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올빼미
사데크 헤다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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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에 는 서 서 히 고 독 한 혼을 갉아먹는 궤양 같은 오랜 상처가 있다. -p17-
 
프란츠 카프카에 버금가는 천재 작가라는 평을 듣는다는 이란 현대문학의 거장 사데크 헤다야트... 솔직히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은 읽어보았고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사데크 헤다야트란 작가는 완전히 생소하다. 아무래도 그동안 접하기 힘든 이란 작가란 것이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했겠지만 어디선가 한 번쯤 이름 정도는 나왔을 법한데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엄청난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라 내심 많이 기대감을 안고 '눈먼 올빼미'를 읽었다.
 
솔직히 책을 읽고 난 나의 느낌은 어렵다.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책의 처음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풀어 놓으며 어느 정도 이해를 돕고 있고 4분의 1정도 뒷부분에 다른 문인들이 써 놓은 글을 보면서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을 받게 된다.
 
더불어 살고 있지만 삶은 결국 혼자만의 마라톤과 같다. 끊임없이 달려가는 인생길에서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사랑을 나누고 함께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설령 아무와도 함께하지 못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도 본인의 결정이다.
 
아편과 마약의 힘을 빌려 고독하게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다. 필통에 그림을 그리며 숙부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활을 해나가던 그... 어느 날 숙부의 방문을 받고 그가 태어날 때 기념으로 담은 잊고 있었던 포도주를 꺼내려던 순간 환기구를 통해 밖에 서 있는 한 여인을 보게 된다. 사이프러스 나무 아래 앉아 있는 노인과 젊은 여성... 남자는 그녀를 보는 순간 천사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단번에 그녀의 커다란 눈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녀에 대한 생각을 지우지 못한 남자는 점점 술과 아편에 의지해 가던 어느 날 산책 후 집에 돌아오다가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그녀를 보게 된다. 그녀를 자신의 집에 들어오게 하고 그녀가 자신의 침대에 눕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 남자... 그의 침대에 누워 그녀는 죽음을 맞는다. 그녀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 그는 흔히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행동을 한다. 아무도 모르게 그녀를 묻으려는 남자... 운구마차를 끄는 늙은 마부의 도움으로 남자는 여자를 공동묘지에 묻는다.
 
남자는 아내를 매음녀라 부르면서도 그녀의 사랑을 갈구한다. 그녀에게 내쳐질수록 남자는 더욱더 고립되고 자신만의 성을 쌓으며 날로 황폐해져만 간다. 망가진 일상이 이어지며 더 이상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자는 순간순간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이 가까이 와 있는 순간... 어느 날 남자는 아내를 방문하고 그는 몸싸움 중에 아내를 칼로 찌른다.
 
고독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영혼을 병들게 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진 깊은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렵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중 특히나 두 번째 이야기는 '이란'이란 나라가 가진 오래 전 사회모습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기는 하다. 첫 눈에 반한 쌍둥이 형의 여자.. 형수에게 동생도 반하고 당연히 형의 여자인데 두 사람 중 누구와 사느냐는 광 속에 갇혀 코브라의 결정에 따른다니... 생각할수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사데크 헤다야트는 48살의 나이에 파리의 아파트에서 가스 사고로 자살을 선택한다. 이 책에서 알 수 있듯이 그도 외로움이, 고독이 그를 자살로 몰아간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아직은 중동지역의 책을 이해하고 읽기에는 내 역량이 많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 책이다.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두꺼운 다른 책보다 더 무게감이 느껴지는 초현실적인 이야기...
 
여러 번 곱씹으며 읽을수록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 하니 텀을 두고 한 번씩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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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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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과 관련되어 나오는 소설들은 거의 다 따뜻하다.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역시 환갑을 전후로 모인 세 여성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인생은 육십부터란 말이 이 분들을 두고 한 말이란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쿠코, 코코, 마쓰코는 함께 '코코야'란 반찬가게에서 일한다. 코코야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은 코코다. 처음 반찬가게를 열었을 때에는 다른 동업자가 있었지만 현재는 코코 혼자가 가게를 이끌어 가는 주인이다.

 

코코는 예순한 살에 남편과 이혼한 상태다. 코코의 남편은 코코야 가게의 동업자였던 메구미와 함께 살기 위해 코코와 이혼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관계가 되었다면 다시는 안 볼 사이가 되기 쉬운데 세 사람은 잘 지낸다. 코코가 한 번씩 전남편과 옛동업자를 만나러 그들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고 코코가 집을 얻을 때는 성심껏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 나라면 이들처럼 쿨하게 지낼 수 있을까? 역시 쉽지 않을 거 같다.

