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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입시
미나토 가나에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입시를 짓밟아버리자' 이처럼 자극적인 문구를 담은 학원 미스터리 소설이 나왔다. '고백'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소설이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고 우리나라 입시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알고 있기에 관심이 간 작품이다.
현립 다치바나나이이치 고등학교(일명 이치고)는 지역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로 통한다. 동경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일류 대학에 합격하는 학생들이 많은 학교... 물론 일류 대학을 나와는 것이 좋지만 일류대학을 나오는 것보다 이치고를 나오는 것이 인생의 성공 여부를 가름할 정도로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
이치고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의 입시 시험 전부터 선생님은 물론이고 학교는 초긴장 상태다. 이런 학교 분위기를 특히나 이해하기 어려운 신임 교사 하루야마 교코 선생님.. 첫 발령지고 나름 훌륭하게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헌데 입시 시험 전날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고 쓴 글이 발견되면서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선생님들은 이상하게 불안감이 생긴다.
시험이 치르기 전에 핸드폰은 모두 압수된다. 헌데 이에 순응하지 않는 학생이 생기고, 부모님의 불안한 마음에 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가 휴대전화가 울리자 부정행위로 실격 처리되어 시험 치는 도중에 나가게 한다. 헌데 이 학생의 부모가 항의를 해오는데... 여기에 정확하게 학생 숫자에 맞추어 있어야 할 시험지가 한 장 사라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번호의 시험지가 두 장 나타나기도... 어떤 것을 학생의 시험지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합격여부가 달라진다. 이로 인해 붙어야 할 학생은 떨어지고 떨어져야 할 학생은 붙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데... 이 모든 일이 누군가의 고의적인 입시 방해란 생각이 들기에 충분하다.
시험을 둘러싼 학교 분위기가 인터넷으로 누군가에 의해 은밀하게 밖으로 들어난다. 학교에 있지 말아야 할 인물이 잡히면서 입시 방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지만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 자신이 이 모든 것을 지휘한 인물이라고 나선다. 그는 오래 전에 이치고에 시험을 응시한 학생과 연관이 있는데...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대학 수능 시험의 긴장감을 넘어서는 고교 입시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너무나 많고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입시 상황과는 조금은 차이를 보이지만 외고, 과학고 등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기에 충분히 공감하며 읽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는 유치원부터 일류대학을 목표로 한 교육을 시키는 분들이 많고 그로인해 성적 비관으로 인해 자살로 심심치 않게 뉴스를 통해 접한다. 세계 어느 나라나 엘리트 코스란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좋은 학교를 나오면 안정적인 생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쉽다는 인식하에 일류를 지향하는 교육 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자 자신이 학교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기에 학교란 공간이 가진 분위기를 책 안에 온전히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란 공간을 통해서 학생들간의 과열된 입시 경쟁, 집단 따돌림, 누군지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인터넷의 특성을 이용한 폭력적인 언어 구사,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그로인해 상처받는 사람... 학교가 가진 의미나 역할은 돌아보게 만드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 가진 재미를 무엇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학력을 자랑하는 건 인생의 절정이 이미 지난 인간. 현재의 인새에 만족하는 사람은 과거 자랑을 하지 않는다.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