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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에 다른 책보다 열심히 읽었던 책이 시집이다. 시에 담겨진 아름다운 문장을 읽고 외우다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제법 많은 시를 외웠다는 뿌듯함에 속으로 기뻐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바쁘게 살다보니 시보다는 장르물에 빠지게 되었지만 한 번씩 시집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다시, 봄'은 계절을 느끼게 하는 외국의 시를 번역하여 12개월 안에 담백한 이야기와 순박한 그림과 함께 담아내고 있다. 글을 쓰신 장영희 교수님은 소아마비 장애와 척추암 속에서도 항상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던 분이시고 화가이신 김점선님 역시 난소암을 앓았지만 두 분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였다.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났지만 여전히 두 분의 시와 그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어릴 때에도 지금처럼 추위를 많이 느꼈지만 겨울을 좋아했다. 눈이 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다보니 이제는 겨울보다는 봄이 좋다. 움츠렸던 기운이 되살아나는 봄... 장영희 교수님은 새싹이 나오고 아름다운 꽃이 피는 봄은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눈물겹도록 감사한 4월이라고... 흐드러지게 피는 꽃을 보며 행복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어둡고 슬프기도 한두 가지 마음을 갖게 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나에게 4월은 어떤 달일지... 나 역시도 4월이 되면 개나리, 진달래, 철쭉을 비롯한 온갖 종류의 야생화는 물론이고 이름도 모를 꽃과 나무들을 보며 봄이 주는 생명력에 감사하게 된다.
인생은 아름다워라! 6월이 오면 -로버트 S. 브리지스-
6월이 오면, 나는 온종일 When June is, com, then all the day,
사랑하는 이와 향긋한 건초 속에 앉아 I'll skr with my love in the seconted hay,
미풍 부는 하늘 높은 곳 흰 구름이 지은 And watch the sunshot places high
햇빛 찬란한 궁전들을 바라보리라.
That the white clouds build in the breezy sky.
그녀는 노래하고, 난 그녀 위해 노래 만들고, She sigth, and I do make her a song.
온종일 아름다운 시 읽는다네. And read sweet poems whole day long;
건초더미 우리 집에 남몰래 누워 있으면 Unseen as we lie in our haybuilt home,
아, 인생은 아름다워라 6월이 오면. O, life is delight when june is com -p78-
뜨거운 햇살이 내려쬐는 8월은 타인을 이해하고 삶의 성숙을 느끼는 때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여름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강렬한 태양빛에 여러가지로 버거워진다. 젊은 시절의 날씬함이 없기에 여태 한 번도 해수욕장에 가지 않을 정도로 소극적인 나... 인생을 놓고보면 중반을 넘어서는 8월에 난 마음을 비우고 아이와 함께 신나는 물놀이를 하고 싶다. 더불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시간을 갖고 싶다.
10월 -토머스 베일리 올드리치-
10월이 내 단풍나무 잎을 황금색으로 물들였네.
이제 거의 다 떨어지고 여기저기 한 잎씩 매달렸네.
머잖아 그 잎들도 힘없는 가지로부터 떨어질 것.
죽어 가는 수전노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동전처럼.
October turned my maple's leaves t gold.
The most are gone now; here and there one ligners.
Son these will slip from out the twig's weak hold.
Like coins between a dying miser's fingers. -p132, 133-
오곡백과가 풍성함을 느끼게 해주는 10월... 자연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달이다. 특히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못한 길'을 읽으며 누구나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하나의 길을 떠올릴 거란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결혼이 아닌 혼자 사는 삶을 선택했다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지금의 생활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발전시킬 시간을 놓아버린 것이 조금은 아쉽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에는 눈이 오면 강아지보다 더 좋아했다. 손이 꽁꽁 얼어가면서도 눈사람을 만들던 그 때... 꼭 감기에 걸리면서도 눈이 오면 눈사람 만들기에 열중했던 그 시절이 한 없이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눈사람 -월러스 스티븐스- The Snow Man -Wallace Stevens-
사람은 겨울 마음 가져야 하네. One must have a mind of winter
서리와 얼음 옷 입은 소나무 가지를 Toregard the frost and the boughs
생각하기 위해서는. Of the pine-trees crusted with snow;
그리고 오랫동안 추위에 떨면서 And have been cold a long time
얼음 덮여 가지 늘어진 로뎀나무와 To behold the junipers shagged with ice,
1월의 햇빛 속에 아득히 반짝이는 The spruces rough in the distant glitter
가문비나무 보기 위해서는. Of the january sun; and not to think
바람 속, 부대끼는 이파리 소리 속 Of any misery in the sound of the wind,
비참함을 잊기 위해서는. In the sound of a few leaves.
그서은 육지의 소리 Which is the sound of the land
늘 같은 황량한 장소에서 Full of the same wind
늘 같은 바람만 가득 부는. (부분) That is blowing in the same bare place. (.....)
-p162, 163-
책이 전해주는 따뜻하고 소박한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긴다. 정성스럽게 번역한 잔잔한 시와 소박한 그림을 통해 두 분의 온기가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장영희 교수님이 남기신 희망메시지를 보며 삶이 주는 축복에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