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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빛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5
이누이 루카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호러여왕의 강림이라는 강렬한 문구와 눈동자를 표지로 내세운 '여름빛'... 저자 이누이 루카의 책은 처음이다. 여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로 나누어진 1, 2부로 구성되어 있다. 평소에 장편소설을 더 좋아하는 나인데도 여름빛은 단편소설이 주는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재미가 느껴진다.
책표지에 있는 눈이 한 소년의 눈동자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여름빛'은 어머니와 떨어져 큰어머니가 사는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년 데쓰히코와 얼굴 반쪽에 거무스름한 반점이 있고 한쪽 눈이 푸른빛이 도는 눈동자를 가진 소년 다카시와의 우정을 담고 있다. 어른이든, 아이들의 세계든 어디나 텃새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 데쓰히코는 타 지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다카시는 그를 임신할 당시 어머니가 신령님의 사자라고 불리우는 바다생물 상쾡이 고기를 먹어서 저주받은 아이라는 이유로 인해 친구들로부터 수시로 괴롭힘을 당한다. 다쓰히코는 엄마의 편지를 받고 엄마에게 가고 싶다. 이런 데쓰히코의 마음을 다카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도와주고 싶어 한다. 두 소년은 친구들의 괴롭힘을 받던 중 다카시의 눈에 얽힌 비밀을 듣게 된 데쓰히코... 이 비밀이 어떤 진실을 갖고 있는지... 이제 시간이 없기에 두 소년은 실행에 옮긴다.
'쏙독새의 아침'은 대학생인 나..이시쿠로는 아버지의 지인이면서 그림으로 알게 된 교수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건강을 되찾기 위해 방문한 집에서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스크를 쓴 소녀를 보게 된다. 소녀를 너무나 쏙 빼닮은 저택 주인의 아내... 소녀에 대한 호기심은 그를 소녀에게 이끌게 되고 그녀를 그리며 마스크 안에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녀를 온전히 보고 싶은 마음으로 인해 소녀가 무슨 이유로 마스크를 쓰게 되었는지 알게 된다.
한 배에서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백 개의 불꽃'은 여자라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엄마를 닮아 예쁜 여동생을 시기하는 언니의 이야기다. 이런 감정은 대개가 주위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으며 언니 역시 비슷한 경우다. 서운함과 질투, 미워하는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동생에게 불행이 닥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이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결과를 짐작하고 실행에 옮긴 것은 아니다.
현대를 중심으로 한 2부에서 소개된 3편의 단편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첫 번째 이야기 '이'는 대학시절 친하게 지낸 친구 구마노미도가 생각지도 못한 사고로 한쪽 팔을 잃게 되고 퇴원한 후 제일 먼저 자신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 것이다. 식사초대방식부터 무척이나 생각 밖이다. 생각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식재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데... 구마노미도가 들려주는 금붕어 이야기는 정말 이런 물고기가 있을까 싶은 생각에 섬뜩해진다.
'out of this world'는 파일럿이 꿈인 소년 마구토와 마술사가 꿈인 다쿠.. 두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다쿠의 아버지는 마술사였다. 누구나 실수도 하고 실패도 경험할 수 있다. 그로 인해 힘든 시간이 있다 고해도 힘이 없는 아이를 상대로 한 폭력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소년의 이야기는 무섭다는 느낌보다 슬픔이 앞선다.
마지막 이야기 '바람, 레몬, 겨울의 끝'은 주인공 아야코를 올바른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도와준 한 여성에게 성큼 다가 온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그녀가 내뿜는 강렬한 향기가 아야코를 사로잡는다. 아야코는 이미 오래 전에 같은 냄새를 맡은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세상에는 없는 것보다 못한 부모가 존재한다. 아야코는 물론이고 잊고 지냈던 향기 속 이름 모를 소녀 역시 그러하다. 아야코는 아버지로 인해 인신매매범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 소녀를 만난다. 그녀가 어떤 모습이 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힘이 없기에 도와줄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섬뜩한 무서움이 느껴지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생각할수록 색다르고 독특한 느낌이 무섭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한 이야기지만 호러소설이 주는 재미는 갖추고 있다. 과거와 현재로 나누어 성격이 다른 호러 소설을 선보여준 이누이 루카... 저자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고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