 

이쿠코는 엄마를 여의고 일 년전에 남편마저 세상을 떠났다. 몇 달 전에 코코야의 종업원으로 취직하여 코코, 마쓰코와 함께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마쓰코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예순 살의 여성으로 아직도 첫사랑 '슌'이란 남자를 잊지 못하고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다. 슌이 마쓰코를 거부한 이유가 알고 보면 황당하고 한편으론 너무나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옥수수가 원인이라니...

 

코코야에 쌀 배달을 오는 청년 스스무 군... 코코는 스스무 군을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쿠코는 스스무 군을 보면서 폐렴으로 인해 죽은 아들 소우를 떠올리며 그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코코야가 반찬가게라서 일본 반찬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많이 나온다. 내가 아는 반찬도 있지만 생소한 이름의 반찬도 있다. 반찬가게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상처, 아픔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고 있지만 8시 30분에 폐점을 하면 술 한 잔을 마시며 그날의 피로와 마음속 슬픔, 쓸쓸함을 흘러 보낸다.

 

읽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오늘 저녁 반찬은 책에 나온 것 중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어묵 탕을 좋아하기에 코코의 전남편 시로야마가 끊인 어묵 탕의 맛이 궁금해진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온전히 느껴지는 책으로 우리와 다른 인물 여성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고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 동네에도 이렇게 정성을 담아 반찬을 만드는 가게가 있다면 한 번씩 들려 살 거 같다. 육십 대의 여성이지만 마음만은 청춘이란 생각이다. 농담반 진담반 스스무 군을 향한 애정공세... 스토리의 양념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로 코코와 스스무 군이 맺어진다면 어떨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친한 동료 에구니 가오리를 비롯해 다른 두 명의 여성과 저자의 글을 담은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을 통해 저자를 알게 되었다.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도 좋았지만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저자의 색깔이 잘 나타난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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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계량스푼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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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계량 스푼' 제목이 참 예쁘다. 계량 스푼이라고 하면 흔히 제빵, 쿠키 등 먹는 것을 주로 만들 때 사용하는 스푼으로 알고 있어 이 책이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다. 헌데 저자가 츠지무라 미즈키니 당연히 미스터리 소설일 것이고 어떤 내용이기에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살면서 한 가지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특히나 외국어에 약하기에 남달리 뛰어난 외국어 습득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도 어이없어 웃곤 했는데 '나의 계량 스푼'에 나온 화자 '나'는 상대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마법 같은 능력을 가진 소년이다. 이런 나의 능력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장 좋아하는 친구이며 선망의 대상인 '후미'를 통해서다.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반장으로서 같은 반 학생들을 잘 이끌며 그들속에 녹아 있는 후미를 보면 나는 기분이 너무 좋다. 친구들이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자신을 이용?해도 후미는 손해를 보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후미의 피아노 발표회날... 후미 바로 앞의 아이가 감기로 인해서 자신의 순서가 앞당겨지자 후미는 당황하고 도망친다. 숨어 있는 후미를 찾아낸 나는 그녀에게 용기를 복돋아주며 그녀가 자신의 실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데... 허나 이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던 주인공 소년의 엄마는 아들의 능력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다시는 사용하지 말라는 엄한 다짐을 받는다.

 

별 탈 없이 4학년이 되고 학교에서 토끼를 키우게 된 아이들... 후미가 선두에 서서 열심히 토끼를 돌본다. 아픈 나대신 토끼를 보기 위해 일찍 학교에 간 후미... 그 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남자와 마주친다. 남자는 토끼에게 끔찍한 행동을 한다. 너무나 태연하게 후미를 향해 던진 남자의 말에 내가 화가 나고 어이없는데 그가 한 행동을 처음으로 본 후미는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받게 된다. TV이를 통해 남자의 신원이 밝혀지고 사람을 해하지 않았기에 기물손괴죄로 집행유예를 받을 뿐이다. 후미를 위해 남자에게 복수 하고 싶은 나...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남자를 나는 만나기로 한다. 그를 만나기 일주일 전... 엄마의 권유로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친척을 만나게 되는데....

 

계량 스푼은 동물 모양이 예뻐서 후미가 샀던 것을 나란 인물이 받게 된다. 계량 스푼을 보며 후미를 떠올리고 그녀가 처한 상항을 생각하며 그녀에게 웃음을 다시 찾아주기 위해서 자신이 대신 상대를 혼내주려고 계획 한다. 

