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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런어웨이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한 여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미국의 노예제도란 사회 제도 속에서 굳건히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한 여리지만 강한 영국 여성의 이야기 '라스트 런어웨이'... 진주 귀고리 소녀를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신작소설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한 시간이 있다. 변화를 갖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실행에 옮기지 못해서, 애써 무시하고 외면하고 다시 일상 속에 묻어두는 사람도 있고 과감하게 자신의 마음을 캐치해서 실행에 옮기는 사람도 있다. 주인공 아너 브라이트는 결혼할 거라 믿었던 남자친구가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하자 더 이상 마을에 머무를 수 없기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언니 그레이스와 동행하게 된다.
미국으로 가는 배 안에서 심한 뱃멀미로 고생한 것은 아너인데 정작 언니는 황열병이 걸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게된다. 언니와 결혼하기로 한 애덤 콕스가 아너를 데리러 오기 전까지 모자상점을 운영하는 여인 벨에게 잠시 의탁하게 된다. 벨의 남동생이며 노예 사냥꾼인 도너번은 아너에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그녀의 물건 중 하나를 가져간다. 남동생을 멀리하라는 벨... 아너의 뛰어난 바느질 솜씨는 벨에게 도움이 되며 두 사람은 돈독한 우정을 쌓게 된다.
언니의 애인 애덤의 집에서 잠시 머무르게 된 아너... 아너의 등장은 애덤, 그의 형수와 묘한 분위기에 놓이고 이 집을 나오기 위해 벨의 충고대로 아너는 자신의 시선을 잡아끄는 남자 잭과 결혼을 결심한다. 낯선 미국 땅에서 행복만을 생각하고 결혼하지는 않았겠지만 잭과의 결혼은 아너를 힘들게 한다.
가족은 물론이고 일가친척 한 명도 없는 나라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을 것이다. 그것이 설령 결혼이란 제도가 아니더라도... 아너 역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고향 영국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한 남자와의 미래를 꿈꾸며 결혼에 편입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결혼이란 게 둘만 좋다고 모든 것이 다 좋은 게 아니다. 아너 역시 남편과의 관계에는 그리 큰 문제가 없다. 혼수(이불)? 문제로 인해 시어머니와 시누이로 인한 마음이 상처를 처음에 받는다. 솔직히 이불이 1850대 미국에서 아주 중요한 혼수품이 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인간을 재산으로 생각하는 문제에 강한 반대 생각을 가지고 있는 퀘이커 교도인 아너... 남편 잭은 물론이고 시댁식구들 몰래 도망 노예들을 숨겨주고 음식을 제공한다. 노예사냥꾼 도너번은 아너를 의심해서 그녀의 집까지 찾아오자 시댁 사람들은 아너를 압박한다.
퀘이커 교도로서 신념대로 살고 싶었던 아너의 마음... 솔직히 노예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시어니와의 갈등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도망친 노예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이 어떠한 법의 잣대에 놓이느냐를 보면서 만약 그 시대 미국 남부에 살았다면 우리 아니 나는 아너처럼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한 여자와 두 남자... 아너가 잠시 흔들렸던 마음이 과연 옳은 것인가? 분명 마초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긴 하다. 아너의 몸 상태가 달랐다면 인간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진정 맞을 것인지... 아니면 예전에 자신의 집안에 있었던 너무나 고통스런 사건으로 인해 아너가 하는 행동에 어느 정도 눈 감아 주는 것으로 대신한 남편 잭을 떠나는 게 맞는 것인지... 다행히 아너의 신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과 함께 떠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천들을 이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퀼트'를 통해 사람들의 인생을 담아낸다는 이야기도 흥미롭고 노예들의 탈출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지하철도'는 물론이고 퀘이커교와 이를 믿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예전에 다른 책에 잠깐 보았던 것이 전부라서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한 여인이 가진 내면의 갈등, 혼란, 신념과 용기가 잘 나타난 작품이다. 역사는 누가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역사적 인물은 설령 아닐지라도 누군가의 간절함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마음들이 모여 결국에 커다란 변화를 이루어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