영화의 만난 미래 사회가 가진 불안정함, 나이를 알 수 없게 가면을 쓰고 충분히 젊음을 음미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게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여기에 레이가 난자를 파는 과정에서 느끼는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고가의 파워 슈트를 구입하는데 이 옷?이 미래 사회에서는 돈만 있으면 구입가능한데 미래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돈의 지배가 절대적이란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이 슈트는 SF영화 '아이언맨'이 자신의 몸에 부착되는 슈트가 저절로 떠오른다.
책을 통해 우리의 미래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상상하게 만든다. TV이에 나오는 아이돌은 물론이고 거리를 지나다보면 여성보다 더 예쁜 남성들을 흔히 보게 된다. 이런 남성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고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남성적인 마초기질의 남성들이 한 때 인기가 높았던 적도 있었다. 허나 지금은 상처받기 쉬운 여성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자상하게 감싸주는 남자들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들 역시 아들을 남성적으로 키우기 보다는 여성성에 더 가깝게 키우고 있다는 것도 미래 사회에는 여성스러움이 느껴지는 포맨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는 남성들이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남녀성비의 불균형도 문제지만 이런 형태로 계속 자식을 키우고 남녀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도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SF과학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느끼게 하면서도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로맨스도 빼놓지 않아 스토리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은 누군가의 사랑에 목말라 한다. 레이, 아노미아, 장수진, 김민하, 준, 바하, 한가희와 B... 특히나 B란 인물이 가진 캐릭터는 한편으론 안쓰럽고 불쌍하다. B가 설령 꼭두각시였을지라도 그가 꿈꾼 세상이, 하려던 일이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다. 상처받았기에 되돌려 주고 싶은 마음은 사람들 마음속에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기에....
어제 우연히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황금알이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일처다부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앞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출생성비의 불균형은 물론이고 여성들의 사회적 지휘가 날로 높아져 미래에는 충분히 일처다부제가 나쁘지 않은 사회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 충분히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였을지...
유연하고 부드러운,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가진 남성이 아닌 여성이 중심이 되는 미래 사회를 다룬 김도경 작가의 '에그'... 저자의 책이 처음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읽었기에 '이기적 첩보액션'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전작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