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 1
김도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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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그것은 생명의 시작이고 결국 생존 전쟁의 불씨가 되었다. 김도경 작가님의 신작소설 '에그'에 있는 글귀다. 강렬한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주인공 레이... 본명 송여지는 나라에서 엄격하게 금지시킨 난자를 불법 채취해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팔기로 한다. 이유는 단 하나... 고아원에서 함께 자라며 위험에 처한 그녀를 구해 준 적이 있는 친동생처럼 아끼는 남자를 구하기 위해서다.

 

레이의 난자 판매를 도와주는 정형적인 포맨(여성스런 말투에 날씬한 신체 등을 가진 여성적인 남자)인 아노미아는 레이를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한다. 레이의 난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헌데 레이의 난자 판매를 유심히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그 사람은 죽은 레이의 어머니 친구였던 50대의 오미경이다. 일명 마담 리즈로 통하며 현직 여성 대통령으로 재임까지 하고 있는 장수진과 절친한 사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세계 최대 제약 회사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대주주로서 결혼도 하지 않고 오직 나라와 여성들의 인권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대통령으로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레이는 자신의 난자를 뺏으려는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자의 공격을 받게 된다. 다행히 난자를 가지고 탈출에 성공하여 아노미아의 도움으로 몸을 숨기지만 또 다른 인물에 의해 그녀의 난자는 사라지고 만다.

 

스토리 자체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IT강국으로서의 우리나라의 모습이 좀 더 부각되면서 여성의 난자가 미래 사회를 움직이는 엄청난 힘을 갖게 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마치 영화의 만난 미래 사회가 가진 불안정함, 나이를 알 수 없게 가면을 쓰고 충분히 젊음을 음미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게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여기에 레이가 난자를 파는 과정에서 느끼는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고가의 파워 슈트를 구입하는데 이 옷?이 미래 사회에서는 돈만 있으면 구입가능한데 미래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돈의 지배가 절대적이란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이 슈트는 SF영화 '아이언맨'이 자신의 몸에 부착되는 슈트가 저절로 떠오른다.

 

책을 통해 우리의 미래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상상하게 만든다. TV이에 나오는 아이돌은 물론이고 거리를 지나다보면 여성보다 더 예쁜 남성들을 흔히 보게 된다. 이런 남성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고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남성적인 마초기질의 남성들이 한 때 인기가 높았던 적도 있었다. 허나 지금은 상처받기 쉬운 여성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자상하게 감싸주는 남자들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들 역시 아들을 남성적으로 키우기 보다는 여성성에 더 가깝게 키우고 있다는 것도 미래 사회에는 여성스러움이 느껴지는 포맨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는 남성들이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남녀성비의 불균형도 문제지만 이런 형태로 계속 자식을 키우고 남녀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도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SF과학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느끼게 하면서도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로맨스도 빼놓지 않아 스토리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은 누군가의 사랑에 목말라 한다. 레이, 아노미아, 장수진, 김민하, 준, 바하, 한가희와 B... 특히나 B란 인물이 가진 캐릭터는 한편으론 안쓰럽고 불쌍하다. B가 설령 꼭두각시였을지라도 그가 꿈꾼 세상이, 하려던 일이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다. 상처받았기에 되돌려 주고 싶은 마음은 사람들 마음속에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기에....

 

어제 우연히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황금알이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일처다부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앞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출생성비의 불균형은 물론이고 여성들의 사회적 지휘가 날로 높아져 미래에는 충분히 일처다부제가 나쁘지 않은 사회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 충분히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였을지...

 

유연하고 부드러운,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가진 남성이 아닌 여성이 중심이 되는 미래 사회를 다룬 김도경 작가의 '에그'... 저자의 책이 처음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읽었기에 '이기적 첩보액션'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전작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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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 보르코시건 : 마일즈의 유혹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5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김창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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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의 유혹'은 마일즈 보르코시건 경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SF소설은 처음이다. 비평가, 언론, 독자에게 SF 시리즈물 중 최고의 대작이라는 찬사를 작품이라는 것도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인데 장르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 네뷸러상을 수상했고, 로커스상, 미서포익상, 사파이어상 등을 수상 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란 이야기에 새삼 알게 된 책이다.

