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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고 찢기고 도둑맞은 - 처칠의 초상화부터 바이런의 회고록까지 사라진 걸작들의 수난사
릭 게코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르네상스 / 2014년 4월
평점 :
몇 번 되지 않지만 해외여행을 했을 때 여행지의 박물관, 미술관, 성당 등의 예술작품들을 본 적이 있다. 이름만 되면 아는 학창시절에 배운 작품들을 실제로 본다는 것에 매우 즐겁게 느껴졌으며 실제로 보았을 때 느끼는 감동은 꽤 컸다. 나같이 예술작품에 대한 조예가 거의 없는 사람이 보아도 가슴 벅찬 감정이 느껴지는데 이런 예술작품들이 예술작품을 만든 사람이 세상에 들어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혹은 특정인의 욕심, 사고와 도둑맞아 사라졌다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부터 마음이 너무나 안 좋다. 얼마나 많은 예술작품들에게 일어난 안타까운 이야기를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지금도 예술작품의 훼손, 파괴 등이 일어나고 있어 걱정스럽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 얽힌 이야기는 TV 뉴스로도 들었고 책을 통해서 알려진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그림이 사라진 후 더 유명해지고 그림이 있던 빈 공간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 여기에는 유대계의 독일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도 속해 있다.
부제목의 처음에 이름에 나온 시대가 낳은 전쟁 영웅 윈스턴 처칠의 초상화... 국회의원 친구들의 생일 선물로 종군화가 유명한 '그레이엄 서덜랜드'에게 처칠의 초상화를 의뢰했고 기꺼이 처칠의 초상화를 그렸다. 헌데 막상 완성된 처칠의 초상화는 처칠 본인은 물론이고 처칠 초상화를 파괴한 처칠 부인 역시도 초상화에 전혀 애정이나 기쁨을 찾지 못한다. 저자도 이야기 했지만 화가 자신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린 그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최고의 위조범이자 살인자 마크 호프먼은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깊은 신앙심을 이용한 위조사건을 일으킨다. 이 사건의 진실은 모르몬교 사람들의 함구로 완전히 밝혀지지는 못한다. 호프먼은 북아메리카에서 인쇄된 최초의 문서라는 의미를 가진 '자유민 선서' 희귀본을 둘러싸고 엄청난 사기를 계획했다가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파이프 폭탄을 만들어서 두 명의 인명이 희생되는 폭발 사고를 일으킨다. 인명 피해를 낸 것도 모자라 그가 사건을 두고 한 말이 더 충격적이다.
시인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바이런'은 방탕하고 여성차별적인 인물로 그의 회고록은 친구들의 손에 의해 불태워진다. 바이런을 무척이나 존경했던 와일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시인 필립 라킨 역시 여성 혐오주의와 극우적인 인종차별주의로 그는 자신의 일상적인 생각과 은밀한 내용이 담겨진 일기를 파괴해 줄 것을 부탁하며 죽는다. 라킨의 애인이자 비서인 여성에 의해 30권이나 달하는 일기가 사라지게 된다. 유대인이면서 독일인인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은 그가 죽은 후 그의 비서이자 애인인 여성에 의해 이스라엘과 미묘한 분쟁이 있는 와중에도 판매되어진다. 그녀가 죽은 후 그녀의 자식들 역시 카프카 작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한다.
우리나라 전체를 슬픔과 깊은 절망감을 안겨 준 '세월호' 사건처럼 2200명이나 태운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 사고일이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이 호화여객선에는 엄청난 수의 사람, 상상을 초월한 규모의 금은보화는 물론이고 고대 페르시아인 우마르 할이얌의 의해 쓰인 1000개의 4행시로 쓰여진 호화판 태피리스트 '루바이야트'까지 한꺼번에 사라지고 만다. 타이타닉호에 실린 루바이야트는 2년이란 시간과 보석 제본으로 탄생한다. 비싼 가격에 팔고 싶었던 마음과는 달리 처음 제시한 금액의 절반을 조금 넘는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팔려 새로운 주인에게 가는 타이타닉호가 그만 바다에 가라앉으면서 이 귀중한 예술작품 역시 사라지고 만다.
별다른 생각 없이 공사를 하다가 그 터가 옛 시대의 귀중한 문화유산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얼마 전에 영화로 나와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폼페이'와 고대로마 마을이며 현재는 이탈리아 남부의 캄파니아 지방 '에르콜라노' 예전에는 '헤르쿨라네움'으로 불린 마음이 함께 화산 폭발로 파괴된다. 지금보다 300여 년 전에 '헤르쿨라네움'에서 지하수 공사를 하다 엄청난 고대로마 유물들을 발견하게 된다. 보존되고 보호 받아야 할 역사적 유물이 나라와 나라간 소유권 분쟁, 개인들의 욕심으로 인해 심하게 훼손되고 도난당한다. 이라크에서도 이라크인들이 문화재 약탈하는 이야기를 TV이로 본 적이 있고 더욱 심하게 일어난다. 아프리카 역시 문화재 약탈은 엄청나다. 아메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선수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영국의 침략에 의해 많은 나이지리아 유물들이 대영박물관에 있다가 다시 본국으로 많이 돌아갔다는 글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귀 초판본 거래업을 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저자를 통해 전혀 몰랐던 새로운 직업 희귀 초판본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저자가 다양한 예술작품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니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을 넘어 아는 만큼 지킬 수 있는 것이 예술작품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미술작품이 제주도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제주도 중문관광단지에 있었다가 작년에 철거 되었다고 한다. 원래 모습대로 복원 작업을 한다는 약속도 이행되지 않았고 지금도 어디선가 예술작품들이 훼손되거나 약탈되고 도난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을 것이다. 예술작품은 시대를 넘어서 사람들 간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작품이다. 그런 작품들을 보지 못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