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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행 - 소유흑향, 무모해서 눈부신 청춘의 기록
노경원(소유흑향) 지음 / 시드페이퍼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실패를 경험하지 않는 삶이 정말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지름길인지... 실패해도, 실수해도 되돌릴 수 있는 청춘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시절에 대한 뜨거운 기록을 만난다.
요즘 나오는 여행에세이들은 하나같이 여행에서 느낀 감상이나 여행지의 이야기를 아주 적게 담고 있으면서 주로 사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행에서 느낀 점이 다르기에 여행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다름을 충분히 알고 있고 이해한다. 헌데 서너 줄의 짧은 이야기에 사진을 대신한 에세이는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여행'은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여행에세이를 읽은 기분이 든다. 20대의 생기 넘치는 싱싱한 젊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여행이야기... 이런 딸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살짝 든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가 능력 있는 집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은 평범하다. 특히나 경제적 어려움을 갖고 있는 가정에서 자라는 사람은 하고 싶은 것에 제약을 많이 받게 된다. 부모 된 입장에서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자식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누리며 살게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더 급하기에 자식이 무엇을 원하는지 돌아 볼 시간이 없는 가정도 많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으며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힘들어 한 시간도 있었다. 허나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저자는 꿈을 위해 대학생활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놓지 않고 계속하며 저축을 한다. 매일 하루 두 끼니를 컵라면에 삼각 김밥을 먹으며 알뜰히 모아 숙박이 해결된다는 커다란 이유를 들며 도쿄로 최초의 해외여행을 떠난다. 도쿄 여행이 너무나 좋았기에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지인의 집에 머물기로 하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좋을 것만 같았던 뉴욕 여행은 지인(언니)분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서둘러 끝내야 했다. 아픔 몸을 이끌고 여행을 접기 보다는 다른 주로 발길을 돌린다. 불현듯 떠오른 미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다시 미국 여행의 재미를 찾고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지 않으려고 다시 뉴욕으로 발길을 돌린 저자의 모습에 역시 남다른 용기를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여행은 계속된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탐방단으로 거의 경비를 쓰지 않고 파리 여행을 떠나기도 했으며 오사카, 베트남, 태국을 한다. 여행자에게 있어서 가장 큰 실수이면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가 바로 자신의 이름 영문표기를 잘못하거나 빼먹는 경우다. 노경원씨 역시 먼저 미국 여행에서 잠시 신세를 졌던 남자친구와 정식으로 결혼을 정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미국 대신 캐나다에서 만나기로 한 두 사람... 헌데 이 때 노경원씨는 티켓팅을 하면서도 자신이 영문 G를 빼먹은 것을 못보고 탑승 전 보안요원에 의해 잘못된 것을 알게 된다. 비행기를 못 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그녀의 포기를 모르는 성격에 무사히 캐나다에 도착해 남자친구와 만나게 된다.
남자친구와의 결혼 전에 난생 처음 패키지로 엄마, 이모와 일본여행을 떠난다. 항상 자신만을 생각하는 여행을 떠났다가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을 경험하지만 이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다 내 맘 같지 않다는 말을 하듯 이해해 줄 거란 생각에 더 무심히 대하고 상처받기 쉬운 행동을 하게 된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가족... 남동생과 함께 여행 즐기며 항상 자신 곁에는 든든한 가족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신혼여행으로 생각한 스페인 여행에서의 비싼 바가지 택시요금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나라도 외국인을 상대로 이와 비슷한 영업을 하는 택시 운전사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 영국 여행을 끝으로 미국에 정착한 노희경씨... 그녀는 현재 미국 최고의 항공사에서 근무 중이다. 자신의 꿈대로 여행을 하며 생활하는 그녀... 가난 때문에, 아버지의 카드빚을 대신 갚아야 했던 상항에서 죽음까지도 생각했던 그녀지만 스스로를 다독이고 새로운 마음으로 꿈을 향한 전진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그녀가 있다.
읽을수록 저자의 생활력과 용기, 대범함에 놀라게 된다. 힘들 때 손을 놓기보다는 어려울수록 더 단단해지고 야무져지는 저자... 이렇게 야무진 딸을 가진 부모님은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우리 아들도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단단히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여행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는 다 다르다. 여유만 된다면 숙박부터 좋은 곳에 묵고 싶고 음식도 고급스럽고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으면 좋다. 나 같은 여행자는 경제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기에 이왕이면 저렴하고 음식도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 평범한 음식을 찾게 된다. 허나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보아야 할 것에 대한 돈은 아끼고 싶지 않다. 공연장, 박물관 등과 같은 흔히 접하기 힘든 곳은 언제 또 다시 그 곳을 간다는 보장이 없기에 온 김에 구경하고 보고 싶다.
책을 읽다보니 다시 또 여행에 대한 꿈을 꾸게 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주 떠나고 싶은 게 여행이고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한다. 떠나고 싶다. 혼자여도 좋고, 아들과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이라도 계획해 보고 싶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나를 감동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