 

주인공 마일즈 보르코시건 경은 어머니가 임신 당시 사고로 인해서 뼈가 잘 부러지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인물이다. 뼈가 잘 부러지는데 어떻게 군인이 되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장애를 극복할 만큼 강한 정신을 소유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심각한 기형을 여러 번의 수술을 통해 많이 좋아졌지만 키가 4피트 9인치 밖에 되지 않고 꼽추처럼 굽었으며 온 몸의 뼈는 유리처럼 부서지기 쉬운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스토리의 시작은 마일즈와 그의 사촌 형 이반이 세타간다 행성의 황태후 장례식에 바라야 제국을 외교 특사로 파견된다. 과거 전쟁으로 인해 많이 세력이 약해진 세타간다 제국은 유전공학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으며 예전의 화려한 다시 한 번 이룩하기 위해 노력한다. 갑작스런 황태후의 죽음... 황태후는 진짜 자연사로 사망했는지도 의문이고 유전공학을 이용해 커다란 변화를 갖게 된 세타간다 호트 귀족들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세타간다에 도착하자마자 마일즈는 자신을 목표로 한 누군가의 공격을 받게 된다. 용의자는 신경파괴총을 사용하면서 마일즈를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적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두 번 다시 같은 일을 겪고 싶지 않은 마일즈는 조사를 시작하는데...

 

장례식 오찬이 진행되는 와중에 한 남자가 죽어 있다. 마일즈는 단번에 그가 자신을 노렸던 용의자란 확신이 든다. 그는 얼마 전에 죽은 황태후의 최고령 하인이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배후에 엄청난 인물이 숨어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 마일즈... 그는 높은 신분의 호트 귀족이며 나이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한편 사촌 형 이반이 마일즈로 오인되어 엄청난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마일즈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 놓아야 하는 위기에 빠지기도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마지막 카드는 숨긴다. 더불어 마일즈가 사랑하게 된 여인 역시 마일즈에게 남다른 마음을 가진다. 허나 그녀는 황제의 새로운 여자가 될...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시대적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후인 30세기이다. 솔직히 미래를 무대로  한 SF소설은 꽤 있었는데 이 작품 역시 나름 괜찮다. 우리가 주인공하면 떠오르는 인물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가진 마일즈 보르코시건... 명탐정 뺨치는 추리력, 직관력, 기억력 등을 소유한 그는 작은 키와 장애로 인해 이성에 대한 당당함이 조금은 떨어지는 인물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라 여겨진다. 처음부터 이 시리즈를 읽지 못했기에 마일즈 보르코시건에 대한 충분히 이해가 떨어지지만 짧은 이야기만을 통해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란 생각이 든다. 함께 움직이는 형 이반은 셜록홈즈에게 필요한 왓슨 박사 같은 역할을 못해주는 면이 있지만 마일즈를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은 톡톡히 해준다. 이 시리즈가 16권으로 되어 있다는데 다 나머지 시리즈도 궁금하지만 앞의 4권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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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랜드
스티븐 킹 지음, 나동하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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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래간만에 스티븐 킹의 신작 소설을 읽었다.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란 평을 듣고 있을 정도로 두말할 필요가 없는 최고의 스릴러 작가 스티븐 킹... '조이랜드'는 2013년 미스터리 스릴러 분야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스물 한 살의 대학생 데빈 존스는 조금 낙후된 놀이공원 '조이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일을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에 캐롤라이나 관람차를 타보는 경험을 하게 된 데빈... 관람차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이랜드는 충분히 매력적인 놀이공원이다.

 

데빈은 캐롤라이나 관람차를 책임지고 있는 건장한 남성 레인 하디에게 유령의 집에 나타난다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유령이 누구인지 궁금하던 차에 오래전에 유령의 집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유령의 집이 가진 섬뜩함 보다는 왠지 모르게 데빈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유령의 집에서 죽은 피해자는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를 당했다고 한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범인... 이상하게 이 사건은 데빈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는다.

 

청년의 어둡고 빛나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조이랜드 놀이공원을 중심으로 한 성장소설이며 로맨스 소설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남다르다. 데빈 역시 2년이란 시간을 함께 해 온 여자 친구 웬디의 갑작스런 이별 통보는 혼란스럽다. 하루에도 서너 번 웬디에 대한 생각이 데빈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데빈은 복잡한 심경 상태이지만 조이랜드의 마스코트 털북숭이 강아지 해피 하운드 인형 탈을 쓰고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조이랜드에서 일하면서 첫사랑에 대한 상처 역시 동료들과 어울리며 조금씩 엷어져 간다.

 

데빈은 한 소녀에게 일어난 사고에 의연하게 대처하며 조이랜드를 대표하는 인물로 급부상 한다. 여기에 면접날 만난 점쟁이 노부인이 말한 대로 강아지와 심미안을 가진 소년, 그리고 소년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고 이들은 데빈의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옛여자친구 웬디와 사귈 때는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를 두고자 서로의 육체를 탐하지 않았다. 웬디의 존재를 잊을 정도로 다른 여인이 데빈의 마음에 들어오고 그녀의 도움으로 진짜 남자가 된다. 물론 그녀는 이후에 데빈의 목숨을 살리기도 한다.