 

친척분을 찾아갔다가 먹게 된 쿠키를 통해서 계량 스푼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에 대해 듣게 된다. 무엇이든 균형이 맞아야 한다.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섣부르게 조건과 벌을 제시한다면 그 파장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나는 후미의 속 깊은 마음을 알기에... 나로 인해 후미가 마음을 닫았다는 생각에 나는 물러서기 힘들다.

 

나란 주인공이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성인보다 생각이 깊고 용기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자신이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 깊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고통이 제일 크다. 후미 역시 본의 아니게 사고가 일어난 토끼 사육장을 제일 먼저 본 것이 화근이 되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겠지만 따지고 보면 오래전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느꼈던 감정이 더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를 통해서 알게 된 작가인데 그 때의 섬뜩함은 없지만 어린 학생이 주인공이라 생각하지 못한 반전,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라 좋았다. 츠나구, 열쇠 없는 꿈을 꾸다도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주는 이야기였고 나의 계량 스푼도 같았는데 다음 작품도 이와 비슷할지 궁금하고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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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행 - 소유흑향, 무모해서 눈부신 청춘의 기록
노경원(소유흑향) 지음 / 시드페이퍼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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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경험하지 않는 삶이 정말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지름길인지... 실패해도, 실수해도 되돌릴 수 있는 청춘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시절에 대한 뜨거운 기록을 만난다.

 

요즘 나오는 여행에세이들은 하나같이 여행에서 느낀 감상이나 여행지의 이야기를 아주 적게 담고 있으면서 주로 사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행에서 느낀 점이 다르기에 여행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다름을 충분히 알고 있고 이해한다. 헌데 서너 줄의 짧은 이야기에 사진을 대신한 에세이는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여행'은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여행에세이를 읽은 기분이 든다. 20대의 생기 넘치는 싱싱한 젊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여행이야기... 이런 딸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살짝 든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가 능력 있는 집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은 평범하다. 특히나 경제적 어려움을 갖고 있는 가정에서 자라는 사람은 하고 싶은 것에 제약을 많이 받게 된다. 부모 된 입장에서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자식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누리며 살게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더 급하기에 자식이 무엇을 원하는지 돌아 볼 시간이 없는 가정도 많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으며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힘들어 한 시간도 있었다. 허나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저자는 꿈을 위해 대학생활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놓지 않고 계속하며 저축을 한다. 매일 하루 두 끼니를 컵라면에 삼각 김밥을 먹으며 알뜰히 모아 숙박이 해결된다는 커다란 이유를 들며 도쿄로 최초의 해외여행을 떠난다. 도쿄 여행이 너무나 좋았기에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지인의 집에 머물기로 하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좋을 것만 같았던 뉴욕 여행은 지인(언니)분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서둘러 끝내야 했다. 아픔 몸을 이끌고 여행을 접기 보다는 다른 주로 발길을 돌린다. 불현듯 떠오른 미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다시 미국 여행의 재미를 찾고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지 않으려고 다시 뉴욕으로 발길을 돌린 저자의 모습에 역시 남다른 용기를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여행은 계속된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탐방단으로 거의 경비를 쓰지 않고 파리 여행을 떠나기도 했으며 오사카, 베트남, 태국을 한다. 여행자에게 있어서 가장 큰 실수이면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가 바로 자신의 이름 영문표기를 잘못하거나 빼먹는 경우다. 노경원씨 역시 먼저 미국 여행에서 잠시 신세를 졌던 남자친구와 정식으로 결혼을 정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미국 대신 캐나다에서 만나기로 한 두 사람... 헌데 이 때 노경원씨는 티켓팅을 하면서도 자신이 영문 G를 빼먹은 것을 못보고 탑승 전 보안요원에 의해 잘못된 것을 알게 된다. 비행기를 못 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그녀의 포기를 모르는 성격에 무사히 캐나다에 도착해 남자친구와 만나게 된다.

 

남자친구와의 결혼 전에 난생 처음 패키지로 엄마, 이모와 일본여행을 떠난다. 항상 자신만을 생각하는 여행을 떠났다가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을 경험하지만 이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다 내 맘 같지 않다는 말을 하듯 이해해 줄 거란 생각에 더 무심히 대하고 상처받기 쉬운 행동을 하게 된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가족... 남동생과 함께 여행 즐기며 항상 자신 곁에는 든든한 가족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신혼여행으로 생각한 스페인 여행에서의 비싼 바가지 택시요금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나라도 외국인을 상대로 이와 비슷한 영업을 하는 택시 운전사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 영국 여행을 끝으로 미국에 정착한 노희경씨... 그녀는 현재 미국 최고의 항공사에서 근무 중이다. 자신의 꿈대로 여행을 하며 생활하는 그녀... 가난 때문에, 아버지의 카드빚을 대신 갚아야 했던 상항에서 죽음까지도 생각했던 그녀지만 스스로를 다독이고 새로운 마음으로 꿈을 향한 전진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그녀가 있다.

