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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의 에로틱 라이프
마르코 만카솔라 지음, 박미경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6월
평점 :
'슈퍼 히어로의 에로틱 라이프'... 제목부터 쇼킹하다. 정의의 사도인 슈퍼 히어로들의 에로틱한 은밀한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라니... 빨간색의 입술이 무척이나 도발적인데 평범한 사람도 아닌 슈퍼 히어로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일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만화책, 영화에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는 용감한 슈퍼 히어로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슈퍼 히어로는 어릴 적에 재밌게 보았던 원더우먼과 천둥의 신 토르다. 이제는 트랜스포머와 같은 변신 슈퍼 히어로까지 나와 악당들을 무찌르고 지구와 사람들을 구해주는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했다. 그들의 활약상은 영화, 책으로 만들어진 가짜의 세계에 속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영웅들이 우리 주위에 실재로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된다.
슈퍼 히어로들이 은퇴 후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60대의 슈퍼 히어로 미스터 판타스틱(리드 리처즈) 고무 인간인 그는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희미해지는 것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자신보다 그의 아들 프랭클린이 새로운 영웅으로 대접 받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그에게 난데없는 경고성 쪽지가 오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어느 날 남성용 사우나에서 우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스물일곱 살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녀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리드는 그녀를 향한 사랑이 집착으로 변함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 헌데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그의 가장 소중한 존재에게 위험이 생긴다. 이 모든 것이 쪽지의 경고성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며 그 자신은 자신의 삶을...
두 번째 이야기는 아들과 수시로 손가락 장난을 하며 만들었던 '배트맨'이 주인공이다. 자신을 향한 사랑과 희생이 남달랐던 로빈에 대한 점차 변화하는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성적으로 끌릴 때 젊고 예쁜 여성, 남성을 가리지 않고 만난 배트맨... 지금 그의 곁에 어린 여자가 있다. 집을 둘러보는 그녀는 쇼킹한 네이션 퀴스트란 작가의 작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배트맨은 그녀와 사랑을 나누려고 한다. 헌데 그녀는...
세 번째 이야기가 중요하다. 다가 올 죽음을 미리 감지하는 능력을 지닌 브루스 드 빌라 기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법정과 과거의 가족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미국으로 이민을 왔지만 가난한 살림살이에 어머니가 보유한 남다른 능력이 생활고를 해결하고 두 아들을 키우는데 커다란 힘으로 작용한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집을 떠나 대학에 진학 한 브루스... 그는 예전에 느끼고 있었지만 외면했던 진실이 위험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TV 쇼프로를 진행하며 살고 있는 미스틱... 너무나 매력적인 돌연변이로 원하는 모습 어떤 것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하는 일에서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냉소적인 슈퍼 히어로로 등장한다. 충분히 능력도 있고 매력적인 그녀가 자신의 경쟁자에게 불안감을 느끼는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그녀를 찾아 온 형사를 마음에 들어 하는 미스틱은 수시로 형사로 변신을 꾀하며 성적 만족감을 얻는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그녀 역시 쪽지를 받고 동료들이 죽음을 당했듯 자신 역시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슈퍼 히어로들을 죽이고 싶어하는 단체의 리더, 미스틱, 브루스 기자는 네이션 퀴스트의 전시회에서 마주치기도 한다.
에필로그에서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는 늙은 슈퍼맨을 찾는 브루스 기자... 비록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지만 브루스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며 슈퍼맨은 그에게 훈련 센터에 들어 와 주기를 제의한다. 슈퍼맨의 제의 속에 담겨진 뜻을 브루스는 미루어 짐작한다.
솔직히 슈퍼 히어로의 모습이 이렇게 망가져도 좋은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 자신의 생활을 잃어버린 모습도 실망스럽지만 무엇보다 이성, 동성, 나이를 떠나 욕망에 대한 분출을 목표로 삼는 듯 한 인상을 풍기는 배트맨의 모습은 좀 아니다 싶다.
슈퍼 히어로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통해 욕망을 해소하면서도 세월의 무게에 힘겨워 한다. 영화나 기타의 매체를 통해 만나는 슈퍼 히어로들은 정의롭고 젊기에 멋지다. 시간이 흐르면 늙는다지만 우리의 영웅 슈퍼 히어로들은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나이 든 슈퍼 히어로들의 모습은 애처롭게 느껴진 책이다.