 

빛나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오래전 과거의 시절을 떠올리는 현재의 데빈 존스의 회상으로 스토리를 이끌고 있어 스토리가 임팩트 있게 전개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강한 느낌의 스릴러 소설이 주는 재미는 덜하지만 '조이랜드'처럼 스티븐 킹만이 가지고 있는 속도감, 재미는 결코 다른 스릴러 소설에 견주어도 괜찮다. 잔잔하고 평이한 느낌을 준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린 시절 놀러갔던 놀이공원이 연상이 되어 즐겁게 읽었다.

 

어릴 적에 어린이대공원에 가면 몇몇 놀이기구가 유달리 마음을 사로잡아 타고 싶었다. 겁이 많아 청룡열차나 88열차와 같은 놀이기구는 못 타도 공원전체를 볼 수 있었던 미니기차, 회전목마, 범퍼카는 지금도 재밌는 놀이기구로 기억하고 있다. 특히나 유령의 집과 비슷한 담력을 시험하는 무서운 장소가 있었는데 그 곳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쫄깃해질 정도다.

 

조이랜드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분위기가 중심축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놀이기구들과 이름만큼 무서움을 느끼게 해주는 유령의 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유령, 심미안을 가진 소년, 점쟁이, 데빈 만큼 살인사건에 무척이나 강한 호기심을 가진 톰의 여자친구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조이랜드란 놀이공원을 더욱 흥미로운 장소로 이끌어 주고 있다.

 

스티븐 킹 소설만이 지닌 재미를 느꼈고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이 좋아 다른 분이 추천해 주신 '자루속의 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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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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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호젓하게 걸어도 절대 외롭지 않다. 오히려 떼를 지어 걷다가 뼈저린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고독만큼 함께하기 좋은 동반자는 본 적이 없다."    -p36-

 

벚꽃,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의 봄꽃이 예전보다 일찍 꽃잎을 터트려 만개해 있다. 겨울내둥 집안에 콕  처박혀 지내다가 봄이 되어 봄꽃이 핀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밖으로 자꾸만 나가고 싶어진다. 춥다고 움츠리고 덜 움직이던 몸을 눈이 호강한다고 갑자기 무리해 운동을 하면 여기저기 고장 나기 쉽다.

 

평소에 특별히 운동을 하고 있지 않는데다 게으름도 있어 나에게 좋은 운동은 걷기다. 하루에 일정 시간을 정해 놓고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하면 정말 좋은데 귀차니즘과 게으름으로 인해 하루에 30분 걷기도 지나칠 때가 많다. 친한 동생과 만나면 평소에 못 다한 운동을 한다는 심정으로 무리하게 많이 걷곤 한다. 헌데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두세 시간을 걸으면 몸도 피곤하고 무릎 등 소소하게 무리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힘들다. 올바른 걷기는 무엇이고 걷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걷기 예찬을 쏟아 놓은 책 '느리게 걷는 즐거움' 단순히 걷기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의 깊이를 넓힐 수 있는 인생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걷기 예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저자 다비드 르 브르통만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루소, 랭보, 다윈, 조르주 샬러, 피터 마티센을 비롯한 알고 있는 문학인은 물론이고 박물학자, 여행 작가 등 다소 생소한 이름의 사람들이 여성, 남성 구분 없이 들려주는 걷기에 대한 애정, 열정이 이야기라 걷기가 주는 즐거움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나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했던 두 번의 걷기 여행은 인상적이다. 이스탄불에서 시작해서 중국 시안까지 12,000킬로미터의 실크로드를 4년의 긴 걷기 여행을 계획하고 떠난다. 4년이란 기간도 놀라웠지만 12,000킬로미터란 길이가 주는 엄청남에 다시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계획한대로 순순히 풀리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겠지만 그의 걷기 여행도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 다른 곳보다 터키에서의 위험은 그의 목숨과 걷기 여행 자체를 그만두어야 할 정도로 위험스러웠다. 낯선 사내들에 의한 강도 미수 사건에 마을 사람들의 습격 사건, 또 다른 강탈 사건과 이질까지 걸리며 파리에서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비행 청소년들을 사회관계 회복을 목적으로 함께 걷기 운동을 하게 된 이야기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소년 범죄를 생각할 때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크로드를 걷기 여행을 마치고 십 년 만에 다시 걷기 여행을 한다. 걷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예전에 일어난 사고로 인해서 조금은 불편해진 몸을 이끌고 칠순이란 나이에 나선 걷기 여행... 나이로 몸도 쇠약해지고 체력, 건강 면에서 완전하지 않았기에 힘들었지만 난관들을 이겨내며 무사히 여행을 마친다.