 

읽을수록 저자의 생활력과 용기, 대범함에 놀라게 된다. 힘들 때 손을 놓기보다는 어려울수록 더 단단해지고 야무져지는 저자... 이렇게 야무진 딸을 가진 부모님은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우리 아들도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단단히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여행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는 다 다르다. 여유만 된다면 숙박부터 좋은 곳에 묵고 싶고 음식도 고급스럽고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으면 좋다. 나 같은 여행자는 경제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기에 이왕이면 저렴하고 음식도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 평범한 음식을 찾게 된다. 허나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보아야 할 것에 대한 돈은 아끼고 싶지 않다. 공연장, 박물관 등과 같은 흔히 접하기 힘든 곳은 언제 또 다시 그 곳을 간다는 보장이 없기에 온 김에 구경하고 보고 싶다.

 

책을 읽다보니 다시 또 여행에 대한 꿈을 꾸게 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주 떠나고 싶은 게 여행이고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한다. 떠나고 싶다. 혼자여도 좋고, 아들과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이라도 계획해 보고 싶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나를 감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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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사냥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 / 단숨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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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인해 다른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이 설령 옳은 행동이라도 신념대로 행동에 옮겨야 하는 것이 맞는가? 혹 내가 못 보고 지나친 것에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한 번쯤 의심을 보아야 한다.

 

'눈알사냥꾼'은 독일 사이코스릴러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신작소설이다. 전작 '눈알수집가'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름은 들었을 정도로 꽤 알려진 작품이다. 눈알수집가는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놓친 작품인데 우연히 '눈알사냥꾼'을 만나게 되었고 저자가 책의 앞부분에 말했듯이 전작을 읽지 않아도 될 만큼 하나의 독립된 소설이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범죄 전문 기자 알렉산더 초르바흐는 전작에서 자신이 신임하고 아끼던 인물에 의해 아내가 죽고 어린 아들은 납치당한 상태다. 정해진 시간 안에 아들을 찾아야 하는 범인과의 게임에서 그만 늦어버린 알렉산더... 사랑하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그는 범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긴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맹인 물리 치료사 알리나다. 그녀는 남다른 능력을 지닌 소유자다. 알리나는 세 살 때 놀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눈이 먼다. 그녀의 불행은 앞이 안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인물에 의해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어두운 과거를 간직하고 있다.

 

범인의 제안대로 아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알렉산더... 허나 그의 바람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아들 대신에 죽고 싶었지만 그를 살려 낸 사람들에 의해 그는 다시 범인을 추적할 수밖에 없다. 알리나 역시 강간범에 짐승으로 불리는 남자를 만난다. 그는 세계적인 안과의사 주커 박사로 납치한 여성들의 눈꺼풀을 도려내고 강간한 인물이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정신적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고 만다. 직접적인 살인자는 아니기에 주커 박사를 더 이상 잡아 둘 수 없게 된 경찰들은 알리나의 영적 능력을 활용해 보려고 한다. 허나 경찰들의 말과는 달리 주커 박사는 알리나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으며 알리나에게 빛을 찾아 준다는 엄청난 제안을 하게 된다.

 

복잡한 심경의 알리나는 자신을 찾아 온 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병원에 있는 자신에게 사진 한 장을 주고 간 사람이 주커 박사란 것을 알려 준다. 또 다시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여자의 딸을 찾아주고 싶은 알리나...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알리나는 알렉산더와 만남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알렉산더는 주커 박사와 눈알수집가와 연관성을 알게 되는데...

 

무엇보다 주커 박사가 털어 놓는 이야기가 완전하게 틀리다는 말은 못하겠다. 우리는 피해자의 아픔을 먼저 본다. 헌데 피해자의 빠른 행동이 뒤에 있을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크게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맞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명성, 부, 행복한 어린 시절을 가졌어도 아무런 이유 없이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 충분한 예상된 결말이 아니어도 현실에서는 이와 비슷한 모습을 갖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결말까지 좋았다.

 

알렉산더는 옳은 행동을 했다고 믿었는데 정작 진짜 그림은 못 보고 범인이 만들어 놓은 그림만 보고 만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소름 돋게 할 정도로 섬뜩하지 않으면서도 참~ 앞으로 알렉산더의 삶이 참으로 힘들겠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저자가 책 처음에 밝힌 것처럼 눈알사냥꾼이 충분히 독립적인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눈알수집가의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이 되어도 눈알사냥꾼이 좋았기에 눈알수집가를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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