 

느리고 천천히 걷는 것에서 찾게 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지금은 게으름에 덜 걷고 있지만 한창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할 때가 있었다. 매일 같은 장소 같은 곳을 걷다보면 계절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같은 장소지만 문득 새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같은 곳이 지겨워지면 전혀 낯선 장소를 걸을 때도 있다. 요즘처럼 걷기 운동하기 좋은 둘레길이 가까운 곳에 잘 조성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된다. 둘레길도 좋은데 제주도 올레길이 생겼을 때 세 번 정도 여동생과 두 번 나 혼자 한 번 걷기 위해 갔던 적도 있다. 제가 걸은 총 올레길이 그리 길지 않은데다 이제는 새로운 올레길까지 생겨 조만간 시간을 내어 올레길을 걸어보고 싶다.

 

다양한 걷기에 대한 이야기는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봄꽃도 완연한 지금... 향긋한 향기 맡으며 당장 내일부터라도 다시 걷기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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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의 봄날
박진희 지음 / 워커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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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면 막연히 보고 싶고 가고 싶은 나라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세계인이 전부 가보고 싶다는 유럽은 나의 여행 로망의 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여행지를 떠올리며 여행에 대한 공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프리카는 기회가 된다면 아프리카는 한 번쯤 가보고 곳이지 굳이 꼭 보고 싶은 여행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의 모습을 담고 있는 다큐멘타리를 TV이를 통해 보면서 막연하게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떠나는 여행이 아닌 여행지의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 떠나는 재능 나눔 여행... 남자도 아닌 여자 네 명이서 떠난 아프리카 여행은 그래서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네 명의 여성은 각자 하는 일이 다르다. 각자가 가진 재능을 이용해 나누고 싶어 떠난 여행... 그들은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물품을 도움 받아 만발의 준비를 갖추고 여행길에 오른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첫 여행지는 케냐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 마을에서 선교사가 운영하는 조이홈스 고아원이다. 만만치 않은 여행이라고 예상했겠지만 벼룩에게 물리는 일행이 발생하는 것으로 쉽지 않은 여행이 시작된다.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재능을 이용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고 가슴으로 보듬어 주는 그들의 모습은 다른 여행 책에서 볼 수 없는 감동을 전해준다. 어머어마한 것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벽화를 그리고 손톱에 네일 아트를 해주고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 그림을 그리며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며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는 모습에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끼게 된다.

 

만약 내가 아프리카 여행을 하게 된다면 무엇보다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파리 체험이다. TV이를 통해 보았을 때 엄청난 규모의 국립공원이 보여주는 광활한 땅에 흩어져 있는 동물들을 직접 본다면 그 느낌은 남다를 것이라 여겨진다. 이들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서 짧은 1박 2일의 사파리 체험을 떠난다. 기대했던 사자의 사냥 모습도 없었고 무엇보다 웅장함이 느껴지는 자연의 거대함에는 탄성이 절로 나오지만 여행지의 즐거움보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조이홈스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조이홈스와 아쉬운 이별을 뒤로 하고 탄자니아에 간다. 조이홈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아이들과 잘 지내면서도 수시로 조이홈스 아이들을 떠올린다. 여행을 떠날 때부터 계획하고 있는 후원 아동과의 만남이 예상치도 못한 우리나라 대학생 두 명의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서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를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고 결국 그 아이의 요구로 인해 후원이 끊어지게 된다.

 

후원 아동을 만나지 못하게 되자 다시 조이홈스 돌아가기로 한다. 두 명이 떠나고 두 명만이 남았지만 남은 그들도 곧 다가 올 이별을 예상하며 마음이 무겁다. 2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온 집.. 분명 집이 주는 편안함이 있지만 수시로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아프리카 앓이를 한다. 저자는 우연히 다시 아프리카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기위해 노력했지만 최종 단계에서 떨어지고 만다.

 

분명 그들이 간 아프리카는 열악하다. 특히나 그들이 만난 아이들은 가난과 전쟁, 에이즈 등의 문제로 더 아프고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이었다. 누굴 가르치고 누구에게 봉사 한다는 생각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는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기에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여행이다.

 

사는 것에 바빠 2년에 한 번씩 간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저자의 바람대로 케냐에 출판사를 하나 세우고 싶다는 소망은 '그대 나의 봄날'이 나오면서 불씨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평소에 쉬고 즐기는 여행만을 생각했는데 없는 재능이지만 나만이 가진 작은 장점을 이용해 누군가와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드는 여행도 생각해 보게 된다. 아프리카에 가게 된다면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터스커'란 맥주도 꼭 마셔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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